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양의 탈을 쓴 늑대’?

입력 2020.01.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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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한항공이 마일리지제도 '스카이패스'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소멸하기 시작한 마일리지를 이용자들이 버리지 않고 쓸 수 있도록 마일리지·현금 복합결제 등 보완책 도입을 요구하자 이 내용을 포함해 마일리지 적립·사용 기준을 모두 새롭게 바꿨습니다.

"보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마일리지를 적립·사용하고, 마일리지 복합 결제의 시범 운영으로 마일리지 사용 편의성이 높아집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개편안 머리글 中)

대한항공의 설명대로면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개편안이 나온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공동으로 공정위 신고와 피해구제 소송을 진행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대한항공 측에 구두로 "소비자의 불만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편의를 높인다는 개편안이 왜 소비자의 화를 불렀을까? 문제가 된 개편안을 들여다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로 도입하는 마일리지 복합결제를 제외하고 소비자에 유리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마일리지 공제표, 인기 지역·좌석만 올랐다

새 마일리지 사용기준은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북미 등 지역별로 적용하던 기준을 운항 거리별로 10개 구간으로 세분화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 결과 거리가 가까운 노선 보너스 항공권을 발급받는 데 필요한 마일리지가 줄었지만, 아시아를 벗어나면 대부분 필요한 마일리지는 늘었습니다.

예컨대 현재 인천 취항 노선 중 거리가 가장 먼 북미 동부지역은 이번 개편으로 일반석은 29%, 비즈니스는 44%, 퍼스트 좌석은 69% 공제 마일리지가 늘었습니다.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거리가 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발리는 일반석은 개편 전보다 37.5%, 비즈니스는 57%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하고, 일등석은 83% 인상돼 아예 2배에 가깝습니다.

특히, 등급이 높아질수록 인상률도 높은데 이번 개편의 초점이 노선별 거리보다 사실상 좌석 등급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와 퍼스트 좌석의 공제 비율을 대폭 높여서 기존보다 훨씬 많은 마일리지를 쓰도록 한 것입니다. 기존 공제표에서 비즈니스는 일반석의 1.5~1.8배, 퍼스트는 일반석보다 2.2~2.3배 많은 마일리지를 내면 발권할 수 있었는데, 개편 후에는 비즈니스와 퍼스트좌석 발권에 각각 2배, 3배 많은 마일리지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123개 노선(국외 공항 간 이원노선 2개 제외)에서 개편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봤습니다. 일반석은 운항 노선 중 48개(39%)에서만 필요한 마일리지가 늘어났는데, 비즈니스는 99개(80%), 퍼스트는 109개(89%) 노선에서 필요 마일리지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홈페이지 공지에서 "이번 변경을 통해 일반석 기준으로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노선 중 64개 노선의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12개 노선은 변경 없으며, 49개 노선이 인상된다"고만 알렸습니다.

개편 이후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하는데 드는 마일리지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산술 평균해보니 일반석이 2% 늘었는데, 비즈니스와 퍼스트는 각각 21%, 37%가 증가했습니다. 노선별 인상률도 크게 벌어져 일반석은 50% 이상 오른 노선이 인천-우루무치 1개뿐이었지만, 퍼스트는 50% 이상 오른 노선이 45개에 달했습니다.


비인기노선 '공제 마일리지 줄었다' 생색…보유 마일리지 가치 하락 불가피

마일리지 항공권은 장거리 노선과 비즈니스 이상 상위 클래스 좌석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거리, 일반석은 항공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할인판매를 하는 경우도 많아 마일리지를 쓰는 '가성비(가격대성능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항공권 가격을 통해 마일리지 항공권의 가치를 추정해봤습니다. 두 달 뒤인 오는 3월 6~13일 인천에서 뉴욕을 왕복하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일반석은 각각 1천299만 원, 537만 원, 109만 원(대한항공 홈페이지 최저가 기준)입니다. 항공권 가격을 같은 클래스 발권에 필요한 마일리지로 나눠보면 일등석은 1마일당 81.2원, 비즈니스는 43원, 일반석은 15.6원의 가치가 있는 셈입니다. 같은 기간 16만 원짜리 칭다오 일반석 왕복 티켓을 마일리지로 발권하면 1마일당 가치는 5.4원으로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장거리일수록, 상위 클래스일수록 마일리지 좌석을 구하기는 힘든 편입니다. 반면, 단거리 일반석은 개편으로 필요한 마일리지가 일부 줄더라도 여전히 가성비가 좋지 않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회원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하면서 누리는 경제적 편익을 평준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일리지 사용량이 줄어드는 경우보다 느는 경우가 현저히 많아 개편 결과 소비자보다는 대한항공이 더 많은 이득을 볼 것 같습니다.

