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전광훈 집회 언급 중 ‘하나님 vs 문재인’ 누가 더 많았나?

입력 2020.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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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에 맞선 전광훈 목사, "종교 탄압"

거침없는 막말과 불법 모금 의혹 등으로 논란을 몰고 다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 이달 초 경찰이 '폭력집회 주도'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찰이 소음 기준 초과 등을 이유로 전 목사가 주도하는 청와대 앞 야간 집회에 대해 제한통고를 내리기도 했는데요.

전광훈 목사 측은 이 같은 경찰의 조치가 '공권력의 종교 탄압'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한기총은 성명을 통해 "명백한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정부와 경찰의 불법에 항거하며 더욱 강력한 반정부 집회를 이어 갈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전 목사 측은 석 달 넘게 이어온 이 반정부 집회를 '정치 집회'가 아닌 '종교 집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집회 이름도 '광야교회'입니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따라 사전 신고가 필요한 '집회'에 비해 종교행사는 각종 규제를 덜 받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입니다.

앞서 KBS 팩트체크팀은 이 집회가 종교 행사인지 여부를 따져봤고(참고기사: [팩트체크K] 전광훈 목사 ‘청와대 광야교회’ 예배는 종교행사일까?), 집회의 성격을 더 들여다보기 위해 이번엔 전광훈 목사의 발언 내용을 키워드 빈도로 분석했습니다. 전 목사가 주도한 집회 중 가장 규모가 컸던 5차례(10월 3일, 10월 9일, 10월 23일, 12월 29일, 1월 4일)를 선정해 전 목사가 했던 모든 발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10월 3일 집회…'하나님'보다 '문재인' 더 많이 언급

먼저 경찰이 '폭력 집회'로 규정한 지난해 10월 3일 발언을 분석했습니다. 전광훈 목사의 구속영장 신청의 근거가 된 집회입니다.

전광훈 목사가 발언한 명사를 모두 따져봤더니 '대한민국'이 50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두 번째가 '문재인'(26번)입니다. 그다음에 '하나님'(23번)이 나옵니다.


각 단어는 어떤 맥락에서 나왔을까요?

〈'대한민국'(50번)〉
"대한민국 영광을 위하여 헌금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될 든든한 용사들이 이 자리에 앉아계십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망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에 의하여 건국된 나라인 것입니다"
 등입니다.

〈'문재인'(26번)〉
"오늘 문재인 저 X 빨리 끌려 나오게 하여 주시옵소서"
"문재인 저 X을 끌어내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문재인이 X자식아 빨리 나와!"
"문재인의 모가지를 끌고 나오는 날입니다"
"여러분의 손으로 문재인의 머리카락 잡아당겨서 전체가 다 한 몸으로 문재인을 오늘 뒤주 속에다 가둬서 서울 구치소로 보냅시다"
"문재인은 오늘 안에 끝장을 내야 합니다"
 등입니다.

거친 언사가 수시로 등장했습니다.

〈'하나님'(23번)〉
"하늘의 하나님이 지금 이 집회를 돕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태풍을 저 일본으로 다 쫓아버렸습니다"
"하나님이 다 허락해주셔야 문재인 저 X도 끌고 나올 수 있고"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 대한민국을 관리하지 못한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문재인이가 끌려 나올 때까지 하나님 우리를 밀어주시고"
등입니다.

'하나님'은 키워드 '문재인'과 붙어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 사도신경을 교독하거나 기도할 때도 자주 언급됐습니다.

고유 명사는 ①대한민국 ②문재인 ③청와대 순으로 언급

이번엔 발언에서 고유 명사만 뽑아봤습니다.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 ▲문재인 ▲청와대 ▲이승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북한 ▲미국 순으로 언급했습니다. '예수'의 경우 '문재인'과 '황교안', '자유한국당'보다 후순위였습니다.

한때 사라졌던 '문재인', 영장 기각 후 다시 발언

이번엔 전광훈 목사가 참여한 집회 중 가장 규모가 컸던 5개 집회로 분석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10월 3일(광화문), 10월 9일(광화문), 10월 23일(청와대 앞), 12월 29일(광화문), 올해 1월 4일(광화문) 집회입니다.

