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영상] ‘불출마 선언’ 원혜영·김세연 더블 인터뷰…21대 국회는?

입력 2020.01.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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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뉴스9] ‘선진화법 주역’ 원혜영·김세연이 말하는 정치혁신

[진행]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KBS 기자 신지혜입니다. 21대 총선 이제 넉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20대 국회 몇 점 주시겠습니까. 21대 국회는 지난 4년보다는 좀 나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분들 많을 텐데요. 오늘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두 분을 모시고 지난 4년 어땠는지, 앞으로의 우리 정치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그리고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이 자리 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진행] 두 분께서 한자리에 앉으신 건 국회 밖에서는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어떠세요?

[원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연) 의원님 하고 저는 당이 다른데, 일을 같이한 경우는 어떤 같은 당 의원 못지않게 많습니다. 국회 선진화법 만드는 일도 함께했고요. '웰다잉(Well-dying·존엄사)' 연명 의료법 같이 했고…. 여러 가지 일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김세연(자유한국당 의원)] 국회의 운영 제도 개선, 즉 소위원회 중심주의 도입을 비롯해 현재 전투 현장 같은 국회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원 의원님이 고민을 또 하고 계셨어서.

[진행] 고민의 길에 항상 원혜영 의원님이 계셨다….

[김세연] 예, 저는 그랬습니다.

[진행] 방금 전투 현장이란 말씀 하셨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20대 국회,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원혜영] 김 의원님하고 저를 비롯한 선진화법에 앞장선 의원들의 자부심이, 그래도 몸싸움하는 국회, '동물국회'는 면하지 않았느냐는 게 자부심이었는데. 그 대신 "아무것도 못 하는 식물국회 아니냐"는 비난이 상당히 당혹스러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몸싸움 국회로 돌아가고, 성과를 내는 일하는 국회는 구현되지 않고.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다만 '궁즉통'이라고, 이렇게까지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태로 가면 이 상태가 지속될 수 없지 않으냐.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저는 20대 국회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 21대 국회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 궁즉통의 원리가 구현되는 창조적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타협과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적었던 것 같은데, 과거 정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왜 유달리 지난 4년이 더 그랬을까요?

[원혜영] 뭐니 뭐니 해도 헌정사 최초의 탄핵이라는 사태를, 물론 그 전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16대 국회의 탄핵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탄핵 결정이 이루어져서 대통령이 물러난 일은 초유의 일 아닙니까? 상처가, 부담이 너무 커서, 그것을 극복하는 지혜를 우리 여야가 발휘하는 데 실패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진행]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게 극한 대립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님께서는 어떠세요? 특히 안에서 많이 보셨잖아요, 야당의 상황을.

[김세연] 탄핵으로 인한 극적인 정치분열, 사실 이것이 국민통합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 있었는데 기회가 살려지지 못하고 더 극심한 분열로 이어진 것은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고요. 기저에 깔린 근본적인 또 하나의 원인은 현재 여야 각각 주류의 권력에 대한 탐욕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정치는 권력의지 없이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없겠지만, 헤게모니 쟁취를 위해 동료들을 정치적으로 학살하는, 억압하는 행태가 극심해졌기 때문에 더는 지속이 안 되는 시점까지 왔습니다. 각각의 정치세력의 정당성이나 지속가능성도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의 지속가능성이 극히 훼손되는 상황까지 이르면서 국가공동체가 이대로는 존속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새로운 질서라는 표현을 원 의원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구질서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질서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 정말 국가적 위기가 예정돼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두 분 국회선진화법 통과까지 정말 노력 많이 하셨고 18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됐잖아요. 그런데 이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을 어떻게 보셨는지 여쭙고 싶었습니다. 원 의원님 어떻게 보셨어요?

[원혜영] 현재 선거제도 개혁, 검찰 개혁 관련된 것은 패스트트랙 요건을 갖춰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야당이 어쨌든 아주 불만족스럽고 못 받아들이겠지만 선진화법에 따른 절차이기 때문에 물리력은 행사를 안 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감행된 거죠. 이번에 재현되는 거 보고,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서 탱자가 된다'는 얘기처럼 '왜 우리 정치에서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뿌리내리는 게 힘들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니까. 정말 21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국회 운영, 그래서 일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성과 내는 국회를 만드는 게 과제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행] 21대 국회가 정말로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정말 바꿔야 할 것이나, 필요한 제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세연] 솔직히 각 정당이나 국회 운영을 지켜본 입장에서, 지금대로 연속성을 가지고 공천과 선거가 치러진다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달라진 시민 의식과 급변하는 환경, 기술 혁명으로 촉발된 사회 경제적 구조변화가 아주 격렬하게 일어나는 시기인데 정치인들의 인식수준은 70년대 80년대에 머물러있습니다. 저는 본질적으로 21대 국회가 아직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징후는 관찰하지 못하겠고….
선진화법 무력화되는 현장을 지켜보며 정말 참담한 심경이었습니다만 그런데도 제도만 보자면 소위원회 중심주의로의 이행, 즉 지금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아주 넓은 범위의 부처 소관 업무를 동시에 다루고 법안심사소위와 예결 소위에서 법안과 예산을 각각 다루고…. 물론 일부 상임위는 소위가 세분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후반기 들어 시작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작고 내실화된, 법안과 예산을 동시에 다루는 분야별 소위 중심으로 국회가 운영된다면 다른 모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당이나 공천의 변화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원혜영] 국회가 말 그대로 '나라 국(國)'자, '회의 회(會)'자거든요. 회의하라고 국민이 뽑아줬어요. 그리고 국회법에 국회 개시 1주일 이내에 첫 회의를 소집한다, 명문화돼있는데 두 달 석 달 끕니다. 제가 18대 국회 야당 원내대표로 88일을 끌었어요. 정말 부끄러운 입니다. 우리 정치문화가, 명확한 법 규정까지 어겨가면서 회의를 열고 안 여는 걸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요.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 모습 보이는 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법에 정해진 회의 규정만 지켜도 열려있는 국회를 보고, 토론하고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거기에 더 심화시켜서, 상임위원회가 백화점입니다. 몇 개 부처를 놓고 '주마간산'식으로 이것저것 건드리는데 그래서는 심도있는 국정 평가나 대안 모색이 어렵습니다. 분야별로 나눠서 소위원회를 상설화하면 국민은 항상 일하는 국회를 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걸 봐야, 잘하는지 못하는 지 알 거 아니에요. 국회 회의 자체를 안 하고 앉아있는데 물갈이하자고 해서 눈 감고 쓸어내듯이 하는 것은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진행] 물갈이 말씀하셔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물갈이 많이 하는 게 좋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당은 최종적으로 의원 절반을 바꾸겠다고 합니다. 이런 물갈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김세연] 우리가 계량평가의 객관성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0% 물갈이한다고 해도, 정말 자기 소신으로 입 바른말 하는 사람들 50% 잘라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지도부 맹종하는 사람들만 50% 남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계량지표에 지나치게 매몰돼서 바라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법안 발의 건수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니까, 조금 심하게 말하면 미친 듯이 법안을 써냅니다. 그러니까 이게 16대 국회 대비 17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가 80% 늘었는데, 20대 국회까지 80%의 (증가율이) 계속되니까 법안 가결 건수나 가결 비율이 낮다, 발의 건수에 비해 일을 안 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계량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많은 법안을 처리하면 과연 나라가 그만큼 더 좋아지는 건지 근본 성찰이 필요하고요.

