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생존권’ 위협하는 ‘국방 개혁’…폐업 속출·폐교 위기

입력 2020.01.04 (21:23) 수정 2020.01.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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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와대 앞에 등장한 상여를 멘 시위대,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입니다.

정부가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군 위수지역과 부대를 해체하자, 이를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인 겁니다.

신년을 맞아 지역별 주요 이슈를 알아보는 순서, 오늘(4일)은 국방개혁과 얽힌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엄기숙, 배석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6.25 전쟁으로 생긴 군사분계선, 휴전선입니다.

이 선을 낀 접경지역에는 이후 70년 동안 이중 삼중의 개발 규제가 가해졌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철원부터 고성까지 5개 군이 해당되는데요.

전체 면적의 절반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이 5개 지역의 상주 인구 25만 명 가운데 10만 명이 군인입니다.

지역의 생존을 군 부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좁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접경지는 인구 감소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먼저 군 위수지역이 해제되더니, 뒤이어 군 부대 해체가 추진됐습니다.

특히, 전국의 해체 대상 부대 가운데 군단은 2개 가운데 하나, 사단은 4개 가운데 3개가 강원도에 몰려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앞으로 2~3년 안에 강원도 접경지역을 빠져나갈 인구가 최소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양구나 화천 같은 작은 군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 지역들, 요즘 경기가 어떤지 배석원 기자가 화천을 살펴봤습니다.

폐업 속출에 폐교 위기까지

군 부대 인근의 상가 골목입니다.

편의점 문이 쇠사슬로 잠겨 있습니다.

진열대는 텅 비어 있고, 먼지와 쓰레기만 남아 있습니다.

폐업한 지 1년이 다 됐습니다.

조금 더 가니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커다란 건물이 나타납니다.

6층 가운데 세 층이 비어 있습니다.

[김광남/임대 건물 주인 : "(지난해) 위수지역이 해제되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줄더라고요. (손님이) 한 80% 줄더라고요. 지금 뭐 IMF는 저리가라예요."]

숙박업소도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단골이었던 군인과 면회객들이, 위수지역이 해제되면서 대부분 도회지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이현구/숙박업체 사장 : "지금 완전히 경기가 없어요. 2주 뒤에 하나 정도 들어올까 말까 할 정도로. 늦어도 한 달 안에 폐업할 예정이에요. 전기세도 안 나오는 걸요."]

평일에도 군인들로 북적이던 PC방도 요즘은 거의 개점 휴업입니다.

[김문길/PC방 업주 : "손님이 차는 게 옛날에 90%가 찼다 그러면 지금은 많이 차 봐야 한 30%. PC방이 그 정도뿐이 안 차는 거예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화천의 초등학교의 경우, 많게는 재학생의 70%가 군인 가족인 학교들이 있습니다.

2022년이면 지역의 3개 사단 가운데 하나가 해체되는데, 학교가 남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낙종/강원교육청 장학사 : "급격하게 학생 수가 감소하리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와 더불어서 학교 체제도 급격하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농산물 판로도 문젭니다.

화천의 군납 물량은 한해 121억 원.

고정 거래처인 군 부대가 해체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배석원입니다.

["12월 2일 부로 부대 해체를 명 받았으며 부대 해체식을 끝으로 79포병 대대의 이름은 역사의 길에서 멈추게 되었지만."]

지난해 열린 인제의 79포병대대 해체식 장면입니다.

곧이어 양구의 2사단도 해체되는 등 부대 해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건 생존권 보장입니다.

군 부대 유휴지를 활용하고 군사 규제를 완화해 개발이 되도록 해 달라, 접경지역 지원을 법으로 규정해 달라는 것이 대표적인 요굽니다.

