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론스타 주장 47억 달러 실체, 4가지 쟁점 분석

입력 2020.01.16 (09:33) 수정 2020.01.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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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소송 비밀주의 … 한국 정부-론스타 문건 입수

"당사자들 기밀유지 의무가 있어서 해당 문서라든지 이런 걸 외부에 공개하면 안 되는 의무가 있거든요… 보도가 되면 그전에 상의를 할 수 있으실까요? 저희가 코멘트라도 한 번 해야 될 것 같아서"(법무부 담당자)

KBS 탐사부도부가 입수한 두 건의 문서가 론스타-한국 정부 분쟁(ISD) 중재판정부에 제출된 공식 문서인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법무부 담당자의 답변이다. 법무부 외에 다른 경로를 통해 진위를 확인한 결과, 공식 문서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자칫 수조 원의 세금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최소한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소송 비밀주의를 오랫동안 론스타 문제를 추적해온 전문가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걸 알려준다고 해서 중재판정부에 우리 정부가 좀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변론하는 것이 방해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절차명령의 내용조차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고 분명히 무언가 밀실에서 움직임이 있는 것은 맞죠"(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미국 워싱턴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이하 익시드) 중재판정부가 공개하는 절차 진행 일정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 2012년 11월 21일 론스타, 중재신청
▶ 2013년 10월 15일 론스타, 본안 서면 제출
▶ 2014년 3월 21일 한국 정부, 반박 서면 제출
▶ 2014년 10월 1일 론스타, 추가 서면 제출


ISD 진행일정(ICSID 홈페이지)

KBS가 입수한 두 건의 문서는 론스타의 본안 서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첫 답변(2014년 3월 21일)과 6개월여 뒤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재반박한 추가 서면(2014년 10월 1일)으로 추정되고 있다.

"론스타가 5조 원대의 소송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청구 원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처음 특정되어 있는 문서죠. 그런 핵심 쟁점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정부가 론스타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최초로 알 수 있는 문서이죠"(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4가지 쟁점: '관할권', '매각지연', '세금', '승소 시 세금 보전'

론스타 문제에 대한 전문가인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송기호 국제통상전문변호사, 권영국 민변 노동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변호사), 그리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등과 함께 분석한 결과 양쪽이 다투고 있는 쟁점은 4가지로 압축됐다.

1) 관할권: "실질적 벨기에 기업" vs. "미국 법인"

론스타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 제8조 제3항에 근거해 익시드에 중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주소가 있고 그곳에서 실질적인 투자 관리 활동들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한국-벨기에 협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지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한-벨기에 협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 회사'라는 것이다. 론스타도 그동안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사이의 투자자 문제"라고 주장해 온 만큼 이번 분쟁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 매각지연: "부당한 거절" vs. "법적 불안정성"

론스타는 한국 금융 당국이 "법의 지배에 의하기보다 정치적 유권자들을 만족시키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외환은행을 매각하려는 것을 부당하게 지연해 왔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론스타는 금융 당국을 다음과 같이 비난하고 있다.

"한국의 법 집행자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법을 집행해야 할 자신들의 의무를 고의로, 그리고 계산적으로 위반하면서 그 대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행동"
"성난 대중과 정치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론스타를 벌하는 것으로 보일 필요"
(론스타 서면 중에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려는 자신들의 신청을 한국 금융 당국이 두 번에 걸쳐 "부당한 거절"을 했다고 주장한다.

