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서울 도심 집값 상승률이 세계 1위라고?

입력 2020.01.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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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놓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비판이 거셉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어제(13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지난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44%로 전 세계 1위다. 국가 도시통계 비교사이트 넘베오 발표 기준에 따르면 도심 아파트값은 뉴욕보다 비싼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런던 서울 순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10일 자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44% 뛴 서울 도심 집값… 글로벌도시 상승률 1위〉라는 기사입니다.

지난 3년간 서울 도심 아파트값이 세계 주요 도시의 도심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올라 44% 넘게 올랐고, 가격 자체도 세계에서 4번째로 비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뉴욕보다도 비싸고, 3년간 상승률도 뉴욕(14.5%), 파리(16.5%), 도쿄(-5.6%) 등 주요 도시는 물론, 중국 자본에 집값이 폭등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홍콩(29.3%)이나 캐나다의 밴쿠버(32.1%)보다 높습니다.

조선일보도 이 통계를 인용해 '1930년대엔 미국 사람이 집 한 채를 팔면 서울 한옥 29채를 살 수 있었는데 90년 만에 상황이 역전돼 서울 집값이 미국 뉴욕의 집값을 추월했다'며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했습니다.

문화일보, 중앙일보 등도 이 '넘베오'의 통계를 인용하는 기사와 사설을 실었습니다.

이렇게 인용된 '서울 도심 집값 44% 상승' 통계는 과연 어떻게 나온 걸까요?

'넘베오'는 통계를 어떻게 구할까?

'넘베오', 이름도 생소했습니다. 전 세계 물가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는 사이트라니 솔깃합니다. 사이트에 들어가 통계를 구하는 방식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통계를 구하는 방식이 좀 이상합니다.

네티즌이 직접 각종 생활물가와 아파트 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넘베오’ 생활물가 정보 입력 첫 화면. 정보를 입력하기에 앞서 국가를 선택하도록 돼있다‘넘베오’ 생활물가 정보 입력 첫 화면. 정보를 입력하기에 앞서 국가를 선택하도록 돼있다

먼저 살고 있는 국가를 선택하고, 넘베오가 생활물가를 비교하는 기준으로 세워둔 정보들을 채워 넣도록 돼 있습니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파는 1리터 우유 가격과 쌀 1kg 가격, 사과나 바나나, 오랜지 등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과일 가격,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가격 등 항목이 다양합니다.

비싸지 않은 식당의 밥값과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가격, 음료 비용 등에 대한 정보도 묻는다비싸지 않은 식당의 밥값과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가격, 음료 비용 등에 대한 정보도 묻는다

사진에서와같이 비싸지 않은 식당에서 먹는 1인분 밥값과 맥도날드에서 파는 햄버거 세트 가격도 물어봅니다.

그 나라에 사는 데 얼마나 필요한지를 묻는 일종의 설문조사인 셈입니다.

빈칸을 채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사이트는 내가 입력한 정보를 어떻게 신뢰하지? 허위로 입력하면 거를 수 있을까?'

살고 있는 국가까지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생기지 않습니다. 궁금증이 생겨 생전 처음 들어본 'Sint Maarten(신트 마르턴)'이라는 국가를 선택해봤더니 별다른 통제 없이 같은 방식의 설문조사가 진행됩니다.

허위정보를 입력하더라도 시스템이 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물론 데이터 자체가 많으면 악의적으로 거짓으로 입력된 정보는 자연스럽게 걸러지겠죠. 그게 빅데이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넘베오가 집계한 우리나라 역대 통계를 살펴보면 빈칸으로 남아있는 항목도 꽤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입력했는지 여부는 물론 데이터가 모집단의 성격에 맞게 표지됐는 지를 의심하게 하는 지점입니다.

참고로 넘베오는 세계 49만여 명의 사람들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한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이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표본의 크기는 적을 수밖에 없겠지만,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넘베오 측은 국가별 통계를 낼 때 나름 상위 25%와 하위 25%는 제외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데이터양이 충분히 클 때 정확성이 담보되는 겁니다.

공공·민간 통계도 반영한다고?..."반영 안 해"

앞서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넘베오에 대한 설명도 있는데, '2009년 설립된 넘베오는 생활물가, 교통, 환경, 범죄 등 다양한 분야의 통계를 국가·도시별로 비교할 수 있게 제공한다. 각종 공공·민간 통계와 이용자들이 입력한 정보를 종합해 자료로 만든다'라고 돼 있습니다.

