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졌지만 향기는 남도록”…故서지윤 간호사 1주기

입력 2020.01.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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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일) 오후 12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1층 로비에서는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1월 5일,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난 故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였는데요. 서 간호사의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도 함께했습니다.

먼저 떠나버린 누나…"하지만, 달라진 게 없다"

남동생 서희철 씨는 아직도 달라진 게 없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서 씨는 "누나의 죽음 이후 서울시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서울의료원 안에서 관리자 직급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라며 "그럼에도 서울의료원은 관리자에 대한 전보 조처나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 간호사가 세상을 떠나고, 지난해 3월 서울시는 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서 간호사의 죽음이 과연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는지 밝히기 위해서였습니다. 6개월 동안의 조사 끝에, 지난해 9월 진상대책위원회는 서 간호사가 당한 괴롭힘은 서울의료원의 경영진과 관리자들이 직원의 권리와 안전을 무시한 채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해온 결과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의료원 경영진 징계 및 교체 ▲상임감사제도 도입 등이 담긴 34개 권고안을 발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100% 권고안 이행을 약속했는데요. 유가족들은 "올해 1월 현재까지 경영진 징계 등 34개 안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함께 자리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이민화 씨는 "요즘도 '아침 출근길에 죽어버려 출근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하는 간호사가 많다."라며 "남아 있는 간호사들이 살 수 있도록 간호사 세계의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 문화'가 근절돼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권운동가 명숙 씨도 "서지윤이라는 꽃은 졌지만 향기를 이어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추모제에서 발언하는 故서지윤 간호사의 남동생 서희철 씨추모제에서 발언하는 故서지윤 간호사의 남동생 서희철 씨

낮은 자들의 연대…점심 거르고 함께 한 동료들

추모제는 12시에 시작했지만, 정확히 30분 뒤인 12시 반쯤 끝냈습니다. 특히나 막바지에는 "시간이 없다."라며 서둘러 마무리했는데요. 동료 간호사와 청소 노동자 수십 명이 끼니도 거른 채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한 청소 노동자는 "점심시간이라 나올 수 있었다."라며 "젊은 나이에 숨진 서 간호사의 사연이 안타까워 나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힘없고 낮은 사람들이 함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5일이면 故서지윤 간호사가 숨진 지 딱 1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간호사 세계의 괴롭힘 문화는 달라지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간호사는 여전히 3명 중 1명에 달했습니다.

낮은 사람들의 연대도 중요하겠지만, 병원 측의 노력과 우리 모두의 관심이 더 절실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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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은 졌지만 향기는 남도록”…故서지윤 간호사 1주기
    • 입력 2020-01-02 15:36:33
    취재K
오늘(2일) 오후 12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1층 로비에서는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1월 5일,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난 故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였는데요. 서 간호사의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도 함께했습니다.

먼저 떠나버린 누나…"하지만, 달라진 게 없다"

남동생 서희철 씨는 아직도 달라진 게 없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서 씨는 "누나의 죽음 이후 서울시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서울의료원 안에서 관리자 직급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라며 "그럼에도 서울의료원은 관리자에 대한 전보 조처나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 간호사가 세상을 떠나고, 지난해 3월 서울시는 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서 간호사의 죽음이 과연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는지 밝히기 위해서였습니다. 6개월 동안의 조사 끝에, 지난해 9월 진상대책위원회는 서 간호사가 당한 괴롭힘은 서울의료원의 경영진과 관리자들이 직원의 권리와 안전을 무시한 채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해온 결과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의료원 경영진 징계 및 교체 ▲상임감사제도 도입 등이 담긴 34개 권고안을 발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100% 권고안 이행을 약속했는데요. 유가족들은 "올해 1월 현재까지 경영진 징계 등 34개 안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함께 자리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이민화 씨는 "요즘도 '아침 출근길에 죽어버려 출근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하는 간호사가 많다."라며 "남아 있는 간호사들이 살 수 있도록 간호사 세계의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 문화'가 근절돼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권운동가 명숙 씨도 "서지윤이라는 꽃은 졌지만 향기를 이어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추모제에서 발언하는 故서지윤 간호사의 남동생 서희철 씨
낮은 자들의 연대…점심 거르고 함께 한 동료들

추모제는 12시에 시작했지만, 정확히 30분 뒤인 12시 반쯤 끝냈습니다. 특히나 막바지에는 "시간이 없다."라며 서둘러 마무리했는데요. 동료 간호사와 청소 노동자 수십 명이 끼니도 거른 채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한 청소 노동자는 "점심시간이라 나올 수 있었다."라며 "젊은 나이에 숨진 서 간호사의 사연이 안타까워 나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힘없고 낮은 사람들이 함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5일이면 故서지윤 간호사가 숨진 지 딱 1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간호사 세계의 괴롭힘 문화는 달라지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간호사는 여전히 3명 중 1명에 달했습니다.

낮은 사람들의 연대도 중요하겠지만, 병원 측의 노력과 우리 모두의 관심이 더 절실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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