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해장국 언론’을 입맛대로 악용하는 언론들에게

입력 2020.01.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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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한 속을 한방에 달래주기만 한다면, 재료가 무엇이든 좋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좋은 상황이니 기준이 꽤 까다로울 것 같지만, 말 그대로 ‘시원하기만 하면’ 또 만족하는 그런 음식. 바로 '해장국'이다.

'자꾸 해장국만 찾지 말고 술을 좀 줄여보는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꺼낸 한 언론학자가 있다. 언론 개혁이 사회 화두가 된 지난 연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레기’라고 욕하는 당신께' 라는 제목의 한겨레 칼럼에서 해장국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스스로 정해놓은 답을 찾는 ‘답정너 언론’을 우리는 열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극단으로 가는 것 말고 더 생산적인 방향을 찾을 수는 없는지 고민해보자고 했다. 언론개혁 과제를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의 문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 강 교수는, 해장국 언론을 원하는 사회에선 언론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할까.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 시작을 앞두고 강 교수를 만났다.

강준만 "언론 수용자들도 바뀌어야"


강준만 교수는 '많은 분들에게 혼이 많이 났다. '내가 술꾼이냐’라며 비난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리더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강 교수는 ‘해장국 언론’ 발언에 대해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 비판에 임할 때 어떤 목표를 잡고 모든 과오를 다 끄집어내면 악마가 안 될 집단이 없다. 그렇게 따지면 쓰레기 아닌 게 우리 한국 사회에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을 꺼냈다.

강 교수는 현재의 언론 환경에서 언론 수용자들도 변화를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매체 수, 채널 수가 과거에 수십 개였다면 지금 수백, 수천 개로 늘었죠. 그러니까 미디어 입장에서도 시장을 세분화해서 특정 타깃을 잡고, 그 사람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이자 자신들의 생존 전략을 쓰는 겁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데, 우리가 좀 유독 심하죠.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된 상황인데 수용자들이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라는 미명 하에 자신이 구독했거나 지지했던 미디어가 자신의 성향, 선호에 맞지 않는 보도를 했을 때 구독을 끊어버리거나 끊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도 나타납니다. 그 행위가 갖는 의미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를 않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강 교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디어 비평은 어떤 것일까. 그는 '저널리즘 토크쇼 J'가 해장국에 그치지 않는, 대안이 있는 비평을 이어간다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제가 바라는 건 그야말로 윤리적 문제, 진보도 보수도 동의할 수 있는 언론의 근원적인 문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신뢰가 언론의 유일한 밥줄인데, 사이비 언론에 가까운 ‘나쁜 언론’들에 존재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비판 날을 세워서 해야죠.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만을 추구하지 말아 달라. 언론을 쓰레기라고 욕하더라도 쓰레기를 어떻게 재활용하고 우리 사회에 득이 되도록 바꿔 나갈 것인가에 집중해줬으면 합니다. 꼭 해법을 제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해법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느끼게끔 독자에게 여운을 주는 겁니다. 독자들도 그렇게 되면 언론 문제에 연대 책임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거죠. 정파성을 초월한 공공적 솔루션에 충실해야합니다."


