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안전 위협하는 ‘도로 위 폭탄’ 가짜 석유

입력 2020.01.03 (09:04) 수정 2020.01.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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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탑차에 설치된 유류 탱크

냉동 탑차에 설치된 유류 탱크

등유에 경유 섞은 '가짜 석유' 만들어 사용해온 덤프트럭 기사 등 적발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각, 강원도 원주의 한 공터에서 수상한 차들이 적발됩니다. 주인공은 바로 덤프트럭과 냉동 탑차입니다. 경찰과 한국석유관리원 직원들이 냉동 탑차 뒷문을 열자 유류 탱크 두 개가 발견됩니다. 탱크 안에는 난방용 등유가 가득 담겨 있고, 주유기까지 달려있는데요. 이 차량은 덤프트럭에 등유를 주입하는 용도로 개조된 겁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경유 차량인 덤프트럭에 등유를 넣어 '가짜 석유'를 만들어 사용해왔습니다. 기사들은 경기도 여주의 한 주유소에서 등유 15만 리터를 공급받아왔습니다. 등유를 실은 '개조 탑차'는 주유소와 30㎞ 넘게 떨어진 강원도 원주시의 한 공터까지 와서 덤프트럭에 등유를 넣었습니다.

이들은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경유와 등유를 섞은 '가짜 석유'를 사용하며 위험천만한 운행을 해왔습니다. 경찰은 '가짜 석유'를 제조한 덤프트럭 기사 51살 A 씨 등 3명과 주유소 업주 44살 B 씨를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가짜 석유 제조 및 사용은 징역 등 형사 처벌과 과태료까지

적발된 등유적발된 등유

등유가 경유보다 리터당 4, 5백 원이나 싸다 보니, 한 달에 기름값으로 수백만 원을 쓰는 덤프 기사들에겐 기름값을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는 '가짜 석유'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겁니다.

하지만 범행이 발각되면서, 이들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2억 원의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과태료도 2백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받게 됩니다. 기사들은 경제 불황으로 수입이 크게 줄고, 중고 덤프트럭은 판매 가격이 많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유소도 자동차 연료로 난방용 등유를 판매해온 혐의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 지자체로부터 행정 처분도 받게 되는데요. 3개월 동안 사업 정지 처분을 받거나 1억 원 이하의 과징금 처분을 받습니다.

등유를 차량용으로 제공한 주유소 해명 등유를 차량용으로 제공한 주유소 해명

해당 주유소는 취재진에게 거래 서류를 보여주며 덤프트럭 기사들이 농업용으로 등유를 쓰겠다고 가져갔다며, 자신들도 기사들에게 속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한국석유관리원은 주유소가 덤프트럭 기사들에게 팔아온 등유 판매량이 많아서, 기사들이 등유를 차량 연료로 사용해왔다는 걸 주유소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덤프트럭 기사들이 주유소에 제출한 차량 등록증에는 덤프트럭 차량 번호까지 적혀 있다며, 이들이 이 사실을 알고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짜석유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범죄

가짜 정보가 담긴 포털 댓글가짜 정보가 담긴 포털 댓글

가짜 석유를 제조하고 사용하는 건 탈세뿐만 아니라, 차 고장 등 국민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중대 범죄입니다. 경유 차량에 등유를 넣으면 대기 오염은 물론 주행 중 차량이 멈추거나, 엔진 폭발까지 이어집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등유는 차량에 쓰면 절대 안 된다. 등유는 난방용 연료로 윤활성이 없고 연소 온도도 높아, 등유와 경유가 혼합되면 윤활성 등이 떨어져 엔진이 마모돼 차량이 갑자기 멈추거나 엔진이 폭발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배출 가스를 많이 배출해 미세 먼지 등 대기 오염의 주범이 돼 차량 연료로 절대 쓰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등유를 차량 연료로 쓰는 불법 행위는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발생합니다. 2018년 전국에서 자동차 연료로 등유를 판매하거나 가짜 석유를 제조하는 등의 불법 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584건입니다. 지난해에도 11월까지 모두 306건이 적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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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안전 위협하는 ‘도로 위 폭탄’ 가짜 석유
    • 입력 2020-01-03 09:04:33
    • 수정2020-01-03 09:05:20
    취재후·사건후