시간 흐름에 따라 전 목사 발언 내용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0월 초에 열린 집회(10월 3일, 10월 9일)에는 10위권 안에 '대한민국'과 '문재인'이 등장합니다. 키워드 '문재인'은 10월 3일과 9일 집회에서 각각 26번, 15번 언급되며 2위와 9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3일, 12월 29일까지, 연말로 넘어가면서 발언에서 '문재인'이라는 키워드는 사라집니다. 50위권 안도 없습니다. '문재인' 관련 거친 언사가 잦아든 것입니다.

10월 23일 집회에서는 ▲엄마(21번) ▲목사(18번) ▲성령(18번) ▲아멘(17번) ▲교회(11번) ▲하나님(10번) 등 순으로 발언했고, 12월 29일 집회에서는 ▲하나님(204번) ▲아멘(204번) ▲로고스(176번) ▲원인(142번) ▲존재(140번) ▲교회(118번) ▲예수(118번) 등 순으로 언급했습니다. '하나님'과 '예수'가 많이 등장합니다. 일반 교회에서 들을 수 있는 설교 내용과 비슷합니다.

그러다 올해 초에 열린 집회에 다시 '문재인'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1월 4일 열린 집회의 키워드 빈도를 볼까요?

▲대한민국(30번) ▲동의(20번) ▲문재인(14번) ▲자리(13번) ▲목사(7번) ▲만세(7번) ▲끝장(7번) ▲헌법(7번) ▲구속(6번) ▲김정은(6번) 순입니다. '대한민국'과 '문재인'의 등장 빈도가 다시 가장 많아졌고, '끝장'과 같은 극단적 표현도 등장했습니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초 집회와 비슷한 양상으로 되돌아간 겁니다.

요약하면 초반에 거셌던 정권 비판 발언 빈도가 연말로 가며 줄었다가 올해 초 다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강경 모드' 계기는 구속영장 기각?

전광훈 목사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전 목사의 발언이 더 강경해진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이 전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날짜가 12월 26일인데, 사흘 후 열린 29일 집회에서는 현안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다 영장이 기각되고 이틀 후 열린 1월 4일 집회에서 다시 정치적인 발언이 거세지는 양상입니다. 특히, 한동안 잠잠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강경한 발언이 다시 등장합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이 집회를 문재인이가 내려올 때까지 계속 진행해야 되는 것입니다"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에 빨갱이들이 나타나서 주사파 문재인 이 자식들이 나타나서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는 거에 대하여 다시 마지막 인생을 불태우기 위하여 오늘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문재인 너 보고 있냐. 지금? 진작 어르신들이 나오기 전에 내가 내려오라고 했지"
"정말 나 저 문재인 X, 아이고 X, 그러면 안 되지 또. 또 참아야지"
"지금 문재인이가 정신이 나갔습니다"
"저 문재인을 초등학교로 다시 돌려보내야 됩니다. 저 X을. 그 사건은 지금 문재인이가 지금 정신이 나갔다는 증거인 것입니다"


제일 많이 등장한 정치인은?

전 목사의 집회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정치인은 단연 문재인(66번)입니다. 2위는 이승만(57번) 3위 김문수(24번) 4위는 황교안(10번)이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전광훈 목사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강조하는 내용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 목사는 우남 이승만의 전기인 〈이승만의 분노〉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는데요. 이승만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전 목사는 광화문 광장을 '이승만 광장'이라고 부르는데, 이 광장을 지칭할 때도 '이승만'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세 번째로 많이 언급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의 등록 교인이기도 하죠. 거의 매일 같이 청와대 앞 집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0월 3일 집회의 연사로 나서면서 소개될 때 9번 언급됐고, 10월 9일에도 집회에 참석하면서 이름이 나왔습니다.

예배인가 정치집회인가?

