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고 가난한 자의 최후’ 우리도 언젠간 다 늙는다

입력 2020.01.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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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것만큼은 마지막 자존심이었기에 혼자서 힘겹게 해결해보려 했습니다. 그렇게 넘어지길 수차례…. 몸은 망가져 갔지만 내가 넘어졌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노인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그래서 의료진도 간병인도 환자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저가 요양병원에서 있었던 할머니들의 증언입니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자식들의 얼굴에 눈물이 흐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간병의 시간, 한 푼이 아쉬워 싼 병원에 모셨던 자식들은 자책합니다.

요양병원 비용 한 달에 60만 원~300만 원 이상까지 천차만별

늙고 병들어 홀로 거동할 수 없는 부모를 자식이 집에서 모신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가는 곳이 요양병원인데, 이곳의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 달 기준으로 지방은 60만 원대도 있고, 서울·수도권은 120~200만 원대, 쾌적하고 살뜰히 관리해주는 곳은 30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병원별로 비용이 차이가 큰 주된 이유, 바로 간병인 비용에 있습니다. 입원했는데 거동과 기본 생활이 힘들 경우, 간병해줄 가족이 꼭 한 명씩 함께 있듯, 장기간 입원해 있는 노인 환자의 경우 간병인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간병인은 의료인도 아니고, 간병비는 건강보험도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환자 6명당 1명의 간병인을 고용하는 곳과 10명 당 1명의 간병인을 쓰는 곳, 병원 전체에 1~2명의 간병인이 있는 곳에 따라 병원비가 달라집니다.

환자유치 위해 간병인 비용 할인…"정부 관리의 문제"

낮은 가격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저가 요양병원의 함정은 여기에 있습니다. 간병인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최소한의 야근자만 병원에 남습니다. 낙상 위험 있는 환자를 기저귀 채워 침대에 묶어 놓는 게 다반사이고, 수시로 흘러내리는 가래를 제대로 빼주지 않아 환자는 숨 쉬는데 고통을 느끼며 힘겨워합니다. 통증을 호소하면 수면제를 처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죠.

이런 일부 요양병원의 문제에 대해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요양병원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서 생긴 문제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요양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잘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이용자 입장에선 요양병원 입원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이 요인들이 겹쳐서 결국은 환자는 남용, 병원은 낮은 질의 서비스로 상업화된 문제가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지능력도 언어능력도 떨어지는 노인 환자들이 이런 고통을 제대로 자식들에게 표현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그렇다고 싼 병원에 부모를 모신 자식들만을 탓할 수 있을까요.


'공급 과잉' 의료 서비스 질 저하 국민 건강 악화로 이어져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자식이기에, 늙어가는 부모를 돌봐야 할 때가 올 겁니다. 우리도 언젠간 다 늙습니다. 거동할 수 없다는 이유로 또 돈이 없다는 이유로 기저귀를 차고 침대에 묶여 죽음을 기다리는 비극이 계속돼서는 안 됩니다. 요양병원 공급 과잉으로 인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는 국민 건강의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저가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늘고만 있습니다. 대체 사태가 이렇게 되도록 우리 사회는,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저가 요양병원의 심각한 상황을 'KBS 뉴스'를 통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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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없고 가난한 자의 최후’ 우리도 언젠간 다 늙는다
    • 입력 2020-01-16 11:14:34
    취재K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것만큼은 마지막 자존심이었기에 혼자서 힘겹게 해결해보려 했습니다. 그렇게 넘어지길 수차례…. 몸은 망가져 갔지만 내가 넘어졌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노인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그래서 의료진도 간병인도 환자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저가 요양병원에서 있었던 할머니들의 증언입니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자식들의 얼굴에 눈물이 흐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간병의 시간, 한 푼이 아쉬워 싼 병원에 모셨던 자식들은 자책합니다.

요양병원 비용 한 달에 60만 원~300만 원 이상까지 천차만별

늙고 병들어 홀로 거동할 수 없는 부모를 자식이 집에서 모신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가는 곳이 요양병원인데, 이곳의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 달 기준으로 지방은 60만 원대도 있고, 서울·수도권은 120~200만 원대, 쾌적하고 살뜰히 관리해주는 곳은 30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병원별로 비용이 차이가 큰 주된 이유, 바로 간병인 비용에 있습니다. 입원했는데 거동과 기본 생활이 힘들 경우, 간병해줄 가족이 꼭 한 명씩 함께 있듯, 장기간 입원해 있는 노인 환자의 경우 간병인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간병인은 의료인도 아니고, 간병비는 건강보험도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환자 6명당 1명의 간병인을 고용하는 곳과 10명 당 1명의 간병인을 쓰는 곳, 병원 전체에 1~2명의 간병인이 있는 곳에 따라 병원비가 달라집니다.

환자유치 위해 간병인 비용 할인…"정부 관리의 문제"

낮은 가격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저가 요양병원의 함정은 여기에 있습니다. 간병인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최소한의 야근자만 병원에 남습니다. 낙상 위험 있는 환자를 기저귀 채워 침대에 묶어 놓는 게 다반사이고, 수시로 흘러내리는 가래를 제대로 빼주지 않아 환자는 숨 쉬는데 고통을 느끼며 힘겨워합니다. 통증을 호소하면 수면제를 처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죠.

이런 일부 요양병원의 문제에 대해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요양병원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서 생긴 문제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요양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잘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이용자 입장에선 요양병원 입원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이 요인들이 겹쳐서 결국은 환자는 남용, 병원은 낮은 질의 서비스로 상업화된 문제가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지능력도 언어능력도 떨어지는 노인 환자들이 이런 고통을 제대로 자식들에게 표현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그렇다고 싼 병원에 부모를 모신 자식들만을 탓할 수 있을까요.


'공급 과잉' 의료 서비스 질 저하 국민 건강 악화로 이어져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자식이기에, 늙어가는 부모를 돌봐야 할 때가 올 겁니다. 우리도 언젠간 다 늙습니다. 거동할 수 없다는 이유로 또 돈이 없다는 이유로 기저귀를 차고 침대에 묶여 죽음을 기다리는 비극이 계속돼서는 안 됩니다. 요양병원 공급 과잉으로 인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는 국민 건강의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저가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늘고만 있습니다. 대체 사태가 이렇게 되도록 우리 사회는,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저가 요양병원의 심각한 상황을 'KBS 뉴스'를 통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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