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성화 봉송로마다 ‘삐삐’…도쿄올림픽 안전한가?

입력 2020.01.04 (21:40) 수정 2020.01.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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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20년인 올해 7월에는 일본에서 도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이른바 '부흥 올림픽'이라 부르며 후쿠시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에선 방사능 우려가 여전한데요.

도쿄 연결합니다.

황현택 특파원?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최근 성화 봉송로를 확정 발표했죠?

[리포트]

네, 말씀하신대로 대회 명칭은 '도쿄올림픽'이지만, 일본 정부는 의도적으로 후쿠시마를 배려한 모습입니다.

우선 성화봉은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이재민이 살던 가설 주택의 알루미늄 폐자재를 재활용했고요.

성화 봉송도 3월 26일부터 후쿠시마에서 시작됩니다.

처음 사흘 간, 260명이 후쿠시마 25개 마을, 49.7km를 누비게 되는데요.

저희가 그 경로를 미리 달려 봤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20여km 떨어진 축구시설, 'J-빌리지'입니다.

성화는 이곳에서 출발하는데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차장 곳곳에 오염된 흙을 뒤늦게 긁어낸 흔적이 선명합니다.

최근 이곳에서 시간당 71마이크로시버트의 고농도 방사선량이 측정된 겁니다.

일본 정부가 내건 오염 제거 기준의 무려 308배입니다.

그럼에도 J-빌리지에선 최근 어린이들이 대거 참가한 마라톤 대회까지 열렸습니다.

[마라톤 참가 어린이 : "(달려보니까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카즈에 스즈키/그린피스 일본 사무소 에너지담당 : "(측정 때도)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어서 어린이들이 매우 많았어요. 아이들은 땅에 주저앉거나 키도 작고, 지표면을 접하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성화 봉송로는 안전할까.

축구장을 나선 성화는 가장 먼저 인근 기차역을 찾습니다.

성화 봉송을 10여 일 앞두고 이곳, 'J-빌리지역'도 본격 개통돼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게 됩니다.

역사 건물 바로 앞, 수풀의 방사선량을 재 봤습니다.

시간당 1.48마이크로시버트, 기준치의 6배가 넘습니다.

이곳을 거친 성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원전 쪽으로 향합니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남쪽으로 8km 떨어진 오오쿠마 마을.

사고 8년 만인 지난해 4월, 일부 지역의 피난 지시가 해제됐습니다.

덕분에 1km 남짓 성화 봉송로에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잡목에 뒤덮인 채 버려진 집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 마을 주민은 100여 명, 사고 전 인구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오쿠마 주민 : "가설 주택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원래집은 '귀환 곤란 구역' 안에 있어서 여기로 왔어요."]

봉송로 옆 길가에선 이번에도 시간당 1.75마이크로시버트, 7배가 넘는 방사선량이 나왔습니다.

성화를 차량에 태워 사람이 살지 못하는 지역을 관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츠라오에서 다음 봉송지인 나미에까지는 '귀환곤란구역'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내부 상황은 어떨까?

국도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현재 측정된 방사선량은 시간당 3.2마이크로시버트입니다.

제가 뒤쪽에 폐가로 가서 직접 방사선량을 재보겠습니다.

갑자기 경고음을 내는 선량계.

시간당 12.8마이크로시버트 기준치의 무려 55배입니다.

지자체 측은 성화가 통제 구역은 지나지 않을 거라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후쿠시마현 관계자 : "귀환곤란구역이나 이른바 통행할 수 없는 도로를 이동할 일은 없습니다. 어디를 거쳐 다음 구간으로 갈지는 솔직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일본 정부는 성화 봉송에 맞춰 안전을 위해 걸어둔 빗장을 대거 풀 태세입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원전 인근 토미오카의 한 기차역.

3월 초순이면 이 역을 포함해 남북을 잇는 3개 역사에 대한 피난 지시가 동시에 해제됩니다.

[공사장 인부 : "전에도 역은 있었어요. (원전 사고 이후) 사용하지 못했던 거죠. 누구도 못 들어갔으니까요."]

후쿠시마를 관통하는 철도 역사에 대한 피난 지시 해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9년 만입니다.

그런데 역사 반대 편, 이미 피난 지시가 해제된 곳에선 방사선량이 시간당 2.39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습니다.

기준치의 10배가 넘습니다.

원전 사고 이후 9년째 고향인 이다테무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안자이 씨.

오염은 충분히 제거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안자이 도오루/후쿠시마 피난민 : "이다테무라에 사흘 정도 계속해서 가도 몸 상태가 안 좋아요. 지금도."]

후쿠시마를 앞세운 '부흥 올림픽'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안자이 도오루/후쿠시마 피난민 : "'기쁘다', '올림픽을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 말만 언론에 나오고 있죠. 올림픽을 치렀으니 원전 사고가 완전히 끝났다고, 그걸 강조하려는 거예요."]

