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원대 론스타 분쟁 문서 입수…“실제는 1조 원 안팎”

입력 2020.01.15 (21:01) 수정 2020.01.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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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정부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 배상 분쟁을 제기한 론스타 문젭니다.

2003년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해 약 9년 뒤 되팔면서 4조 6천억 원을 벌어 나갑니다.

이른바 '론스타 먹튀 사건', 지난해 영화로도 만들어졌죠.

실제로 론스타는 2012년 한국을 떠날때 우리정부를 상대로 투자자와 국가간의 분쟁 즉, ISD를 제기합니다.

영화 대사에 나오듯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파는 걸 우리 정부가 지연시켜서 47억 달러, 우리 돈 5조 4천억 원을 손해 봤으니 배상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왜 손해가 5조 4천 억원이나 되는지, 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모두 비밀입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이 ISD를 담당하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익시드(ICSID)에 론스타와 한국 정부 양측이 제출한 문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전문가들과 검증하고 분석했는데 여기 담긴 론스타의 행태, 그리고 이면에 있는 금융 당국의 무책임과 거짓말 등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KBS는 오늘(15일)부터 연속으로 이 내용 집중 보도합니다.

오늘(15일)은 먼저 론스타가 손해봤다고 주장하는 5조 4천억원 구체적인 내역과 근거는 뭔지, 이게 과연 합당한 주장인지 따져봅니다.

탐사보도부 송명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KBS 탐사보도부가 입수한 문서는 두 개입니다.

워싱턴의 중재판정부가 공개하고 있는 일정으로 따져보니, 론스타가 최초로 제출한 중재신청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첫 답변, 그리고 이 답변에 대한 론스타 측의 반박 서면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측 문서는 600페이지에 달하는 전체 주장의 핵심을 요약해 놓은 것입니다.

공식 문서 여부에 대한 확인 요청에 대해 법무부 담당자는 분쟁 당사자들 사이에 기밀유지 의무가 있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론스타가 5조 원대의 소송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우리나라 정부가 론스타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최초로 알 수 있는 문서죠."]

론스타 측 문서에는 47억 달러의 총액만 명시돼 있습니다.

이보다 7개월 앞서 제출된 한국 정부 문서.

43억 7천만 달러, 한화로 5조 천억 원의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해 산정 내역이 조목조목 서술돼 있습니다.

론스타가 당초 43억 7천만 달러로 제기했다가 이자 등의 이유로 추후 증액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변호사와 한국 측 서면을 토대로 내역을 분석했습니다.

우선 매각지연에 따른 손해 주장 15억 7천만 달러, 한화로 1조 8천억 원, 이 분쟁의 핵심입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론스타의 논리는 홍콩 상하이 은행에 더 비싸게 팔 수 있었고 또 하나은행에도 비싸게 팔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지연돼서 (손해를 입었다)….”]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투자금을 회수해 한국을 떠나려는데, 정부가 부당하게 승인을 늦게 내줘서 더 벌 수 있는 돈을 못 벌었다는 겁니다.

특이한 점은 2012년 한국 정부에 처음 보낸 중재의향서에는 2006년부터 모두 4차례 매각지연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지만 분쟁에서는 HSBC와 하나은행 매각지연 손해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국민은행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부분은 정부의 관여가 있었다고 중재부에 이야기할 내용들이 거의 없었던 거죠.”]

송기호 변호사는 손해를 누적해서 계산한 론스타의 논리는 중복소송이라고 비판합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만약에 홍콩 상하이 은행에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다. 그게 가령 1조 2천억~3천억 손해다. 그럼 그것만 주장해야 되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손해가 크게 발생을 한 거라면 그것이 이후의 과정들을 다 흡수하는 것이지 그때 또 손해이고 이후에 손해이고 이런 손해를 이중으로 중복해서 주장하는 논리적 모순이 있는 것이죠."]

따라서 다툼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하면서 맺은 1차 계약과, 최종 계약 사이의 차액, 당시 7천7백억 원이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음은 세금.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포함한 국내 투자와 배당에서 한국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 7억 6천만 달러가 부당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미 관련 세금 분쟁 4건 모두 국내 법원을 통해 마무리돼 론스타의 주장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명백히 국제중재법에 위반된 주장입니다. 론스타의 손을 들어준 것도 있고 론스타의 손을 안 들어준 곳도 있고 우리 법원에서 결정이 다 됐단 말이죠. 국제중재법은 적어도 한 나라의 그 나라의 법원에 의해서 판단 받은 내용은 현저한 정의의 위반, 정의의 부인이 아니라면 국제중재로 가져갈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20억 4천만 달러.

론스타가 두 쟁점 모두에서 이겨 손해배상금을 받으면 벨기에에 그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것까지 물어내라는 겁니다.

론스타의 탐욕이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승소했을 때 낼 세금에 대한 보전에 대한 것은 전혀 0.01%도 검토할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그런 어떤 2차적인 추가적인 손실을 배상하라는 그런 중재 결정은 지금까지 나온 사실도 없고 투자 협정의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 것이죠."]

