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셈법 들여다보니

입력 2020.01.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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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4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6차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외교부는 양측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감대를 확대했지만, 아직까지 양측 간 입장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지시간 14~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방위비분담금 협상현지시간 14~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방위비분담금 협상

호르무즈 파병과 연계?…"회의에서 언급도 안 됐다."

오늘 한 매체는 미국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파병을 한미 간 공조를 위한 한국의 기여로 보고 이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방위비 협상에서 호르무즈와 관련해 그 어떠한 사항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호르무즈 파병을 방위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은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번 협상에서 호르무즈 파병이 언급도 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방위비 협상 투트랙 접근도 사실 아니야"

또 다른 매체는 협상 과정에 정통한 서울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방위비 분담 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 측 요구 중 일부를 한국의 국방부 사업비 지출로 돌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틀을 벗어나는 비용을 별도 국방비로 돌리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측은 SMA 외에 직접적,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동맹에 대한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협상 과정에서 논의하였지만, 특정 사업을 국방부의 사업비 예산으로 추후 반영하는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 틀방위비 분담금 협상(SMA) 틀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 틀은 유지할 듯"

왜 이런 보도가 계속 나오는 걸까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그 항목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인건비(40%)와 군사건설비(40%), 군수지원비(20%), 딱 이 세 항목입니다. 그동안 한미는 이 틀 안에서 협상을 진행해 왔고 이 세 항목으로 지난 10차 협상에서 1조 389억 원이란 금액이 나왔습니다. 전보다 8.2% 오른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틀을 깨기를 요구해왔습니다. 준비태세(readiness)라는 새 항목을 신설해서 주한미군 훈련 비용이나 순환 비용 등을 추가하기를 요구했습니다. 기존 10차 협상과는 차원이 다른 협상이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왔습니다. 5조 원에 달하는 터무니 없는 비용이 언급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미는 일단 이 SMA 협상 틀은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협상을 잘 아는 당국자는 "현재 한미는 이 SMA 틀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에 접근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해리스 미국대사도 "미국 협상단이 한국 협상가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틀 안에서는 비용을 인상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가상승률 이외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SMA 협상 틀을 벗어난 창의적인 방안이 계속 언급되고 있습니다.

협상을 잘 아는 당국자는 "현재 협상팀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3개 항목은 그대로 두고, 각자 한미 동맹 기여분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가져오고 서로 상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기 구입이나 국방비 전용 등의 다양한 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아직 한미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당국자는 "한미 간에 입장 차이를 줄이려면 협상을 몇 차례는 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동맹 기여' 범위는 어디까지?

미국은 계속 한국에 '동맹 기여'를 요구했습니다. 우리 협상팀은 한국이 동맹에 기여하는 다양한 항목들을 찾아내고 숫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 기지의 지가 상승분이나 우리 공무원의 SOFA 파견 인건비, 주한미군 기지의 통신 설비 비용, 카투사 인건비용 등입니다. 이미 한국이 부담하고 있지만 SMA 틀에는 포함되지 않은 비용들입니다. 이런 비용들이 미국이 요구하는 연합훈련 비용이나 순환 배치 비용을 얼마나 상쇄할지가 관건입니다.

여기에 무기 구입 등의 비용은 추가로 잡을 항목입니다. 환경오염 정화 비용도 추가로 다룰 수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숫자를 요구하는 만큼, 우리 정부가 무기를 얼마나 사겠다고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게 가장 뚜렷한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농산물 추가 수입 등을 이면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관건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차 협상 때도 사실상 완성된 협상안에 불만을 표출하고, 협상을 엎은 적이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양측이 상당히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0차 협상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를 거의 안 받았는데, 이번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갑자기 협상을 뒤집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진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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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셈법 들여다보니
    • 입력 2020-01-16 17:32:32
    취재K
현지시각 14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6차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외교부는 양측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감대를 확대했지만, 아직까지 양측 간 입장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지시간 14~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방위비분담금 협상
호르무즈 파병과 연계?…"회의에서 언급도 안 됐다."

오늘 한 매체는 미국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파병을 한미 간 공조를 위한 한국의 기여로 보고 이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방위비 협상에서 호르무즈와 관련해 그 어떠한 사항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호르무즈 파병을 방위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은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번 협상에서 호르무즈 파병이 언급도 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방위비 협상 투트랙 접근도 사실 아니야"

또 다른 매체는 협상 과정에 정통한 서울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방위비 분담 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 측 요구 중 일부를 한국의 국방부 사업비 지출로 돌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틀을 벗어나는 비용을 별도 국방비로 돌리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측은 SMA 외에 직접적,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동맹에 대한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협상 과정에서 논의하였지만, 특정 사업을 국방부의 사업비 예산으로 추후 반영하는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 틀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 틀은 유지할 듯"

왜 이런 보도가 계속 나오는 걸까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그 항목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인건비(40%)와 군사건설비(40%), 군수지원비(20%), 딱 이 세 항목입니다. 그동안 한미는 이 틀 안에서 협상을 진행해 왔고 이 세 항목으로 지난 10차 협상에서 1조 389억 원이란 금액이 나왔습니다. 전보다 8.2% 오른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틀을 깨기를 요구해왔습니다. 준비태세(readiness)라는 새 항목을 신설해서 주한미군 훈련 비용이나 순환 비용 등을 추가하기를 요구했습니다. 기존 10차 협상과는 차원이 다른 협상이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왔습니다. 5조 원에 달하는 터무니 없는 비용이 언급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미는 일단 이 SMA 협상 틀은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협상을 잘 아는 당국자는 "현재 한미는 이 SMA 틀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에 접근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해리스 미국대사도 "미국 협상단이 한국 협상가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틀 안에서는 비용을 인상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가상승률 이외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SMA 협상 틀을 벗어난 창의적인 방안이 계속 언급되고 있습니다.

협상을 잘 아는 당국자는 "현재 협상팀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3개 항목은 그대로 두고, 각자 한미 동맹 기여분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가져오고 서로 상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기 구입이나 국방비 전용 등의 다양한 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아직 한미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당국자는 "한미 간에 입장 차이를 줄이려면 협상을 몇 차례는 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동맹 기여' 범위는 어디까지?

미국은 계속 한국에 '동맹 기여'를 요구했습니다. 우리 협상팀은 한국이 동맹에 기여하는 다양한 항목들을 찾아내고 숫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 기지의 지가 상승분이나 우리 공무원의 SOFA 파견 인건비, 주한미군 기지의 통신 설비 비용, 카투사 인건비용 등입니다. 이미 한국이 부담하고 있지만 SMA 틀에는 포함되지 않은 비용들입니다. 이런 비용들이 미국이 요구하는 연합훈련 비용이나 순환 배치 비용을 얼마나 상쇄할지가 관건입니다.

여기에 무기 구입 등의 비용은 추가로 잡을 항목입니다. 환경오염 정화 비용도 추가로 다룰 수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숫자를 요구하는 만큼, 우리 정부가 무기를 얼마나 사겠다고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게 가장 뚜렷한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농산물 추가 수입 등을 이면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관건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차 협상 때도 사실상 완성된 협상안에 불만을 표출하고, 협상을 엎은 적이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양측이 상당히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0차 협상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를 거의 안 받았는데, 이번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갑자기 협상을 뒤집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진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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