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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월급이 대기업보다 적은 건 당연한 건가요?
입력 2020.01.18 (07:09) 취재K
중소기업 월급이 대기업보다 적은 건 당연한 건가요?
중소기업 월급이 대기업보다 적은 건 당연한 건가요? '광주형 일자리' 얘기입니다. 지난 연말, 공장 기공식까지 끝내고 내년부턴 현대차가 설계한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잘 된다면 말이죠.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시나요? 현대, 기아차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9천만 원이 넘어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 같은 인건비 싼 나라에 새 공장을 지으려고만 하니, 그럼 인건비를 연봉 3,500만 원 정도로 낮출 테니 대신 기업들이 국내에 자동차 공장을 새로 지어달라, 일자리 씨가 말라가는 판에 연봉 3,500만 원 일자리면 꽤 괜찮은 일자리 아니냐. 뭐 대충 이렇게 알고 계시죠? 이거 아닙니다.

광주형 일자리의 원래 핵심은 원-하청 업체간,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임금의 격차를 없애자는 게 원래 목적이었거든요. 이 임금의 격차가 얼마나 잔인한 상태인지 한번 볼까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처음 구상될 당시 노동연구원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을 조사했습니다.


현대 기아차 본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9,400만 원 정도였습니다. 현대차 그룹엔 부품협력업체가 8천여 개 있는데 먼저 500여 개에 달하는 1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4,900만 원으로 절반가량으로 떨어집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나머지 7,500여 개에 달하는 2,3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3,300만 원 수준으로 추락합니다. 특히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은 2,300만 원. 딱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현대, 기아차 노동자들의 임금과 4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소나타가 잘 팔려서 현대차 직원들이 높은 임금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경영진이 다 가져가지 않고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건 박수 쳐줄 일이죠. 그러나 소나타가 수출 잘되고, 잘 팔리는 게 현대차 본사 직원들만 잘해서 그런 건가요? 당연히 아니죠. 8천여 개에 달하는 부품 협력업체들이 다 같이 잘해서 잘 팔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성과의 과실을 좀 나눠야죠.


"지금 벌어져도 너무 벌어졌다. 사실 하는 일 자체가 그렇게 엄청나게 다르지 않거든요. 임금격차가 거의 4-5배 정도 나는데 이런 식의 생태계 질서는 다른 나라 자동차 산업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광주형 일자리 연구책임자

광주형 일자리의 원래 목적은 원-하청 기업간, 대·중소기업 간 임금의 격차를 없애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기존의 현대, 기아차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광주시가 마련한 산업단지에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고 이 산업단지에 들어서는 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임금을 교섭해서 완성차 업체나 하청 협력업체나 서로 비슷한 임금을 받게 하자는 겁니다.

광주시에선 이걸 '지역 연대임금' 이라고 이름을 붙였더라고요. 소수의 원청 대기업 노동자들 임금만 높은 게 아니라 대다수의 하청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려 모두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죠. 이걸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꽤 구체적인 방법도 처음엔 제시하고 약속했습니다. 2년 전 광주시가 노동계와 맺은 합의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연말 광주시와 현대차가 맺은 투자 협약서에 이 문구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대신 '원하청간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도모한다'는 모호한 추상적인 문구 한 줄로 대체됐습니다. 이 때문에 광주형 일자리 실험에 참여하기로 했던 노동계도 참여 철회를 선언했습니다.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약속을 어기면 페널티를 어떻게 부과한다는 문구를 집어넣어도 확신할 수 없는 판인데 상생협력 도모한다는 하나 마나 한 문구 하나로 이 실험이 성공하겠느냐는 거죠. '결국 협력업체들의 임금을 올리지도 않으면서 완성차 회사의 임금만 깎겠다는 그야말로 '00놈' 심보 아니냐'는 거였습니다.

광주시와 현대차 등이 투자해 새로 설립된 자동차 회사 '광주 글로벌 모터스'를 찾아갔습니다. "새로 생기는 공장에서 적정한 임금으로 1천 명 정도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게 핵심이지, 원하청 상생이나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위한 납품단가 조정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당장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급함에 쫓긴 중앙과 지방정부의 책임도 매우 큽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정부도 모르지 않습니다.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래서 고용을 창출하는 데 지역의 노사민정이 동의하고 협조해 달라 그냥 이 수준인 것 같아요. 중앙정부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또 지방정부도 그렇고. 그거는 그냥 옛날에 해왔듯이 하면 돼요. 거기다가 임금만 싸게 해주면 돼요. 그런데 그거는 시작은 할 수 있으나 성공하기가 어려운 구도라는 거죠. 그럴 거면 지역상생형 일자리라는 이름을 빼든지..."
- 문성현/ 대통령 직속 노동사회경제위원장