전광훈 목사 측은 '광야교회 예배'가 집시법 적용을 더 느슨하게 받는 '종교 집회'라고 주장합니다. 전 목사 변호인단은 성명을 내고 "광야 예배, 철야 예배는 종교의 자유에 의하여 두텁게 보호되는 집회이며, 집시법의 규율 대상도 아니므로 집시법위반 청구는 부당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앞선 기사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들 집회 형식은 '개회 기도-찬양-설교-통성 기도'로 이어지는 교회 예배와 비슷하긴 합니다. 하지만 키워드 분석에서 나타난 것처럼 내용에서는 '하나님', '예수'보다 '대한민국'과 '문재인'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현안 관련 발언도 이어지고 있고요.

참고로 법원은 집회 성격을 판단할 때 "집회인지 여부는 집회의 주된 목적, 시기, 장소, 내용, 참가자들의 행위 양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부산지법 2007노4390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종교의 자유' 보장 범위는?

경찰은 전광훈 목사가 10월 3일 집회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를 사전에 모의한 정황을 포착해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 목사는 현재 집회와 관련해 내란 선동과 기부금품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도 받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입니다.

집회의 위법성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전광훈 목사 측은 '종교의 자유'를 내세웁니다. 특히 전광훈 목사와 '연대'해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일 전광훈 목사의 집회를 두고 "종교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종교인이나 종교집회에 대한 사법적 제재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종교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헌법은 제2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종교의 자유' 범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저서가 있습니다. 1998년에 출간한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이라는 책입니다. 관련 내용을 발췌했습니다.

먼저 '종교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신적·내적 영역을 벗어나 집회·결사 등에 이른 때에는 이미 인간의 정신적·내적 문제가 아니라 외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적인 사안이 되는 것이므로 그것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면 이를 제한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도 같은 입장에서 국가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종교집회"는 '종교의 자유'의 범주를 넘은 것이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국가에 대해 법을 만들고 운용함에 있어서 교회와 종교의 특수성을 반영해 주도록 촉구하는 것은 몰라도 일단은 국가의 법질서를 존중하고 그 범주 안에서 종교활동, 신앙생활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교훈에도 부합할 것이다.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 황교안 著〉


'하나님'보다 '문재인'이 더 많이 등장하는 전광훈 목사의 '예배',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종교집회'라고 하더라도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한계 안에서 보장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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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전광훈 집회 언급 중 ‘하나님 vs 문재인’ 누가 더 많았나?
    • 입력 2020-01-11 10:00:49
    취재K
경찰 수사에 맞선 전광훈 목사, "종교 탄압"

거침없는 막말과 불법 모금 의혹 등으로 논란을 몰고 다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 이달 초 경찰이 '폭력집회 주도'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찰이 소음 기준 초과 등을 이유로 전 목사가 주도하는 청와대 앞 야간 집회에 대해 제한통고를 내리기도 했는데요.

전광훈 목사 측은 이 같은 경찰의 조치가 '공권력의 종교 탄압'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한기총은 성명을 통해 "명백한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정부와 경찰의 불법에 항거하며 더욱 강력한 반정부 집회를 이어 갈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전 목사 측은 석 달 넘게 이어온 이 반정부 집회를 '정치 집회'가 아닌 '종교 집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집회 이름도 '광야교회'입니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따라 사전 신고가 필요한 '집회'에 비해 종교행사는 각종 규제를 덜 받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입니다.

앞서 KBS 팩트체크팀은 이 집회가 종교 행사인지 여부를 따져봤고(참고기사: [팩트체크K] 전광훈 목사 ‘청와대 광야교회’ 예배는 종교행사일까?), 집회의 성격을 더 들여다보기 위해 이번엔 전광훈 목사의 발언 내용을 키워드 빈도로 분석했습니다. 전 목사가 주도한 집회 중 가장 규모가 컸던 5차례(10월 3일, 10월 9일, 10월 23일, 12월 29일, 1월 4일)를 선정해 전 목사가 했던 모든 발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10월 3일 집회…'하나님'보다 '문재인' 더 많이 언급

먼저 경찰이 '폭력 집회'로 규정한 지난해 10월 3일 발언을 분석했습니다. 전광훈 목사의 구속영장 신청의 근거가 된 집회입니다.

전광훈 목사가 발언한 명사를 모두 따져봤더니 '대한민국'이 50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두 번째가 '문재인'(26번)입니다. 그다음에 '하나님'(23번)이 나옵니다.


