우리나라에서 초고층이 가장 많은 도시는?

입력 2020.01.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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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건물 '엘시티'가 완공됐다. 높이 410m, 101층 규모로
부산에서 가장 높고, 전국적으로는 서울 롯데월드타워 다음으로 2번째로 높다. 세계초고층건축학회는 50층 이상, 높이 200m 이상을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에서 초고층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 아닌 부산이다.

마천루 도시 부산…국내 초고층 최다 밀집

전국적으로 초고층 건축물은 모두 114개. 그중 35개 동이 부산에 집중돼 있는데 대부분은 공동주택, 즉 아파트다. 특히 부산지역 마천루가 몰려있는 곳은 바로 해운대구로, 서울 강남구보다 3배나 많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해안가 조망에 대한 수요가 높다 보니, 건설사들은 앞다퉈 바다와 더 가까운 곳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올렸다. 하지만 초고층 아파트 건설 과정에는 항상 특혜 시비와 논란이 뒤따랐다.


초고층 난개발…공공은 침묵했고 행정은 결탁했다.

부산에 100층 시대를 연 초고층 엘시티는 토착 건설 비리의 상징이다. 자연경관 보존을 위해 지침에 포함돼 있던 해안부 높이 제한 규정은 무용지물이었다. 도시계획 행정가들은 사업자 입맛에 맞게 규제를 풀어줬고, 결국, 정관계 인사 무더기 구속으로 건설비리 의혹은 사실로 입증됐다. 안용대 건축가는 "초고층 난개발에는 분명히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시공사의 경제적 추구를 행정이 규제하지 못하고 일정 부분 도와주는 역할을 한 것이 크다"고 지적했다.

해안가를 따라 들어선 부산지역 초고층은 항상 특혜 시비와 맞물려 있었다. 천혜의 달맞이 고개에 우뚝 선 초고층 아파트에서부터 엘시티를 지나 대규모 단지로 조성된 마린시티, 그리고 용호만 앞바다의 초고층까지, 지구단위계획은 함부로 변경됐고, 지침은 손쉽게 무시됐다.


"공공의 자연경관, 사유화 전락 안 돼"

이제서야 뒤늦게 경관 보존을 위한 규제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시는 '경관별 맞춤형 규제'를 실시하기 위해 처음으로 높이 제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의 자연경관이 소수의 소유물로 전락하는 것을 정책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김인철 부산시 총괄건축가는 "초고층을 세우지 말자는 게 아니라 세우더라도 위치 조건이나 이런 것들을 잘 따져 선택하고, 그리고 그것이 세워졌을 때 혼자 땅 위에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어떻게 어울리게 설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천루 아래 인간은 안전한가…초고층의 불편한 진실

초고층 마천루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내외 연구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역시 화재다. 지난 2010년 발생한 해운대 고층 아파트 화재 이후, 전문가들은 건물 높이와 화재 진압에 관한 각종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초고층 건축물 구조상 외장재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 그리고 불이 났을 때 골든타임 안에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다. 이원호 광운대 건축학과 교수는 "불의 이동 경로와 화염의 이동 경로가 사람의 대피 이동 경로와 중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재난 '빌딩풍'의 경고

최근 들어 '신종 재난'으로 급부상한 단어가 있다. 바로 '빌딩풍'이다. 초고층 밀집 지역에서 바람이 회오리치며 강해지는 현상으로, 도시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주목받고 있다. 취재진이 부산대 권순철 교수팀과 함께 초고층 밀집지에서의 빌딩풍 실험을 진행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초고층 밀집 지역인 마린시티로 태풍급의 강한 바람인 50m/s를 불게 했다. 그랬더니 마린시티 내에서 측정된 바람은 그보다 더 강한 64m/s로 나타났다. 초고층 건물들 사이로 곳곳에서 회오리바람이 부는, 이른바 와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빌딩의 풍속 변화를 분석한 결과, 바람의 크기는 최대 30%까지 증가했다. 체감으로 따지면 엄청난 차이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적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도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일본 도쿄 오다 교수는 고층과 저층 아이들 5백 명의 생활 자립도 연구 내용을 공개했는데, 특히, 야뇨에 관한 결과가 두드러졌다. 고층 아이들의 야뇨 비율이 저층 아이들보다 3배나 높았다. 5백여 명의 성인 건강에 대한 연구에서도 고층 거주자들의 건강 상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오다 마사아키 도쿄가정대학원 교수는 "일상생활 습관, 예를 들어 신발 신기, 옷 입기, 인사하기와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고층에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3년, 320여 명의 집단 감염 사태로 이어진 홍콩 사스와 2년 전,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서 발생한 집단 홍역 사태 역시 고층 건물과 관련성이 있다. 두 가지 모두 고층 건물의 폐쇄성으로 병원균이 건물 내에서 번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생긴 단어가 바로 '고층난민'이다. 후미오 오사카 도카이대 의대 교수는 "고층에 거주할수록 밖에 나가지 않게 되거나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각종 건강 문제와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호황기를 누린 초고층 개발에 제동을 거는 경고의 메시지가 잇따르며 초고층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관련 KBS 다큐멘터리 <슈퍼타워(Super Tower)>를 KBS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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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서 초고층이 가장 많은 도시는?
    • 입력 2020-01-02 14:47:37
    취재K
최근 부산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건물 '엘시티'가 완공됐다. 높이 410m, 101층 규모로
부산에서 가장 높고, 전국적으로는 서울 롯데월드타워 다음으로 2번째로 높다. 세계초고층건축학회는 50층 이상, 높이 200m 이상을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에서 초고층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 아닌 부산이다.

