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바로 잡았다’는 靑…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입력 2020.01.10 (07:04) 수정 2020.01.1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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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전격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9일 기자들의 눈은 청와대로 쏠렸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들을 사실상 '물갈이' 한 이번 인사의 배경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섭니다.

청와대는 9일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무부에서 밝힌대로 '균형 인사', '인권 수사'를 위한 방안이 중요하게 생각돼 인사가 이뤄진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문책성 인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인사 배경에 대한 해석은 언론이 알아서 하라고도 했습니다. 청와대 내부든 외부든 어떤 인사에 대해서도 그 배경을 따로 설명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靑 "檢 특수부 쏠림 바로잡는 균형 인사"

인사 배경이 '균형 인사'라는 말은 과거의 검찰 인사는 '균형 인사가 아니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즉, '비정상' 이었던 과거 인사를 바로 잡는 인사라는 겁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가 '잘못된 인사'였다고 말합니다. 당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검찰 주요 보직에 배치됐었죠. 이번에 지방으로 발령난 한동훈 당시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이 대표적입니다.

이때 주요 보직을 특수부가 독점하면서 힘이 과도하게 특수부에 쏠렸고, 공판부나 형사부 검사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반영되지 못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입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 '윤석열의 사람들'만 다 쳐냈다고 하는 것은 역으로 그동안 윤석열의 사람으로만 채워졌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보직에 형사, 공판부 검사들을 기용한 이유도 힘의 균형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잘못된 관행' 바뀌지 않는다는 불만 누적

청와대가 인사 배경으로 '인권 수사'를 언급한 건, 잘못된 수사 관행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형사 공보준칙을 제정했지만, 수사 관행의 문제는 법과 제도만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 때만 해도 문 대통령은 "검찰 내부 개혁에 대해서는 윤 총장을 신뢰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나 선거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피의사실을 계속 흘렸다고 청와대는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어 검찰에 공개 경고도 했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 발급해줬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검찰이 언론에 흘리는 행태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인권 수사라는 게 검찰엔 없는 것이냐"고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윤 총장이 추미애 장관의 의견 개진 요청에도 법무부를 방문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명백한 '항명'이라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입니다. 전례에 따라 의견을 개진하기 전에 법무부가 인사안을 검찰총장에게 보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검찰 측 주장에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했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의견을 듣겠다고 요청한 이상, 절차에 하자는 없다' '경찰청이나 방위사업청 등 행정부의 어느 외청도 인사안을 미리 받아보지는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청와대 사람들은 이번 인사가 조국 전 장관 수사에 대한 '보복 인사' 아니냐는 지적에 손사래를 치며 부인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균형 인사'와 '인권 수사를 위한 인사'라는 겁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청와대가 이번에 바로 잡았다고 하는 지난해 7월의 검찰 고위직 인사는 다름 아닌 지금의 청와대가 관여한 인사였습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된 이유 중 하나는 적폐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이었고, 그런 윤 총장에게 청와대는 힘을 실어줬습니다. 윤 총장은 자신의 측근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겠다고 했고,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던 것입니다. 당시엔 특수통 위주, 총장 측근의 '보직 독식'에 대해 아무 문제 의식이 없었던 걸까요?

윤석열 총장 취임 이후 시작된 조국 전 장관 수사부터 최근의 청와대 관련 수사까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별건 수사' 등 잘못된 수사관행은 숱하게 제기됐고, 따라서 '인권수사를 위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납득이 되는 측면도 많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 초기 이른바 '적폐수사' 당시에도 많은 '피의사실 공표'와 '별건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를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진영의 유불리에 따라 검찰 수사의 '옳고 그름'이 달라지는 것인지, 일각에서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공정하게 이뤄질까?

청와대를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청와대가 교체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습니다. 예전에도 검찰이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을 수사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수사 중에 간부를 교체한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수사한 FBI 국장을 해임해, 특검까지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건,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느냐일 겁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 중인 검찰의 고위 간부들을 인사조치한 점은 앞으로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도 제기됩니다.

청와대는 이같은 지적에 "검사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것인가 오히려 반문드리고 싶다"라며 "엄정한 법적 기준을 토대로 공정한 수사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수사는 수사의 결과로 말해지는 것이고 인사도 인사의 결과 자체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의 말대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고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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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0 07:04:14
    • 수정2020-01-10 07:29:35
    취재K
8일 전격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9일 기자들의 눈은 청와대로 쏠렸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들을 사실상 '물갈이' 한 이번 인사의 배경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섭니다.

