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파트 지나가려면 통행료 내세요”…무슨 일?

입력 2020.01.09 (08:35) 수정 2020.01.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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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가 새해부터 단지를 통과하는 외부 차량들로부터 통행료 2천원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내 도로를 이용하는 외부차량이 지나치게 많아져서 내린 결정이라고 하는데요,

너무 야박하다는 의견과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입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아파트 통행료를 둘러싼 갈등, 이수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에서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는 차량과 경비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 "2천원 내고 들어가시는 거예요. (바뀌었어요?) 네, 금년부터 바뀌었어요. (무조건 내는 돈이에요?)"]

머뭇거리다 돈을 건네자.. 그제야 차단기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냥 차를 돌려 나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파트 방문객 : "(차 돌려서 나가는 건가요?) 후문으로 나가려면 통행료를 내라고 해서……."]

이 아파트, 새해 1월1일부터, 단지를 통과하는 외부 차량으로부터 통행료 2천원 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내 도로를 이용하는 외부 차량이 ‘너무’ 많아서 주민 불편이 심각해지자 입주민 회의에서 전격 내린 결정입니다.

[허만영/아파트 입주민 : "차들이 너무 많이 다니니까 시끄럽죠."]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아이들도 부모님들이 손잡고 걸어 다니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예요. 차량이 너무 많다 보니까."]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여름에는 문을 열어놓고 살잖아요. 문을 열어놓으면 말도 못 해요. 매연이 올라오면은요, 집으로 다 들어와요."]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입주민들이 주차할 수가 없어. 주차장에 외부 차량이 굉장히 많이 주차하고 있어요."]

아파트 측은 지난해 하루 통과 차량을 측정해봤더니, 절반 이상이 외부차량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곳에 유독, 외부차량 진입이 많은 이유는 뭘까?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가 이제 지름길이에요. 난곡터널이 우리 아파트를 통과했을 때는 시간상으로 상당히 지름길이 되는 겁니다."]

지름길? 정말일까요?

직접 주행해봤습니다.

아파트 정문부터 난곡 터널까지!

단지 외부 도로로 달렸을 때 걸린 시간은 14분.

그런데,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서 갔더니 단 6분 걸렸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시간이 배 이상이 절약된 겁니다.

지름길이라 부를만 하네요.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하면 여기를 통과하는 게 길이 빠르게 나온대요. 그러니까 그걸 찍고 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기 밀려가지고 이 난리가 났는데,"]

통행료 부과 시행 일주일여, 주민들 반응은 일단 합격점입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지금은요. 밤에 차가 안 다녀요. 진짜 차가 안 다녀요. 조용해요."]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지나친거 아니냐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양성오/아파트 입주민 : "야박하게요 (아파트) 뒤쪽에 사는 분들하고 몇 년에 걸쳐서 왔다 갔다 한 (길)인데 통행세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거고……."]

특히 아파트 상가 상인들의 반발이 큽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손님들이 뚝 끊긴겁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손님들의 통행료를 대신 부담해주기도 한다는데요.

[정연희/아파트 상가 상인 : "어제도 손님이 오는데 돈 2천 원을 달라고 그러더라고. 이 바지 하나 세탁하는데 3천 원이에요. 외부에서 차 타고 들어왔다고 내가 2천 원을 내주면 나보고 뭐 하라고. 차라리 오지 말라고 하는 게 낫지"]

관할 지자체에 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엄연히 사유지라 지자체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자문을 여섯 분에게 받아봤는데 변호사들 대부분이 통행료 징수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이 없다. 실제 소유 관계를 따졌을 때는 사유지다."]

아파트 단지 통행료 부과는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 주택 특성에 기인한다는 분석인데요,

그런데, 이게 야기할 수 있는 지역 사회 갈등과 분열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경기도에 있는 이 아파트 단지, 앞서 아파트와 비슷한 이유로 이미 13년 전 통행료 3천원 징수를 시작했습니다.

[이상식/아파트 입주민 : "골프장에 가는 차들이 엄청 많이 다녀갔고 단지 주민들이 매연에다가 복잡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돈을 목적으로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 (외부) 차량 통행을 차단하는 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인근 주택단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급기야 차단기를 ‘맞설치’하며 대치했습니다.

서로의 차량 진입을 거부하며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진 상황! 통행료 징수는 지난해 3월 이후 잠정 중단됐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지난해) 5월 26일부터 우리도 (주택단지 주민들의) 차량을 전면 통제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소송을 들어갑니다."]

통행료 징수로 인한 작은 갈등이 주민들의 마음까지 닫게 만들고, 이는 지역 사회 단절까지 가져올 수 있는 상황.