미디어 비평, 언론과 수용자 모두 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J’ 시즌 1을 이끌어온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강준만 교수가 ‘해장국 저널리즘’을 이야기했을 때 나온 반응을 보면 현재의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비판 받아 마땅했던 언론들이 이 ‘해장국’ 발언을 제일 반겼다. 기성 언론을 비판해오던 시민들은 굉장히 불편하게 느끼고 있다. 미스매치돼있는 것이다. 사실 이 발언은 기성 언론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언론 수용자들에게 '언론을 비판하더라도 지나치게 악마화 시키지만 말고 더 가려서 봐 봅시다'라고 하는 말이다. 결코 기성 언론들에게 '너희 해장국 언론 아니야? 맞아?' 이러면서 편을 들어주는 발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J’ 시즌1 최다출연자로 꼽힌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를 실망시키는 언론들에 대해 그래도 우리가 다시 한번 믿음을 갖고 고쳐나가게 해야한다는 것을 강준만 교수가 강조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보고 그저 속 시원하다고만 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언론수용자가 극단적으로 갈려져 있는 환경이고, 정당한 언론 비평조차도 정파적이라고 서로 말하는 상황이다. 언론 비평을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우리가 이런 것들을 아울러 비평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J’ 고정패널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사실 비평과 좋은 기사의 사례를 같이 제시하는 것이 가장 건강하다. 좋은 사례를 계속 발굴해서 제시하는 것과, 부정적인 것과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핀셋처럼 딱 집어서 지적하는 노력을 좀 더 기울인다면 좋겠다. 좋은 기사든 나쁜 기사든 어떻게 이 기사가 탄생하게 됐는지 등을 밝히는데 공을 들이면 더 발전한 미디어 비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원칙 지키며 한걸음 더 들어가야"


‘J’ 특집 공개방송에 출연한 정연주 전 KBS사장은 "과거에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절대 권력을 갖고 있었고, 기자들 역시 정보를 거의 독점적으로 보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자 권력이라는 게 존재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디지털 시대의 언론 환경은 천지개벽의 수준으로 다르다. 그러면 지금 이 상황에서 언론은 과연 무엇을 해야 되겠느냐. 결국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한다. 진리를 추구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하고 공정하고 정직해야 하는 것이다. 원칙을 잃고 극단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준희 교수는 "왜 언론의 나쁜 관행이 만들어지고 어두운 구조들이 유지되는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기사가 탄생하게 됐는가를 취재해서 보여줄 수 있다면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으로서 한걸음 더 나아간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본다.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지만 상당히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시즌 1 마지막 방송인 J 75회는〈2020년 신년기획 2부- ‘J’는 계속된다〉라는 주제로 12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세진 KBS아나운서,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정연주 전 KBS사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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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해장국 언론’을 입맛대로 악용하는 언론들에게
    • 입력 2020-01-11 08:01:51
    저널리즘 토크쇼 J
거북한 속을 한방에 달래주기만 한다면, 재료가 무엇이든 좋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좋은 상황이니 기준이 꽤 까다로울 것 같지만, 말 그대로 ‘시원하기만 하면’ 또 만족하는 그런 음식. 바로 '해장국'이다.

'자꾸 해장국만 찾지 말고 술을 좀 줄여보는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꺼낸 한 언론학자가 있다. 언론 개혁이 사회 화두가 된 지난 연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레기’라고 욕하는 당신께' 라는 제목의 한겨레 칼럼에서 해장국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스스로 정해놓은 답을 찾는 ‘답정너 언론’을 우리는 열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극단으로 가는 것 말고 더 생산적인 방향을 찾을 수는 없는지 고민해보자고 했다. 언론개혁 과제를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의 문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 강 교수는, 해장국 언론을 원하는 사회에선 언론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할까.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 시작을 앞두고 강 교수를 만났다.

강준만 "언론 수용자들도 바뀌어야"


강준만 교수는 '많은 분들에게 혼이 많이 났다. '내가 술꾼이냐’라며 비난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리더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강 교수는 ‘해장국 언론’ 발언에 대해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 비판에 임할 때 어떤 목표를 잡고 모든 과오를 다 끄집어내면 악마가 안 될 집단이 없다. 그렇게 따지면 쓰레기 아닌 게 우리 한국 사회에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을 꺼냈다.