각 단어는 어떤 맥락에서 나왔을까요?

〈'대한민국'(50번)〉
"대한민국 영광을 위하여 헌금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될 든든한 용사들이 이 자리에 앉아계십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망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에 의하여 건국된 나라인 것입니다"
 등입니다.

〈'문재인'(26번)〉
"오늘 문재인 저 X 빨리 끌려 나오게 하여 주시옵소서"
"문재인 저 X을 끌어내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문재인이 X자식아 빨리 나와!"
"문재인의 모가지를 끌고 나오는 날입니다"
"여러분의 손으로 문재인의 머리카락 잡아당겨서 전체가 다 한 몸으로 문재인을 오늘 뒤주 속에다 가둬서 서울 구치소로 보냅시다"
"문재인은 오늘 안에 끝장을 내야 합니다"
 등입니다.

거친 언사가 수시로 등장했습니다.

〈'하나님'(23번)〉
"하늘의 하나님이 지금 이 집회를 돕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태풍을 저 일본으로 다 쫓아버렸습니다"
"하나님이 다 허락해주셔야 문재인 저 X도 끌고 나올 수 있고"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 대한민국을 관리하지 못한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문재인이가 끌려 나올 때까지 하나님 우리를 밀어주시고"
등입니다.

'하나님'은 키워드 '문재인'과 붙어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 사도신경을 교독하거나 기도할 때도 자주 언급됐습니다.

고유 명사는 ①대한민국 ②문재인 ③청와대 순으로 언급

이번엔 발언에서 고유 명사만 뽑아봤습니다.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 ▲문재인 ▲청와대 ▲이승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북한 ▲미국 순으로 언급했습니다. '예수'의 경우 '문재인'과 '황교안', '자유한국당'보다 후순위였습니다.

한때 사라졌던 '문재인', 영장 기각 후 다시 발언

이번엔 전광훈 목사가 참여한 집회 중 가장 규모가 컸던 5개 집회로 분석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10월 3일(광화문), 10월 9일(광화문), 10월 23일(청와대 앞), 12월 29일(광화문), 올해 1월 4일(광화문) 집회입니다.

시간 흐름에 따라 전 목사 발언 내용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0월 초에 열린 집회(10월 3일, 10월 9일)에는 10위권 안에 '대한민국'과 '문재인'이 등장합니다. 키워드 '문재인'은 10월 3일과 9일 집회에서 각각 26번, 15번 언급되며 2위와 9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3일, 12월 29일까지, 연말로 넘어가면서 발언에서 '문재인'이라는 키워드는 사라집니다. 50위권 안도 없습니다. '문재인' 관련 거친 언사가 잦아든 것입니다.

10월 23일 집회에서는 ▲엄마(21번) ▲목사(18번) ▲성령(18번) ▲아멘(17번) ▲교회(11번) ▲하나님(10번) 등 순으로 발언했고, 12월 29일 집회에서는 ▲하나님(204번) ▲아멘(204번) ▲로고스(176번) ▲원인(142번) ▲존재(140번) ▲교회(118번) ▲예수(118번) 등 순으로 언급했습니다. '하나님'과 '예수'가 많이 등장합니다. 일반 교회에서 들을 수 있는 설교 내용과 비슷합니다.

그러다 올해 초에 열린 집회에 다시 '문재인'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1월 4일 열린 집회의 키워드 빈도를 볼까요?

▲대한민국(30번) ▲동의(20번) ▲문재인(14번) ▲자리(13번) ▲목사(7번) ▲만세(7번) ▲끝장(7번) ▲헌법(7번) ▲구속(6번) ▲김정은(6번) 순입니다. '대한민국'과 '문재인'의 등장 빈도가 다시 가장 많아졌고, '끝장'과 같은 극단적 표현도 등장했습니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초 집회와 비슷한 양상으로 되돌아간 겁니다.

요약하면 초반에 거셌던 정권 비판 발언 빈도가 연말로 가며 줄었다가 올해 초 다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강경 모드' 계기는 구속영장 기각?

