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서울서 운영 ‘건대 의대’…충주 환원 얘기하자 총장 해임?

입력 2020.01.12 (21:18) 수정 2020.01.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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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북 충주에서만 운영하는 조건으로 설립 허가를 받은 건국대학교 의대가 10년 넘게 서울에서 운영하다 얼마 전 교육부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민상기 건국대 총장은 이를 충주로 돌려놓겠다고 했는데, 학교 재단 측은 민 총장을 해임했습니다.

자세한 내막,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건국대 충주캠퍼스에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입니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이 의전원, 팻말 하나 보입니다.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30여 명 중 이곳 충주캠퍼스에 연구실을 두고 있는 교수는 2명이었입니다.

그런데 이 2명조차도 담당 과목 수업은 서울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85년 건국대는 기존 충주병원 시설 확충을 조건으로 의대 설립을 허가받았습니다.

그러나 30년 넘게 충주병원은 제대로 된 투자를 받지 못했고, 서울 건대병원만 확장을 거듭했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하려고 했었던 거죠. 상주하는 인구가 (주변 지역까지 해도) 22만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병원 운영뿐만 아니라 환자들 (임상) 케이스가 거의 없으니까..."]

학교법인 이사회는 서울에서 의전원 수업을 하라며 서울 캠퍼스에 건물을 지으라고 허가해 줬습니다.

수업도, 실습도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졌습니다.

[양승준/보건의료노조 건대충주지부장 : "(서울) 한 곳에 집중해 투자를 하자. 즉, 돈이 좀 되는 곳에다 투자를 하자. 이렇게 생각을 하고 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역 여론이 들끓자 지난해 민상기 건대 총장은 문제 제기를 한 민주당 충주 지역위에 참석해 이른바 충주 환원 계획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학교법인 이사회는 독단적인 '정치적 활동'으로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지난 9일 민 총장을 해임시킨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민상기/건국대 전 총장 : "제가 내려가서 얘기했던 것은 순수히 원론적인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의전원이 서울에서 운용되고 있으니까, 이거 잘못된 거 아닙니까. 언제라고 얘기 안 했어요. 하겠다..."]

2007년부터 서울에서 수업을 했는데도 편법 운영을 방치해 온 교육부는 지난해 10월에서야 민 총장 포함 34명에게 경징계 등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앞으론 서울에서 의전원을 운영하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편법 운영을 사실상 지원한 학교법인 이사회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이사회가) 의사결정을 한 바가 없고 (학교 측) 관계자한테 이렇게 된 경위에 대해서 조사를 했을 때 '이사회 쪽에서 우리(학교)한테 압력을 넣었다든지 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는 거죠."]

건국대는 다음 달부터 충주에서 1학년 수업을 진행하고, 충주병원에 20억 원 수준의 투자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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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째 서울서 운영 ‘건대 의대’…충주 환원 얘기하자 총장 해임?
    • 입력 2020-01-12 21:21:57
    • 수정2020-01-12 22:21:31
    뉴스 9
[앵커]

충북 충주에서만 운영하는 조건으로 설립 허가를 받은 건국대학교 의대가 10년 넘게 서울에서 운영하다 얼마 전 교육부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민상기 건국대 총장은 이를 충주로 돌려놓겠다고 했는데, 학교 재단 측은 민 총장을 해임했습니다.

자세한 내막,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건국대 충주캠퍼스에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입니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이 의전원, 팻말 하나 보입니다.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30여 명 중 이곳 충주캠퍼스에 연구실을 두고 있는 교수는 2명이었입니다.

그런데 이 2명조차도 담당 과목 수업은 서울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85년 건국대는 기존 충주병원 시설 확충을 조건으로 의대 설립을 허가받았습니다.

그러나 30년 넘게 충주병원은 제대로 된 투자를 받지 못했고, 서울 건대병원만 확장을 거듭했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하려고 했었던 거죠. 상주하는 인구가 (주변 지역까지 해도) 22만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병원 운영뿐만 아니라 환자들 (임상) 케이스가 거의 없으니까..."]

학교법인 이사회는 서울에서 의전원 수업을 하라며 서울 캠퍼스에 건물을 지으라고 허가해 줬습니다.

수업도, 실습도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졌습니다.

[양승준/보건의료노조 건대충주지부장 : "(서울) 한 곳에 집중해 투자를 하자. 즉, 돈이 좀 되는 곳에다 투자를 하자. 이렇게 생각을 하고 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역 여론이 들끓자 지난해 민상기 건대 총장은 문제 제기를 한 민주당 충주 지역위에 참석해 이른바 충주 환원 계획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학교법인 이사회는 독단적인 '정치적 활동'으로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지난 9일 민 총장을 해임시킨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민상기/건국대 전 총장 : "제가 내려가서 얘기했던 것은 순수히 원론적인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의전원이 서울에서 운용되고 있으니까, 이거 잘못된 거 아닙니까. 언제라고 얘기 안 했어요. 하겠다..."]

2007년부터 서울에서 수업을 했는데도 편법 운영을 방치해 온 교육부는 지난해 10월에서야 민 총장 포함 34명에게 경징계 등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앞으론 서울에서 의전원을 운영하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편법 운영을 사실상 지원한 학교법인 이사회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이사회가) 의사결정을 한 바가 없고 (학교 측) 관계자한테 이렇게 된 경위에 대해서 조사를 했을 때 '이사회 쪽에서 우리(학교)한테 압력을 넣었다든지 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는 거죠."]

건국대는 다음 달부터 충주에서 1학년 수업을 진행하고, 충주병원에 20억 원 수준의 투자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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