사용조건을 악화시키는 내용의 개편안은 특히 기존 회원과 그들이 보유한 마일리지의 가치를 낮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기존 마일리지 사용조건을 염두에 두고 계속 대한항공을 탑승하거나 제휴 신용카드를 써서 마일리지를 쌓았는데, 갑자기 사용조건을 불리하게 바꾸면 적립한 마일리지의 자산 가치가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목이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약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공정위는 지난 2003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하면서 기존 회원의 마일리지에 소급 적용한 것이 약관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대한항공이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3개월의 고지기간과 6개월의 유예기간만 두기로 해 기존 회원에게 너무 짧은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년 3월까지 약 13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다음 4월부터 시행하기로 해 공정위가 제재에 나설지는 미지수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먼저 대한항공 측에 소비자 입장을 헤아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이전 심결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년 3월까지 마일리지 좌석 구하기 '전쟁'

대한항공의 '선전포고'를 받은 회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한항공이 예고한 시행일은 2021년 4월 1일. 그 전에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해야 기존 조건대로 마일리지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조회해봤더니 이번 개편의 직격탄을 맞은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덴파사르)는 올해 연말까지 전체 출발편 가운데 비즈니스 보너스 좌석이 남아있는 날짜가 열흘 남짓입니다. 뉴욕, 파리 등 장거리 주요노선도 긴 연휴나 휴가철에는 상위등급 좌석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예약수요가 밀려들자 대한항공은 어제(6일) 보너스 항공권을 예매할 때 좌석을 미리 점유해둘 수 있는 '나중에 구매하기' 기능을 다음 달 6일부터 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원들이 다급하게 여러 일정을 점유하면서 오는 혼란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쓰려는 사람은 많고, 실제 티켓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1년여밖에 남지 않아 소비자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이 재무제표에 쌓아둔 마일리지는 2조 3,111억 원에 달합니다. 재무제표에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 이연수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2003년 이후 마일리지 제도에 크게 손을 댄 적이 없어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 개편이 임박했다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공정위의 복합결제 요구가 개선보다는 개악(改惡)에 가까운 개편안을 발표할 좋은 구실이 되기도 했습니다.

2003년 공정위가 법적 조치인 시정명령을 내렸을 때도 항공사들이 줄곧 버텼던 것을 생각하면 최근 공정위의 소비자 불만을 고려하라는 요청은 무시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마일리지 제도의 본래 취지가 충성고객의 확보라는 것을 생각하면 기존 고객을 털어내는 식의 개편이 대한항공과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 결정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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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7 17:17:09
    취재K
지난달 대한항공이 마일리지제도 '스카이패스'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소멸하기 시작한 마일리지를 이용자들이 버리지 않고 쓸 수 있도록 마일리지·현금 복합결제 등 보완책 도입을 요구하자 이 내용을 포함해 마일리지 적립·사용 기준을 모두 새롭게 바꿨습니다.

"보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마일리지를 적립·사용하고, 마일리지 복합 결제의 시범 운영으로 마일리지 사용 편의성이 높아집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개편안 머리글 中)

대한항공의 설명대로면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개편안이 나온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공동으로 공정위 신고와 피해구제 소송을 진행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대한항공 측에 구두로 "소비자의 불만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편의를 높인다는 개편안이 왜 소비자의 화를 불렀을까? 문제가 된 개편안을 들여다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로 도입하는 마일리지 복합결제를 제외하고 소비자에 유리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마일리지 공제표, 인기 지역·좌석만 올랐다

새 마일리지 사용기준은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북미 등 지역별로 적용하던 기준을 운항 거리별로 10개 구간으로 세분화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 결과 거리가 가까운 노선 보너스 항공권을 발급받는 데 필요한 마일리지가 줄었지만, 아시아를 벗어나면 대부분 필요한 마일리지는 늘었습니다.

예컨대 현재 인천 취항 노선 중 거리가 가장 먼 북미 동부지역은 이번 개편으로 일반석은 29%, 비즈니스는 44%, 퍼스트 좌석은 69% 공제 마일리지가 늘었습니다.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거리가 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발리는 일반석은 개편 전보다 37.5%, 비즈니스는 57%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하고, 일등석은 83% 인상돼 아예 2배에 가깝습니다.

특히, 등급이 높아질수록 인상률도 높은데 이번 개편의 초점이 노선별 거리보다 사실상 좌석 등급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와 퍼스트 좌석의 공제 비율을 대폭 높여서 기존보다 훨씬 많은 마일리지를 쓰도록 한 것입니다. 기존 공제표에서 비즈니스는 일반석의 1.5~1.8배, 퍼스트는 일반석보다 2.2~2.3배 많은 마일리지를 내면 발권할 수 있었는데, 개편 후에는 비즈니스와 퍼스트좌석 발권에 각각 2배, 3배 많은 마일리지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123개 노선(국외 공항 간 이원노선 2개 제외)에서 개편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봤습니다. 일반석은 운항 노선 중 48개(39%)에서만 필요한 마일리지가 늘어났는데, 비즈니스는 99개(80%), 퍼스트는 109개(89%) 노선에서 필요 마일리지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홈페이지 공지에서 "이번 변경을 통해 일반석 기준으로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노선 중 64개 노선의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12개 노선은 변경 없으며, 49개 노선이 인상된다"고만 알렸습니다.