▶ 2008년 HSBC에 매각 실패
▶ 2012년 하나은행에 매각 지연


"그들은 외환은행에 대한 HSBC 및 하나의 지배 자격을 평가해야 했고, 또한 그들은 특정한 시기 내에 그러한 평가를 완료해야 했다. 그것이 법 집행자들의 유일한 법적 의무이고 그들의 행위 권한에 대한 유일한 근거"
(론스타 서면 중에서)

특이한 점은 론스타는 2012년 5월 한국 정부에 처음으로 중재의향서를 보냈을 때는 2006년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서 매각이 지연돼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지만, 본안 분쟁에서는 2008년부터로 기간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은행과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것은 정부의 관여가 있었다고 중재부에 주장할 내용이 없었다"면서 "중재부를 잘 설득할 수 있는 전략으로 2008년 HSBC 매각 시도부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를 둘러싼 "법적 불안정성"이라는 개념으로 반박하고 있다. 즉 매각 승인의 지연은 "론스타 자신의 행위 또는 론스타가 책임져야 할 론스타 직원들의 행위로부터 직접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음은 법적 불안정성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취득 과정에 대한 감사원 조치
-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가능성

모두 외환은행에 대한 론스타의 소유권 보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금융위는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아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론스타와 관련된 불법 행위들을 열거하는데 서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예를 들어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론스타 지명 외환은행 이사 5명 중 4명 기소", "한국 법원 공모 인정", "론스타 펀드 역시 공동 피고로 유죄판결" 등이다.

한국 정부의 핵심 논리는 "정부는 항상 성실하게 법의 지시를 따랐다"이다.

3) 세금: "이중과세" vs. "이중비과세"

론스타는 벨기에 기업인만큼 이중과세 방지, 즉 "한국 기업 지분 매각으로 얻은 수익에 대해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으며, 벨기에만이 독점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8천억 원가량의 세금을 부과한 한국 국세청을 "부패한 정치적 맹견"으로 비난하고 있다.

한국 국세청은 "이중과세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이중 비과세"라고 반박한다. 벨기에에 설립된

- "〈론스타 펀드-외환은행〉이 외환은행의 실질적 소유자가 아니다"
- "소득의 명목적 소유자가 아닌 실질적 소유자를 납세의무자로 인정한다"
-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실질적 소유자” 개념이다"

등의 논거로 론스타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 〈론스타 펀드-외환은행〉은 일종의 "도관회사"일 뿐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논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러한 회사들을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수입이 도관회사로 지급되고 도관회사는 배당금, 이자, 로열티 등으로 주주들에게 이를 배분하는 회사로 정의"(한국 정부 서면 중에서)

4) "승소 시 벨기에에 내야 하는 세금까지 보전하라"

마지막으로 론스타는 위 소송에서 모두 이길 경우 벨기에 당국에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 세금까지 한국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 47억 달러 분쟁? "실제는 1조 원 안팎"

위 쟁점들을 바탕으로 론스타는 2012년 11월 익시드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47억 달러(한화 5조 4천억 원) 분쟁을 제기한 상태이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12년 2월 하나은행에 매각하기까지 4조 6천억 원의 수익을 남겼지만 더 벌어야 했는데 못 벌었다며 분쟁을 제기한 것이다.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해의 구체적인 내역과 근거는 한국 측 서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론스타가 소송을 처음 제기할 당시 요구했던 금액은 43.7억 달러, 한화 5조 천억 원이다. 두 문서에 적혀있는 최종 분쟁 가액에 차이가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자 등의 액수가 더해져 전체 금액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론스타는 '매각 지연으로 인한 손해', '부당한 과세', '승소 시 보전금' 등 3가지 항목으로 근거를 제시한다.


1) 매각 승인 지연으로 손해? 15.7억 달러(1조 8천억 원) 주장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해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발생한 손해와 이자로 1조 8천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의 손해 산정 방식은 모순된 중복 계산이라는 것이 송기호 변호사의 의견이다.

"이중 중복 소송인 것이죠. 만약에 홍콩 상하이 은행에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다. 그게 가령 1조 2~3천억 손해다. 그럼 그것만 주장해야 하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손해가 크게 발생을 한 거라면 그것이 이후의 과정들을 다 흡수하는 것이지 그때 또 손해이고 이후에 손해이고 이런 손해를 이중으로 중복해서 주장하는 논리적 모순이 있는 것이죠…. 홍콩 상하이 은행에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던 손해와 하나은행에 애초에 계약과는 달리 깎아줬다는 손해 이 두 개가 동시에 인용될 가능성은 논리적으로 없습니다."(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따라서 중재판정에서 다툼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론스타-하나은행 사이의 1차 계약(2010년)과 최종 계약(2012년) 사이의 차액, 즉 론스타가 손해 본 당시 7천7백억 원 정도가 되리라는 것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시 1차 계약 이후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돼 대주주 자격을 상실했고, 하나은행이 재계약을 요구했다.