단순히 일자리 몇 개 만들자는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미래 청년 세대를 위해서 지금의 '착취적' 일자리 구조를 '포용적'으로 바꿔보려는 실험이었습니다. 어렵겠지만 지금이라도 애초의 취지를 찾아가야만, 그래야만 '광주형 일자리'라는 우리 다음 세대 청년들을 위한 매우 중요한 이 일자리 실험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취재 내용은 오늘(1월 18일) 밤 8시 5분 KBS 1TV에서 방영되는 '시사 기획 창' 2부, 〈길 잃은 일자리 실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중소기업 월급이 대기업보다 적은 건 당연한 건가요?
    • 입력 2020.01.18 (07:09)
    취재K
중소기업 월급이 대기업보다 적은 건 당연한 건가요?
중소기업 월급이 대기업보다 적은 건 당연한 건가요? '광주형 일자리' 얘기입니다. 지난 연말, 공장 기공식까지 끝내고 내년부턴 현대차가 설계한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잘 된다면 말이죠.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시나요? 현대, 기아차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9천만 원이 넘어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 같은 인건비 싼 나라에 새 공장을 지으려고만 하니, 그럼 인건비를 연봉 3,500만 원 정도로 낮출 테니 대신 기업들이 국내에 자동차 공장을 새로 지어달라, 일자리 씨가 말라가는 판에 연봉 3,500만 원 일자리면 꽤 괜찮은 일자리 아니냐. 뭐 대충 이렇게 알고 계시죠? 이거 아닙니다.

광주형 일자리의 원래 핵심은 원-하청 업체간,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임금의 격차를 없애자는 게 원래 목적이었거든요. 이 임금의 격차가 얼마나 잔인한 상태인지 한번 볼까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처음 구상될 당시 노동연구원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을 조사했습니다.


현대 기아차 본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9,400만 원 정도였습니다. 현대차 그룹엔 부품협력업체가 8천여 개 있는데 먼저 500여 개에 달하는 1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4,900만 원으로 절반가량으로 떨어집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나머지 7,500여 개에 달하는 2,3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3,300만 원 수준으로 추락합니다. 특히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은 2,300만 원. 딱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현대, 기아차 노동자들의 임금과 4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소나타가 잘 팔려서 현대차 직원들이 높은 임금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경영진이 다 가져가지 않고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건 박수 쳐줄 일이죠. 그러나 소나타가 수출 잘되고, 잘 팔리는 게 현대차 본사 직원들만 잘해서 그런 건가요? 당연히 아니죠. 8천여 개에 달하는 부품 협력업체들이 다 같이 잘해서 잘 팔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성과의 과실을 좀 나눠야죠.


"지금 벌어져도 너무 벌어졌다. 사실 하는 일 자체가 그렇게 엄청나게 다르지 않거든요. 임금격차가 거의 4-5배 정도 나는데 이런 식의 생태계 질서는 다른 나라 자동차 산업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광주형 일자리 연구책임자

광주형 일자리의 원래 목적은 원-하청 기업간, 대·중소기업 간 임금의 격차를 없애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기존의 현대, 기아차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광주시가 마련한 산업단지에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고 이 산업단지에 들어서는 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임금을 교섭해서 완성차 업체나 하청 협력업체나 서로 비슷한 임금을 받게 하자는 겁니다.

광주시에선 이걸 '지역 연대임금' 이라고 이름을 붙였더라고요. 소수의 원청 대기업 노동자들 임금만 높은 게 아니라 대다수의 하청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려 모두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죠. 이걸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꽤 구체적인 방법도 처음엔 제시하고 약속했습니다. 2년 전 광주시가 노동계와 맺은 합의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연말 광주시와 현대차가 맺은 투자 협약서에 이 문구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대신 '원하청간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도모한다'는 모호한 추상적인 문구 한 줄로 대체됐습니다. 이 때문에 광주형 일자리 실험에 참여하기로 했던 노동계도 참여 철회를 선언했습니다.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약속을 어기면 페널티를 어떻게 부과한다는 문구를 집어넣어도 확신할 수 없는 판인데 상생협력 도모한다는 하나 마나 한 문구 하나로 이 실험이 성공하겠느냐는 거죠. '결국 협력업체들의 임금을 올리지도 않으면서 완성차 회사의 임금만 깎겠다는 그야말로 '00놈' 심보 아니냐'는 거였습니다.

광주시와 현대차 등이 투자해 새로 설립된 자동차 회사 '광주 글로벌 모터스'를 찾아갔습니다. "새로 생기는 공장에서 적정한 임금으로 1천 명 정도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게 핵심이지, 원하청 상생이나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위한 납품단가 조정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당장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급함에 쫓긴 중앙과 지방정부의 책임도 매우 큽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정부도 모르지 않습니다.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래서 고용을 창출하는 데 지역의 노사민정이 동의하고 협조해 달라 그냥 이 수준인 것 같아요. 중앙정부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또 지방정부도 그렇고. 그거는 그냥 옛날에 해왔듯이 하면 돼요. 거기다가 임금만 싸게 해주면 돼요. 그런데 그거는 시작은 할 수 있으나 성공하기가 어려운 구도라는 거죠. 그럴 거면 지역상생형 일자리라는 이름을 빼든지..."
- 문성현/ 대통령 직속 노동사회경제위원장

단순히 일자리 몇 개 만들자는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미래 청년 세대를 위해서 지금의 '착취적' 일자리 구조를 '포용적'으로 바꿔보려는 실험이었습니다. 어렵겠지만 지금이라도 애초의 취지를 찾아가야만, 그래야만 '광주형 일자리'라는 우리 다음 세대 청년들을 위한 매우 중요한 이 일자리 실험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취재 내용은 오늘(1월 18일) 밤 8시 5분 KBS 1TV에서 방영되는 '시사 기획 창' 2부, 〈길 잃은 일자리 실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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