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인기 만화 ‘소년장수 100회’

입력 2020.01.18 (08:07) 수정 2020.01.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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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대표적 TV 만화, 바로 소년장수죠.

지난해 소년장수 100회가 완성됐다고 북한당국이 대대적으로 예고를 했는데요.

소년장수 100회가 얼마 전 북한 TV를 통해 드디어 전파를 탔습니다.

장장 37년간에 걸쳐 제작, 방영된 소년장수 안에는 북한 만화영화 기술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소년장수 100회 완성을 계기로 북한의 만화영화 산업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텔레비전 화면 앞으로 달려가는 아이들,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듯 다른 가족들까지 불러 모은다.

바로 만화 영화, 소년장수의 방영시간이다.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 "음 이젠 됐다. 놈들과 정면 대결할 때가 왔다."]

지난해 12월, 소년장수의 마지막화로 알려진 100회 방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소년장수의 결말을 궁금해 했고,

["놈들을 쳐라~"]

조선중앙TV 역시 100회 예고를 특별 방영하기도 했다.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예고 : "만화영화 소년장수 제 100부는 다음주 일요일 아동방송 시간에 방영합니다."]

1980년대 첫 방영을 시작한‘소년 장수’.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1부 : "아버지는 나라를 지켜 원수와의 싸움에서 목숨 바친 장수다. 부디 아버지의 뜻을 이어다오."]

고구려 소년 ‘쇠메’가 나라를 지키는 뛰어난 무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 만화영화는 주인공의 활약과 함께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 "예동형 우리 태학을 마치면 뭐가 될까? (나는 고구려를 지키는 무사가 되겠어!)"]

["소년장수들 앞으로!"]

예동, 날새, 범동 등 주요 등장인물들과의 끈끈한 우정,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 "하하하하 나다. 호비다, 호비! 호비 장수란 말이야. (호비, 네놈이!)"]

쇠메의 활약을 방해하는 악역들과의 팽팽한 대결 구도를 통해 100회라는 대장정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꾸준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안철주/김일성종합대학 학생 : "그때 우리 원아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재미가 있어서 소년장수를 보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고, 또 영화가 끝난 다음에는 너무나도 아쉬워서 호비, 쇠메랑 국화, 미라 이야기로 꽃을 피우곤 했습니다."]

1997년, 50부작으로 제작이 중단됐던 소년장수는 2014년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50부를 추가 제작하기 시작했다.

[조선중앙TV/2014년 : "만화영화 소년장수는 인기가 대단했다고 지금은 50부에서 끝냈는데 앞으로 100부까지 더 만들어 내놓으면 우리 아이들과 인민들이 정말 좋아할 것이라 하시면서..."]

["소년장수 정말 재밌습니다."]

["100부까지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북한 주민들의 기대 속에 마침내 공개 된 소년장수 100회. 그 결말은 어떤 내용일까.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 "우리가 빠질 길은 오직 두 길뿐이다. 이 북쪽 길과 여기 진펄 길."]

["과인이 호위군과 기마군을 이끌고 이 북쪽으로 빠지겠다. 그럼 쇠메는 틀림없이 주력을 여기로 내몰 것이다."]

["그때 대군장은 나머지 군사들을 끌고 진펄로 조용히 빠지도록 하라."]

수세에 몰린 서국의 왕 양광은 고구려 무사 쇠메의 눈을 피해 군사들을 이동 시키려 하지만,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 "좌군과 종군은 나와 함께 진펄 쪽으로 빠지려는 놈들을 반달형으로 포위하고 모조리 족쳐버릴 것이다. (알겠소이다)."]

일찌감치 이를 간파한 쇠메는 도망치는 서국 군사들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함정에 빠져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 "이 땅을 침노한 저놈들을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말라! 쳐라!"]

결국 적군을 물리치고 대 승리를 거두는 ‘쇠메’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 "우리가 이겼다!"]

만화영화는‘쇠메’가 아들 충무에게 장검을 물려주며 애국의 대를 이어간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소년장수 100회 속에는 북한 만화영화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80년대나 90년대 같은 경우 북한에서는 셀 애니메이션 시대이기 때문에 셀 애니메이션의 수준은 상당히 기술적으로 높았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소년장수 100부 완성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북한 자체의 역량으로 스토리며 그다음에 그래픽으로 구현해내는 거며 또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까지 상당한 수준들을 보여줬다."]

1960년대 첫 선을 보인 북한의 만화영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980년대 전성기를 맞게 된다.

1년에 20편 넘는 작품을 제작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 것이다.

[북한 만화영화 ‘령리한 너구리’ : "높은 산, 깊은 강 앞을 막아도 지혜로 헤쳐 온 슬기론 동무. 1등에선 양보 없는 영리한 너구리."]

소년장수와 함께 북한의 장수 만화영화‘영리한 너구리’도 80년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주목할 부분은 80년대 북한 만화영화의 높은 제작 수준이다.

당시 국내 만화영화는 1초에 8장에서 16장의 그림을 사용했던 반면, 영리한 너구리의 경우 미국 디즈니사처럼 1초에 24장의 그림을 사용했다.

그만큼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성국/전 4.26 만화영화촬영소 근무 : "기초는 굉장히 탄탄합니다. 예를 들어 잘 가라 하면 제가 말하는 기초라는 건 잘 가라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그리고 반복을 줘요, 잘 가라. 그런데 기초가 탄탄한 사람들은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이렇게 해가지고 잘 가라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이 몸의 뼈가 200개가 넘어요 그리고 따라 움직임도 있고 작용 맞작용도 있고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기초는 완전히 탄탄합니다."]