냉동 탑차에 설치된 유류 탱크

등유에 경유 섞은 '가짜 석유' 만들어 사용해온 덤프트럭 기사 등 적발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각, 강원도 원주의 한 공터에서 수상한 차들이 적발됩니다. 주인공은 바로 덤프트럭과 냉동 탑차입니다. 경찰과 한국석유관리원 직원들이 냉동 탑차 뒷문을 열자 유류 탱크 두 개가 발견됩니다. 탱크 안에는 난방용 등유가 가득 담겨 있고, 주유기까지 달려있는데요. 이 차량은 덤프트럭에 등유를 주입하는 용도로 개조된 겁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경유 차량인 덤프트럭에 등유를 넣어 '가짜 석유'를 만들어 사용해왔습니다. 기사들은 경기도 여주의 한 주유소에서 등유 15만 리터를 공급받아왔습니다. 등유를 실은 '개조 탑차'는 주유소와 30㎞ 넘게 떨어진 강원도 원주시의 한 공터까지 와서 덤프트럭에 등유를 넣었습니다.

이들은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경유와 등유를 섞은 '가짜 석유'를 사용하며 위험천만한 운행을 해왔습니다. 경찰은 '가짜 석유'를 제조한 덤프트럭 기사 51살 A 씨 등 3명과 주유소 업주 44살 B 씨를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가짜 석유 제조 및 사용은 징역 등 형사 처벌과 과태료까지

적발된 등유
등유가 경유보다 리터당 4, 5백 원이나 싸다 보니, 한 달에 기름값으로 수백만 원을 쓰는 덤프 기사들에겐 기름값을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는 '가짜 석유'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겁니다.

하지만 범행이 발각되면서, 이들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2억 원의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과태료도 2백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받게 됩니다. 기사들은 경제 불황으로 수입이 크게 줄고, 중고 덤프트럭은 판매 가격이 많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유소도 자동차 연료로 난방용 등유를 판매해온 혐의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 지자체로부터 행정 처분도 받게 되는데요. 3개월 동안 사업 정지 처분을 받거나 1억 원 이하의 과징금 처분을 받습니다.

등유를 차량용으로 제공한 주유소 해명
해당 주유소는 취재진에게 거래 서류를 보여주며 덤프트럭 기사들이 농업용으로 등유를 쓰겠다고 가져갔다며, 자신들도 기사들에게 속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한국석유관리원은 주유소가 덤프트럭 기사들에게 팔아온 등유 판매량이 많아서, 기사들이 등유를 차량 연료로 사용해왔다는 걸 주유소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덤프트럭 기사들이 주유소에 제출한 차량 등록증에는 덤프트럭 차량 번호까지 적혀 있다며, 이들이 이 사실을 알고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짜석유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범죄

가짜 정보가 담긴 포털 댓글
가짜 석유를 제조하고 사용하는 건 탈세뿐만 아니라, 차 고장 등 국민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중대 범죄입니다. 경유 차량에 등유를 넣으면 대기 오염은 물론 주행 중 차량이 멈추거나, 엔진 폭발까지 이어집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등유는 차량에 쓰면 절대 안 된다. 등유는 난방용 연료로 윤활성이 없고 연소 온도도 높아, 등유와 경유가 혼합되면 윤활성 등이 떨어져 엔진이 마모돼 차량이 갑자기 멈추거나 엔진이 폭발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배출 가스를 많이 배출해 미세 먼지 등 대기 오염의 주범이 돼 차량 연료로 절대 쓰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등유를 차량 연료로 쓰는 불법 행위는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발생합니다. 2018년 전국에서 자동차 연료로 등유를 판매하거나 가짜 석유를 제조하는 등의 불법 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584건입니다. 지난해에도 11월까지 모두 306건이 적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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