미리 달려본 성화 봉송로, 희망과 재건의 구호가 난무하지만, 후쿠시마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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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이슈] 성화 봉송로마다 ‘삐삐’…도쿄올림픽 안전한가?
    • 입력 2020-01-04 21:52:11
    • 수정2020-01-04 22:30:40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2020년인 올해 7월에는 일본에서 도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이른바 '부흥 올림픽'이라 부르며 후쿠시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에선 방사능 우려가 여전한데요.

도쿄 연결합니다.

황현택 특파원?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최근 성화 봉송로를 확정 발표했죠?

[리포트]

네, 말씀하신대로 대회 명칭은 '도쿄올림픽'이지만, 일본 정부는 의도적으로 후쿠시마를 배려한 모습입니다.

우선 성화봉은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이재민이 살던 가설 주택의 알루미늄 폐자재를 재활용했고요.

성화 봉송도 3월 26일부터 후쿠시마에서 시작됩니다.

처음 사흘 간, 260명이 후쿠시마 25개 마을, 49.7km를 누비게 되는데요.

저희가 그 경로를 미리 달려 봤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20여km 떨어진 축구시설, 'J-빌리지'입니다.

성화는 이곳에서 출발하는데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차장 곳곳에 오염된 흙을 뒤늦게 긁어낸 흔적이 선명합니다.

최근 이곳에서 시간당 71마이크로시버트의 고농도 방사선량이 측정된 겁니다.

일본 정부가 내건 오염 제거 기준의 무려 308배입니다.

그럼에도 J-빌리지에선 최근 어린이들이 대거 참가한 마라톤 대회까지 열렸습니다.

[마라톤 참가 어린이 : "(달려보니까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카즈에 스즈키/그린피스 일본 사무소 에너지담당 : "(측정 때도)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어서 어린이들이 매우 많았어요. 아이들은 땅에 주저앉거나 키도 작고, 지표면을 접하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성화 봉송로는 안전할까.

축구장을 나선 성화는 가장 먼저 인근 기차역을 찾습니다.

성화 봉송을 10여 일 앞두고 이곳, 'J-빌리지역'도 본격 개통돼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게 됩니다.

역사 건물 바로 앞, 수풀의 방사선량을 재 봤습니다.

시간당 1.48마이크로시버트, 기준치의 6배가 넘습니다.

이곳을 거친 성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원전 쪽으로 향합니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남쪽으로 8km 떨어진 오오쿠마 마을.

사고 8년 만인 지난해 4월, 일부 지역의 피난 지시가 해제됐습니다.

덕분에 1km 남짓 성화 봉송로에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잡목에 뒤덮인 채 버려진 집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 마을 주민은 100여 명, 사고 전 인구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오쿠마 주민 : "가설 주택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원래집은 '귀환 곤란 구역' 안에 있어서 여기로 왔어요."]

봉송로 옆 길가에선 이번에도 시간당 1.75마이크로시버트, 7배가 넘는 방사선량이 나왔습니다.

성화를 차량에 태워 사람이 살지 못하는 지역을 관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츠라오에서 다음 봉송지인 나미에까지는 '귀환곤란구역'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내부 상황은 어떨까?

국도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현재 측정된 방사선량은 시간당 3.2마이크로시버트입니다.

제가 뒤쪽에 폐가로 가서 직접 방사선량을 재보겠습니다.

갑자기 경고음을 내는 선량계.

시간당 12.8마이크로시버트 기준치의 무려 55배입니다.

지자체 측은 성화가 통제 구역은 지나지 않을 거라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후쿠시마현 관계자 : "귀환곤란구역이나 이른바 통행할 수 없는 도로를 이동할 일은 없습니다. 어디를 거쳐 다음 구간으로 갈지는 솔직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일본 정부는 성화 봉송에 맞춰 안전을 위해 걸어둔 빗장을 대거 풀 태세입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원전 인근 토미오카의 한 기차역.

3월 초순이면 이 역을 포함해 남북을 잇는 3개 역사에 대한 피난 지시가 동시에 해제됩니다.

[공사장 인부 : "전에도 역은 있었어요. (원전 사고 이후) 사용하지 못했던 거죠. 누구도 못 들어갔으니까요."]

후쿠시마를 관통하는 철도 역사에 대한 피난 지시 해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9년 만입니다.

그런데 역사 반대 편, 이미 피난 지시가 해제된 곳에선 방사선량이 시간당 2.39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습니다.

기준치의 10배가 넘습니다.

원전 사고 이후 9년째 고향인 이다테무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안자이 씨.

오염은 충분히 제거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안자이 도오루/후쿠시마 피난민 : "이다테무라에 사흘 정도 계속해서 가도 몸 상태가 안 좋아요. 지금도."]

후쿠시마를 앞세운 '부흥 올림픽'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안자이 도오루/후쿠시마 피난민 : "'기쁘다', '올림픽을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 말만 언론에 나오고 있죠. 올림픽을 치렀으니 원전 사고가 완전히 끝났다고, 그걸 강조하려는 거예요."]

미리 달려본 성화 봉송로, 희망과 재건의 구호가 난무하지만, 후쿠시마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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