반대로 론스타는 주식으로는 손해를 봤지만 대신 경영권 프리미엄 1조 2천억 원을 챙겼기 때문에 손해가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2) 한국 국세청이 부당한 세금 징수? 7.6억 달러(8천8백억 원) 주장

론스타는 2004년 스타타워 매각, 2007년 극동건설 등의 매각, 2012년 하나은행의 잔여지분 매각, 그리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하나은행이 지급한 배당에 대한 세금 등을 문제로 삼았다. 각각의 금액은 버클리 컨설팅 그룹에 의뢰해 산정됐는데, 8천8백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각 사안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의미 있는 주장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재중재법은 한 나라의 법원에서 판단 받은 내용은 그 절차에서 현저한 위반이 아니라면 국제 중재로 가져갈 수 없게 되어 있다"며 "국제중재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3) 승소 시 내야 하는 세금도 보전? 20.4억 달러(2조 4천억 원) 주장

47억 달러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이 '승소 시 보전금'이라는 항목이다. 자신들이 중재 판정을 통해 배상을 받으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데 그 금액까지 달라는 주장이다. 론스타의 탐욕이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 항목 역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한다. "2차적인 손실을 배상하라는 중재 결정은 지금까지 나온 적도 없고 투자협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0.01%도 검토할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4) "론스타의 부풀리기... 실제는 1조 원 소송"

그렇다면 47억 달러가 걸린 분쟁에서 세금과 승소 시 보전금을 제외하면 결국 '매각 지연'이 핵심 쟁점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취재진과 함께 분석한 전문가들은 "론스타 소송은 결국 1조 원 대 소송"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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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론스타 주장 47억 달러 실체, 4가지 쟁점 분석
    • 입력 2020-01-16 09:33:39
    • 수정2020-01-16 15:22:37
    탐사K
정부의 소송 비밀주의 … 한국 정부-론스타 문건 입수

"당사자들 기밀유지 의무가 있어서 해당 문서라든지 이런 걸 외부에 공개하면 안 되는 의무가 있거든요… 보도가 되면 그전에 상의를 할 수 있으실까요? 저희가 코멘트라도 한 번 해야 될 것 같아서"(법무부 담당자)

KBS 탐사부도부가 입수한 두 건의 문서가 론스타-한국 정부 분쟁(ISD) 중재판정부에 제출된 공식 문서인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법무부 담당자의 답변이다. 법무부 외에 다른 경로를 통해 진위를 확인한 결과, 공식 문서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자칫 수조 원의 세금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최소한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소송 비밀주의를 오랫동안 론스타 문제를 추적해온 전문가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걸 알려준다고 해서 중재판정부에 우리 정부가 좀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변론하는 것이 방해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절차명령의 내용조차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고 분명히 무언가 밀실에서 움직임이 있는 것은 맞죠"(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미국 워싱턴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이하 익시드) 중재판정부가 공개하는 절차 진행 일정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 2012년 11월 21일 론스타, 중재신청
▶ 2013년 10월 15일 론스타, 본안 서면 제출
▶ 2014년 3월 21일 한국 정부, 반박 서면 제출
▶ 2014년 10월 1일 론스타, 추가 서면 제출


ISD 진행일정(ICSID 홈페이지)

KBS가 입수한 두 건의 문서는 론스타의 본안 서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첫 답변(2014년 3월 21일)과 6개월여 뒤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재반박한 추가 서면(2014년 10월 1일)으로 추정되고 있다.

