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불출마’ 김현미 장관의 국토부 ‘시즌3’…최장수 장관될까?

입력 2020.01.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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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김현미 장관의 3번째 신년사

"제가 신년사를 3번째 하게 될 줄을 몰랐네요." 신년사 서두에 장관이 꺼낸 말에 좌중에서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제(2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시무식에서였다.

시무식은 장고를 거듭해오던 김현미 장관이 결국 불출마를 결정했다는 민주당의 어제 발표가 나온 직후에 열렸다.

김현미 장관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산업거점 육성, 광역교통망 등 교통인프라 확충, 주거복지 사각지대 제거, 부동산 시장 질서 확립 등의 내년 정책과제를 강조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며 직원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이어 본인부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로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국토부 직원들은 덤덤한 반응이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장관유임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내부에서 확산됐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평가가 국토부 내부에서 나쁘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한 간부급 직원은 "김현미 장관이 지역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에 속내가 결코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눈물바다 된 총선 불출마 선언장

실제로 오늘 민주당에서 열린 '불출마' 국무위원들의 기자회견에서 김현미 장관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005년 일산에 사무실을 내고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지만 대선 패배와 총선 낙선 등 5년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치생활을 해야 했고, 2010년 야권연대를 통해 정치인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고 김 장관은 술회했다.

김 장관은 정치인으로서 지역구를 포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문 정부의 일원으로서 정부의 성공과 함께 가는 게 중요한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일산 서구 주민들의 성원이 나를 장관과 3선 의원으로 만들어줬다면서 어디를 가더라도 사랑하는 일산 주민들과 이어져 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김 장관의 불출마와 관련해 3기 신도시 반대 단체와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인기가 떨어져 낙선을 피하기 위한 '먹튀'가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튀어나왔다.

실제로 급등했던 서울과 경기 남부권 집값과 달리 일산 등 수도권 서북부 집값이 최근 몇 년 사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산에서는 김현미 장관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 와중에 발표된 3기 신도시는 그런 분위기를 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김 장관이 지역구인 일산에 알게 모르게 공을 많이 들였다는 사실 또한 관가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장관은 GTX착공식 부터 킨텍스에서 열리는 각종 국토부 관련 행사에 빼놓지 않고 참석하는 등 유달리 일산 일정이 많았다.

김현미 장관 측에서는 이미 지역구 후임자(경기 고양 정) 물색에 나섰다는 후문이 들린다. 해당 지역 기초의원 등 몇 명의 인사가 세평에 올라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진 김현아 의원(비례대표)이 고양 정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2000년대 이후 최장수 국토부 장관 기록 경신 유력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2017년 6월 임명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재임 기간은 만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퇴임이 예정된 이낙연 총리를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가운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무위원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김 장관은 애초 지역구인 일산(경기 고양 정)에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지역구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의 수위는 연말이 갈수록 약해졌다.

본인의 지역구 출마와 관련해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국회에 출석해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KBS 뉴스9에 출연했을 때는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다. "일단은 지역구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지역구에 출마해야겠죠. 우리 부의 현안이 많아서 지금은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었지만, 총선 출마에 대한 의지가 약해졌다고도 읽힐 수 있었던 대목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국토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2008년 2월 임명돼 2011년 5월까지 3년 3개월 재임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다.

내년 4월 총선까지 현실적으로 개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김현미 장관이 재임 만 3년을 다 채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연말까지 유임한다면 국토부 최장수 장관 기록 경신도 유력한 상황이다.

집값 안정·플랫폼 택시 안착 등 과제 산적

하지만 김현미 장관 앞에 놓인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당장 발등의 불은 부동산 시장이다. 12·16대책 이후 주택 시장은 그동안의 과열 기미가 다소 식어가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정부의 공언처럼 '잡았다'고 표현하기는 아직 어렵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보면 지수가 재설정된 2017년 10월에 100이었던 서울지역 공동주택 실거래지수는 가장 최근 지수인 올해 9월엔 120.5까지 올랐다. 상승장이 연말까지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 2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20% 넘게 오른 셈이다.

아파트가 아닌 종합주택의 매매가격지수(월간)으로 봐도 최근 2년간 서울 집값의 상승률은 8%가 넘는다. 그전 2년(2016년~2017년)의 상승률이 3% 안팎이니 두 배 넘는 상승률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초강도라고 말하는 부동산 정책을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것은 우리 개혁은 멈출 수 없고 전진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을 마련하고 발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정책을 꼼꼼하게 집행하고 완성해나가는 과정이다.

약속한 대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강화 기조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 토지 보상 단계부터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3기 신도시를 예정대로 진행해 수도권 30만 호 공급을 달성할 수 있을지 등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된 기존 택시산업과 모빌리티 업계의 갈등도 난제 중의 난제다.

'타다'와는 결코 같이 갈 수 없다는 택시업계와 '또 다른 택시'가 될 수는 없다는 '타다'를 '플랫폼 택시'라는 한 배에 태워 안착시켜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급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밖에 GTX 등 광역교통망 구축, 업황 부진과 오너 리스크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 문제, 자율주행차와 드론산업 등 신산업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들이다.