마찬가지로 공천 교체비율이 높아지는 게 정말 선인지, 물론 현역 의원들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좋지 않다면 바꿔야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역이나 선수나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당한 기준인지…. 가령 미국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같은 분에 그런 물갈이 기준을 적용했다면, 저런 훌륭한 의회 지도자가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우뚝 설 수 있었는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단순히 선수나 비율로 끼워 맞추기 식 물갈이를 하는 건 무의미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세연] 어떻게 말하면, 정치기술자들의 국민을 오도하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 혁신을 하지 않는데 혁신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렇게 해석을.

[김세연] 좋은 의도로 집행하면 정말 좋은 의도가 나올 수 있지만, 양적 지표를 충족시켰다고 질적 성과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혜영] 우리 선거 역사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역대 선거가 물갈이를 그것도 대폭 세게 안 한 적이 없습니다. 17대 국회? 60% 물갈이됐고 평균 50% 안팎입니다. 정치가 그만큼 좋아졌습니까?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물갈이라는 말부터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봐요. 이게 물 아닙니까? (유리컵 들며) 여기에 물고기가 있죠? 지금은 국회의원을 바꾸자는 게 물갈이인데 이 물을 가는 게 물갈이죠. 고인 물, 썩은 물을 바꿔야 물고기가 싱싱하게 생명력 지니고 살 거 아닙니까. 우리는 썩은 물은 안 바꾸고 물고기 바꾸자. 어디는 (물갈이) 30% 하니까 우리는 50% 한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아주 우습습니다.

국회환경이 '물'이죠. 물을 가는 것. 그러니까 소위원회 제도를 전면 활성화하고. 말씀드린 대로 헌법과 법에 규정한 국회의원 의무는 회의 출석 의무입니다. 맘에 안 든다고, 우리한테 좀 더 유리한 거 얻어내려고 회의 열게 되어있는데 안 여는 것. 그리고 법률심사도 워낙 밀리니까 한 달에 두 차례 법안심사 개최하도록 여야가 합의해서 국회법에 넣었어요. 그것도 안 지킵니다. 어떤 때는 여야 정쟁이 있다 보니까 전면 보이콧 해서 안 하고,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그런 일이 없는데도 바쁘다고 안 하고.

국회의원이 법률 심사하고 제정하라고 뽑아줬는데 뭐가 바빠서 법에 정해진 회의 개최 의무조차 안 지킵니까? 아주 단순하게 보면 일하는 국회는 법에 정한 회의 규정만 준수해도 국민은 열린 국회 보고 열심히 토론하고 그야말로 말로 싸우는 의원과 정당들 모습 보고 어디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물갈이의 기본 의미와 과제를 잘 설정하는 게 정치 혁신의 근본이다. 지금처럼 대중영합적으로 몇십 프로 한다고 경쟁하는데, 역대 선거 50% 안팎씩 물갈이했지만, 뭐가 달라졌느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김세연] 그 토양은 왜 망가졌느냐. 언론에서 싸우는 모습을 방송으로 지면으로 보여주면 시청률이나 열독률이 올라가는데, 정책 생산에 관련된 실무적 내용이 나가면 확 떨어진다. 언론 메커니즘으로 볼 때는 많은 분이 관심 가질 소재를 다뤄야 하니까 생산적 모습보다 갈등을 비춰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언론에 많이 나야 자신의 의정활동이 알려지는 상황에서 의원들은 일하는 것보다 싸우는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어 하고 인센티브가 그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거죠.

일반 시민이 누가 어떤 정책을 고민하고 입안하는지 잘 아셔야 하는데 시민 관심이 부족하신 이유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정치교육, 전교조가 하는 계기 수업이나 이념 편향적 정치 수업이 아니라…. 독일의 경우 '보이텔스바흐 3원칙(강제성 금지·논쟁성 유지·정치적 행위능력 강화)에 따른, 정치 편향성이 제거된 민주 시민으로 당연히 갖추어야 할 소양 교육을 어린 학생 때부터 받아 사회에 나오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감시자 관찰자 역할을 시민들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문화의 변화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민 정치교육이 시작되고 나서, 학교 교육도 필요하지만, 가정교육도 필요합니다. 부모 교육·학교 교육 시작 30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민주 공화정이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요. 지금의 이런 오염된 정신상태를 가진 집단들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기존의 구습에 익숙한 분들이 계속 있는 한 토양의 토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김세연] 기존 토양을 못 쓰는 상황이 온 거죠

[원혜영] 어쨌든 황폐해진 오염된 물에서 좋은 열매가 맺고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21대 국회에 들어오려고 하는 분들, 또 기존에 열심히 하고 다시 재입성하실 분들에게 공부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 입시공부 얼마나 열심히 합니까? 취직공부 얼마나 열심히 합니까? 내 개인의 발전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감히 내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체, 우리 국민의 삶을 좋게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자기가 맡은 과제에 대해 공부를 안 한다면 얼마나 국민이 불안하고 걱정하시겠습니까? 국회에서 보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분은 자기가 잘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극히 일부지만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이야말로 내가 감당하기 힘든, 중요한 과제를 맡고 있으니까 머리가 좋든 나쁘든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는 꼭 필요하지 않은가….

[김세연] 자기 내면에서 작동하는 가장 근본적 동기가 출세욕이나 과시욕에 의한 사람들은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국회의원 자체가 그 목적인 사람들?

[김세연] 국회의원을 헌법기관으로 직무수행을 위해 여러 가지 권한이나 의전을 갖추어 예우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가혹하게, 소위 특권을 더 축소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장관급 예우를 행정부처 국장급 예우로 떨어뜨려서라도 무언가 남 앞에서 과시하고 싶은 욕망에 이끌려서 출세욕과 과시욕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은 공직에 나오지 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공천과정에서 정말 근절돼야 한다고 보는 과거 구습이 있을까요?

[김세연] 공천 당시 당 지도부 앞에 줄서기. 거기에 잘 보이기 위해서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이게 다시 반복될 가능성도 보고 있습니다. 정치참여, 일반 시민의 더 광범위하고 깊은 정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치 수준이 지금에서 크게 못 벗어날 거로 생각합니다.

차라리 임기를 줄여서. 임기가 길어지면 권력이 유권자한테 많이 갑니다. 임기가 4년이 아니라 6년, 8년이 되면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기간이 길어지기에 (정치인에게) 권력이 많이 간다 볼 수 있겠죠. 반면 4년 임기가 3년, 2년으로 준다면 짧은 임기 내에 평가할 수 있어서 유권자에게 권력이 더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직자 임기 줄이는 건 타당할지 몰라도 물갈이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국회에서 회의 참석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자기 지역구가 불안하면 회의는 출석 도장만 찍고 지역구 갑니다. 아까 원혜영 의원님 말씀처럼요.

[진행] 국회는 들러리이고, 계속 지역에?