"론스타가 5조 원대의 소송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청구 원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처음 특정되어 있는 문서죠. 그런 핵심 쟁점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정부가 론스타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최초로 알 수 있는 문서이죠"(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4가지 쟁점: '관할권', '매각지연', '세금', '승소 시 세금 보전'

론스타 문제에 대한 전문가인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송기호 국제통상전문변호사, 권영국 민변 노동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변호사), 그리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등과 함께 분석한 결과 양쪽이 다투고 있는 쟁점은 4가지로 압축됐다.

1) 관할권: "실질적 벨기에 기업" vs. "미국 법인"

론스타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 제8조 제3항에 근거해 익시드에 중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주소가 있고 그곳에서 실질적인 투자 관리 활동들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한국-벨기에 협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지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한-벨기에 협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 회사'라는 것이다. 론스타도 그동안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사이의 투자자 문제"라고 주장해 온 만큼 이번 분쟁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 매각지연: "부당한 거절" vs. "법적 불안정성"

론스타는 한국 금융 당국이 "법의 지배에 의하기보다 정치적 유권자들을 만족시키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외환은행을 매각하려는 것을 부당하게 지연해 왔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론스타는 금융 당국을 다음과 같이 비난하고 있다.

"한국의 법 집행자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법을 집행해야 할 자신들의 의무를 고의로, 그리고 계산적으로 위반하면서 그 대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행동"
"성난 대중과 정치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론스타를 벌하는 것으로 보일 필요"
(론스타 서면 중에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려는 자신들의 신청을 한국 금융 당국이 두 번에 걸쳐 "부당한 거절"을 했다고 주장한다.

▶ 2008년 HSBC에 매각 실패
▶ 2012년 하나은행에 매각 지연


"그들은 외환은행에 대한 HSBC 및 하나의 지배 자격을 평가해야 했고, 또한 그들은 특정한 시기 내에 그러한 평가를 완료해야 했다. 그것이 법 집행자들의 유일한 법적 의무이고 그들의 행위 권한에 대한 유일한 근거"
(론스타 서면 중에서)

특이한 점은 론스타는 2012년 5월 한국 정부에 처음으로 중재의향서를 보냈을 때는 2006년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서 매각이 지연돼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지만, 본안 분쟁에서는 2008년부터로 기간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은행과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것은 정부의 관여가 있었다고 중재부에 주장할 내용이 없었다"면서 "중재부를 잘 설득할 수 있는 전략으로 2008년 HSBC 매각 시도부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를 둘러싼 "법적 불안정성"이라는 개념으로 반박하고 있다. 즉 매각 승인의 지연은 "론스타 자신의 행위 또는 론스타가 책임져야 할 론스타 직원들의 행위로부터 직접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음은 법적 불안정성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취득 과정에 대한 감사원 조치
-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가능성

모두 외환은행에 대한 론스타의 소유권 보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금융위는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아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론스타와 관련된 불법 행위들을 열거하는데 서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예를 들어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론스타 지명 외환은행 이사 5명 중 4명 기소", "한국 법원 공모 인정", "론스타 펀드 역시 공동 피고로 유죄판결" 등이다.

한국 정부의 핵심 논리는 "정부는 항상 성실하게 법의 지시를 따랐다"이다.

3) 세금: "이중과세" vs. "이중비과세"

론스타는 벨기에 기업인만큼 이중과세 방지, 즉 "한국 기업 지분 매각으로 얻은 수익에 대해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으며, 벨기에만이 독점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8천억 원가량의 세금을 부과한 한국 국세청을 "부패한 정치적 맹견"으로 비난하고 있다.

