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국민투표’까지 하더니 이제 와서 ‘기획’이라고요?

입력 2020.01.12 (10:01) 수정 2020.01.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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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대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듀스'의 모든 시즌에 투표 조작이 있었다는 정황이 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메인 피디 등 제작진이 구속되고, '프로듀스'로 데뷔했던 그룹 엑스원까지 해체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가운데 CJ의 MNET에서 지난 2016년 7월부터 방영했던 아이돌 서바이벌 데뷔 프로그램인 '모모랜드를 찾아서'가 최근 다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룹 모모랜드의 멤버 데이지가 KBS에 '모모랜드를 찾아서' 또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표방했었지만 탈락 당일 기획사가 합류를 제안했으며, 프로그램 제작비 수억 원을 멤버들이 나눠 부담했다고 털어놨기 때문입니다.

[연관기사] [단독] 서바이벌 모모랜드?…탈락 당일 합류 제의, 제작비 부담까지


국민투표까지 하더니 이제와서 '기획'이라는 기획사

KBS의 보도가 나간 뒤, 모모랜드의 기획사 MLD엔터테인먼트는 당일 저녁에 입장문을 냈습니다. "당사는 멤버 선발 과정에 투표 조작이나 부정행위가 없었고, 일반적인 오디션이 아니라 소속 연습생 10인의 데뷔를 목적으로 하는 기획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며 "당시 3천 명의 관객을 모집해야 했으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데뷔 자체가 무산되었기 때문에 데이지의 조작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반 서바이벌과 기획 서바이벌이 어떻게, 언제부터, 누구의 편의로 구분됐는지 시청자들은 알지 못합니다. 서바이벌 최종 탈락한 멤버가 당일 데뷔 제안을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상 멤버가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서바이벌이 끝나고 2달 뒤, 서바이벌에서 선발된 멤버 그대로 모모랜드가 결성됐기 때문에 최종 멤버까지 함께 지켜본 시청자들로서는 성공적인 데뷔였습니다.

기획사 주장대로 아이돌 기획이었다면 이른바 '광고'였다는 이야깁니다. 멤버들을 훈련시킬 프로듀서, 멤버, 무대, 곡 선정, 국민투표 모두 그 총괄 기획의 일환이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뽑힌 데뷔 조는 앨범을 발매하고 함께 동고동락한 시청자들 앞에 '일반 오디션'에서 뽑힌 가수들처럼 나섰습니다. 쉽게 말해, 기획사 측의 주장대로라면 시청자는 광고임을 고지받지 못한 채 국민투표까지 하며 광고를 시청한 셈이 된 겁니다.

서바이벌이긴 하지만 진짜 서바이벌이 아니라는 CJ

CJ 측이 내놓은 답변도 흥미롭습니다. CJ는 '모모랜드를 찾아서'에 대해 "리얼리티 서바이벌이긴 하지만 서바이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합니다. "기획사에서 마케팅 명목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서바이벌 형식이긴 하지만, 기획사 예능으로 봐야 한다"며 기획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해 CJ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또한 국민투표에 관해서도 "100% 국민투표로 뽑히는 서바이벌이 아닌 이상,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일 뿐"이라며 모모랜드 기획사에서 설명하는 '기획 서바이벌'이 서바이벌을 표방한 예능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시청자들은 CJ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인식했는데, 서바이벌도 아니고 CJ 프로그램도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모모랜드 멤버 데이지가 데뷔 후 받은 첫 정산 내역서. 6천 6백만 원 상당의 ‘모모랜드를 찾아서’ 제작비가 부담돼 있다.모모랜드 멤버 데이지가 데뷔 후 받은 첫 정산 내역서. 6천 6백만 원 상당의 ‘모모랜드를 찾아서’ 제작비가 부담돼 있다.

탈락한 멤버도 '내 돈 내고 데뷔' VS "멤버들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제 제작비의 문제입니다. 모모랜드 멤버 데이지는 "데뷔 후 받았던 첫 정산에서 7천만 원에 가까운 정산금이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프로그램 제작비를 멤버들끼리 나눠 부담하라는 뜻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데이지와 나머지 멤버들은 금액을 부담했습니다.

기획사 측은 "이미 멤버들에게 설명됐던 일이고, 계약서에 사인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획 서바이벌'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국민 투표를 통해 프로그램에 이입했던 시청자들과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들에게 '내 돈 내고 데뷔'는 다가오는 무게가 다릅니다.

아이돌을 지망하는 연습생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동안 별처럼 쏟아졌던 아이돌 서바이벌만 보더라도 데뷔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데뷔가 꿈인 연습생으로서 각자 수천만 원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비를 내라는 기획사의 요구는 거절할 수 없는 압력이 있을 겁니다.

왜 멤버들에게 제작비를 부담시켰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계약서에 사인했으니 문제없다"고 답한 기획사는 지망생들에게 꿈의 비용을 정산시킨 셈입니다. 심지어 데이지는 탈락했던 멤버였고, 서바이벌 당시도 듣지 못했던 7천만 원의 빚을 데뷔 후 이루어진 첫 정산에서 알게 됐습니다.


