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흡입 미세먼지, 국내 도시별 최대 2배 차이…내가 사는 곳은?

입력 2020.01.0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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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외출하기 전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를 둔 부모 중에는 깨끗한 공기를 찾아 이사를 고민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미세먼지가 삶의 터전을 바꾸게 할 만큼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사를 고려할 만큼 도시별로 미세먼지 농도 차이가 클까요? 내가 사는 도시의 공기 질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KBS가 국내 미세먼지 측정을 맡은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지역별로 확인해봤습니다.


자세한 배경 설명은 뒤로 미루고 지도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붉은색 계열일수록 농도가 높은 곳이고,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순으로 농도가 낮은 도시입니다.

경기 남부 최악 1~3위는 '평택'·'안성'·'시흥'...원인은 제각각

얼핏 봐도 농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수도권 일대에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권 지역 내에서도 도시별로 큰 차이를 보였는데요.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인구 천만이 밀집한 서울은 예상보다 농도가 낮았습니다. 연평균 23㎍/㎥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부근의 경기 지역 중소도시들의 농도가 서울보다 10%에서 최고 30% 정도 높았습니다.

특히 경기 남부 지역에 농도가 높은 도시들이 몰렸습니다. 평택과 안성이 연평균 3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뒤이어 29㎍/㎥를 기록한 시흥까지 세 곳 모두 경기 남부에 있습니다.

측정소별로 살펴보면 왜 이 도시들의 농도가 가장 높은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흥시에서 가장 농도가 높은 측정소는 시화산단, 평택시의 경우 평택항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월, KBS 항공 1호기에서 촬영한 경기 남부 지역의 한 공업 단지지난해 1월, KBS 항공 1호기에서 촬영한 경기 남부 지역의 한 공업 단지

시흥과 안산에 걸쳐 있는 시화국가산업단지는 약 1만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는 국내 3대 중소기업 산업단지 중 하나입니다. 입주 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체로, 규모가 작은 소기업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소 공장들이 대표적으로 숨겨진 미세먼지 배출원이라는 점입니다. 대규모 공장들은 굴뚝 자동측정장비(TMS)가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어 오염 물질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감시, 감독받게 됩니다. 반면, 이러한 중소공장들은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얼마나 많은 오염 물질을 뿜어내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집계된 것만으로도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안산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의 배출량이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로 각종 공장의 제조 과정 등에서 나옵니다.

평택항은 국내에서 자동차 수출입 물동량이 가장 많은 항구입니다. 육상, 해상 운송 과정에서 그만큼 많은 트럭과 선박들이 오고 가겠죠. 평택시는 선박에서 많이 배출되는 황산화물, 자동차에서 주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둘 다 대표적인 미세먼지 원인 물질입니다.

안성시가 핫 스폿으로 꼽힌 것은 의아하실 겁니다. 경기도 내 다른 도시에 비해 산업 시설이 적은 곳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안성시는 경기도 내에서 암모니아 배출량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암모니아는 축산 분뇨나 비료에서 주로 나오는 물질입니다. 악취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그런데 암모니아는 미세먼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미세먼지로 바뀌는데 암모니아가 필수 재료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평택 등 서쪽 지역에서 나온 오염 물질들이 이곳에서 암모니아를 만나 비로소 미세먼지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도권도 아닌데…충북·전북 농도 높은 이유는?

인구와 각종 시설이 밀집한 수도권 지역은 그렇다 치고, 충북과 전북 지역은 어쩌다 미세먼지 '핫 스폿'이 됐을까요?

충북 지역 역시 적지 않은 산업 시설이 몰려 있습니다. 청주 부근에는 1970~80년대 대규모 공단이 조성돼 지금도 크고 작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또 민간 소각장이 일대에 많이 들어서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청주시는 충북 지역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청주에 이어 충북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제천과 단양은 국내 시멘트 산업의 중심지입니다. 두 지역에서 나오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충북 지역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충북 지역은 이렇듯 자체 발생하는 오염 물질도 적지 않지만, 지형 조건도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백두대간의 허리 부분에 위치해 동쪽과 남쪽 지역에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중국발 오염 물질, 충남 지역의 석탄 화력 발전소, 수도권 지역과 충북 지역 자체 발생 오염 물질까지 모두 더해져 이곳에 쌓인 채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하게 됩니다. 이 지역에 유독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기승을 부리는 이유입니다.