한국 국세청은 "이중과세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이중 비과세"라고 반박한다. 벨기에에 설립된

- "〈론스타 펀드-외환은행〉이 외환은행의 실질적 소유자가 아니다"
- "소득의 명목적 소유자가 아닌 실질적 소유자를 납세의무자로 인정한다"
-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실질적 소유자” 개념이다"

등의 논거로 론스타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 〈론스타 펀드-외환은행〉은 일종의 "도관회사"일 뿐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논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러한 회사들을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수입이 도관회사로 지급되고 도관회사는 배당금, 이자, 로열티 등으로 주주들에게 이를 배분하는 회사로 정의"(한국 정부 서면 중에서)

4) "승소 시 벨기에에 내야 하는 세금까지 보전하라"

마지막으로 론스타는 위 소송에서 모두 이길 경우 벨기에 당국에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 세금까지 한국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 47억 달러 분쟁? "실제는 1조 원 안팎"

위 쟁점들을 바탕으로 론스타는 2012년 11월 익시드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47억 달러(한화 5조 4천억 원) 분쟁을 제기한 상태이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12년 2월 하나은행에 매각하기까지 4조 6천억 원의 수익을 남겼지만 더 벌어야 했는데 못 벌었다며 분쟁을 제기한 것이다.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해의 구체적인 내역과 근거는 한국 측 서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론스타가 소송을 처음 제기할 당시 요구했던 금액은 43.7억 달러, 한화 5조 천억 원이다. 두 문서에 적혀있는 최종 분쟁 가액에 차이가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자 등의 액수가 더해져 전체 금액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론스타는 '매각 지연으로 인한 손해', '부당한 과세', '승소 시 보전금' 등 3가지 항목으로 근거를 제시한다.


1) 매각 승인 지연으로 손해? 15.7억 달러(1조 8천억 원) 주장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해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발생한 손해와 이자로 1조 8천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의 손해 산정 방식은 모순된 중복 계산이라는 것이 송기호 변호사의 의견이다.

"이중 중복 소송인 것이죠. 만약에 홍콩 상하이 은행에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다. 그게 가령 1조 2~3천억 손해다. 그럼 그것만 주장해야 하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손해가 크게 발생을 한 거라면 그것이 이후의 과정들을 다 흡수하는 것이지 그때 또 손해이고 이후에 손해이고 이런 손해를 이중으로 중복해서 주장하는 논리적 모순이 있는 것이죠…. 홍콩 상하이 은행에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던 손해와 하나은행에 애초에 계약과는 달리 깎아줬다는 손해 이 두 개가 동시에 인용될 가능성은 논리적으로 없습니다."(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따라서 중재판정에서 다툼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론스타-하나은행 사이의 1차 계약(2010년)과 최종 계약(2012년) 사이의 차액, 즉 론스타가 손해 본 당시 7천7백억 원 정도가 되리라는 것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시 1차 계약 이후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돼 대주주 자격을 상실했고, 하나은행이 재계약을 요구했다.

반대로 론스타는 주식으로는 손해를 봤지만 대신 경영권 프리미엄 1조 2천억 원을 챙겼기 때문에 손해가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2) 한국 국세청이 부당한 세금 징수? 7.6억 달러(8천8백억 원) 주장

론스타는 2004년 스타타워 매각, 2007년 극동건설 등의 매각, 2012년 하나은행의 잔여지분 매각, 그리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하나은행이 지급한 배당에 대한 세금 등을 문제로 삼았다. 각각의 금액은 버클리 컨설팅 그룹에 의뢰해 산정됐는데, 8천8백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각 사안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의미 있는 주장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재중재법은 한 나라의 법원에서 판단 받은 내용은 그 절차에서 현저한 위반이 아니라면 국제 중재로 가져갈 수 없게 되어 있다"며 "국제중재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3) 승소 시 내야 하는 세금도 보전? 20.4억 달러(2조 4천억 원) 주장

47억 달러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이 '승소 시 보전금'이라는 항목이다. 자신들이 중재 판정을 통해 배상을 받으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데 그 금액까지 달라는 주장이다. 론스타의 탐욕이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 항목 역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한다. "2차적인 손실을 배상하라는 중재 결정은 지금까지 나온 적도 없고 투자협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0.01%도 검토할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4) "론스타의 부풀리기... 실제는 1조 원 소송"

그렇다면 47억 달러가 걸린 분쟁에서 세금과 승소 시 보전금을 제외하면 결국 '매각 지연'이 핵심 쟁점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취재진과 함께 분석한 전문가들은 "론스타 소송은 결국 1조 원 대 소송"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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