종합해 보면 론스타가 주장하고 있는 손해 내역 가운데 다툼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매각지연, 그 중에서도 론스타와 하나은행 계약 과정일 것으로 분석됩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5조 원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다. 저는 그 실체 없는 청구. 이 사건은 한 1조 원대의 그런 소송으로 이해를 하면 법적으로는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론스타는 분쟁 신청이 투자자들을 위한 대리 분쟁이라고 했지만, 정부는 론스타의 한국 투자 수익 94%를 펀드 운영회사 경영진 등 5명이 가져 갔다며 이번 분쟁도 이들의 이익 차원에서 제기됐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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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1-16 16: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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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정부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 배상 분쟁을 제기한 론스타 문젭니다. 2003년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해 약 9년 뒤 되팔면서 4조 6천억 원을 벌어 나갑니다. 이른바 '론스타 먹튀 사건', 지난해 영화로도 만들어졌죠. 실제로 론스타는 2012년 한국을 떠날때 우리정부를 상대로 투자자와 국가간의 분쟁 즉, ISD를 제기합니다. 영화 대사에 나오듯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파는 걸 우리 정부가 지연시켜서 47억 달러, 우리 돈 5조 4천억 원을 손해 봤으니 배상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왜 손해가 5조 4천 억원이나 되는지, 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모두 비밀입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이 ISD를 담당하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익시드(ICSID)에 론스타와 한국 정부 양측이 제출한 문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전문가들과 검증하고 분석했는데 여기 담긴 론스타의 행태, 그리고 이면에 있는 금융 당국의 무책임과 거짓말 등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KBS는 오늘(15일)부터 연속으로 이 내용 집중 보도합니다. 오늘(15일)은 먼저 론스타가 손해봤다고 주장하는 5조 4천억원 구체적인 내역과 근거는 뭔지, 이게 과연 합당한 주장인지 따져봅니다. 탐사보도부 송명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KBS 탐사보도부가 입수한 문서는 두 개입니다. 워싱턴의 중재판정부가 공개하고 있는 일정으로 따져보니, 론스타가 최초로 제출한 중재신청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첫 답변, 그리고 이 답변에 대한 론스타 측의 반박 서면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측 문서는 600페이지에 달하는 전체 주장의 핵심을 요약해 놓은 것입니다. 공식 문서 여부에 대한 확인 요청에 대해 법무부 담당자는 분쟁 당사자들 사이에 기밀유지 의무가 있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론스타가 5조 원대의 소송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우리나라 정부가 론스타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최초로 알 수 있는 문서죠."] 론스타 측 문서에는 47억 달러의 총액만 명시돼 있습니다. 이보다 7개월 앞서 제출된 한국 정부 문서. 43억 7천만 달러, 한화로 5조 천억 원의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해 산정 내역이 조목조목 서술돼 있습니다. 론스타가 당초 43억 7천만 달러로 제기했다가 이자 등의 이유로 추후 증액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변호사와 한국 측 서면을 토대로 내역을 분석했습니다. 우선 매각지연에 따른 손해 주장 15억 7천만 달러, 한화로 1조 8천억 원, 이 분쟁의 핵심입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론스타의 논리는 홍콩 상하이 은행에 더 비싸게 팔 수 있었고 또 하나은행에도 비싸게 팔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지연돼서 (손해를 입었다)….”]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투자금을 회수해 한국을 떠나려는데, 정부가 부당하게 승인을 늦게 내줘서 더 벌 수 있는 돈을 못 벌었다는 겁니다. 특이한 점은 2012년 한국 정부에 처음 보낸 중재의향서에는 2006년부터 모두 4차례 매각지연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지만 분쟁에서는 HSBC와 하나은행 매각지연 손해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국민은행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부분은 정부의 관여가 있었다고 중재부에 이야기할 내용들이 거의 없었던 거죠.”] 송기호 변호사는 손해를 누적해서 계산한 론스타의 논리는 중복소송이라고 비판합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만약에 홍콩 상하이 은행에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다. 그게 가령 1조 2천억~3천억 손해다. 그럼 그것만 주장해야 되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손해가 크게 발생을 한 거라면 그것이 이후의 과정들을 다 흡수하는 것이지 그때 또 손해이고 이후에 손해이고 이런 손해를 이중으로 중복해서 주장하는 논리적 모순이 있는 것이죠."] 따라서 다툼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하면서 맺은 1차 계약과, 최종 계약 사이의 차액, 당시 7천7백억 원이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음은 세금.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포함한 국내 투자와 배당에서 한국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 7억 6천만 달러가 부당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미 관련 세금 분쟁 4건 모두 국내 법원을 통해 마무리돼 론스타의 주장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명백히 국제중재법에 위반된 주장입니다. 론스타의 손을 들어준 것도 있고 론스타의 손을 안 들어준 곳도 있고 우리 법원에서 결정이 다 됐단 말이죠. 국제중재법은 적어도 한 나라의 그 나라의 법원에 의해서 판단 받은 내용은 현저한 정의의 위반, 정의의 부인이 아니라면 국제중재로 가져갈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20억 4천만 달러. 론스타가 두 쟁점 모두에서 이겨 손해배상금을 받으면 벨기에에 그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것까지 물어내라는 겁니다. 론스타의 탐욕이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승소했을 때 낼 세금에 대한 보전에 대한 것은 전혀 0.01%도 검토할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그런 어떤 2차적인 추가적인 손실을 배상하라는 그런 중재 결정은 지금까지 나온 사실도 없고 투자 협정의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 것이죠."] 종합해 보면 론스타가 주장하고 있는 손해 내역 가운데 다툼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매각지연, 그 중에서도 론스타와 하나은행 계약 과정일 것으로 분석됩니다. [송기호/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 "5조 원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다. 저는 그 실체 없는 청구. 이 사건은 한 1조 원대의 그런 소송으로 이해를 하면 법적으로는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론스타는 분쟁 신청이 투자자들을 위한 대리 분쟁이라고 했지만, 정부는 론스타의 한국 투자 수익 94%를 펀드 운영회사 경영진 등 5명이 가져 갔다며 이번 분쟁도 이들의 이익 차원에서 제기됐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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