개편 이후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하는데 드는 마일리지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산술 평균해보니 일반석이 2% 늘었는데, 비즈니스와 퍼스트는 각각 21%, 37%가 증가했습니다. 노선별 인상률도 크게 벌어져 일반석은 50% 이상 오른 노선이 인천-우루무치 1개뿐이었지만, 퍼스트는 50% 이상 오른 노선이 45개에 달했습니다.


비인기노선 '공제 마일리지 줄었다' 생색…보유 마일리지 가치 하락 불가피

마일리지 항공권은 장거리 노선과 비즈니스 이상 상위 클래스 좌석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거리, 일반석은 항공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할인판매를 하는 경우도 많아 마일리지를 쓰는 '가성비(가격대성능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항공권 가격을 통해 마일리지 항공권의 가치를 추정해봤습니다. 두 달 뒤인 오는 3월 6~13일 인천에서 뉴욕을 왕복하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일반석은 각각 1천299만 원, 537만 원, 109만 원(대한항공 홈페이지 최저가 기준)입니다. 항공권 가격을 같은 클래스 발권에 필요한 마일리지로 나눠보면 일등석은 1마일당 81.2원, 비즈니스는 43원, 일반석은 15.6원의 가치가 있는 셈입니다. 같은 기간 16만 원짜리 칭다오 일반석 왕복 티켓을 마일리지로 발권하면 1마일당 가치는 5.4원으로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장거리일수록, 상위 클래스일수록 마일리지 좌석을 구하기는 힘든 편입니다. 반면, 단거리 일반석은 개편으로 필요한 마일리지가 일부 줄더라도 여전히 가성비가 좋지 않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회원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하면서 누리는 경제적 편익을 평준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일리지 사용량이 줄어드는 경우보다 느는 경우가 현저히 많아 개편 결과 소비자보다는 대한항공이 더 많은 이득을 볼 것 같습니다.

사용조건을 악화시키는 내용의 개편안은 특히 기존 회원과 그들이 보유한 마일리지의 가치를 낮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기존 마일리지 사용조건을 염두에 두고 계속 대한항공을 탑승하거나 제휴 신용카드를 써서 마일리지를 쌓았는데, 갑자기 사용조건을 불리하게 바꾸면 적립한 마일리지의 자산 가치가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목이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약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공정위는 지난 2003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하면서 기존 회원의 마일리지에 소급 적용한 것이 약관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대한항공이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3개월의 고지기간과 6개월의 유예기간만 두기로 해 기존 회원에게 너무 짧은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년 3월까지 약 13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다음 4월부터 시행하기로 해 공정위가 제재에 나설지는 미지수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먼저 대한항공 측에 소비자 입장을 헤아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이전 심결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년 3월까지 마일리지 좌석 구하기 '전쟁'

대한항공의 '선전포고'를 받은 회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한항공이 예고한 시행일은 2021년 4월 1일. 그 전에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해야 기존 조건대로 마일리지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조회해봤더니 이번 개편의 직격탄을 맞은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덴파사르)는 올해 연말까지 전체 출발편 가운데 비즈니스 보너스 좌석이 남아있는 날짜가 열흘 남짓입니다. 뉴욕, 파리 등 장거리 주요노선도 긴 연휴나 휴가철에는 상위등급 좌석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예약수요가 밀려들자 대한항공은 어제(6일) 보너스 항공권을 예매할 때 좌석을 미리 점유해둘 수 있는 '나중에 구매하기' 기능을 다음 달 6일부터 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원들이 다급하게 여러 일정을 점유하면서 오는 혼란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쓰려는 사람은 많고, 실제 티켓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1년여밖에 남지 않아 소비자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이 재무제표에 쌓아둔 마일리지는 2조 3,111억 원에 달합니다. 재무제표에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 이연수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2003년 이후 마일리지 제도에 크게 손을 댄 적이 없어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 개편이 임박했다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공정위의 복합결제 요구가 개선보다는 개악(改惡)에 가까운 개편안을 발표할 좋은 구실이 되기도 했습니다.

2003년 공정위가 법적 조치인 시정명령을 내렸을 때도 항공사들이 줄곧 버텼던 것을 생각하면 최근 공정위의 소비자 불만을 고려하라는 요청은 무시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마일리지 제도의 본래 취지가 충성고객의 확보라는 것을 생각하면 기존 고객을 털어내는 식의 개편이 대한항공과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 결정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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