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병원에서 무슨 일이?…외상센터 ‘10년 갈등’ 폭발

입력 2020.01.17 (08:13) 수정 2020.01.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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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의사 이국종 아주대 교수입니다.

설명이 또 필요할까도 싶지만, 2011년 소말리아 해적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하며 일명 '아덴만의 영웅'으로 떠오른 중증 외상 전문의입니다.

2017년엔 총상을 입은 북한 귀순 병사의 목숨을 기적적으로 살려 내 또 한 번 이름을 알리죠

당시 그에게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맥드리미'란 표현을 선사했습니다.

맥드리미는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주인공의 애칭으로 '완벽한 남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내외신의 주목을 고루 받아 온 이국종 교수가 다시 화제선상에 올랐습니다.

이번엔 난데없이 욕설 파문이 터졌습니다.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 교수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방송 뉴스를 통해 공개되면섭니다.

녹취된 내용에는 유 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때려쳐, 이 XX야. 인간 같지도 않은 XX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 너?"라는 발언이 나옵니다.

이 교수는 "아닙니다. 그런거"라고 맥빠진 목소리로 답합니다.

유 원장의 폭언이 공개되면서 아주의대 교수회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유 원장의 욕설을 언어 폭력,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유 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네티즌들도 “(원장이) 이순신을 질투하는 선조같다” 등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희석 원장과 이국종 교수, 이 둘의 대화가 새삼 주목받는 건 과거 이 교수에 대한 유 원장의 태도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유 원장은 9년 전인 2011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국종 교수는 훌륭한 의사"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당시는 이 교수가 석해균 선장의 2주간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였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욕설 파일은 4~5년 전 상황으로 추정됩니다.

외상센터와 병원내 다른 진료과 협진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이 나눈 대화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갈등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정확한 내막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먼저 두 사람이 '닥터 헬기'로 인해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닥터 헬기는 의료진이 탑승해 출동하는 헬기입니다.

심한 외상 등 신속한 응급 처치가 필요할 경우, 5분 내로 의료진을 태우고 출발해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립니다.

닥터헬기는 이 교수의 평생 숙원이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24시간 상시운영되는 닥터 헬기가 도입됐습니다.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이 손을 잡았습니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에 지난해 2월 근무 중 숨진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호출부호 ‘ATLAS’를 새겼습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한 고인을 기리는 의미에서였습니다.

하지만 헬기 취항 전부터 곳곳에서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주로 헬기 소음 등 민원이었습니다.

주민들 민원이 들어오면서 병원 수뇌부와 이 교수의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교수는 이 문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이국종 :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니까 여태까지 노력을 많이 해 왔었는데, 요즈음에는 여기까지가 한국 사회에서 할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교수는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두고 병원측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병원측이 권역외상센터를 위한 지원금 20여억 원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폭로부터, 병실 확보 등의 문제를 잇따라 제기해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저만 가만히 있으면 조용하다”라고 속내를 털어놓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외상센터와 병원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일은 아닙니다.

핵심은 결국 경제적 문젭니다.

의료계에서는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설치하는 순간부터 병원에 적자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치료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환자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 지급비용의 합계인 '의료수가'가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기동훈 가톨릭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가 짚은 외상센터의 고질적 문제는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이국종 교수라는 한 사람의 사명감과 기여만으로는 시스템이 유지될 수가 없다.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와 인력난으로 다른 진료과에서 수익을 내면 그걸로 적자를 메우는 것이 외상센터의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의료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중증외상 환자를 다루는 외상센터가 홀대 받는 '딜레마'는 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인 것입니다.

이 교수를 향한 유 원장의 '막말'과 '욕설' 속에 병원 생태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병원이란 곳이 바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장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본의 논리, 또 여러 갈등 국면에서도 병원을 지켜내는 것은 결국 사람 목숨을 중히 여기는 의사들이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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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대 병원에서 무슨 일이?…외상센터 ‘10년 갈등’ 폭발
    • 입력 2020-01-17 08:17:34
    • 수정2020-01-17 09: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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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의사 이국종 아주대 교수입니다.

설명이 또 필요할까도 싶지만, 2011년 소말리아 해적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하며 일명 '아덴만의 영웅'으로 떠오른 중증 외상 전문의입니다.

2017년엔 총상을 입은 북한 귀순 병사의 목숨을 기적적으로 살려 내 또 한 번 이름을 알리죠

당시 그에게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맥드리미'란 표현을 선사했습니다.

맥드리미는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주인공의 애칭으로 '완벽한 남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내외신의 주목을 고루 받아 온 이국종 교수가 다시 화제선상에 올랐습니다.

이번엔 난데없이 욕설 파문이 터졌습니다.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 교수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방송 뉴스를 통해 공개되면섭니다.

녹취된 내용에는 유 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때려쳐, 이 XX야. 인간 같지도 않은 XX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 너?"라는 발언이 나옵니다.

이 교수는 "아닙니다. 그런거"라고 맥빠진 목소리로 답합니다.

유 원장의 폭언이 공개되면서 아주의대 교수회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유 원장의 욕설을 언어 폭력,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유 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네티즌들도 “(원장이) 이순신을 질투하는 선조같다” 등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희석 원장과 이국종 교수, 이 둘의 대화가 새삼 주목받는 건 과거 이 교수에 대한 유 원장의 태도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유 원장은 9년 전인 2011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국종 교수는 훌륭한 의사"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당시는 이 교수가 석해균 선장의 2주간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였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욕설 파일은 4~5년 전 상황으로 추정됩니다.

외상센터와 병원내 다른 진료과 협진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이 나눈 대화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갈등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정확한 내막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먼저 두 사람이 '닥터 헬기'로 인해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닥터 헬기는 의료진이 탑승해 출동하는 헬기입니다.

심한 외상 등 신속한 응급 처치가 필요할 경우, 5분 내로 의료진을 태우고 출발해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립니다.

닥터헬기는 이 교수의 평생 숙원이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24시간 상시운영되는 닥터 헬기가 도입됐습니다.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이 손을 잡았습니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에 지난해 2월 근무 중 숨진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호출부호 ‘ATLAS’를 새겼습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한 고인을 기리는 의미에서였습니다.

하지만 헬기 취항 전부터 곳곳에서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주로 헬기 소음 등 민원이었습니다.

주민들 민원이 들어오면서 병원 수뇌부와 이 교수의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교수는 이 문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이국종 :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니까 여태까지 노력을 많이 해 왔었는데, 요즈음에는 여기까지가 한국 사회에서 할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교수는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두고 병원측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병원측이 권역외상센터를 위한 지원금 20여억 원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폭로부터, 병실 확보 등의 문제를 잇따라 제기해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저만 가만히 있으면 조용하다”라고 속내를 털어놓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외상센터와 병원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일은 아닙니다.

핵심은 결국 경제적 문젭니다.

의료계에서는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설치하는 순간부터 병원에 적자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치료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환자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 지급비용의 합계인 '의료수가'가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기동훈 가톨릭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가 짚은 외상센터의 고질적 문제는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이국종 교수라는 한 사람의 사명감과 기여만으로는 시스템이 유지될 수가 없다.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와 인력난으로 다른 진료과에서 수익을 내면 그걸로 적자를 메우는 것이 외상센터의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의료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중증외상 환자를 다루는 외상센터가 홀대 받는 '딜레마'는 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인 것입니다.

이 교수를 향한 유 원장의 '막말'과 '욕설' 속에 병원 생태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병원이란 곳이 바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장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본의 논리, 또 여러 갈등 국면에서도 병원을 지켜내는 것은 결국 사람 목숨을 중히 여기는 의사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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