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새끼뱀 얼려 죽여…서울대공원 ‘고의 폐사’ 논란

입력 2020.01.17 (21:44) 수정 2020.01.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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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멸종위기종인 그물무늬 왕뱀 새끼 십여마리가 어렵게 태어났는데, 동물원 측이 이들 중 상당수를 집단 폐사시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김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육관 안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작은 뱀 2마리,

멸종위기종인 그물무늬왕뱀의 새끼로 지난해 9월, 자체 번식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번식에 성공한 새끼 뱀은 2마리만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전체 20개의 알 중에서 17개가 부화했는데, 이 중 2마리만 살리고 나머지 새끼들과 알은 냉동고에 얼려 죽인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물보호단체들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이미 몇 마리가 태어나는지 알았던 상황에서 부화를 시켜서 폐사처리 하는 것은 인도적이라고 볼 수도 없고, 전문적인 동물원의 동물 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원 측은 새끼 뱀이 진짜 부화할 줄은 몰랐다며, 사육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담당 사육사/음성변조 : "(사육관 내부에) 항아리를 넣어줬어요. 거기에 알을 낳았는데. 저도 좀 미스테리합니다, 그게 자연 부화가 됐다는 게."]

또한, 뱀 한 마리를 새로 키울 때마다 35%씩 사육 공간을 늘리도록 한 법 규정이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어경연/서울대공원 동물원장 : "두 마리 정도는 수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나머지는 도태(폐사)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아무 대책 없이 많은 수를 수용한다고 해서 동물 복지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에 대해 환경부는 "선진국에 비해 결코 까다로운 규정이 아니며, 동물 복지를 우선으로 생각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한강유역환경청은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8일 동물원을 야생생물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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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위기종’ 새끼뱀 얼려 죽여…서울대공원 ‘고의 폐사’ 논란
    • 입력 2020-01-17 21:46:34
    • 수정2020-01-17 21:51:48
    뉴스 9
[앵커]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멸종위기종인 그물무늬 왕뱀 새끼 십여마리가 어렵게 태어났는데, 동물원 측이 이들 중 상당수를 집단 폐사시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김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육관 안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작은 뱀 2마리,

멸종위기종인 그물무늬왕뱀의 새끼로 지난해 9월, 자체 번식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번식에 성공한 새끼 뱀은 2마리만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전체 20개의 알 중에서 17개가 부화했는데, 이 중 2마리만 살리고 나머지 새끼들과 알은 냉동고에 얼려 죽인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물보호단체들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이미 몇 마리가 태어나는지 알았던 상황에서 부화를 시켜서 폐사처리 하는 것은 인도적이라고 볼 수도 없고, 전문적인 동물원의 동물 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원 측은 새끼 뱀이 진짜 부화할 줄은 몰랐다며, 사육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담당 사육사/음성변조 : "(사육관 내부에) 항아리를 넣어줬어요. 거기에 알을 낳았는데. 저도 좀 미스테리합니다, 그게 자연 부화가 됐다는 게."]

또한, 뱀 한 마리를 새로 키울 때마다 35%씩 사육 공간을 늘리도록 한 법 규정이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어경연/서울대공원 동물원장 : "두 마리 정도는 수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나머지는 도태(폐사)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아무 대책 없이 많은 수를 수용한다고 해서 동물 복지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에 대해 환경부는 "선진국에 비해 결코 까다로운 규정이 아니며, 동물 복지를 우선으로 생각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한강유역환경청은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8일 동물원을 야생생물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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