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 집회에 달걀 투척에…“그냥 수요시위만 하면 안 될까요?”

입력 2020.01.09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20년 1월 8일 어제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시작된 지 꼭 28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고도 남을 만큼 긴 시간 동안 이어온 수요시위. 그런데, 요즘 들어 이 수요시위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주변은 매번 수요시위를 둘러싼 심한 말싸움과 실랑이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습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이우연 위원에게 달걀을 던지고 있다.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이우연 위원에게 달걀을 던지고 있다.

"수요시위 중단하라" vs "매국노는 사라져라"

발단은 지난달 초,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소녀상 철거'와 '수요시위 중단'을 요구하며 집회를 시작한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논란의 책 〈반일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이 위원은 수요시위가 "역사를 왜곡하는 일종의 정치집회"라고 주장하며, 수요시위가 열리는 현장 근처에서 규탄 집회를 매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위원이 수요시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자, 바로 다음 주부터 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와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수요시위를 규탄하는 이 위원 측을 저지하기 위해 이 위원 측에 뿌리기 위한 밀가루를 준비하는가 하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대나무 재질의 기다란 '정의봉'도 준비했습니다. 경찰의 제지로 큰 충돌은 없었지만, 양측의 앙금은 점점 쌓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는 급기야 백 대표가 이 위원을 향해 달걀을 던지기까지 했습니다. '일본은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이 위원을 향해 달걀을 던진 백 대표는 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수요시위 중단’ 피켓 시위를 하는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수요시위 중단’ 피켓 시위를 하는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6개월째 계속되는 언쟁과 충돌

이들의 악연은 지난해 7월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일제에 의한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를 부정하고 있는 논란의 책 〈반일종족주의〉가 출간된 뒤 백 대표는 이 위원을 포함해 〈반일공동주의〉 저자들이 속한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찾아 이 위원을 규탄했습니다. 한 달 뒤에는, 오 대표가 낙성대경제연구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다가 밖으로 나온 이 위원과 서로 시비가 붙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싸우길 6개월. 최근 양측은 매주 열리는 수요시위 현장을 주무대로 매주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위원 측은 이 위원대로 매주 수요시위 규탄 피켓 시위를 이어간다고 하고, 오 대표 - 백 대표 측도 계속 이 위원을 쫓아다니며 더이상 수요시위와 소녀상을 모욕하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이 위원 측의 주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동시에 명백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만큼, '민주사회의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봐서는 안 된다"며 이 위원 측이 먼저 피켓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유가 어떻든지 물리적 충돌이 생긴 것은 안타깝다"며, 수요 시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맞불 집회에 달걀 투척에…“그냥 수요시위만 하면 안 될까요?”
    • 입력 2020-01-09 07:01:44
    취재K
2020년 1월 8일 어제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시작된 지 꼭 28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고도 남을 만큼 긴 시간 동안 이어온 수요시위. 그런데, 요즘 들어 이 수요시위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주변은 매번 수요시위를 둘러싼 심한 말싸움과 실랑이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습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이우연 위원에게 달걀을 던지고 있다.
"수요시위 중단하라" vs "매국노는 사라져라"

발단은 지난달 초,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소녀상 철거'와 '수요시위 중단'을 요구하며 집회를 시작한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논란의 책 〈반일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이 위원은 수요시위가 "역사를 왜곡하는 일종의 정치집회"라고 주장하며, 수요시위가 열리는 현장 근처에서 규탄 집회를 매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위원이 수요시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자, 바로 다음 주부터 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와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수요시위를 규탄하는 이 위원 측을 저지하기 위해 이 위원 측에 뿌리기 위한 밀가루를 준비하는가 하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대나무 재질의 기다란 '정의봉'도 준비했습니다. 경찰의 제지로 큰 충돌은 없었지만, 양측의 앙금은 점점 쌓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는 급기야 백 대표가 이 위원을 향해 달걀을 던지기까지 했습니다. '일본은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이 위원을 향해 달걀을 던진 백 대표는 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수요시위 중단’ 피켓 시위를 하는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6개월째 계속되는 언쟁과 충돌

이들의 악연은 지난해 7월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일제에 의한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를 부정하고 있는 논란의 책 〈반일종족주의〉가 출간된 뒤 백 대표는 이 위원을 포함해 〈반일공동주의〉 저자들이 속한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찾아 이 위원을 규탄했습니다. 한 달 뒤에는, 오 대표가 낙성대경제연구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다가 밖으로 나온 이 위원과 서로 시비가 붙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싸우길 6개월. 최근 양측은 매주 열리는 수요시위 현장을 주무대로 매주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위원 측은 이 위원대로 매주 수요시위 규탄 피켓 시위를 이어간다고 하고, 오 대표 - 백 대표 측도 계속 이 위원을 쫓아다니며 더이상 수요시위와 소녀상을 모욕하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이 위원 측의 주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동시에 명백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만큼, '민주사회의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봐서는 안 된다"며 이 위원 측이 먼저 피켓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유가 어떻든지 물리적 충돌이 생긴 것은 안타깝다"며, 수요 시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