[김세연] 이 부분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되, 시민의 살아있는 감시의 눈길을 소홀히 하지 않는 다른 개선안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혜영] 근데 전 국회 임기를 줄이자는 건 다른 동료 의원과 마찬가지로 영 좋지 않은….

[진행] 어떤 면에서요?

[원혜영] 아무래도 길면 좋죠. (웃음) 좀 줄인다고 해도 2년은 너무 심한 거 같고, 3년으로 줄입시다. (웃음)

[진행] 의원님은 민주당에서 국회의원 공천만 5번 거치셨죠?

[원혜영] 선거는 9번 나와서 2번 떨어지고 7번 됐으니까, 9번 받은 셈이죠.

[진행] 1988년 처음 나오셨을 때부터 시작해서요?

[원혜영] 그때 한겨레민주당으로 나와서 보기 좋게 떨어졌죠

[진행] 6등으로?

[원혜영] 5등입니다. 민정당, 통일민주당 평민당 신민주공화당 그다음에 죽은 제정구 의원님하고 유인태 의원, 우리 막내가 김부겸 의원, 이렇게 새로운 정치 하자고 나섰던 한겨레민주당…. 이렇게 서열이 정해졌어요. 전부 5등으로 떨어졌어요. 그때가 14대고, 그 뒤 15대 때는 국민회의가 만들어지는 바람에 야권분열에 반대하고 노무현 의원과 남았다가 또 보기 좋게 떨어졌죠.

[진행] 새롭게 추가돼야 할 공천 평가 기준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인기도 말고, 후보의 어떤 면을 봤으면 좋겠다.

[원혜영] 정책 역량, 능력과 자세 두 가지인데요. 우리 사회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혁신만이 살길이다. 어제 대통령도 혁신이란 말을 10번 이상 강조하셨는데 그만큼 절실합니다. 혁신의 핵심은 제대로 된 평가입니다. 평가가 제대로 안 되니까, 형식적·의례적으로 하다 보니까 다른 기준이 더 우월적으로 작용하는 거죠. 이거는 꼭 정치인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서 수준 높고 심화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이게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진행] 이런 시스템 구축, 단기간에 특히 야당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세연] 아무리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도 공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자기한테 충성하는 사람들을 뽑게 되면 망가진 상태로 계속 가는 거고요. 공동체 위해 봉사할 자세와 역량 갖춘 사람들을 선정하게 되면 좋은 공천이 될 겁니다. 사실 방법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떤 관점으로 어떤 자세로 공천에 임하느냐가 더 중요한 거 같아서 그 부분이 제일 결과를 좌우하는 큰 변수가 될 거 같습니다.

[진행] 후배들에게 자리 물려주겠다고 하셨는데, 청년정치가 활성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단순히 젊은 후보 공천만으로 되는 건지요?

[원혜영] 거기에 선행돼야 하는 게 시민교육을 학교에서 청소년기부터 제대로 하는 겁니다. 그야말로 모든 건 다 훈련과 학습을 통해 이뤄지는 거 아닙니까? 하물며 인간과 인간의 갈등이나 여러 이해관계를 풀도록 만들어진 게 정치인데. 그런 점에서 젊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훈련되고 그 과정에서 공익적 관점이 정립되고 리더십도 평가받은 그러한 젊은 정치 지도자들이 나오도록 우리 교육과 문화를 바꿔야 하고. 정치세력 간의 경쟁이니까, 정당들도 그런 것에 대한 잘 정립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청년을) 육성하고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행] 두 분 의원님께서는 30대에 정치 시작하시지 않았나요?

[원혜영] 제가 한겨레민주당으로 38살에 출마해서 보기 좋게 떨어졌죠.

[김세연] 전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에 했죠.

[원혜영] 그땐 된 거죠? 부럽습니다.

[김세연] 제가 잘해서 된 건 아닙니다.

[진행] 물론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정치가 젊어지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세연] 앞에 주신 질문에 맞닿아 있습니다만 공천 과정이 이렇게 돼서는 젊은 세대 공천에 진입하더라도 공천 경쟁에 생존하기 위해 타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자기 소신 끝까지 지키고 있다면 공천권자한테 고개를 숙이고 거기에 타협하지 않으면 공천 못 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은 아직 젊은 인재들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독일 연립 여당인 기민당·기사당에는 영어로 영 유니언(Young Union)이라는 공동 청년 정당, 청년위원회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윗세대 선배들한테 거침없는 쓴소리를 마다치 않으면서 기민당 기사당의 인재 양성 및 수혈 통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독자성과 자생력을 가진 실체가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원혜영 의원님 말씀대로 미리 사전에 준비가 돼야 합니다. 그런 준비를 할 수 있는 인프라부터 까는 것이 우선해야 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진행] 그런 교육의 틀을 만드는 것도 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겠네요. 정치혁신을 위해서는

[김세연] 지금은 권력 독점이 당위로 되어있기에 누구든 권력을 쥐면 내 동료 중에서도 나와 의견 달리하면 적으로 치부하고 학살합니다. 이 그릇된 인식부터 뿌리 뽑기 위해서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협상론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해관계나 관점이 다른 경우, 내가 100%를 취할 수 없는 경우에 상호 동등한 시민 자격으로 협상해서 서로의 다른 이해를 좁혀가는, 그래서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해야 합니다. 지금 가령 의원내각제 한다 한들, 이 정도 두께의 연정 협약서를 한두 달에 거쳐 여러 정당이 사인하더라도 국회법 법률 사항도 지키지 않는데 이런 협약사항을 과연 지킬 것인가? 그래서 저는 세대의 과감한 단절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솔직히 제가 40대지만, 40대도 이제 '꼰대' 취급 받고 있거든요. 물론 50대 이상이어도 전혀 안 그러신 분이 있고 연령으로 획일화할 게 아니지만,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관점을 가진 세대가 정치 주류로 나와야 우리가 바뀐 정치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진행] 이번 21대 총선이 확실히 세대교체 요구가 큰 것 같아요. 제가 맞게 보고 있는 건가요?

[원혜영] 제 경험으로는 항상 있었던 거 같아요. 근데, 선거라는 계기를 우리 국민처럼 정말 아주 지독하게 잘 활용하는 국민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을 보면요. 박정희 정권 유신 독재가 무너지는 계기를 부마항쟁과 그 뒤에 대통령에 대한 저격으로 이어지는 거로 알려졌지만, 결정적 계기, 심지어 권력 내부 핵심 측근들까지 '민심이 돌아섰구나'라고 느낀 게 1978년 말 제10대 선거입니다. 동반당선제라는, 아주 억지로 유신독재를 유지하게 설계된 선거 하에서도 국민은 야당에 1% 가까운 추가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게 민심의 향배를 보여주고,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권력 측근 인사들이 내부에서 이제 그런 일(10·26사건)을 벌인 거거든요.

또 1987년 6월 항쟁이 민주화의 큰 물결을 열었죠. 벌써 30년 됐습니다만, 그 결정적 계기는 2년 전에 있었던 85년도 2·12 총선입니다. '이민우 돌풍'으로 알려져있는, (신민당 이민우 총재) 유세장에 10만 관중이 운집하고, (민정당) 2중대였던 많은 정치인이 '그래도 제1야당이니까 유리하겠지'라며 줄 섰던 분들은 거의 다 떨어지고. 새롭게 신민당으로 등장한 사람들이 엄청난 세대교체를 했죠.

