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들어간 우리나라 최초의 ‘당인리 발전소’

입력 2020.01.09 (06:00) 수정 2020.01.0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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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1968년 발매된 가수 은방울자매의 노래 '마포종점'의 첫 구절입니다. 이 노래의 2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종점"

노래가 나왔던 당시에는 당인리 발전소의 불이 꺼지면서 마포구에도 칠흑 같은 밤이 찾아왔나 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소, 당인리발전소


90년 전인 1930년,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서울 마포구에 세워졌습니다. 바로 '당인리 발전소'입니다. 이어 1936년에 2호기, 1956년에는 3호기가 준공됐고, 20세기 중반 수도권의 전력 발전을 책임졌습니다.

1969년, 발전소 사용연료를 중유로 바꾸면서 이름도 '서울화력발전소'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70년 1, 2호기가 폐쇄됐고, 1982년에는 3호기마저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당인리 발전소 자리에는 여전히 두 개의 발전설비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4호기와 5호기입니다. 이 두 개는 원래 중유전발전설비였는데, 정부의 에너지 절약 계획에 따라 1987년 열병합 발전방식으로 개조됐습니다. 이후 1993년 서울시의 환경오염 방지 대책 중 하나로 발전소가 액화천연가스를 이용한 LNG 발전소로 운영되면서 계속 사용돼왔습니다. 서울에 발전소가 들어선 건 지금까지도 당인리가 유일합니다.


세계 최초로 땅 밑에 세워진 발전소...왜?


아직도 4, 5호기가 사용 중인 건 아닙니다. 2017년 전력생산 가동이 중단됐고, 지난해 3월엔 난방열 생산도 끝났습니다. 대신, 당인리 발전소가 있던 그 자리 밑, 지하에 새로운 발전소가 생겼습니다. 세계 최초로 말입니다.

어쩌다 발전소가 지하로 들어갔을까요. 우리나라 산업 발전이 고도화되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1990년대 말부터 당인리 서울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은 소비량과 비교해 현저히 적었습니다. 게다가 오래된 시설 때문에 안전이나 환경문제 등으로 지역 주민과 마찰도 계속 있었죠.

그래서 원래는 마포구 재개발 계획의 하나로 서울화력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이전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재개발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서울화력발전소는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마포구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중부발전은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당인리발전소 지하에 새로운 LNG 복합화력발전소 1, 2기를 세우기로 말이죠. 그리고 원래 발전소가 있던 땅 위에는 마포구의 문화체육공원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 옥상도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4, 5호기는 2022년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할 예정입니다. 4호기는 외부 골조만 남겨 복합문화센터로, 5호기는 내부 설비도 그대로 보존해 학습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가봤습니다 ...지하로!

세계 최초로 지하에 세워진 발전소, '서울복합발전소'는 어떤 모습일까요. 발전소는 국가 중요시설 '다'급으로 분류돼있어, 일부분만 볼 수 있었습니다.




LNG 복합발전은 같은 연료로 전기를 두 번 생산하는 발전 방식입니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또, 전기와 열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합니다.


이건 바로 1차로 전기를 생산해내는 가스터빈입니다.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를 압축해 주 연료인 LNG를 혼합해 연소시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연소한 고온의 가스에 의해 터빈과 발전기가 가동돼 전기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 이후, 가스는 가스 통로를 통해 배열회수 보일러로 이동하는데요. 이 보일러에서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이용해 보일러를 가열해 증기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기는 증기터빈으로 보내집니다. 뜨겁고 압축된 증기가 팽창되면서 증기터빈을 돌리게 되는데요. 이 힘으로 증기 축에 연결된 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전기가 2차로 생산됩니다.


서울복합발전소는 지난해 6월부터 5개월간 시험 운전을 진행한 뒤, 11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이 발전소에서 생산해내는 전기량만 800MW. 서울시 370만 가구의 절반 정도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돕니다. 여의도 등 발전소 근처 10만 가구에는 난방열도 공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송전선이 예상치 못한 사고나 재해로 고장 났을 때도 무리 없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요 국가기관에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죠.

