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안 먹고 안 쉬고 14시간 배달, 배달료는 들쭉날쭉” 라이더들의 한숨

입력 2020.01.04 (07:02) 수정 2020.01.0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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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배달의민족'의 배달 일을 하는 이○○ 씨, 아침 9시에서 밤 11시까지 배달을 합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도 거르고, 쉬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며 골목 이곳저곳을 다닙니다.

14시간 헬멧을 벗지 못해 머리가 띵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리를 제대로 못 펼 정도로 쑤시지만 무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홑벌이 가장으로서 생활비를 벌고, 아이 교육비와 적금을 조금 붓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 이 씨가 요즘 밤 9시만 되면 초조하게 스마트폰을 봅니다. 다음 날 배달료가 매일 밤 9시에 공지되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1,500원, 오늘은 1,400원…. 날마다 다른 배달료를 보면서, 이 씨는 가뜩이나 불규칙한 수입이 더욱 불안정해졌다고 말합니다.

KBS 뉴스7 “내일 수수료는 오늘밤 9시에”…배달노동자 ‘생계불안’ 호소(1월 2일 보도) 인터뷰 화면KBS 뉴스7 “내일 수수료는 오늘밤 9시에”…배달노동자 ‘생계불안’ 호소(1월 2일 보도) 인터뷰 화면

지난해 8월부터 '배달의민족'의 배달 일을 시작한 서상도 씨는 최근 수입이 20~30% 줄었습니다.

서 씨는 배달 업무를 계약할 때 한 건당 6천 원을 받기로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이 씨처럼 매일 바뀌는 배달료를 일방적으로 공지받고 있습니다.

배달 경쟁도 치열해지는 마당에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서 씨는 말합니다.

서상도 / 배달 노동자
"처음에 건당 6천 원을 받는 계약을 했을 때, 괜찮은 수입이구나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처음보다 수입이 20~30% 줄었어요."
"배달료 정책이 달라져서 어제랑 오늘의 배달료가 완전히 달라요. 미래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짤 수가 없더라고요."

[연관기사] "내일 수수료는 오늘밤 9시에"…배달노동자 '생계불안' 호소(KBS1TV '뉴스7' 2020.1.2)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배달료 제도. 기본배달비 3천 원에 ‘프로모션’ 명목의 수수료를 매일 다르게 정해 배달료 지급한다.‘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배달료 제도. 기본배달비 3천 원에 ‘프로모션’ 명목의 수수료를 매일 다르게 정해 배달료 지급한다.

새로 일을 시작한 배달 노동자도, 수년째 배달을 하던 노동자도 불안하다는 상황. 시작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기본배달비에 '프로모션'이라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합하는 새로운 배달료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이 '프로모션' 수수료가 매일 변한다는 겁니다. 지역마다 다르고 날마다 달라지는 수수료를 전날 밤 9시에 회사가 공지합니다. 배달의민족의 배달업무를 하는 노동자 약 1만 7천여 명이 똑같이 통보받습니다.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기자회견.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기자회견.

보다 못한 '배달의민족' 배달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매일 달라지는 배달료를 '고무줄 배달료'라고 비판했습니다. 회사가 한 달짜리 초단기 계약서를 도입하고, 하루 전에 계약 종료를 통보할 수 있도록 노동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맺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어떻게 (배달료를) 하루하루 바꿀 수 있느냐? 그리고 일방적으로 근무조건을 변경할 수 있냐고 라이더(배달 노동자)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라이더들은 인간적인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모두 "내가 실험용 쥐가 된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은 매일 배달료가 바뀐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에 "기본배달비는 고정돼 있어 변경이 없다. 그날그날 바뀌는 '프로모션' 비용은 라이더들을 독려하고 라이더들의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배달 노동자 단체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지하고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노무사 "개인사업자라고 보기 어려워"

'배달의민족' 배달 노동자처럼 스마트폰 앱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합니다.

이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즉 프리랜서로서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을 하지 않아 노동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를 보면 노동자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상혁 /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공인노무사
"플랫폼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라고 한다면, 본인들이 서비스의 내용이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회사가 정하는 플랫폼 내에서 노동력만 제공하고 그 대가를 일부 받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노동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최근 '배달의민족'은 기업가치 4조7천억 원으로 평가받으며 독일업체에 매각됐습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큰 액수입니다. 한 달에 음식 주문 3,600만 건을 받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한 결과입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수많은 음식주문을 처리하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은 배달 노동자의 몫이라면서 자신들의 열악해진 상황을 알아달라고 호소합니다. 플랫폼 인터넷 기업의 성장과 함께 플랫폼 노동자들의 환경도 나아질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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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4 07:02:23
    • 수정2020-01-04 07:08:56
    취재후·사건후
4년째 '배달의민족'의 배달 일을 하는 이○○ 씨, 아침 9시에서 밤 11시까지 배달을 합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도 거르고, 쉬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며 골목 이곳저곳을 다닙니다.