국민 스스로 '우리가 힘이 있구나, 우리가 분명히 민주화를 원하는구나'라고 확인했고 그것이 6월 시민항쟁으로 나온 것입니다. 19대 총선 다 예측 불허했지 않습니까? 20대 국회도 그렇고.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 잘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민이 무섭습니다.

[김세연] 저는 기존 정당 매커니즘이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고 오히려 각 당내 헤게모니가 훨씬 강화돼 있기 때문에, 지금대로 공천이 이뤄지면 청년들 일부가 들러리로 세워질진 몰라도 본질적으로 세대교체가 될 거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더 근본적 지각변동이 필요한데 그럴 에너지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각 당의 헤게모니가 너무나 강력합니다. 구조를 바꿀 정도의 힘이 축적이 되어있지 않고 21대 총선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많은 기대 하기 어렵다고 보지만 남은 4개월 동안 큰 변화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니까 기대를 하고 보겠지만, 현재로는 쉽지 않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시민의 자각, 주권자인 이 나라 주인으로서 시민이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 않은 한 나라는 점점 망가져 갈 거로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깨어난 눈으로 정치를 바라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진행] 의원님 '궁즉통' 말씀하셨는데 결국 '통'의 길을 보여주는 게 유권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원혜영] 그렇죠. 그리고 국회 개혁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 의원들한테 아직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18대 국회가 개혁국회로 역사적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건 반성과 고민 끝에 정말 이제는 몸싸움하지 않고 대화 타협으로 국회 운영하는 원리를 국회 제도에 전면 도입하자…. 이게 선진화법 아니겠어요? 총선까지 다 끝난 이후에 여야 합의로 처리됐거든요.

사람들도 뭔가 자기 삶을 마무리할 때는 좀 착해진다고. 우리 20대 국회도 반성의 토대 위에서 정말 21대 국회는 몸싸움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그리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안 하는 식물국회가 아니라 일을 해서 성과를 내고, 일하는 국회 만들기 위해서 반성만 한다면 합의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진행] 정말 오랜만에 선거 안 하시는 거잖아요. 유권자 입장에서 선거 맞이하시는 입장 어떠세요?

[원혜영] 설날 시장을 다녀야 하는데 벌써 게을러지더라고요. 최소한도만 다닐까 하다가 마지막 인사니까 다닐 데 다 다니자고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만 역시 선거도 싸움이니까요. 싸우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구경하는 사람은 재밌는 게 선거거든요. 구경하는 사람입장에서 여유 있게 또 여기저기 쫓아도 다니고 그렇게 선거를 겪어볼 생각입니다.

[진행] 의원님은 잘 마무리하시는 단계니까 마음도 편하겠지만, 김 의원님은 상황이 좀 달라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들 것 같아요. 21대 총선 기다리시는 마음, 요즘 좀 어떠세요?

[김세연]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은 3선 제한 있지 않습니까? 10년을 같은 일을, 중단 없이 하는 경우에, 이제 원혜영 의원님 앞에서 이런 말씀 드릴 계제가 아닌 거 알고 있습니다만(웃음)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10년을 넘어서 12년을 채우니까 사실 소진이 많이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시민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충전하는 점에서는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게 있지만, 정치상황이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되는, 나라는 더 위기에 빠져드는 상황이라서 마음이 무거운 생각이 많이 들고. 아무튼, 21대 총선이 지금 예상과는 달리 아주 훌륭한 결과가 나와서 다시 우리나라가 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진행] 직업으로써 정치와 생활 속에서의 정치가 있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계획이 어떤지, 정치와의 끈을 계속 이어가실 것인지 아예 단절하고 개인의 삶으로 들어가실 건지 궁금합니다.

[김세연] 제가 앞에 잠깐 한 말씀 드리면요. 원혜영 의원님 거의 처음 뵈었을 때 책을 한 권 주신 게, '생활정치'라는 책을…. 이전에 활동하시던 내용을 자료집 형태로 묶은 것을 저한테 주셔서 아주 감명 깊게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진행] 18대 등원 때요?

[김세연] 예. 18대 때.

[진행]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눈에 띄었나요. 김세연 의원님이?

[원혜영] 우리가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습니까. 연명 치료 수십만 명에 기간도 길어집니다. 근데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도 그렇지만, 인공호흡기를 떼면 병원이 처벌받아요. 또 병원은 말기 환자 치료를 통해서 굉장히 수입이 증대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 법을 고쳐야 하는데 안 되고 있다는 하소연을 들었는데 어떻게 해볼까 했더니 이미 김세연 의원님이 입법활동 꾸준히 하는데 아직 성과를 못 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 선배 의원이 계시네
' 해서 같이 하자고 제안하고.

[김세연] 아이, 아닙니다.

[원혜영] 하다 보니까 선진화법도 '꿍짝'이 잘 맞고…. 여러 가지 정치 개혁, 사회 개혁에 대해 정말 호흡이 잘 맞고 관심의 방향이나 이런 것도 같고. 정말 같은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김 의원님은 치열한 정치적 실천 과정으로 불출마 결단을 하신 거고, 앞으로 더 중요한 정치적 역할 하실 거로 기대합니다만 저는 그야말로 정계 은퇴 하는 거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에 대한 법과 제도 만들어졌는데 아직 국민의 극히 일부만 참여하고 있어서 생활 문화로 확산시키는 일로 자원봉사 차원에서 강연도 다니고 상담도 하고 그렇게 해볼 생각입니다.

[진행] 저는 굉장히 생소해요. 전혀 다른 노선을 걸어왔던 분들이 협의하고 협치할 수 있었는지 놀랍습니다.

[원혜영] 아마 선거제도 개혁이나 검찰개혁 갖고는 우리 둘이 싸울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건 정치의 중요하지만 한 부분이고, 아닌 정말 생활정치 영역이 참 많고 또 정치 개혁에 있어서도 여야 입장을 넘어서 정말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게 일하는 국회, 싸우지 않는 국회,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싸울 일도 많지만 안 싸우고 할 수 있는 일도 훨씬 더 많다. 싸울 건 싸우고, 안 싸우고 힘 합쳐 대안을 제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 이걸 국민이 보고 싶어 할 거다. 21대 국회는 그게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다시 한 번 갖습니다.

[진행] 두 분이 여야 짝꿍이셨네요.

[김세연] 제가 그런 말씀 듣기에는 원혜영 의원님께 죄송스럽지만은…. 단기적인 정치적 유불리와 관계없이 중장기적으로 꼭 우리 사회에 필요하겠다 싶은 몇 가지 과제를 보고 있었는데, 관심 있는 다른 의원님들 찾아보자면 그때마다 원혜영 의원님밖에 안 계신 겁니다. 평소에 제가 존경하고 많이 따르고 있는 선배 의원님이시고, 많은 가르침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드릴 뿐입니다. 존경합니다.