지금은 한창 발전소 지상을 공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젠 발전소에 불이 꺼져도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오진 않지만, 공원이나 예전의 당인리 발전소에 놀러 와 그때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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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로 들어간 우리나라 최초의 ‘당인리 발전소’
    • 입력 2020-01-09 06:00:51
    • 수정2020-01-09 06:12:59
    취재K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1968년 발매된 가수 은방울자매의 노래 '마포종점'의 첫 구절입니다. 이 노래의 2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종점" 노래가 나왔던 당시에는 당인리 발전소의 불이 꺼지면서 마포구에도 칠흑 같은 밤이 찾아왔나 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소, 당인리발전소 90년 전인 1930년,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서울 마포구에 세워졌습니다. 바로 '당인리 발전소'입니다. 이어 1936년에 2호기, 1956년에는 3호기가 준공됐고, 20세기 중반 수도권의 전력 발전을 책임졌습니다. 1969년, 발전소 사용연료를 중유로 바꾸면서 이름도 '서울화력발전소'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70년 1, 2호기가 폐쇄됐고, 1982년에는 3호기마저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당인리 발전소 자리에는 여전히 두 개의 발전설비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4호기와 5호기입니다. 이 두 개는 원래 중유전발전설비였는데, 정부의 에너지 절약 계획에 따라 1987년 열병합 발전방식으로 개조됐습니다. 이후 1993년 서울시의 환경오염 방지 대책 중 하나로 발전소가 액화천연가스를 이용한 LNG 발전소로 운영되면서 계속 사용돼왔습니다. 서울에 발전소가 들어선 건 지금까지도 당인리가 유일합니다. 세계 최초로 땅 밑에 세워진 발전소...왜? 아직도 4, 5호기가 사용 중인 건 아닙니다. 2017년 전력생산 가동이 중단됐고, 지난해 3월엔 난방열 생산도 끝났습니다. 대신, 당인리 발전소가 있던 그 자리 밑, 지하에 새로운 발전소가 생겼습니다. 세계 최초로 말입니다. 어쩌다 발전소가 지하로 들어갔을까요. 우리나라 산업 발전이 고도화되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1990년대 말부터 당인리 서울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은 소비량과 비교해 현저히 적었습니다. 게다가 오래된 시설 때문에 안전이나 환경문제 등으로 지역 주민과 마찰도 계속 있었죠. 그래서 원래는 마포구 재개발 계획의 하나로 서울화력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이전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재개발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서울화력발전소는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마포구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중부발전은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당인리발전소 지하에 새로운 LNG 복합화력발전소 1, 2기를 세우기로 말이죠. 그리고 원래 발전소가 있던 땅 위에는 마포구의 문화체육공원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 옥상도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4, 5호기는 2022년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할 예정입니다. 4호기는 외부 골조만 남겨 복합문화센터로, 5호기는 내부 설비도 그대로 보존해 학습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가봤습니다 ...지하로! 세계 최초로 지하에 세워진 발전소, '서울복합발전소'는 어떤 모습일까요. 발전소는 국가 중요시설 '다'급으로 분류돼있어, 일부분만 볼 수 있었습니다. LNG 복합발전은 같은 연료로 전기를 두 번 생산하는 발전 방식입니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또, 전기와 열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합니다. 이건 바로 1차로 전기를 생산해내는 가스터빈입니다.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를 압축해 주 연료인 LNG를 혼합해 연소시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연소한 고온의 가스에 의해 터빈과 발전기가 가동돼 전기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 이후, 가스는 가스 통로를 통해 배열회수 보일러로 이동하는데요. 이 보일러에서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이용해 보일러를 가열해 증기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기는 증기터빈으로 보내집니다. 뜨겁고 압축된 증기가 팽창되면서 증기터빈을 돌리게 되는데요. 이 힘으로 증기 축에 연결된 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전기가 2차로 생산됩니다. 서울복합발전소는 지난해 6월부터 5개월간 시험 운전을 진행한 뒤, 11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이 발전소에서 생산해내는 전기량만 800MW. 서울시 370만 가구의 절반 정도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돕니다. 여의도 등 발전소 근처 10만 가구에는 난방열도 공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송전선이 예상치 못한 사고나 재해로 고장 났을 때도 무리 없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요 국가기관에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죠. 지금은 한창 발전소 지상을 공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젠 발전소에 불이 꺼져도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오진 않지만, 공원이나 예전의 당인리 발전소에 놀러 와 그때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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