전북 지역도 해마다 미세먼지 핫 스폿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그동안 축사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새만금 간척지에서 발생하는 날림 먼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었는데요. 최근에는 생물성 연소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생물성 연소는 농촌에서 각종 농업 부산물, 쓰레기 등을 태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북 지역의 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했더니 대도시와 달리 이 같은 생물성 연소에서 나오는 성분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과 가까운 서해안이 미세먼지 청정 지대?

그렇다면 반대로 농도가 낮은 지역들은 이유가 뭘까요? 지도에서 보듯 비교적 공기가 깨끗한 도시들은 하나같이 해안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남해안, 동해안, 제주뿐만 아니라 서산, 태안, 목포처럼 중국과 가까운 서해안의 도시들도 국내에서는 청정 지대로 꼽혔는데요. 해안 중에서도 반도 형태로 돌출된 지형인 곳들이 대체로 농도가 낮았습니다.

원인은 바람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내륙에 있는 충북 충주 지역의 연 평균 풍속은 초속 1.2m에 불과하지만, 해안에 위치한 전남 목포는 3배가 넘는 초속 3.9m로 나타났습니다. 바람이 오염 물질이 오래 쌓이지 않고 쉽게 흩어지게 해준 겁니다.


비슷한 이유로 중국과 가까운 백령도의 농도도 17㎍/㎥를 기록해 가장 깨끗한 지역 중에 하나로 꼽혔습니다. 다만 이 수치도 절대 낮은 것은 아닙니다. 해외 대도시들보다 농도가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서해 한복판인데도 이 정도 수치가 나온 것은 그만큼 중국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연평균 농도 차이 2배 → 연간 마시는 미세먼지 2배

이제 미뤄뒀던 배경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왜 연평균 농도냐'입니다.

많은 분이 미세먼지는 고농도 일수가 중요하지, 농도가 낮은 날까지 계산된 연평균 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물론 우리가 당장 불편을 느끼는 고농도 시기도 중요합니다만, 보건학자들은 미세먼지의 유해성 측면에서 연평균 농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심각한 질병, 즉 뇌 심혈관 질환, 암 등은 장기간 들이마신 미세먼지의 총량이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도시별로 낮은 곳은 16㎍/㎥, 높은 곳은 30㎍/㎥로 나타났습니다. 2배 가까운 차이입니다. 연평균 농도가 2배 차이가 난다는 것은 곧 내가 1년 동안 마신 미세먼지의 총량이 2배 차이 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해가 바뀌어 2020년인데 왜 2년 전인 2018년 자료를 사용했는지도 의아하실 겁니다. 이는 오류 값 등을 제거하고 검증을 거친 최종 확정 자료가 아직 2019년 9월까지밖에 산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월 자료만 사용할 경우 중국의 영향이 커지는 겨울철이 빠져 자료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1년 치 자료가 모두 모인 최신 자료에 해당하는 2018년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분석한 도시 수는 모두 100개입니다. 전국 167개 시군(85개 시, 82개 군) 가운데 초미세먼지 측정소가 설치돼 2018년 1년 동안 관측을 수행한 곳입니다. 2018년 중반에 관측소가 설치돼 1년 치 자료가 모두 확보되지 않은 도시는 제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도시는 공백 지역(흰색)으로 표시됐습니다.

'에어 노마드(air nomad)'가 답?…"지역별 맞춤형 정책 필요"

한반도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깔고' 시작하기 때문에 어느 곳 하나 안전한 곳은 없지만, 그 안에서도 지역별로 2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사가 답일까요? 실제 최근에는 '에어 노마드(air nomad)'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깨끗한 공기(air)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nomad)이라는 뜻입니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와 공기 청정기를 구매하는 걸로 모자라 삶의 터전까지 바꿔야 하는 것은 개인에게 너무 가혹한 일 아닐까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렇게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서 대책을 통해 농도를 줄일 여지도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더 이상 개인 차원에서 미세먼지를 피하는 대책에서 벗어나 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주민들까지 모두 함께 내가 사는 지역의 미세먼지를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숨은 미세먼지 원인을 찾아 맞춤형 대책을 찾고, 기업도 더는 작은 이익을 쫓느라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를 멈춰야 합니다.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도시 지역에서는 차량 운행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농촌 지역의 경우 불법 소각을 멈추는 등 나와 내 이웃을 위한 근본적인 생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미세먼지는 많은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줬습니다. 중국이 줄어드는 것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좌절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새해에는 무력감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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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흡입 미세먼지, 국내 도시별 최대 2배 차이…내가 사는 곳은?
    • 입력 2020-01-04 07:02:23
    취재K
미세먼지는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외출하기 전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를 둔 부모 중에는 깨끗한 공기를 찾아 이사를 고민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미세먼지가 삶의 터전을 바꾸게 할 만큼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사를 고려할 만큼 도시별로 미세먼지 농도 차이가 클까요? 내가 사는 도시의 공기 질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KBS가 국내 미세먼지 측정을 맡은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지역별로 확인해봤습니다.