[진행] 여야가 싸울 땐 싸우고 협력할 땐 협력하는 모습을 21대 국회에서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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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영상] ‘불출마 선언’ 원혜영·김세연 더블 인터뷰…21대 국회는?
    • 입력 2020-01-07 19:56:42
    영상K
[연관기사] [뉴스9] ‘선진화법 주역’ 원혜영·김세연이 말하는 정치혁신

[진행]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KBS 기자 신지혜입니다. 21대 총선 이제 넉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20대 국회 몇 점 주시겠습니까. 21대 국회는 지난 4년보다는 좀 나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분들 많을 텐데요. 오늘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두 분을 모시고 지난 4년 어땠는지, 앞으로의 우리 정치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그리고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이 자리 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진행] 두 분께서 한자리에 앉으신 건 국회 밖에서는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어떠세요?

[원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연) 의원님 하고 저는 당이 다른데, 일을 같이한 경우는 어떤 같은 당 의원 못지않게 많습니다. 국회 선진화법 만드는 일도 함께했고요. '웰다잉(Well-dying·존엄사)' 연명 의료법 같이 했고…. 여러 가지 일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김세연(자유한국당 의원)] 국회의 운영 제도 개선, 즉 소위원회 중심주의 도입을 비롯해 현재 전투 현장 같은 국회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원 의원님이 고민을 또 하고 계셨어서.

[진행] 고민의 길에 항상 원혜영 의원님이 계셨다….

[김세연] 예, 저는 그랬습니다.

[진행] 방금 전투 현장이란 말씀 하셨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20대 국회,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원혜영] 김 의원님하고 저를 비롯한 선진화법에 앞장선 의원들의 자부심이, 그래도 몸싸움하는 국회, '동물국회'는 면하지 않았느냐는 게 자부심이었는데. 그 대신 "아무것도 못 하는 식물국회 아니냐"는 비난이 상당히 당혹스러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몸싸움 국회로 돌아가고, 성과를 내는 일하는 국회는 구현되지 않고.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다만 '궁즉통'이라고, 이렇게까지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태로 가면 이 상태가 지속될 수 없지 않으냐.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저는 20대 국회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 21대 국회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 궁즉통의 원리가 구현되는 창조적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타협과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적었던 것 같은데, 과거 정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왜 유달리 지난 4년이 더 그랬을까요?

[원혜영] 뭐니 뭐니 해도 헌정사 최초의 탄핵이라는 사태를, 물론 그 전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16대 국회의 탄핵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탄핵 결정이 이루어져서 대통령이 물러난 일은 초유의 일 아닙니까? 상처가, 부담이 너무 커서, 그것을 극복하는 지혜를 우리 여야가 발휘하는 데 실패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진행]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게 극한 대립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님께서는 어떠세요? 특히 안에서 많이 보셨잖아요, 야당의 상황을.

[김세연] 탄핵으로 인한 극적인 정치분열, 사실 이것이 국민통합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 있었는데 기회가 살려지지 못하고 더 극심한 분열로 이어진 것은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고요. 기저에 깔린 근본적인 또 하나의 원인은 현재 여야 각각 주류의 권력에 대한 탐욕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정치는 권력의지 없이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없겠지만, 헤게모니 쟁취를 위해 동료들을 정치적으로 학살하는, 억압하는 행태가 극심해졌기 때문에 더는 지속이 안 되는 시점까지 왔습니다. 각각의 정치세력의 정당성이나 지속가능성도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의 지속가능성이 극히 훼손되는 상황까지 이르면서 국가공동체가 이대로는 존속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새로운 질서라는 표현을 원 의원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구질서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질서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 정말 국가적 위기가 예정돼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두 분 국회선진화법 통과까지 정말 노력 많이 하셨고 18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됐잖아요. 그런데 이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을 어떻게 보셨는지 여쭙고 싶었습니다. 원 의원님 어떻게 보셨어요?

[원혜영] 현재 선거제도 개혁, 검찰 개혁 관련된 것은 패스트트랙 요건을 갖춰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야당이 어쨌든 아주 불만족스럽고 못 받아들이겠지만 선진화법에 따른 절차이기 때문에 물리력은 행사를 안 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감행된 거죠. 이번에 재현되는 거 보고,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서 탱자가 된다'는 얘기처럼 '왜 우리 정치에서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뿌리내리는 게 힘들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니까. 정말 21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국회 운영, 그래서 일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성과 내는 국회를 만드는 게 과제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행] 21대 국회가 정말로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정말 바꿔야 할 것이나, 필요한 제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세연] 솔직히 각 정당이나 국회 운영을 지켜본 입장에서, 지금대로 연속성을 가지고 공천과 선거가 치러진다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달라진 시민 의식과 급변하는 환경, 기술 혁명으로 촉발된 사회 경제적 구조변화가 아주 격렬하게 일어나는 시기인데 정치인들의 인식수준은 70년대 80년대에 머물러있습니다. 저는 본질적으로 21대 국회가 아직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징후는 관찰하지 못하겠고….
선진화법 무력화되는 현장을 지켜보며 정말 참담한 심경이었습니다만 그런데도 제도만 보자면 소위원회 중심주의로의 이행, 즉 지금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아주 넓은 범위의 부처 소관 업무를 동시에 다루고 법안심사소위와 예결 소위에서 법안과 예산을 각각 다루고…. 물론 일부 상임위는 소위가 세분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후반기 들어 시작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작고 내실화된, 법안과 예산을 동시에 다루는 분야별 소위 중심으로 국회가 운영된다면 다른 모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당이나 공천의 변화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원혜영] 국회가 말 그대로 '나라 국(國)'자, '회의 회(會)'자거든요. 회의하라고 국민이 뽑아줬어요. 그리고 국회법에 국회 개시 1주일 이내에 첫 회의를 소집한다, 명문화돼있는데 두 달 석 달 끕니다. 제가 18대 국회 야당 원내대표로 88일을 끌었어요. 정말 부끄러운 입니다. 우리 정치문화가, 명확한 법 규정까지 어겨가면서 회의를 열고 안 여는 걸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요.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 모습 보이는 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법에 정해진 회의 규정만 지켜도 열려있는 국회를 보고, 토론하고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거기에 더 심화시켜서, 상임위원회가 백화점입니다. 몇 개 부처를 놓고 '주마간산'식으로 이것저것 건드리는데 그래서는 심도있는 국정 평가나 대안 모색이 어렵습니다. 분야별로 나눠서 소위원회를 상설화하면 국민은 항상 일하는 국회를 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걸 봐야, 잘하는지 못하는 지 알 거 아니에요. 국회 회의 자체를 안 하고 앉아있는데 물갈이하자고 해서 눈 감고 쓸어내듯이 하는 것은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진행] 물갈이 말씀하셔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물갈이 많이 하는 게 좋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당은 최종적으로 의원 절반을 바꾸겠다고 합니다. 이런 물갈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김세연] 우리가 계량평가의 객관성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0% 물갈이한다고 해도, 정말 자기 소신으로 입 바른말 하는 사람들 50% 잘라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지도부 맹종하는 사람들만 50% 남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계량지표에 지나치게 매몰돼서 바라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법안 발의 건수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니까, 조금 심하게 말하면 미친 듯이 법안을 써냅니다. 그러니까 이게 16대 국회 대비 17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가 80% 늘었는데, 20대 국회까지 80%의 (증가율이) 계속되니까 법안 가결 건수나 가결 비율이 낮다, 발의 건수에 비해 일을 안 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계량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많은 법안을 처리하면 과연 나라가 그만큼 더 좋아지는 건지 근본 성찰이 필요하고요.