지난해 4월 직원 조회에서 '시즌2'를 공언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제는 '시즌3'가 시작됐다. 자의로 시작된 '시즌3'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김 장관 앞에 놓인 책무가 무거워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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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3 15:06:14
    취재K
쑥스러운(?) 김현미 장관의 3번째 신년사

"제가 신년사를 3번째 하게 될 줄을 몰랐네요." 신년사 서두에 장관이 꺼낸 말에 좌중에서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제(2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시무식에서였다.

시무식은 장고를 거듭해오던 김현미 장관이 결국 불출마를 결정했다는 민주당의 어제 발표가 나온 직후에 열렸다.

김현미 장관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산업거점 육성, 광역교통망 등 교통인프라 확충, 주거복지 사각지대 제거, 부동산 시장 질서 확립 등의 내년 정책과제를 강조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며 직원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이어 본인부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로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국토부 직원들은 덤덤한 반응이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장관유임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내부에서 확산됐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평가가 국토부 내부에서 나쁘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한 간부급 직원은 "김현미 장관이 지역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에 속내가 결코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눈물바다 된 총선 불출마 선언장

실제로 오늘 민주당에서 열린 '불출마' 국무위원들의 기자회견에서 김현미 장관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005년 일산에 사무실을 내고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지만 대선 패배와 총선 낙선 등 5년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치생활을 해야 했고, 2010년 야권연대를 통해 정치인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고 김 장관은 술회했다.

김 장관은 정치인으로서 지역구를 포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문 정부의 일원으로서 정부의 성공과 함께 가는 게 중요한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일산 서구 주민들의 성원이 나를 장관과 3선 의원으로 만들어줬다면서 어디를 가더라도 사랑하는 일산 주민들과 이어져 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김 장관의 불출마와 관련해 3기 신도시 반대 단체와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인기가 떨어져 낙선을 피하기 위한 '먹튀'가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튀어나왔다.

실제로 급등했던 서울과 경기 남부권 집값과 달리 일산 등 수도권 서북부 집값이 최근 몇 년 사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산에서는 김현미 장관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 와중에 발표된 3기 신도시는 그런 분위기를 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김 장관이 지역구인 일산에 알게 모르게 공을 많이 들였다는 사실 또한 관가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장관은 GTX착공식 부터 킨텍스에서 열리는 각종 국토부 관련 행사에 빼놓지 않고 참석하는 등 유달리 일산 일정이 많았다.

김현미 장관 측에서는 이미 지역구 후임자(경기 고양 정) 물색에 나섰다는 후문이 들린다. 해당 지역 기초의원 등 몇 명의 인사가 세평에 올라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진 김현아 의원(비례대표)이 고양 정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2000년대 이후 최장수 국토부 장관 기록 경신 유력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2017년 6월 임명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재임 기간은 만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퇴임이 예정된 이낙연 총리를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가운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무위원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김 장관은 애초 지역구인 일산(경기 고양 정)에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지역구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의 수위는 연말이 갈수록 약해졌다.

본인의 지역구 출마와 관련해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국회에 출석해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KBS 뉴스9에 출연했을 때는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다. "일단은 지역구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지역구에 출마해야겠죠. 우리 부의 현안이 많아서 지금은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었지만, 총선 출마에 대한 의지가 약해졌다고도 읽힐 수 있었던 대목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국토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2008년 2월 임명돼 2011년 5월까지 3년 3개월 재임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다.

내년 4월 총선까지 현실적으로 개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김현미 장관이 재임 만 3년을 다 채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연말까지 유임한다면 국토부 최장수 장관 기록 경신도 유력한 상황이다.

집값 안정·플랫폼 택시 안착 등 과제 산적

하지만 김현미 장관 앞에 놓인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당장 발등의 불은 부동산 시장이다. 12·16대책 이후 주택 시장은 그동안의 과열 기미가 다소 식어가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정부의 공언처럼 '잡았다'고 표현하기는 아직 어렵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보면 지수가 재설정된 2017년 10월에 100이었던 서울지역 공동주택 실거래지수는 가장 최근 지수인 올해 9월엔 120.5까지 올랐다. 상승장이 연말까지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 2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20% 넘게 오른 셈이다.

아파트가 아닌 종합주택의 매매가격지수(월간)으로 봐도 최근 2년간 서울 집값의 상승률은 8%가 넘는다. 그전 2년(2016년~2017년)의 상승률이 3% 안팎이니 두 배 넘는 상승률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초강도라고 말하는 부동산 정책을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것은 우리 개혁은 멈출 수 없고 전진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을 마련하고 발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정책을 꼼꼼하게 집행하고 완성해나가는 과정이다.

약속한 대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강화 기조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 토지 보상 단계부터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3기 신도시를 예정대로 진행해 수도권 30만 호 공급을 달성할 수 있을지 등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된 기존 택시산업과 모빌리티 업계의 갈등도 난제 중의 난제다.

'타다'와는 결코 같이 갈 수 없다는 택시업계와 '또 다른 택시'가 될 수는 없다는 '타다'를 '플랫폼 택시'라는 한 배에 태워 안착시켜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급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밖에 GTX 등 광역교통망 구축, 업황 부진과 오너 리스크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 문제, 자율주행차와 드론산업 등 신산업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들이다.

지난해 4월 직원 조회에서 '시즌2'를 공언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제는 '시즌3'가 시작됐다. 자의로 시작된 '시즌3'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김 장관 앞에 놓인 책무가 무거워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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