데이터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식일 텐데, 우리나라 부동산 공공통계인 한국감정원의 통계도 반영됐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한국감정원의 3년 서울 집값 상승률은 10% 정도로 넘베오의 '44% 상승' 통계와는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넘베오 데이터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한국 아파트값 통계에 반영된 공공·민간 데이터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대한 어떠한 데이터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We don't use any source for South Korea at all, currently.)' 그리고 활용하고 있는 공공·민간 데이터의 항목들도 보내왔는데 택시비와 슈퍼마켓이나 온라인마켓에서 판매하는 물품의 소비자가 등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다시 말해 넘베오의 한국 아파트값은 전적으로 네티즌이 입력한 정보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동네는 도심일까, 도심이 아닐까?

넘베오의 아파트값 통계에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넘베오가 묻는 가격을 채우면서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다 보니, 드디어 문제의 아파트값 문항이 나옵니다.

‘도심’과 ‘비도심’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을 묻는 입력창‘도심’과 ‘비도심’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을 묻는 입력창

이번엔 두 가지를 묻습니다. '도심 아파트값''도심 외곽 지역의 아파트값'.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도심과 도심 외곽 지역은 어떻게 나누는 걸까요? 제가 살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는 도심일까요? 도심이 아닐까요?

앞서 넘베오를 인용한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울 도심 아파트값'이 평당 5만268달러, 우리 돈 5천8백만 원 정도라는데, 32평 아파트로 계산하면 18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제곱미터당 단가로는 천767만 원 정도인데, 지난해 거래된 서울 아파트 6만8천108곳 가운데 제곱미터당 단가가 이 기준을 넘는 곳을 찾아봤더니 6천580군데, 대부분은 강남, 서초, 송파에 있는 일부 비싸기로 소문난 아파트들 뿐이었습니다.

예를들면 지난해 11월에 거래된 25억 3천만 원짜리 전용면적 35㎡의 개포주공 3단지나 26억 원에 거래된 60㎡의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곳이 있습니다. 그나마 좀 싼(?) 곳으로는 지난해 8월에 거래된 124㎡ 잠실 리센츠가 있는데 21억 9천500만 원입니다.

외국인이 넘베오 사이트에서 이 통계를 본다면 '아, 서울에서 아파트 하나 구하려면 이 정도 돈이 드는구나' 하지 않을까요?

각국 도시의 생활물가를 보는 통계에 부합한 건지 의문이 들어 넘베오에 다시 물었습니다.

'도심과 비도심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나요? 도심과 비도심의 구체적인 정의를 알고 싶습니다.'

넘베오의 답은 이렇습니다.

'명확한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도심과 비도심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측면에서는 오류의 여지가 있습니다.(We don't classify the city center and outside of the city center, as it is difficult to classify. So there is some margin on the error on that side.)'

기사에서는 넘베오가 '도심'의 범위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도심과 비도심을 구분하는 기준은 따로 없고 입력하는 사람이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완전히 의존한다는 거죠.

이렇게 조사된 서울 도심 아파트값이 평당 5천8백만 원, 3년 새 44.2% 상승했다는 가격입니다.

이렇게 구해진 통계, 믿어도 될까?

이 밖에도 의심스러운 통계는 많았습니다.

2010년 6천696원으로 조사된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가격이 2018년 6천 원으로 조사됐다거나, 레스토랑에서 파는 330㎖ 콜라 한 잔 가격이 2013년 천668원에서 2017년 천485원으로 꾸준히 떨어진, 물가와는 정반대되는 통계 등입니다.

정말 특이한 건 역대 아파트값이었는데, 서울 도심 아파트의 제곱미터당 가격이 2012년 천만 원에서 2013년 8백만 원으로 한 번, 2015년 천460만 원에서 2016년 천218만 원으로 또 한 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어떤 언론도 집값이 하락했다는 넘베오의 통계를 인용해 분석하지 않았죠.

넘베오의 오류에 대한 지적은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많습니다. 넘베오의 조사 결과를 보조자료 이상으로 완전히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큰 흐름은 엿볼 수 있지만, 그것도 국내에서 나오는 전수 조사 통계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아파트 매매가에 대한 통계를 내는 곳은 국내 3곳이 있습니다. 국토부 통계의 기준이 되는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리브온, 부동산114입니다. 물론 각 단체마다 통계를 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 혼란스러운 건 여전합니다.