적절한 양보와 해법이 시급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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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파트 지나가려면 통행료 내세요”…무슨 일?
    • 입력 2020-01-09 08:36:20
    • 수정2020-01-09 09: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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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가 새해부터 단지를 통과하는 외부 차량들로부터 통행료 2천원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내 도로를 이용하는 외부차량이 지나치게 많아져서 내린 결정이라고 하는데요,

너무 야박하다는 의견과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입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아파트 통행료를 둘러싼 갈등, 이수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에서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는 차량과 경비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 "2천원 내고 들어가시는 거예요. (바뀌었어요?) 네, 금년부터 바뀌었어요. (무조건 내는 돈이에요?)"]

머뭇거리다 돈을 건네자.. 그제야 차단기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냥 차를 돌려 나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파트 방문객 : "(차 돌려서 나가는 건가요?) 후문으로 나가려면 통행료를 내라고 해서……."]

이 아파트, 새해 1월1일부터, 단지를 통과하는 외부 차량으로부터 통행료 2천원 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내 도로를 이용하는 외부 차량이 ‘너무’ 많아서 주민 불편이 심각해지자 입주민 회의에서 전격 내린 결정입니다.

[허만영/아파트 입주민 : "차들이 너무 많이 다니니까 시끄럽죠."]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아이들도 부모님들이 손잡고 걸어 다니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예요. 차량이 너무 많다 보니까."]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여름에는 문을 열어놓고 살잖아요. 문을 열어놓으면 말도 못 해요. 매연이 올라오면은요, 집으로 다 들어와요."]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입주민들이 주차할 수가 없어. 주차장에 외부 차량이 굉장히 많이 주차하고 있어요."]

아파트 측은 지난해 하루 통과 차량을 측정해봤더니, 절반 이상이 외부차량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곳에 유독, 외부차량 진입이 많은 이유는 뭘까?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가 이제 지름길이에요. 난곡터널이 우리 아파트를 통과했을 때는 시간상으로 상당히 지름길이 되는 겁니다."]

지름길? 정말일까요?

직접 주행해봤습니다.

아파트 정문부터 난곡 터널까지!

단지 외부 도로로 달렸을 때 걸린 시간은 14분.

그런데,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서 갔더니 단 6분 걸렸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시간이 배 이상이 절약된 겁니다.

지름길이라 부를만 하네요.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하면 여기를 통과하는 게 길이 빠르게 나온대요. 그러니까 그걸 찍고 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기 밀려가지고 이 난리가 났는데,"]

통행료 부과 시행 일주일여, 주민들 반응은 일단 합격점입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지금은요. 밤에 차가 안 다녀요. 진짜 차가 안 다녀요. 조용해요."]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지나친거 아니냐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양성오/아파트 입주민 : "야박하게요 (아파트) 뒤쪽에 사는 분들하고 몇 년에 걸쳐서 왔다 갔다 한 (길)인데 통행세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거고……."]

특히 아파트 상가 상인들의 반발이 큽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손님들이 뚝 끊긴겁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손님들의 통행료를 대신 부담해주기도 한다는데요.

[정연희/아파트 상가 상인 : "어제도 손님이 오는데 돈 2천 원을 달라고 그러더라고. 이 바지 하나 세탁하는데 3천 원이에요. 외부에서 차 타고 들어왔다고 내가 2천 원을 내주면 나보고 뭐 하라고. 차라리 오지 말라고 하는 게 낫지"]

관할 지자체에 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엄연히 사유지라 지자체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자문을 여섯 분에게 받아봤는데 변호사들 대부분이 통행료 징수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이 없다. 실제 소유 관계를 따졌을 때는 사유지다."]

아파트 단지 통행료 부과는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 주택 특성에 기인한다는 분석인데요,

그런데, 이게 야기할 수 있는 지역 사회 갈등과 분열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경기도에 있는 이 아파트 단지, 앞서 아파트와 비슷한 이유로 이미 13년 전 통행료 3천원 징수를 시작했습니다.

[이상식/아파트 입주민 : "골프장에 가는 차들이 엄청 많이 다녀갔고 단지 주민들이 매연에다가 복잡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돈을 목적으로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 (외부) 차량 통행을 차단하는 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인근 주택단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급기야 차단기를 ‘맞설치’하며 대치했습니다.

서로의 차량 진입을 거부하며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진 상황! 통행료 징수는 지난해 3월 이후 잠정 중단됐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지난해) 5월 26일부터 우리도 (주택단지 주민들의) 차량을 전면 통제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소송을 들어갑니다."]

통행료 징수로 인한 작은 갈등이 주민들의 마음까지 닫게 만들고, 이는 지역 사회 단절까지 가져올 수 있는 상황.

적절한 양보와 해법이 시급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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