전광훈 목사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전 목사의 발언이 더 강경해진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이 전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날짜가 12월 26일인데, 사흘 후 열린 29일 집회에서는 현안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다 영장이 기각되고 이틀 후 열린 1월 4일 집회에서 다시 정치적인 발언이 거세지는 양상입니다. 특히, 한동안 잠잠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강경한 발언이 다시 등장합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이 집회를 문재인이가 내려올 때까지 계속 진행해야 되는 것입니다"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에 빨갱이들이 나타나서 주사파 문재인 이 자식들이 나타나서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는 거에 대하여 다시 마지막 인생을 불태우기 위하여 오늘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문재인 너 보고 있냐. 지금? 진작 어르신들이 나오기 전에 내가 내려오라고 했지"
"정말 나 저 문재인 X, 아이고 X, 그러면 안 되지 또. 또 참아야지"
"지금 문재인이가 정신이 나갔습니다"
"저 문재인을 초등학교로 다시 돌려보내야 됩니다. 저 X을. 그 사건은 지금 문재인이가 지금 정신이 나갔다는 증거인 것입니다"


제일 많이 등장한 정치인은?

전 목사의 집회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정치인은 단연 문재인(66번)입니다. 2위는 이승만(57번) 3위 김문수(24번) 4위는 황교안(10번)이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전광훈 목사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강조하는 내용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 목사는 우남 이승만의 전기인 〈이승만의 분노〉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는데요. 이승만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전 목사는 광화문 광장을 '이승만 광장'이라고 부르는데, 이 광장을 지칭할 때도 '이승만'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세 번째로 많이 언급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의 등록 교인이기도 하죠. 거의 매일 같이 청와대 앞 집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0월 3일 집회의 연사로 나서면서 소개될 때 9번 언급됐고, 10월 9일에도 집회에 참석하면서 이름이 나왔습니다.

예배인가 정치집회인가?

전광훈 목사 측은 '광야교회 예배'가 집시법 적용을 더 느슨하게 받는 '종교 집회'라고 주장합니다. 전 목사 변호인단은 성명을 내고 "광야 예배, 철야 예배는 종교의 자유에 의하여 두텁게 보호되는 집회이며, 집시법의 규율 대상도 아니므로 집시법위반 청구는 부당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앞선 기사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들 집회 형식은 '개회 기도-찬양-설교-통성 기도'로 이어지는 교회 예배와 비슷하긴 합니다. 하지만 키워드 분석에서 나타난 것처럼 내용에서는 '하나님', '예수'보다 '대한민국'과 '문재인'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현안 관련 발언도 이어지고 있고요.

참고로 법원은 집회 성격을 판단할 때 "집회인지 여부는 집회의 주된 목적, 시기, 장소, 내용, 참가자들의 행위 양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부산지법 2007노4390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종교의 자유' 보장 범위는?

경찰은 전광훈 목사가 10월 3일 집회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를 사전에 모의한 정황을 포착해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 목사는 현재 집회와 관련해 내란 선동과 기부금품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도 받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입니다.

집회의 위법성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전광훈 목사 측은 '종교의 자유'를 내세웁니다. 특히 전광훈 목사와 '연대'해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일 전광훈 목사의 집회를 두고 "종교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종교인이나 종교집회에 대한 사법적 제재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종교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헌법은 제2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종교의 자유' 범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저서가 있습니다. 1998년에 출간한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이라는 책입니다. 관련 내용을 발췌했습니다.

먼저 '종교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신적·내적 영역을 벗어나 집회·결사 등에 이른 때에는 이미 인간의 정신적·내적 문제가 아니라 외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적인 사안이 되는 것이므로 그것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면 이를 제한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도 같은 입장에서 국가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종교집회"는 '종교의 자유'의 범주를 넘은 것이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국가에 대해 법을 만들고 운용함에 있어서 교회와 종교의 특수성을 반영해 주도록 촉구하는 것은 몰라도 일단은 국가의 법질서를 존중하고 그 범주 안에서 종교활동, 신앙생활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교훈에도 부합할 것이다.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 황교안 著〉


'하나님'보다 '문재인'이 더 많이 등장하는 전광훈 목사의 '예배',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종교집회'라고 하더라도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한계 안에서 보장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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