마천루 도시 부산…국내 초고층 최다 밀집

전국적으로 초고층 건축물은 모두 114개. 그중 35개 동이 부산에 집중돼 있는데 대부분은 공동주택, 즉 아파트다. 특히 부산지역 마천루가 몰려있는 곳은 바로 해운대구로, 서울 강남구보다 3배나 많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해안가 조망에 대한 수요가 높다 보니, 건설사들은 앞다퉈 바다와 더 가까운 곳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올렸다. 하지만 초고층 아파트 건설 과정에는 항상 특혜 시비와 논란이 뒤따랐다.


초고층 난개발…공공은 침묵했고 행정은 결탁했다.

부산에 100층 시대를 연 초고층 엘시티는 토착 건설 비리의 상징이다. 자연경관 보존을 위해 지침에 포함돼 있던 해안부 높이 제한 규정은 무용지물이었다. 도시계획 행정가들은 사업자 입맛에 맞게 규제를 풀어줬고, 결국, 정관계 인사 무더기 구속으로 건설비리 의혹은 사실로 입증됐다. 안용대 건축가는 "초고층 난개발에는 분명히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시공사의 경제적 추구를 행정이 규제하지 못하고 일정 부분 도와주는 역할을 한 것이 크다"고 지적했다.

해안가를 따라 들어선 부산지역 초고층은 항상 특혜 시비와 맞물려 있었다. 천혜의 달맞이 고개에 우뚝 선 초고층 아파트에서부터 엘시티를 지나 대규모 단지로 조성된 마린시티, 그리고 용호만 앞바다의 초고층까지, 지구단위계획은 함부로 변경됐고, 지침은 손쉽게 무시됐다.


"공공의 자연경관, 사유화 전락 안 돼"

이제서야 뒤늦게 경관 보존을 위한 규제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시는 '경관별 맞춤형 규제'를 실시하기 위해 처음으로 높이 제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의 자연경관이 소수의 소유물로 전락하는 것을 정책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김인철 부산시 총괄건축가는 "초고층을 세우지 말자는 게 아니라 세우더라도 위치 조건이나 이런 것들을 잘 따져 선택하고, 그리고 그것이 세워졌을 때 혼자 땅 위에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어떻게 어울리게 설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천루 아래 인간은 안전한가…초고층의 불편한 진실

초고층 마천루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내외 연구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역시 화재다. 지난 2010년 발생한 해운대 고층 아파트 화재 이후, 전문가들은 건물 높이와 화재 진압에 관한 각종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초고층 건축물 구조상 외장재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 그리고 불이 났을 때 골든타임 안에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다. 이원호 광운대 건축학과 교수는 "불의 이동 경로와 화염의 이동 경로가 사람의 대피 이동 경로와 중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재난 '빌딩풍'의 경고

최근 들어 '신종 재난'으로 급부상한 단어가 있다. 바로 '빌딩풍'이다. 초고층 밀집 지역에서 바람이 회오리치며 강해지는 현상으로, 도시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주목받고 있다. 취재진이 부산대 권순철 교수팀과 함께 초고층 밀집지에서의 빌딩풍 실험을 진행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초고층 밀집 지역인 마린시티로 태풍급의 강한 바람인 50m/s를 불게 했다. 그랬더니 마린시티 내에서 측정된 바람은 그보다 더 강한 64m/s로 나타났다. 초고층 건물들 사이로 곳곳에서 회오리바람이 부는, 이른바 와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빌딩의 풍속 변화를 분석한 결과, 바람의 크기는 최대 30%까지 증가했다. 체감으로 따지면 엄청난 차이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적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도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일본 도쿄 오다 교수는 고층과 저층 아이들 5백 명의 생활 자립도 연구 내용을 공개했는데, 특히, 야뇨에 관한 결과가 두드러졌다. 고층 아이들의 야뇨 비율이 저층 아이들보다 3배나 높았다. 5백여 명의 성인 건강에 대한 연구에서도 고층 거주자들의 건강 상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오다 마사아키 도쿄가정대학원 교수는 "일상생활 습관, 예를 들어 신발 신기, 옷 입기, 인사하기와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고층에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3년, 320여 명의 집단 감염 사태로 이어진 홍콩 사스와 2년 전,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서 발생한 집단 홍역 사태 역시 고층 건물과 관련성이 있다. 두 가지 모두 고층 건물의 폐쇄성으로 병원균이 건물 내에서 번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생긴 단어가 바로 '고층난민'이다. 후미오 오사카 도카이대 의대 교수는 "고층에 거주할수록 밖에 나가지 않게 되거나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각종 건강 문제와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호황기를 누린 초고층 개발에 제동을 거는 경고의 메시지가 잇따르며 초고층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관련 KBS 다큐멘터리 <슈퍼타워(Super Tower)>를 KBS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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