마찬가지로 공천 교체비율이 높아지는 게 정말 선인지, 물론 현역 의원들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좋지 않다면 바꿔야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역이나 선수나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당한 기준인지…. 가령 미국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같은 분에 그런 물갈이 기준을 적용했다면, 저런 훌륭한 의회 지도자가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우뚝 설 수 있었는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단순히 선수나 비율로 끼워 맞추기 식 물갈이를 하는 건 무의미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세연] 어떻게 말하면, 정치기술자들의 국민을 오도하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 혁신을 하지 않는데 혁신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렇게 해석을.

[김세연] 좋은 의도로 집행하면 정말 좋은 의도가 나올 수 있지만, 양적 지표를 충족시켰다고 질적 성과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혜영] 우리 선거 역사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역대 선거가 물갈이를 그것도 대폭 세게 안 한 적이 없습니다. 17대 국회? 60% 물갈이됐고 평균 50% 안팎입니다. 정치가 그만큼 좋아졌습니까?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물갈이라는 말부터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봐요. 이게 물 아닙니까? (유리컵 들며) 여기에 물고기가 있죠? 지금은 국회의원을 바꾸자는 게 물갈이인데 이 물을 가는 게 물갈이죠. 고인 물, 썩은 물을 바꿔야 물고기가 싱싱하게 생명력 지니고 살 거 아닙니까. 우리는 썩은 물은 안 바꾸고 물고기 바꾸자. 어디는 (물갈이) 30% 하니까 우리는 50% 한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아주 우습습니다.

국회환경이 '물'이죠. 물을 가는 것. 그러니까 소위원회 제도를 전면 활성화하고. 말씀드린 대로 헌법과 법에 규정한 국회의원 의무는 회의 출석 의무입니다. 맘에 안 든다고, 우리한테 좀 더 유리한 거 얻어내려고 회의 열게 되어있는데 안 여는 것. 그리고 법률심사도 워낙 밀리니까 한 달에 두 차례 법안심사 개최하도록 여야가 합의해서 국회법에 넣었어요. 그것도 안 지킵니다. 어떤 때는 여야 정쟁이 있다 보니까 전면 보이콧 해서 안 하고,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그런 일이 없는데도 바쁘다고 안 하고.

국회의원이 법률 심사하고 제정하라고 뽑아줬는데 뭐가 바빠서 법에 정해진 회의 개최 의무조차 안 지킵니까? 아주 단순하게 보면 일하는 국회는 법에 정한 회의 규정만 준수해도 국민은 열린 국회 보고 열심히 토론하고 그야말로 말로 싸우는 의원과 정당들 모습 보고 어디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물갈이의 기본 의미와 과제를 잘 설정하는 게 정치 혁신의 근본이다. 지금처럼 대중영합적으로 몇십 프로 한다고 경쟁하는데, 역대 선거 50% 안팎씩 물갈이했지만, 뭐가 달라졌느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김세연] 그 토양은 왜 망가졌느냐. 언론에서 싸우는 모습을 방송으로 지면으로 보여주면 시청률이나 열독률이 올라가는데, 정책 생산에 관련된 실무적 내용이 나가면 확 떨어진다. 언론 메커니즘으로 볼 때는 많은 분이 관심 가질 소재를 다뤄야 하니까 생산적 모습보다 갈등을 비춰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언론에 많이 나야 자신의 의정활동이 알려지는 상황에서 의원들은 일하는 것보다 싸우는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어 하고 인센티브가 그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거죠.

일반 시민이 누가 어떤 정책을 고민하고 입안하는지 잘 아셔야 하는데 시민 관심이 부족하신 이유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정치교육, 전교조가 하는 계기 수업이나 이념 편향적 정치 수업이 아니라…. 독일의 경우 '보이텔스바흐 3원칙(강제성 금지·논쟁성 유지·정치적 행위능력 강화)에 따른, 정치 편향성이 제거된 민주 시민으로 당연히 갖추어야 할 소양 교육을 어린 학생 때부터 받아 사회에 나오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감시자 관찰자 역할을 시민들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문화의 변화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민 정치교육이 시작되고 나서, 학교 교육도 필요하지만, 가정교육도 필요합니다. 부모 교육·학교 교육 시작 30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민주 공화정이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요. 지금의 이런 오염된 정신상태를 가진 집단들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기존의 구습에 익숙한 분들이 계속 있는 한 토양의 토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김세연] 기존 토양을 못 쓰는 상황이 온 거죠

[원혜영] 어쨌든 황폐해진 오염된 물에서 좋은 열매가 맺고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21대 국회에 들어오려고 하는 분들, 또 기존에 열심히 하고 다시 재입성하실 분들에게 공부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 입시공부 얼마나 열심히 합니까? 취직공부 얼마나 열심히 합니까? 내 개인의 발전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감히 내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체, 우리 국민의 삶을 좋게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자기가 맡은 과제에 대해 공부를 안 한다면 얼마나 국민이 불안하고 걱정하시겠습니까? 국회에서 보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분은 자기가 잘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극히 일부지만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이야말로 내가 감당하기 힘든, 중요한 과제를 맡고 있으니까 머리가 좋든 나쁘든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는 꼭 필요하지 않은가….

[김세연] 자기 내면에서 작동하는 가장 근본적 동기가 출세욕이나 과시욕에 의한 사람들은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국회의원 자체가 그 목적인 사람들?

[김세연] 국회의원을 헌법기관으로 직무수행을 위해 여러 가지 권한이나 의전을 갖추어 예우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가혹하게, 소위 특권을 더 축소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장관급 예우를 행정부처 국장급 예우로 떨어뜨려서라도 무언가 남 앞에서 과시하고 싶은 욕망에 이끌려서 출세욕과 과시욕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은 공직에 나오지 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공천과정에서 정말 근절돼야 한다고 보는 과거 구습이 있을까요?

[김세연] 공천 당시 당 지도부 앞에 줄서기. 거기에 잘 보이기 위해서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이게 다시 반복될 가능성도 보고 있습니다. 정치참여, 일반 시민의 더 광범위하고 깊은 정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치 수준이 지금에서 크게 못 벗어날 거로 생각합니다.

차라리 임기를 줄여서. 임기가 길어지면 권력이 유권자한테 많이 갑니다. 임기가 4년이 아니라 6년, 8년이 되면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기간이 길어지기에 (정치인에게) 권력이 많이 간다 볼 수 있겠죠. 반면 4년 임기가 3년, 2년으로 준다면 짧은 임기 내에 평가할 수 있어서 유권자에게 권력이 더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직자 임기 줄이는 건 타당할지 몰라도 물갈이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국회에서 회의 참석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자기 지역구가 불안하면 회의는 출석 도장만 찍고 지역구 갑니다. 아까 원혜영 의원님 말씀처럼요.

[진행] 국회는 들러리이고, 계속 지역에?

