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참조기를 영광에서 말리면 ‘영광굴비’가 될까?

입력 2020.01.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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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차례상에 올리는 '조기'는 담백한 맛이 일품인 생선입니다. 그중에서도 전남 영광 법성포 앞바다에서 참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영광굴비'는 특유의 감칠맛이 더해져 인기가 높습니다. 특상품은 10마리 한 묶음에 200만 원에 팔리기도 합니다.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수산물 가공업체 작업장에서 국내산 참조기와 중국산 참조기를 교묘히 섞어서 '영광굴비'라고 파는 수법입니다.

이 같은 범행이 가능한 이유는 서해에서 잡히는 참조기의 크기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어장에서 중국 배가 잡으면 중국산, 한국 배가 잡으면 국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원산지를 구별하지 쉽지 않습니다.

영광군은 가짜 영광굴비 판매를 막기 위해 생산자 이력제와 진품 인증태그 등을 도입했지만, 작업장에서 교묘히 이뤄지는 범죄를 완전히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가짜 영광굴비'…부당이익만 650억 원 규모

이런 가운데 지난 2018년 역대 최대 규모의 가짜 '영광굴비' 사건이 적발됐습니다. 국내산 참조기 어획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영광굴비' 유통량에 변화가 없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검찰에 업자들의 범행이 발각된 겁니다.

사건에 연루된 업체만 15곳인데, 8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중국산 참조기를 '영광굴비'라고 속여 팔았습니다.

가짜 '영광굴비'는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에서 팔려나갔고, 결국 250억 원가량의 중국산 참조기로 650억 원의 수익을 남겼습니다. 가짜 영광굴비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서울 서부지검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업체 운영자 63살 박 모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3명과 함께 재판에 넘겼습니다.


중국산 참조기를 영광에서 말리면 '영광굴비'가 될까?

서울서부지법에선 13번의 공판기일이 진행됐고, 증인 17명이 재판정에 나왔습니다.

업체 측은 재판에서 "조기의 어종이 같고 굴비 가공 작업 자체는 전남 영광에서 이뤄졌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국산과 다를 바 없는 조기를 영광에서 작업했으니 '영광굴비'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9일) 1년 8개월여 만에 1심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박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공범 49살 박 모 씨 등 3명에게 징역 1년 6개월∼3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박 씨는 '굴비 명인'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신지식인으로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질서를 무너뜨리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렸으며 영광굴비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낳아 국내산을 취급하는 생산자에게 피해를 주고 지역 이미지마저 훼손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산지 구분 논란과 관련해 재판부는 "비록 조기의 어종이 같고 굴비 가공 작업 자체는 전남 영광에서 이뤄졌다고 하지만, 중국산 조기가 국내로 유통되는 거리가 멀고 그 과정을 감독할 수 없어 신선도나 품질 면에서 차이가 난다"며 "시장에서는 이런 점이 가격 차이로도 나타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국산' 참조기를 '영광'에서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을 '영광굴비'라고 믿고 구매한다는 뜻입니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으로 원산지가 거짓 표시된 굴비를 속아서 구입한 소비자가 종국적인 피해자라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다툴 수 있다고 보고, 보석허가취소 결정이나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박 씨 일당과 함께 불구속기소됐던 수산물 생산·유통업체 관계자 9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4명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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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산 참조기를 영광에서 말리면 ‘영광굴비’가 될까?
    • 입력 2020-01-09 17:18:05
    취재K
명절 차례상에 올리는 '조기'는 담백한 맛이 일품인 생선입니다. 그중에서도 전남 영광 법성포 앞바다에서 참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영광굴비'는 특유의 감칠맛이 더해져 인기가 높습니다. 특상품은 10마리 한 묶음에 200만 원에 팔리기도 합니다.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수산물 가공업체 작업장에서 국내산 참조기와 중국산 참조기를 교묘히 섞어서 '영광굴비'라고 파는 수법입니다.

이 같은 범행이 가능한 이유는 서해에서 잡히는 참조기의 크기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어장에서 중국 배가 잡으면 중국산, 한국 배가 잡으면 국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원산지를 구별하지 쉽지 않습니다.

영광군은 가짜 영광굴비 판매를 막기 위해 생산자 이력제와 진품 인증태그 등을 도입했지만, 작업장에서 교묘히 이뤄지는 범죄를 완전히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가짜 영광굴비'…부당이익만 650억 원 규모

이런 가운데 지난 2018년 역대 최대 규모의 가짜 '영광굴비' 사건이 적발됐습니다. 국내산 참조기 어획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영광굴비' 유통량에 변화가 없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검찰에 업자들의 범행이 발각된 겁니다.

사건에 연루된 업체만 15곳인데, 8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중국산 참조기를 '영광굴비'라고 속여 팔았습니다.

가짜 '영광굴비'는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에서 팔려나갔고, 결국 250억 원가량의 중국산 참조기로 650억 원의 수익을 남겼습니다. 가짜 영광굴비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서울 서부지검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업체 운영자 63살 박 모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3명과 함께 재판에 넘겼습니다.


중국산 참조기를 영광에서 말리면 '영광굴비'가 될까?

서울서부지법에선 13번의 공판기일이 진행됐고, 증인 17명이 재판정에 나왔습니다.

업체 측은 재판에서 "조기의 어종이 같고 굴비 가공 작업 자체는 전남 영광에서 이뤄졌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국산과 다를 바 없는 조기를 영광에서 작업했으니 '영광굴비'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9일) 1년 8개월여 만에 1심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박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공범 49살 박 모 씨 등 3명에게 징역 1년 6개월∼3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박 씨는 '굴비 명인'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신지식인으로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질서를 무너뜨리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렸으며 영광굴비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낳아 국내산을 취급하는 생산자에게 피해를 주고 지역 이미지마저 훼손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산지 구분 논란과 관련해 재판부는 "비록 조기의 어종이 같고 굴비 가공 작업 자체는 전남 영광에서 이뤄졌다고 하지만, 중국산 조기가 국내로 유통되는 거리가 멀고 그 과정을 감독할 수 없어 신선도나 품질 면에서 차이가 난다"며 "시장에서는 이런 점이 가격 차이로도 나타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국산' 참조기를 '영광'에서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을 '영광굴비'라고 믿고 구매한다는 뜻입니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으로 원산지가 거짓 표시된 굴비를 속아서 구입한 소비자가 종국적인 피해자라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다툴 수 있다고 보고, 보석허가취소 결정이나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박 씨 일당과 함께 불구속기소됐던 수산물 생산·유통업체 관계자 9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4명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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