하지만, 정부는 군사 보안을 이유로 정확한 부대 이전 시기도, 규모도 알려주지 않고 있어, 자치단체나 주민들이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KBS 뉴스 엄기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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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경지 ‘생존권’ 위협하는 ‘국방 개혁’…폐업 속출·폐교 위기
    • 입력 2020-01-04 21:26:16
    • 수정2020-01-04 2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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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에 등장한 상여를 멘 시위대,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입니다.

정부가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군 위수지역과 부대를 해체하자, 이를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인 겁니다.

신년을 맞아 지역별 주요 이슈를 알아보는 순서, 오늘(4일)은 국방개혁과 얽힌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엄기숙, 배석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6.25 전쟁으로 생긴 군사분계선, 휴전선입니다.

이 선을 낀 접경지역에는 이후 70년 동안 이중 삼중의 개발 규제가 가해졌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철원부터 고성까지 5개 군이 해당되는데요.

전체 면적의 절반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이 5개 지역의 상주 인구 25만 명 가운데 10만 명이 군인입니다.

지역의 생존을 군 부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좁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접경지는 인구 감소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먼저 군 위수지역이 해제되더니, 뒤이어 군 부대 해체가 추진됐습니다.

특히, 전국의 해체 대상 부대 가운데 군단은 2개 가운데 하나, 사단은 4개 가운데 3개가 강원도에 몰려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앞으로 2~3년 안에 강원도 접경지역을 빠져나갈 인구가 최소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양구나 화천 같은 작은 군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 지역들, 요즘 경기가 어떤지 배석원 기자가 화천을 살펴봤습니다.

폐업 속출에 폐교 위기까지

군 부대 인근의 상가 골목입니다.

편의점 문이 쇠사슬로 잠겨 있습니다.

진열대는 텅 비어 있고, 먼지와 쓰레기만 남아 있습니다.

폐업한 지 1년이 다 됐습니다.

조금 더 가니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커다란 건물이 나타납니다.

6층 가운데 세 층이 비어 있습니다.

[김광남/임대 건물 주인 : "(지난해) 위수지역이 해제되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줄더라고요. (손님이) 한 80% 줄더라고요. 지금 뭐 IMF는 저리가라예요."]

숙박업소도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단골이었던 군인과 면회객들이, 위수지역이 해제되면서 대부분 도회지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이현구/숙박업체 사장 : "지금 완전히 경기가 없어요. 2주 뒤에 하나 정도 들어올까 말까 할 정도로. 늦어도 한 달 안에 폐업할 예정이에요. 전기세도 안 나오는 걸요."]

평일에도 군인들로 북적이던 PC방도 요즘은 거의 개점 휴업입니다.

[김문길/PC방 업주 : "손님이 차는 게 옛날에 90%가 찼다 그러면 지금은 많이 차 봐야 한 30%. PC방이 그 정도뿐이 안 차는 거예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화천의 초등학교의 경우, 많게는 재학생의 70%가 군인 가족인 학교들이 있습니다.

2022년이면 지역의 3개 사단 가운데 하나가 해체되는데, 학교가 남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낙종/강원교육청 장학사 : "급격하게 학생 수가 감소하리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와 더불어서 학교 체제도 급격하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농산물 판로도 문젭니다.

화천의 군납 물량은 한해 121억 원.

고정 거래처인 군 부대가 해체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배석원입니다.

["12월 2일 부로 부대 해체를 명 받았으며 부대 해체식을 끝으로 79포병 대대의 이름은 역사의 길에서 멈추게 되었지만."]

지난해 열린 인제의 79포병대대 해체식 장면입니다.

곧이어 양구의 2사단도 해체되는 등 부대 해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건 생존권 보장입니다.

군 부대 유휴지를 활용하고 군사 규제를 완화해 개발이 되도록 해 달라, 접경지역 지원을 법으로 규정해 달라는 것이 대표적인 요굽니다.

하지만, 정부는 군사 보안을 이유로 정확한 부대 이전 시기도, 규모도 알려주지 않고 있어, 자치단체나 주민들이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KBS 뉴스 엄기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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