[김세연] 이 부분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되, 시민의 살아있는 감시의 눈길을 소홀히 하지 않는 다른 개선안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혜영] 근데 전 국회 임기를 줄이자는 건 다른 동료 의원과 마찬가지로 영 좋지 않은….

[진행] 어떤 면에서요?

[원혜영] 아무래도 길면 좋죠. (웃음) 좀 줄인다고 해도 2년은 너무 심한 거 같고, 3년으로 줄입시다. (웃음)

[진행] 의원님은 민주당에서 국회의원 공천만 5번 거치셨죠?

[원혜영] 선거는 9번 나와서 2번 떨어지고 7번 됐으니까, 9번 받은 셈이죠.

[진행] 1988년 처음 나오셨을 때부터 시작해서요?

[원혜영] 그때 한겨레민주당으로 나와서 보기 좋게 떨어졌죠

[진행] 6등으로?

[원혜영] 5등입니다. 민정당, 통일민주당 평민당 신민주공화당 그다음에 죽은 제정구 의원님하고 유인태 의원, 우리 막내가 김부겸 의원, 이렇게 새로운 정치 하자고 나섰던 한겨레민주당…. 이렇게 서열이 정해졌어요. 전부 5등으로 떨어졌어요. 그때가 14대고, 그 뒤 15대 때는 국민회의가 만들어지는 바람에 야권분열에 반대하고 노무현 의원과 남았다가 또 보기 좋게 떨어졌죠.

[진행] 새롭게 추가돼야 할 공천 평가 기준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인기도 말고, 후보의 어떤 면을 봤으면 좋겠다.

[원혜영] 정책 역량, 능력과 자세 두 가지인데요. 우리 사회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혁신만이 살길이다. 어제 대통령도 혁신이란 말을 10번 이상 강조하셨는데 그만큼 절실합니다. 혁신의 핵심은 제대로 된 평가입니다. 평가가 제대로 안 되니까, 형식적·의례적으로 하다 보니까 다른 기준이 더 우월적으로 작용하는 거죠. 이거는 꼭 정치인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서 수준 높고 심화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이게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진행] 이런 시스템 구축, 단기간에 특히 야당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세연] 아무리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도 공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자기한테 충성하는 사람들을 뽑게 되면 망가진 상태로 계속 가는 거고요. 공동체 위해 봉사할 자세와 역량 갖춘 사람들을 선정하게 되면 좋은 공천이 될 겁니다. 사실 방법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떤 관점으로 어떤 자세로 공천에 임하느냐가 더 중요한 거 같아서 그 부분이 제일 결과를 좌우하는 큰 변수가 될 거 같습니다.

[진행] 후배들에게 자리 물려주겠다고 하셨는데, 청년정치가 활성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단순히 젊은 후보 공천만으로 되는 건지요?

[원혜영] 거기에 선행돼야 하는 게 시민교육을 학교에서 청소년기부터 제대로 하는 겁니다. 그야말로 모든 건 다 훈련과 학습을 통해 이뤄지는 거 아닙니까? 하물며 인간과 인간의 갈등이나 여러 이해관계를 풀도록 만들어진 게 정치인데. 그런 점에서 젊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훈련되고 그 과정에서 공익적 관점이 정립되고 리더십도 평가받은 그러한 젊은 정치 지도자들이 나오도록 우리 교육과 문화를 바꿔야 하고. 정치세력 간의 경쟁이니까, 정당들도 그런 것에 대한 잘 정립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청년을) 육성하고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행] 두 분 의원님께서는 30대에 정치 시작하시지 않았나요?

[원혜영] 제가 한겨레민주당으로 38살에 출마해서 보기 좋게 떨어졌죠.

[김세연] 전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에 했죠.

[원혜영] 그땐 된 거죠? 부럽습니다.

[김세연] 제가 잘해서 된 건 아닙니다.

[진행] 물론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정치가 젊어지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세연] 앞에 주신 질문에 맞닿아 있습니다만 공천 과정이 이렇게 돼서는 젊은 세대 공천에 진입하더라도 공천 경쟁에 생존하기 위해 타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자기 소신 끝까지 지키고 있다면 공천권자한테 고개를 숙이고 거기에 타협하지 않으면 공천 못 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은 아직 젊은 인재들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독일 연립 여당인 기민당·기사당에는 영어로 영 유니언(Young Union)이라는 공동 청년 정당, 청년위원회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윗세대 선배들한테 거침없는 쓴소리를 마다치 않으면서 기민당 기사당의 인재 양성 및 수혈 통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독자성과 자생력을 가진 실체가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원혜영 의원님 말씀대로 미리 사전에 준비가 돼야 합니다. 그런 준비를 할 수 있는 인프라부터 까는 것이 우선해야 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진행] 그런 교육의 틀을 만드는 것도 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겠네요. 정치혁신을 위해서는

[김세연] 지금은 권력 독점이 당위로 되어있기에 누구든 권력을 쥐면 내 동료 중에서도 나와 의견 달리하면 적으로 치부하고 학살합니다. 이 그릇된 인식부터 뿌리 뽑기 위해서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협상론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해관계나 관점이 다른 경우, 내가 100%를 취할 수 없는 경우에 상호 동등한 시민 자격으로 협상해서 서로의 다른 이해를 좁혀가는, 그래서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해야 합니다. 지금 가령 의원내각제 한다 한들, 이 정도 두께의 연정 협약서를 한두 달에 거쳐 여러 정당이 사인하더라도 국회법 법률 사항도 지키지 않는데 이런 협약사항을 과연 지킬 것인가? 그래서 저는 세대의 과감한 단절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솔직히 제가 40대지만, 40대도 이제 '꼰대' 취급 받고 있거든요. 물론 50대 이상이어도 전혀 안 그러신 분이 있고 연령으로 획일화할 게 아니지만,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관점을 가진 세대가 정치 주류로 나와야 우리가 바뀐 정치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진행] 이번 21대 총선이 확실히 세대교체 요구가 큰 것 같아요. 제가 맞게 보고 있는 건가요?

[원혜영] 제 경험으로는 항상 있었던 거 같아요. 근데, 선거라는 계기를 우리 국민처럼 정말 아주 지독하게 잘 활용하는 국민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을 보면요. 박정희 정권 유신 독재가 무너지는 계기를 부마항쟁과 그 뒤에 대통령에 대한 저격으로 이어지는 거로 알려졌지만, 결정적 계기, 심지어 권력 내부 핵심 측근들까지 '민심이 돌아섰구나'라고 느낀 게 1978년 말 제10대 선거입니다. 동반당선제라는, 아주 억지로 유신독재를 유지하게 설계된 선거 하에서도 국민은 야당에 1% 가까운 추가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게 민심의 향배를 보여주고,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권력 측근 인사들이 내부에서 이제 그런 일(10·26사건)을 벌인 거거든요.

또 1987년 6월 항쟁이 민주화의 큰 물결을 열었죠. 벌써 30년 됐습니다만, 그 결정적 계기는 2년 전에 있었던 85년도 2·12 총선입니다. '이민우 돌풍'으로 알려져있는, (신민당 이민우 총재) 유세장에 10만 관중이 운집하고, (민정당) 2중대였던 많은 정치인이 '그래도 제1야당이니까 유리하겠지'라며 줄 섰던 분들은 거의 다 떨어지고. 새롭게 신민당으로 등장한 사람들이 엄청난 세대교체를 했죠.

