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비례○○당 불허, 내로남불 해석인가?

입력 2020.01.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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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어제 비례자유한국당 등 '비례○○당' 사용을 불허하자 자유한국당은 선관위가 "정권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5년 전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변경하는 데 아무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박완수 사무총장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내로남불' 해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공화당'과 '우리공화당', '기독당'과 '기독자유당'이 함께 등록돼 있다는 점도 사례로 들었는데요. 정당의 유사 명칭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선관위 해석을 따져봤습니다.

'더불어'는 독자적 의미·'민주'는 다수 정당 사용

당 이름에 '민주'를 중복해서 쓸 수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은 20대 총선 직전에 벌어졌습니다.

2015년 9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정치권을 떠났던 김민석 전 의원이 복권되면서 '민주당'에서 정치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여기서 민주당은 이른바 '원외 민주당'으로 당시 제1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결행한 후, 새정치연합 측은 새 당명을 고민한 끝에 보름 만에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기존 원외 민주당 측에서 반발했습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두 당의 이름이 뚜렷이 구별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명 사용을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냈던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습니다.

2016년 1월 18일 서울남부지법(2016카합1)의 결정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더불어'는 '더불다' 동사의 활용형으로서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주'라는 부분만이 독자적으로 요부(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보기 어렵다.
② '민주'라는 단어를 '민주당'만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에는 '경제민주당'과 '기독민주당'도 선관위에 등록된 상태였습니다.

당 이름 '핵심'이 겹치는지 봐야

선관위는 앞서 2007년에도 당시 '민주당'이 있었음에도 '대통합민주신당'의 약칭인 '민주신당'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민주당' 측이 '민주신당'은 자신의 당명과 유사하다며 사용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자 서울남부지법(2007카합2360)은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약칭 당명에서 '민주'가 핵심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민주당'과 '민주신당'은 모두 중요한 부분이 '민주'로 동일해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경우"라고 판단했습니다.

앞머리에 '신(新)·THE'만 붙이면 안 돼

그렇다면 새롭다는 의미의 한자 '신(新)'이나 유일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영어 정관사 'The' 등을 정당명에 포함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정당법 41조 3항은 정당의 명칭(약칭 포함)이 이미 등록된 정당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해당 규정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당명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신민주당'이나 '더 민주당' 등은 모두 민주당과 혼동될 우려가 있으며, '신공화당' 역시 '우리공화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유권자의 혼란을 유발한다는 해석에 따른 것입니다.

이 같은 해석의 연장선상에서 기존 당명에 '비례' 단어만 붙인 경우 역시 "그 자체가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선관위 해석입니다. '비례'라는 단어와의 결합으로 이미 등록된 정당과 구별된 새로운 관념이 생겨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이런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구체적 당명은 선관위 해석에 따라 정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정당이 생각해놓은 비례정당명 후보는 아직 많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당명을 둘러싼 선관위 해석은 일부 법원에서 뒤집힌 경우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일관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내로남불 해석'이라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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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비례○○당 불허, 내로남불 해석인가?
    • 입력 2020-01-14 19:44:52
    팩트체크K
중앙선관위가 어제 비례자유한국당 등 '비례○○당' 사용을 불허하자 자유한국당은 선관위가 "정권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5년 전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변경하는 데 아무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박완수 사무총장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내로남불' 해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공화당'과 '우리공화당', '기독당'과 '기독자유당'이 함께 등록돼 있다는 점도 사례로 들었는데요. 정당의 유사 명칭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선관위 해석을 따져봤습니다.

'더불어'는 독자적 의미·'민주'는 다수 정당 사용

당 이름에 '민주'를 중복해서 쓸 수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은 20대 총선 직전에 벌어졌습니다.

2015년 9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정치권을 떠났던 김민석 전 의원이 복권되면서 '민주당'에서 정치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여기서 민주당은 이른바 '원외 민주당'으로 당시 제1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결행한 후, 새정치연합 측은 새 당명을 고민한 끝에 보름 만에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기존 원외 민주당 측에서 반발했습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두 당의 이름이 뚜렷이 구별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명 사용을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냈던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습니다.

2016년 1월 18일 서울남부지법(2016카합1)의 결정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더불어'는 '더불다' 동사의 활용형으로서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주'라는 부분만이 독자적으로 요부(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보기 어렵다.
② '민주'라는 단어를 '민주당'만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에는 '경제민주당'과 '기독민주당'도 선관위에 등록된 상태였습니다.

당 이름 '핵심'이 겹치는지 봐야

선관위는 앞서 2007년에도 당시 '민주당'이 있었음에도 '대통합민주신당'의 약칭인 '민주신당'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민주당' 측이 '민주신당'은 자신의 당명과 유사하다며 사용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자 서울남부지법(2007카합2360)은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약칭 당명에서 '민주'가 핵심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민주당'과 '민주신당'은 모두 중요한 부분이 '민주'로 동일해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경우"라고 판단했습니다.

앞머리에 '신(新)·THE'만 붙이면 안 돼

그렇다면 새롭다는 의미의 한자 '신(新)'이나 유일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영어 정관사 'The' 등을 정당명에 포함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정당법 41조 3항은 정당의 명칭(약칭 포함)이 이미 등록된 정당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해당 규정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당명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신민주당'이나 '더 민주당' 등은 모두 민주당과 혼동될 우려가 있으며, '신공화당' 역시 '우리공화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유권자의 혼란을 유발한다는 해석에 따른 것입니다.

이 같은 해석의 연장선상에서 기존 당명에 '비례' 단어만 붙인 경우 역시 "그 자체가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선관위 해석입니다. '비례'라는 단어와의 결합으로 이미 등록된 정당과 구별된 새로운 관념이 생겨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이런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구체적 당명은 선관위 해석에 따라 정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정당이 생각해놓은 비례정당명 후보는 아직 많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당명을 둘러싼 선관위 해석은 일부 법원에서 뒤집힌 경우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일관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내로남불 해석'이라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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