위약금 11억 원은 정말 표준계약서를 따랐나

멤버 데이지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활동을 더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결국 탈퇴 요구를 받았다. 그래서 기획사 측에 정식 계약 해지와 제작비 반납 등 남은 정산금을 요구했는데, 오히려 11억 원의 위약금을 내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기획사가 추가 입장문에서 "데이지 측이 먼저 금전적 요구를 했다"고 밝혔던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습니다.

11억 원은 거액의 돈인데 이에 기획사는 "표준계약서를 준수한 합법적인 위약금"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기획사가 언급한 표준계약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예인들의 공정한 계약을 위해 고시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지침입니다.

[연관기사] 탈퇴하겠다니 11억 위약금 요구…표준계약서는 ‘빛 좋은 개살구’

기획사가 제시한 표준계약서 15조 2항을 살펴보면 "기획사가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수가 계약 기간 도중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목적으로 계약상의 내용을 위반한 경우에는 가수는 위약금을 기획사에게 지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기획사 측은 데이지 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며 위약금을 제시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위약금 요구는 법률적으로 특수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표준계약서를 제정·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기획사가 위약금을 요구하는 조항을 표준계약서에 삽입한 것은, 인기를 많이 얻은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소속사를 이적하려고 하는 경우에 기획사를 보호하기 위해 적용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데이지에게 제시한 위약금 11억 원은 지침을 만든 문체부의 본래 의도와 다른, 소속 연예인을 압박하기 위해 내놓은 위약금인 셈입니다.

팬과 아이돌에게 도래한 '진정성'의 시대

지난 2010년대 팬들과 소통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선택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최근에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TV를 통해 나오는 아이돌 멤버들의 눈물과 웃음들이 완벽히 순수하다고, 온전히 '리얼'이라고 말할 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은 '진정성'을 원하는데 연예기획사들과 매체들은 '기획된 진정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대 위만이 아닙니다. 무대 뒤에서 아이돌, 즉 연예인들이 받는 대우와 계약 또한 진정성의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현세대 팬덤 문화는 연예인을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예인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주목하고 함께 개선시키려 노력하는 역동성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에 불고 있는 '공정'에 대한 열망에서 연예 산업도 이제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게 된 겁니다. 데이지 또한 이번 내부 고발로 인해 앞으로 더 이상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면서도,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KBS의 문을 두드렸던 겁니다. 팬들은 현역 아이돌의 이 같은 절절한 호소에 대해 우리 방송연예계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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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국민투표’까지 하더니 이제 와서 ‘기획’이라고요?
    • 입력 2020-01-12 10:01:04
    • 수정2020-01-12 10:01:11
    취재후·사건후
CJ 대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듀스'의 모든 시즌에 투표 조작이 있었다는 정황이 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메인 피디 등 제작진이 구속되고, '프로듀스'로 데뷔했던 그룹 엑스원까지 해체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가운데 CJ의 MNET에서 지난 2016년 7월부터 방영했던 아이돌 서바이벌 데뷔 프로그램인 '모모랜드를 찾아서'가 최근 다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룹 모모랜드의 멤버 데이지가 KBS에 '모모랜드를 찾아서' 또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표방했었지만 탈락 당일 기획사가 합류를 제안했으며, 프로그램 제작비 수억 원을 멤버들이 나눠 부담했다고 털어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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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까지 하더니 이제와서 '기획'이라는 기획사

KBS의 보도가 나간 뒤, 모모랜드의 기획사 MLD엔터테인먼트는 당일 저녁에 입장문을 냈습니다. "당사는 멤버 선발 과정에 투표 조작이나 부정행위가 없었고, 일반적인 오디션이 아니라 소속 연습생 10인의 데뷔를 목적으로 하는 기획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며 "당시 3천 명의 관객을 모집해야 했으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데뷔 자체가 무산되었기 때문에 데이지의 조작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반 서바이벌과 기획 서바이벌이 어떻게, 언제부터, 누구의 편의로 구분됐는지 시청자들은 알지 못합니다. 서바이벌 최종 탈락한 멤버가 당일 데뷔 제안을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상 멤버가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서바이벌이 끝나고 2달 뒤, 서바이벌에서 선발된 멤버 그대로 모모랜드가 결성됐기 때문에 최종 멤버까지 함께 지켜본 시청자들로서는 성공적인 데뷔였습니다.

기획사 주장대로 아이돌 기획이었다면 이른바 '광고'였다는 이야깁니다. 멤버들을 훈련시킬 프로듀서, 멤버, 무대, 곡 선정, 국민투표 모두 그 총괄 기획의 일환이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뽑힌 데뷔 조는 앨범을 발매하고 함께 동고동락한 시청자들 앞에 '일반 오디션'에서 뽑힌 가수들처럼 나섰습니다. 쉽게 말해, 기획사 측의 주장대로라면 시청자는 광고임을 고지받지 못한 채 국민투표까지 하며 광고를 시청한 셈이 된 겁니다.