국민 스스로 '우리가 힘이 있구나, 우리가 분명히 민주화를 원하는구나'라고 확인했고 그것이 6월 시민항쟁으로 나온 것입니다. 19대 총선 다 예측 불허했지 않습니까? 20대 국회도 그렇고.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 잘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민이 무섭습니다.

[김세연] 저는 기존 정당 매커니즘이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고 오히려 각 당내 헤게모니가 훨씬 강화돼 있기 때문에, 지금대로 공천이 이뤄지면 청년들 일부가 들러리로 세워질진 몰라도 본질적으로 세대교체가 될 거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더 근본적 지각변동이 필요한데 그럴 에너지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각 당의 헤게모니가 너무나 강력합니다. 구조를 바꿀 정도의 힘이 축적이 되어있지 않고 21대 총선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많은 기대 하기 어렵다고 보지만 남은 4개월 동안 큰 변화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니까 기대를 하고 보겠지만, 현재로는 쉽지 않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시민의 자각, 주권자인 이 나라 주인으로서 시민이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 않은 한 나라는 점점 망가져 갈 거로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깨어난 눈으로 정치를 바라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진행] 의원님 '궁즉통' 말씀하셨는데 결국 '통'의 길을 보여주는 게 유권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원혜영] 그렇죠. 그리고 국회 개혁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 의원들한테 아직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18대 국회가 개혁국회로 역사적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건 반성과 고민 끝에 정말 이제는 몸싸움하지 않고 대화 타협으로 국회 운영하는 원리를 국회 제도에 전면 도입하자…. 이게 선진화법 아니겠어요? 총선까지 다 끝난 이후에 여야 합의로 처리됐거든요.

사람들도 뭔가 자기 삶을 마무리할 때는 좀 착해진다고. 우리 20대 국회도 반성의 토대 위에서 정말 21대 국회는 몸싸움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그리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안 하는 식물국회가 아니라 일을 해서 성과를 내고, 일하는 국회 만들기 위해서 반성만 한다면 합의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진행] 정말 오랜만에 선거 안 하시는 거잖아요. 유권자 입장에서 선거 맞이하시는 입장 어떠세요?

[원혜영] 설날 시장을 다녀야 하는데 벌써 게을러지더라고요. 최소한도만 다닐까 하다가 마지막 인사니까 다닐 데 다 다니자고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만 역시 선거도 싸움이니까요. 싸우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구경하는 사람은 재밌는 게 선거거든요. 구경하는 사람입장에서 여유 있게 또 여기저기 쫓아도 다니고 그렇게 선거를 겪어볼 생각입니다.

[진행] 의원님은 잘 마무리하시는 단계니까 마음도 편하겠지만, 김 의원님은 상황이 좀 달라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들 것 같아요. 21대 총선 기다리시는 마음, 요즘 좀 어떠세요?

[김세연]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은 3선 제한 있지 않습니까? 10년을 같은 일을, 중단 없이 하는 경우에, 이제 원혜영 의원님 앞에서 이런 말씀 드릴 계제가 아닌 거 알고 있습니다만(웃음)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10년을 넘어서 12년을 채우니까 사실 소진이 많이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시민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충전하는 점에서는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게 있지만, 정치상황이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되는, 나라는 더 위기에 빠져드는 상황이라서 마음이 무거운 생각이 많이 들고. 아무튼, 21대 총선이 지금 예상과는 달리 아주 훌륭한 결과가 나와서 다시 우리나라가 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진행] 직업으로써 정치와 생활 속에서의 정치가 있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계획이 어떤지, 정치와의 끈을 계속 이어가실 것인지 아예 단절하고 개인의 삶으로 들어가실 건지 궁금합니다.

[김세연] 제가 앞에 잠깐 한 말씀 드리면요. 원혜영 의원님 거의 처음 뵈었을 때 책을 한 권 주신 게, '생활정치'라는 책을…. 이전에 활동하시던 내용을 자료집 형태로 묶은 것을 저한테 주셔서 아주 감명 깊게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진행] 18대 등원 때요?

[김세연] 예. 18대 때.

[진행]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눈에 띄었나요. 김세연 의원님이?

[원혜영] 우리가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습니까. 연명 치료 수십만 명에 기간도 길어집니다. 근데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도 그렇지만, 인공호흡기를 떼면 병원이 처벌받아요. 또 병원은 말기 환자 치료를 통해서 굉장히 수입이 증대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 법을 고쳐야 하는데 안 되고 있다는 하소연을 들었는데 어떻게 해볼까 했더니 이미 김세연 의원님이 입법활동 꾸준히 하는데 아직 성과를 못 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 선배 의원이 계시네
' 해서 같이 하자고 제안하고.

[김세연] 아이, 아닙니다.

[원혜영] 하다 보니까 선진화법도 '꿍짝'이 잘 맞고…. 여러 가지 정치 개혁, 사회 개혁에 대해 정말 호흡이 잘 맞고 관심의 방향이나 이런 것도 같고. 정말 같은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김 의원님은 치열한 정치적 실천 과정으로 불출마 결단을 하신 거고, 앞으로 더 중요한 정치적 역할 하실 거로 기대합니다만 저는 그야말로 정계 은퇴 하는 거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에 대한 법과 제도 만들어졌는데 아직 국민의 극히 일부만 참여하고 있어서 생활 문화로 확산시키는 일로 자원봉사 차원에서 강연도 다니고 상담도 하고 그렇게 해볼 생각입니다.

[진행] 저는 굉장히 생소해요. 전혀 다른 노선을 걸어왔던 분들이 협의하고 협치할 수 있었는지 놀랍습니다.

[원혜영] 아마 선거제도 개혁이나 검찰개혁 갖고는 우리 둘이 싸울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건 정치의 중요하지만 한 부분이고, 아닌 정말 생활정치 영역이 참 많고 또 정치 개혁에 있어서도 여야 입장을 넘어서 정말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게 일하는 국회, 싸우지 않는 국회,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싸울 일도 많지만 안 싸우고 할 수 있는 일도 훨씬 더 많다. 싸울 건 싸우고, 안 싸우고 힘 합쳐 대안을 제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 이걸 국민이 보고 싶어 할 거다. 21대 국회는 그게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다시 한 번 갖습니다.

[진행] 두 분이 여야 짝꿍이셨네요.

[김세연] 제가 그런 말씀 듣기에는 원혜영 의원님께 죄송스럽지만은…. 단기적인 정치적 유불리와 관계없이 중장기적으로 꼭 우리 사회에 필요하겠다 싶은 몇 가지 과제를 보고 있었는데, 관심 있는 다른 의원님들 찾아보자면 그때마다 원혜영 의원님밖에 안 계신 겁니다. 평소에 제가 존경하고 많이 따르고 있는 선배 의원님이시고, 많은 가르침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드릴 뿐입니다. 존경합니다.

[진행] 여야가 싸울 땐 싸우고 협력할 땐 협력하는 모습을 21대 국회에서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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