강 교수는 현재의 언론 환경에서 언론 수용자들도 변화를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매체 수, 채널 수가 과거에 수십 개였다면 지금 수백, 수천 개로 늘었죠. 그러니까 미디어 입장에서도 시장을 세분화해서 특정 타깃을 잡고, 그 사람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이자 자신들의 생존 전략을 쓰는 겁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데, 우리가 좀 유독 심하죠.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된 상황인데 수용자들이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라는 미명 하에 자신이 구독했거나 지지했던 미디어가 자신의 성향, 선호에 맞지 않는 보도를 했을 때 구독을 끊어버리거나 끊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도 나타납니다. 그 행위가 갖는 의미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를 않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강 교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디어 비평은 어떤 것일까. 그는 '저널리즘 토크쇼 J'가 해장국에 그치지 않는, 대안이 있는 비평을 이어간다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제가 바라는 건 그야말로 윤리적 문제, 진보도 보수도 동의할 수 있는 언론의 근원적인 문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신뢰가 언론의 유일한 밥줄인데, 사이비 언론에 가까운 ‘나쁜 언론’들에 존재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비판 날을 세워서 해야죠.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만을 추구하지 말아 달라. 언론을 쓰레기라고 욕하더라도 쓰레기를 어떻게 재활용하고 우리 사회에 득이 되도록 바꿔 나갈 것인가에 집중해줬으면 합니다. 꼭 해법을 제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해법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느끼게끔 독자에게 여운을 주는 겁니다. 독자들도 그렇게 되면 언론 문제에 연대 책임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거죠. 정파성을 초월한 공공적 솔루션에 충실해야합니다."


미디어 비평, 언론과 수용자 모두 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J’ 시즌 1을 이끌어온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강준만 교수가 ‘해장국 저널리즘’을 이야기했을 때 나온 반응을 보면 현재의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비판 받아 마땅했던 언론들이 이 ‘해장국’ 발언을 제일 반겼다. 기성 언론을 비판해오던 시민들은 굉장히 불편하게 느끼고 있다. 미스매치돼있는 것이다. 사실 이 발언은 기성 언론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언론 수용자들에게 '언론을 비판하더라도 지나치게 악마화 시키지만 말고 더 가려서 봐 봅시다'라고 하는 말이다. 결코 기성 언론들에게 '너희 해장국 언론 아니야? 맞아?' 이러면서 편을 들어주는 발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J’ 시즌1 최다출연자로 꼽힌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를 실망시키는 언론들에 대해 그래도 우리가 다시 한번 믿음을 갖고 고쳐나가게 해야한다는 것을 강준만 교수가 강조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보고 그저 속 시원하다고만 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언론수용자가 극단적으로 갈려져 있는 환경이고, 정당한 언론 비평조차도 정파적이라고 서로 말하는 상황이다. 언론 비평을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우리가 이런 것들을 아울러 비평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J’ 고정패널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사실 비평과 좋은 기사의 사례를 같이 제시하는 것이 가장 건강하다. 좋은 사례를 계속 발굴해서 제시하는 것과, 부정적인 것과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핀셋처럼 딱 집어서 지적하는 노력을 좀 더 기울인다면 좋겠다. 좋은 기사든 나쁜 기사든 어떻게 이 기사가 탄생하게 됐는지 등을 밝히는데 공을 들이면 더 발전한 미디어 비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원칙 지키며 한걸음 더 들어가야"


‘J’ 특집 공개방송에 출연한 정연주 전 KBS사장은 "과거에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절대 권력을 갖고 있었고, 기자들 역시 정보를 거의 독점적으로 보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자 권력이라는 게 존재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디지털 시대의 언론 환경은 천지개벽의 수준으로 다르다. 그러면 지금 이 상황에서 언론은 과연 무엇을 해야 되겠느냐. 결국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한다. 진리를 추구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하고 공정하고 정직해야 하는 것이다. 원칙을 잃고 극단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준희 교수는 "왜 언론의 나쁜 관행이 만들어지고 어두운 구조들이 유지되는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기사가 탄생하게 됐는가를 취재해서 보여줄 수 있다면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으로서 한걸음 더 나아간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본다.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지만 상당히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시즌 1 마지막 방송인 J 75회는〈2020년 신년기획 2부- ‘J’는 계속된다〉라는 주제로 12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세진 KBS아나운서,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정연주 전 KBS사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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