서바이벌이긴 하지만 진짜 서바이벌이 아니라는 CJ

CJ 측이 내놓은 답변도 흥미롭습니다. CJ는 '모모랜드를 찾아서'에 대해 "리얼리티 서바이벌이긴 하지만 서바이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합니다. "기획사에서 마케팅 명목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서바이벌 형식이긴 하지만, 기획사 예능으로 봐야 한다"며 기획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해 CJ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또한 국민투표에 관해서도 "100% 국민투표로 뽑히는 서바이벌이 아닌 이상,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일 뿐"이라며 모모랜드 기획사에서 설명하는 '기획 서바이벌'이 서바이벌을 표방한 예능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시청자들은 CJ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인식했는데, 서바이벌도 아니고 CJ 프로그램도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모모랜드 멤버 데이지가 데뷔 후 받은 첫 정산 내역서. 6천 6백만 원 상당의 ‘모모랜드를 찾아서’ 제작비가 부담돼 있다.
탈락한 멤버도 '내 돈 내고 데뷔' VS "멤버들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제 제작비의 문제입니다. 모모랜드 멤버 데이지는 "데뷔 후 받았던 첫 정산에서 7천만 원에 가까운 정산금이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프로그램 제작비를 멤버들끼리 나눠 부담하라는 뜻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데이지와 나머지 멤버들은 금액을 부담했습니다.

기획사 측은 "이미 멤버들에게 설명됐던 일이고, 계약서에 사인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획 서바이벌'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국민 투표를 통해 프로그램에 이입했던 시청자들과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들에게 '내 돈 내고 데뷔'는 다가오는 무게가 다릅니다.

아이돌을 지망하는 연습생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동안 별처럼 쏟아졌던 아이돌 서바이벌만 보더라도 데뷔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데뷔가 꿈인 연습생으로서 각자 수천만 원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비를 내라는 기획사의 요구는 거절할 수 없는 압력이 있을 겁니다.

왜 멤버들에게 제작비를 부담시켰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계약서에 사인했으니 문제없다"고 답한 기획사는 지망생들에게 꿈의 비용을 정산시킨 셈입니다. 심지어 데이지는 탈락했던 멤버였고, 서바이벌 당시도 듣지 못했던 7천만 원의 빚을 데뷔 후 이루어진 첫 정산에서 알게 됐습니다.


위약금 11억 원은 정말 표준계약서를 따랐나

멤버 데이지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활동을 더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결국 탈퇴 요구를 받았다. 그래서 기획사 측에 정식 계약 해지와 제작비 반납 등 남은 정산금을 요구했는데, 오히려 11억 원의 위약금을 내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기획사가 추가 입장문에서 "데이지 측이 먼저 금전적 요구를 했다"고 밝혔던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습니다.

11억 원은 거액의 돈인데 이에 기획사는 "표준계약서를 준수한 합법적인 위약금"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기획사가 언급한 표준계약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예인들의 공정한 계약을 위해 고시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지침입니다.

[연관기사] 탈퇴하겠다니 11억 위약금 요구…표준계약서는 ‘빛 좋은 개살구’

기획사가 제시한 표준계약서 15조 2항을 살펴보면 "기획사가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수가 계약 기간 도중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목적으로 계약상의 내용을 위반한 경우에는 가수는 위약금을 기획사에게 지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기획사 측은 데이지 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며 위약금을 제시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위약금 요구는 법률적으로 특수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표준계약서를 제정·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기획사가 위약금을 요구하는 조항을 표준계약서에 삽입한 것은, 인기를 많이 얻은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소속사를 이적하려고 하는 경우에 기획사를 보호하기 위해 적용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데이지에게 제시한 위약금 11억 원은 지침을 만든 문체부의 본래 의도와 다른, 소속 연예인을 압박하기 위해 내놓은 위약금인 셈입니다.

팬과 아이돌에게 도래한 '진정성'의 시대

지난 2010년대 팬들과 소통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선택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최근에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TV를 통해 나오는 아이돌 멤버들의 눈물과 웃음들이 완벽히 순수하다고, 온전히 '리얼'이라고 말할 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은 '진정성'을 원하는데 연예기획사들과 매체들은 '기획된 진정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대 위만이 아닙니다. 무대 뒤에서 아이돌, 즉 연예인들이 받는 대우와 계약 또한 진정성의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현세대 팬덤 문화는 연예인을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예인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주목하고 함께 개선시키려 노력하는 역동성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에 불고 있는 '공정'에 대한 열망에서 연예 산업도 이제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게 된 겁니다. 데이지 또한 이번 내부 고발로 인해 앞으로 더 이상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면서도,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KBS의 문을 두드렸던 겁니다. 팬들은 현역 아이돌의 이 같은 절절한 호소에 대해 우리 방송연예계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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