어떤 통계가 정확할까, 팩트체크K팀은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 통계에 대한 검증 노력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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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서울 도심 집값 상승률이 세계 1위라고?
    • 입력 2020-01-14 08:01:55
    팩트체크K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놓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비판이 거셉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어제(13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지난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44%로 전 세계 1위다. 국가 도시통계 비교사이트 넘베오 발표 기준에 따르면 도심 아파트값은 뉴욕보다 비싼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런던 서울 순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10일 자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44% 뛴 서울 도심 집값… 글로벌도시 상승률 1위〉라는 기사입니다.

지난 3년간 서울 도심 아파트값이 세계 주요 도시의 도심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올라 44% 넘게 올랐고, 가격 자체도 세계에서 4번째로 비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뉴욕보다도 비싸고, 3년간 상승률도 뉴욕(14.5%), 파리(16.5%), 도쿄(-5.6%) 등 주요 도시는 물론, 중국 자본에 집값이 폭등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홍콩(29.3%)이나 캐나다의 밴쿠버(32.1%)보다 높습니다.

조선일보도 이 통계를 인용해 '1930년대엔 미국 사람이 집 한 채를 팔면 서울 한옥 29채를 살 수 있었는데 90년 만에 상황이 역전돼 서울 집값이 미국 뉴욕의 집값을 추월했다'며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했습니다.

문화일보, 중앙일보 등도 이 '넘베오'의 통계를 인용하는 기사와 사설을 실었습니다.

이렇게 인용된 '서울 도심 집값 44% 상승' 통계는 과연 어떻게 나온 걸까요?

'넘베오'는 통계를 어떻게 구할까?

'넘베오', 이름도 생소했습니다. 전 세계 물가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는 사이트라니 솔깃합니다. 사이트에 들어가 통계를 구하는 방식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통계를 구하는 방식이 좀 이상합니다.

네티즌이 직접 각종 생활물가와 아파트 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넘베오’ 생활물가 정보 입력 첫 화면. 정보를 입력하기에 앞서 국가를 선택하도록 돼있다
먼저 살고 있는 국가를 선택하고, 넘베오가 생활물가를 비교하는 기준으로 세워둔 정보들을 채워 넣도록 돼 있습니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파는 1리터 우유 가격과 쌀 1kg 가격, 사과나 바나나, 오랜지 등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과일 가격,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가격 등 항목이 다양합니다.

비싸지 않은 식당의 밥값과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가격, 음료 비용 등에 대한 정보도 묻는다
사진에서와같이 비싸지 않은 식당에서 먹는 1인분 밥값과 맥도날드에서 파는 햄버거 세트 가격도 물어봅니다.

그 나라에 사는 데 얼마나 필요한지를 묻는 일종의 설문조사인 셈입니다.

빈칸을 채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사이트는 내가 입력한 정보를 어떻게 신뢰하지? 허위로 입력하면 거를 수 있을까?'

살고 있는 국가까지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생기지 않습니다. 궁금증이 생겨 생전 처음 들어본 'Sint Maarten(신트 마르턴)'이라는 국가를 선택해봤더니 별다른 통제 없이 같은 방식의 설문조사가 진행됩니다.

허위정보를 입력하더라도 시스템이 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물론 데이터 자체가 많으면 악의적으로 거짓으로 입력된 정보는 자연스럽게 걸러지겠죠. 그게 빅데이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넘베오가 집계한 우리나라 역대 통계를 살펴보면 빈칸으로 남아있는 항목도 꽤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입력했는지 여부는 물론 데이터가 모집단의 성격에 맞게 표지됐는 지를 의심하게 하는 지점입니다.

참고로 넘베오는 세계 49만여 명의 사람들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한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이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표본의 크기는 적을 수밖에 없겠지만,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넘베오 측은 국가별 통계를 낼 때 나름 상위 25%와 하위 25%는 제외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데이터양이 충분히 클 때 정확성이 담보되는 겁니다.

공공·민간 통계도 반영한다고?..."반영 안 해"

앞서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넘베오에 대한 설명도 있는데, '2009년 설립된 넘베오는 생활물가, 교통, 환경, 범죄 등 다양한 분야의 통계를 국가·도시별로 비교할 수 있게 제공한다. 각종 공공·민간 통계와 이용자들이 입력한 정보를 종합해 자료로 만든다'라고 돼 있습니다.