14시간 헬멧을 벗지 못해 머리가 띵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리를 제대로 못 펼 정도로 쑤시지만 무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홑벌이 가장으로서 생활비를 벌고, 아이 교육비와 적금을 조금 붓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 이 씨가 요즘 밤 9시만 되면 초조하게 스마트폰을 봅니다. 다음 날 배달료가 매일 밤 9시에 공지되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1,500원, 오늘은 1,400원…. 날마다 다른 배달료를 보면서, 이 씨는 가뜩이나 불규칙한 수입이 더욱 불안정해졌다고 말합니다.

KBS 뉴스7 “내일 수수료는 오늘밤 9시에”…배달노동자 ‘생계불안’ 호소(1월 2일 보도) 인터뷰 화면
지난해 8월부터 '배달의민족'의 배달 일을 시작한 서상도 씨는 최근 수입이 20~30% 줄었습니다.

서 씨는 배달 업무를 계약할 때 한 건당 6천 원을 받기로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이 씨처럼 매일 바뀌는 배달료를 일방적으로 공지받고 있습니다.

배달 경쟁도 치열해지는 마당에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서 씨는 말합니다.

서상도 / 배달 노동자
"처음에 건당 6천 원을 받는 계약을 했을 때, 괜찮은 수입이구나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처음보다 수입이 20~30% 줄었어요."
"배달료 정책이 달라져서 어제랑 오늘의 배달료가 완전히 달라요. 미래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짤 수가 없더라고요."

[연관기사] "내일 수수료는 오늘밤 9시에"…배달노동자 '생계불안' 호소(KBS1TV '뉴스7' 2020.1.2)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배달료 제도. 기본배달비 3천 원에 ‘프로모션’ 명목의 수수료를 매일 다르게 정해 배달료 지급한다.
새로 일을 시작한 배달 노동자도, 수년째 배달을 하던 노동자도 불안하다는 상황. 시작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기본배달비에 '프로모션'이라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합하는 새로운 배달료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이 '프로모션' 수수료가 매일 변한다는 겁니다. 지역마다 다르고 날마다 달라지는 수수료를 전날 밤 9시에 회사가 공지합니다. 배달의민족의 배달업무를 하는 노동자 약 1만 7천여 명이 똑같이 통보받습니다.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기자회견.
보다 못한 '배달의민족' 배달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매일 달라지는 배달료를 '고무줄 배달료'라고 비판했습니다. 회사가 한 달짜리 초단기 계약서를 도입하고, 하루 전에 계약 종료를 통보할 수 있도록 노동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맺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어떻게 (배달료를) 하루하루 바꿀 수 있느냐? 그리고 일방적으로 근무조건을 변경할 수 있냐고 라이더(배달 노동자)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라이더들은 인간적인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모두 "내가 실험용 쥐가 된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은 매일 배달료가 바뀐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에 "기본배달비는 고정돼 있어 변경이 없다. 그날그날 바뀌는 '프로모션' 비용은 라이더들을 독려하고 라이더들의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배달 노동자 단체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지하고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노무사 "개인사업자라고 보기 어려워"

'배달의민족' 배달 노동자처럼 스마트폰 앱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합니다.

이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즉 프리랜서로서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을 하지 않아 노동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를 보면 노동자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상혁 /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공인노무사
"플랫폼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라고 한다면, 본인들이 서비스의 내용이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회사가 정하는 플랫폼 내에서 노동력만 제공하고 그 대가를 일부 받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노동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최근 '배달의민족'은 기업가치 4조7천억 원으로 평가받으며 독일업체에 매각됐습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큰 액수입니다. 한 달에 음식 주문 3,600만 건을 받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한 결과입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수많은 음식주문을 처리하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은 배달 노동자의 몫이라면서 자신들의 열악해진 상황을 알아달라고 호소합니다. 플랫폼 인터넷 기업의 성장과 함께 플랫폼 노동자들의 환경도 나아질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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