자세한 배경 설명은 뒤로 미루고 지도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붉은색 계열일수록 농도가 높은 곳이고,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순으로 농도가 낮은 도시입니다.

경기 남부 최악 1~3위는 '평택'·'안성'·'시흥'...원인은 제각각

얼핏 봐도 농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수도권 일대에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권 지역 내에서도 도시별로 큰 차이를 보였는데요.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인구 천만이 밀집한 서울은 예상보다 농도가 낮았습니다. 연평균 23㎍/㎥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부근의 경기 지역 중소도시들의 농도가 서울보다 10%에서 최고 30% 정도 높았습니다.

특히 경기 남부 지역에 농도가 높은 도시들이 몰렸습니다. 평택과 안성이 연평균 3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뒤이어 29㎍/㎥를 기록한 시흥까지 세 곳 모두 경기 남부에 있습니다.

측정소별로 살펴보면 왜 이 도시들의 농도가 가장 높은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흥시에서 가장 농도가 높은 측정소는 시화산단, 평택시의 경우 평택항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월, KBS 항공 1호기에서 촬영한 경기 남부 지역의 한 공업 단지
시흥과 안산에 걸쳐 있는 시화국가산업단지는 약 1만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는 국내 3대 중소기업 산업단지 중 하나입니다. 입주 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체로, 규모가 작은 소기업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소 공장들이 대표적으로 숨겨진 미세먼지 배출원이라는 점입니다. 대규모 공장들은 굴뚝 자동측정장비(TMS)가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어 오염 물질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감시, 감독받게 됩니다. 반면, 이러한 중소공장들은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얼마나 많은 오염 물질을 뿜어내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집계된 것만으로도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안산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의 배출량이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로 각종 공장의 제조 과정 등에서 나옵니다.

평택항은 국내에서 자동차 수출입 물동량이 가장 많은 항구입니다. 육상, 해상 운송 과정에서 그만큼 많은 트럭과 선박들이 오고 가겠죠. 평택시는 선박에서 많이 배출되는 황산화물, 자동차에서 주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둘 다 대표적인 미세먼지 원인 물질입니다.

안성시가 핫 스폿으로 꼽힌 것은 의아하실 겁니다. 경기도 내 다른 도시에 비해 산업 시설이 적은 곳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안성시는 경기도 내에서 암모니아 배출량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암모니아는 축산 분뇨나 비료에서 주로 나오는 물질입니다. 악취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그런데 암모니아는 미세먼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미세먼지로 바뀌는데 암모니아가 필수 재료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평택 등 서쪽 지역에서 나온 오염 물질들이 이곳에서 암모니아를 만나 비로소 미세먼지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도권도 아닌데…충북·전북 농도 높은 이유는?

인구와 각종 시설이 밀집한 수도권 지역은 그렇다 치고, 충북과 전북 지역은 어쩌다 미세먼지 '핫 스폿'이 됐을까요?

충북 지역 역시 적지 않은 산업 시설이 몰려 있습니다. 청주 부근에는 1970~80년대 대규모 공단이 조성돼 지금도 크고 작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또 민간 소각장이 일대에 많이 들어서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청주시는 충북 지역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청주에 이어 충북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제천과 단양은 국내 시멘트 산업의 중심지입니다. 두 지역에서 나오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충북 지역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충북 지역은 이렇듯 자체 발생하는 오염 물질도 적지 않지만, 지형 조건도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백두대간의 허리 부분에 위치해 동쪽과 남쪽 지역에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중국발 오염 물질, 충남 지역의 석탄 화력 발전소, 수도권 지역과 충북 지역 자체 발생 오염 물질까지 모두 더해져 이곳에 쌓인 채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하게 됩니다. 이 지역에 유독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기승을 부리는 이유입니다.