청와대는 9일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무부에서 밝힌대로 '균형 인사', '인권 수사'를 위한 방안이 중요하게 생각돼 인사가 이뤄진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문책성 인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인사 배경에 대한 해석은 언론이 알아서 하라고도 했습니다. 청와대 내부든 외부든 어떤 인사에 대해서도 그 배경을 따로 설명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靑 "檢 특수부 쏠림 바로잡는 균형 인사"

인사 배경이 '균형 인사'라는 말은 과거의 검찰 인사는 '균형 인사가 아니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즉, '비정상' 이었던 과거 인사를 바로 잡는 인사라는 겁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가 '잘못된 인사'였다고 말합니다. 당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검찰 주요 보직에 배치됐었죠. 이번에 지방으로 발령난 한동훈 당시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이 대표적입니다.

이때 주요 보직을 특수부가 독점하면서 힘이 과도하게 특수부에 쏠렸고, 공판부나 형사부 검사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반영되지 못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입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 '윤석열의 사람들'만 다 쳐냈다고 하는 것은 역으로 그동안 윤석열의 사람으로만 채워졌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보직에 형사, 공판부 검사들을 기용한 이유도 힘의 균형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잘못된 관행' 바뀌지 않는다는 불만 누적

청와대가 인사 배경으로 '인권 수사'를 언급한 건, 잘못된 수사 관행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형사 공보준칙을 제정했지만, 수사 관행의 문제는 법과 제도만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 때만 해도 문 대통령은 "검찰 내부 개혁에 대해서는 윤 총장을 신뢰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나 선거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피의사실을 계속 흘렸다고 청와대는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어 검찰에 공개 경고도 했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 발급해줬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검찰이 언론에 흘리는 행태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인권 수사라는 게 검찰엔 없는 것이냐"고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윤 총장이 추미애 장관의 의견 개진 요청에도 법무부를 방문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명백한 '항명'이라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입니다. 전례에 따라 의견을 개진하기 전에 법무부가 인사안을 검찰총장에게 보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검찰 측 주장에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했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의견을 듣겠다고 요청한 이상, 절차에 하자는 없다' '경찰청이나 방위사업청 등 행정부의 어느 외청도 인사안을 미리 받아보지는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청와대 사람들은 이번 인사가 조국 전 장관 수사에 대한 '보복 인사' 아니냐는 지적에 손사래를 치며 부인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균형 인사'와 '인권 수사를 위한 인사'라는 겁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청와대가 이번에 바로 잡았다고 하는 지난해 7월의 검찰 고위직 인사는 다름 아닌 지금의 청와대가 관여한 인사였습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된 이유 중 하나는 적폐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이었고, 그런 윤 총장에게 청와대는 힘을 실어줬습니다. 윤 총장은 자신의 측근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겠다고 했고,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던 것입니다. 당시엔 특수통 위주, 총장 측근의 '보직 독식'에 대해 아무 문제 의식이 없었던 걸까요?

윤석열 총장 취임 이후 시작된 조국 전 장관 수사부터 최근의 청와대 관련 수사까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별건 수사' 등 잘못된 수사관행은 숱하게 제기됐고, 따라서 '인권수사를 위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납득이 되는 측면도 많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 초기 이른바 '적폐수사' 당시에도 많은 '피의사실 공표'와 '별건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를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진영의 유불리에 따라 검찰 수사의 '옳고 그름'이 달라지는 것인지, 일각에서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공정하게 이뤄질까?

청와대를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청와대가 교체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습니다. 예전에도 검찰이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을 수사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수사 중에 간부를 교체한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수사한 FBI 국장을 해임해, 특검까지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건,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느냐일 겁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 중인 검찰의 고위 간부들을 인사조치한 점은 앞으로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도 제기됩니다.

청와대는 이같은 지적에 "검사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것인가 오히려 반문드리고 싶다"라며 "엄정한 법적 기준을 토대로 공정한 수사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수사는 수사의 결과로 말해지는 것이고 인사도 인사의 결과 자체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의 말대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고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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