데이터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식일 텐데, 우리나라 부동산 공공통계인 한국감정원의 통계도 반영됐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한국감정원의 3년 서울 집값 상승률은 10% 정도로 넘베오의 '44% 상승' 통계와는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넘베오 데이터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한국 아파트값 통계에 반영된 공공·민간 데이터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대한 어떠한 데이터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We don't use any source for South Korea at all, currently.)' 그리고 활용하고 있는 공공·민간 데이터의 항목들도 보내왔는데 택시비와 슈퍼마켓이나 온라인마켓에서 판매하는 물품의 소비자가 등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다시 말해 넘베오의 한국 아파트값은 전적으로 네티즌이 입력한 정보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동네는 도심일까, 도심이 아닐까?

넘베오의 아파트값 통계에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넘베오가 묻는 가격을 채우면서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다 보니, 드디어 문제의 아파트값 문항이 나옵니다.

‘도심’과 ‘비도심’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을 묻는 입력창
이번엔 두 가지를 묻습니다. '도심 아파트값''도심 외곽 지역의 아파트값'.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도심과 도심 외곽 지역은 어떻게 나누는 걸까요? 제가 살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는 도심일까요? 도심이 아닐까요?

앞서 넘베오를 인용한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울 도심 아파트값'이 평당 5만268달러, 우리 돈 5천8백만 원 정도라는데, 32평 아파트로 계산하면 18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제곱미터당 단가로는 천767만 원 정도인데, 지난해 거래된 서울 아파트 6만8천108곳 가운데 제곱미터당 단가가 이 기준을 넘는 곳을 찾아봤더니 6천580군데, 대부분은 강남, 서초, 송파에 있는 일부 비싸기로 소문난 아파트들 뿐이었습니다.

예를들면 지난해 11월에 거래된 25억 3천만 원짜리 전용면적 35㎡의 개포주공 3단지나 26억 원에 거래된 60㎡의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곳이 있습니다. 그나마 좀 싼(?) 곳으로는 지난해 8월에 거래된 124㎡ 잠실 리센츠가 있는데 21억 9천500만 원입니다.

외국인이 넘베오 사이트에서 이 통계를 본다면 '아, 서울에서 아파트 하나 구하려면 이 정도 돈이 드는구나' 하지 않을까요?

각국 도시의 생활물가를 보는 통계에 부합한 건지 의문이 들어 넘베오에 다시 물었습니다.

'도심과 비도심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나요? 도심과 비도심의 구체적인 정의를 알고 싶습니다.'

넘베오의 답은 이렇습니다.

'명확한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도심과 비도심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측면에서는 오류의 여지가 있습니다.(We don't classify the city center and outside of the city center, as it is difficult to classify. So there is some margin on the error on that side.)'

기사에서는 넘베오가 '도심'의 범위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도심과 비도심을 구분하는 기준은 따로 없고 입력하는 사람이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완전히 의존한다는 거죠.

이렇게 조사된 서울 도심 아파트값이 평당 5천8백만 원, 3년 새 44.2% 상승했다는 가격입니다.

이렇게 구해진 통계, 믿어도 될까?

이 밖에도 의심스러운 통계는 많았습니다.

2010년 6천696원으로 조사된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가격이 2018년 6천 원으로 조사됐다거나, 레스토랑에서 파는 330㎖ 콜라 한 잔 가격이 2013년 천668원에서 2017년 천485원으로 꾸준히 떨어진, 물가와는 정반대되는 통계 등입니다.

정말 특이한 건 역대 아파트값이었는데, 서울 도심 아파트의 제곱미터당 가격이 2012년 천만 원에서 2013년 8백만 원으로 한 번, 2015년 천460만 원에서 2016년 천218만 원으로 또 한 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어떤 언론도 집값이 하락했다는 넘베오의 통계를 인용해 분석하지 않았죠.

넘베오의 오류에 대한 지적은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많습니다. 넘베오의 조사 결과를 보조자료 이상으로 완전히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큰 흐름은 엿볼 수 있지만, 그것도 국내에서 나오는 전수 조사 통계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아파트 매매가에 대한 통계를 내는 곳은 국내 3곳이 있습니다. 국토부 통계의 기준이 되는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리브온, 부동산114입니다. 물론 각 단체마다 통계를 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 혼란스러운 건 여전합니다.

어떤 통계가 정확할까, 팩트체크K팀은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 통계에 대한 검증 노력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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