전북 지역도 해마다 미세먼지 핫 스폿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그동안 축사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새만금 간척지에서 발생하는 날림 먼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었는데요. 최근에는 생물성 연소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생물성 연소는 농촌에서 각종 농업 부산물, 쓰레기 등을 태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북 지역의 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했더니 대도시와 달리 이 같은 생물성 연소에서 나오는 성분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과 가까운 서해안이 미세먼지 청정 지대?

그렇다면 반대로 농도가 낮은 지역들은 이유가 뭘까요? 지도에서 보듯 비교적 공기가 깨끗한 도시들은 하나같이 해안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남해안, 동해안, 제주뿐만 아니라 서산, 태안, 목포처럼 중국과 가까운 서해안의 도시들도 국내에서는 청정 지대로 꼽혔는데요. 해안 중에서도 반도 형태로 돌출된 지형인 곳들이 대체로 농도가 낮았습니다.

원인은 바람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내륙에 있는 충북 충주 지역의 연 평균 풍속은 초속 1.2m에 불과하지만, 해안에 위치한 전남 목포는 3배가 넘는 초속 3.9m로 나타났습니다. 바람이 오염 물질이 오래 쌓이지 않고 쉽게 흩어지게 해준 겁니다.


비슷한 이유로 중국과 가까운 백령도의 농도도 17㎍/㎥를 기록해 가장 깨끗한 지역 중에 하나로 꼽혔습니다. 다만 이 수치도 절대 낮은 것은 아닙니다. 해외 대도시들보다 농도가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서해 한복판인데도 이 정도 수치가 나온 것은 그만큼 중국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연평균 농도 차이 2배 → 연간 마시는 미세먼지 2배

이제 미뤄뒀던 배경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왜 연평균 농도냐'입니다.

많은 분이 미세먼지는 고농도 일수가 중요하지, 농도가 낮은 날까지 계산된 연평균 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물론 우리가 당장 불편을 느끼는 고농도 시기도 중요합니다만, 보건학자들은 미세먼지의 유해성 측면에서 연평균 농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심각한 질병, 즉 뇌 심혈관 질환, 암 등은 장기간 들이마신 미세먼지의 총량이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도시별로 낮은 곳은 16㎍/㎥, 높은 곳은 30㎍/㎥로 나타났습니다. 2배 가까운 차이입니다. 연평균 농도가 2배 차이가 난다는 것은 곧 내가 1년 동안 마신 미세먼지의 총량이 2배 차이 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해가 바뀌어 2020년인데 왜 2년 전인 2018년 자료를 사용했는지도 의아하실 겁니다. 이는 오류 값 등을 제거하고 검증을 거친 최종 확정 자료가 아직 2019년 9월까지밖에 산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월 자료만 사용할 경우 중국의 영향이 커지는 겨울철이 빠져 자료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1년 치 자료가 모두 모인 최신 자료에 해당하는 2018년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분석한 도시 수는 모두 100개입니다. 전국 167개 시군(85개 시, 82개 군) 가운데 초미세먼지 측정소가 설치돼 2018년 1년 동안 관측을 수행한 곳입니다. 2018년 중반에 관측소가 설치돼 1년 치 자료가 모두 확보되지 않은 도시는 제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도시는 공백 지역(흰색)으로 표시됐습니다.

'에어 노마드(air nomad)'가 답?…"지역별 맞춤형 정책 필요"

한반도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깔고' 시작하기 때문에 어느 곳 하나 안전한 곳은 없지만, 그 안에서도 지역별로 2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사가 답일까요? 실제 최근에는 '에어 노마드(air nomad)'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깨끗한 공기(air)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nomad)이라는 뜻입니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와 공기 청정기를 구매하는 걸로 모자라 삶의 터전까지 바꿔야 하는 것은 개인에게 너무 가혹한 일 아닐까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렇게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서 대책을 통해 농도를 줄일 여지도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더 이상 개인 차원에서 미세먼지를 피하는 대책에서 벗어나 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주민들까지 모두 함께 내가 사는 지역의 미세먼지를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숨은 미세먼지 원인을 찾아 맞춤형 대책을 찾고, 기업도 더는 작은 이익을 쫓느라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를 멈춰야 합니다.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도시 지역에서는 차량 운행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농촌 지역의 경우 불법 소각을 멈추는 등 나와 내 이웃을 위한 근본적인 생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미세먼지는 많은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줬습니다. 중국이 줄어드는 것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좌절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새해에는 무력감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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