북한 만화영화의 심장에 해당하는 조선 4.26 만화영화촬영소.

그림 작업을 하는 미술가들의 경우 영화배우라 불릴 만큼 사실적인 작화법을 추구하고 있다.

[김준일/4.26 만화영화촬영소 실장 : "화면에서 보는 것과 같이 말을 타고 가는 장면을 하나 형상하자고 해도 말의 운동세부에 대해서 손금 보듯이 알고 있어야 됩니다."]

배경화면만 그리는 전담 미술가들도 존재한다.

[강승국/4.26 만화영화촬영소 미술사 : "인물들이 움직일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보면 국화가 움직일 수 있는 생활환경과 무사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도 우리 배경 창작실에서 다 만들어 냅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는 일은 성우들의 몫이다.

베테랑 성우들이지만 끊임없는 연습과 수정 끝에 마침내 녹음이 이루어진다.

[신광성/북한 성우 : "놈들은 우리가 제 놈들이 놓은 다리로 진군해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4.26 만화영화촬영소 연출가 : "그러니까 말입니다 대사 싣는 데만 신경 쓰지 말고 감정을 해달란 말입니다. 감정을 실어서 쇠메가 야! 이거 감정을 내줘야 쇠메다운 풍채가 나온단 말입니다."]

이처럼 나름대로의 만화 영화 제작 기법을 갖고 있는 북한에게 2000년대 초, 남한 업체는 합작 만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2002년,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뽀로로 제작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초기 제작에 일부 참여한 것이다.

우리 쪽이 그림과 시나리오를 보내면 북한 업체가 동영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었는데, 당시 3D기술 도입이 필요했던 북한과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2000년도 초반에 북한 입장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바꾸려고 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우리 그래픽 강사가 평양에 가서 약간 장기간 상주하면서 거기에 새로운 인력들 그래픽 인력을 강의도 하고 그렇게 해서 길러졌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북한 입장에서는 게으른 고양이 딩가나 뽀로로를 통해서 본격적인 어떻게 보면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고 그 기술력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후 2017년 등장한 작품이 김정은 시대의 대표작‘고주몽’이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히고, 달리는 말 위에서 갖가지 화려한 활솜씨를 선보이는 주인공 고주몽.

[북한 만화영화 ‘고주몽’ : "역시 주몽은 주몽이다."]

27부까지 방영된‘고주몽’은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 건국을 다루고 있다.

[북한 만화영화 ‘고주몽’ : "주몽아 넌 소원이 뭐냐?"]

["난 저 하늘의 수리개(솔개)처럼 온 세상을 날아다니며 나라와 겨레를 지키는 장수가 되고 싶습니다."]

북한 만화영화의 발달된 기술은 이 고주몽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3D작법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이 아주 정밀하고 입체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 자체적인 능력만으로는 북한 당국이 기대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3D 만화로 가기엔 기술적인 한계가 분명한 상황.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필요 한 것은 물론, 남북 협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 4.26 만화영화 촬영소 출신 탈북민의 증언이다.

[최성국/전 4.26 만화영화촬영소 근무 : "팬티엄3를 처음 도입해서 3D MAX를 처음 도입해서 만든 게 뽀로로예요. 그런데 그렇게 대박이 났단 말이에요. 남과 북이 합치니까 뭔가 되긴 된다. 어떻게 좀 민간 교류가 진행됐으면 좋겠는데 북한은 그게 안 되니까 참 힘듭니다."]

첫 합작 뒤 10년 넘게 교류의 끈을 놓고 있는 남북 만화영화.

그러나 그 시간 동안에도 남한은 더 다양한 콘텐츠들을, 북한은 수준 높은 작업 기술을 쌓아왔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지난해 소년장수 100회 완성을 통해 만화 부문 남북 경협의 또 다른 가능성을 읽어 내기도 했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뽀로로 했을 때는 거의 백지 상태에서 기술을 처음 이전받는 공부하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자체 역량이 강화되었다고 보여질 수가 있고요. 향후에는 그렇기 때문에 단순 기술이전 방식보다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컨텐츠의 역량 또 남한이 필요로 하는 컨텐츠를 만드는 요구 이 두 개가 서로 만나서 실질적인 교류나 협력 이렇게 발전해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치적, 사상적 배경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주제, 다양한 형태로 남과 북을 이을 수 있는 만화 산업.

남과 북 모두 세계시장에서 손색없는 실력을 갖춘 만큼 다시 한 번 협력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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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인기 만화 ‘소년장수 100회’
    • 입력 2020-01-18 08:15:55
    • 수정2020-01-18 08:36:05
    남북의 창
[앵커]

북한의 대표적 TV 만화, 바로 소년장수죠.

지난해 소년장수 100회가 완성됐다고 북한당국이 대대적으로 예고를 했는데요.

소년장수 100회가 얼마 전 북한 TV를 통해 드디어 전파를 탔습니다.

장장 37년간에 걸쳐 제작, 방영된 소년장수 안에는 북한 만화영화 기술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소년장수 100회 완성을 계기로 북한의 만화영화 산업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텔레비전 화면 앞으로 달려가는 아이들,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듯 다른 가족들까지 불러 모은다.

바로 만화 영화, 소년장수의 방영시간이다.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 "음 이젠 됐다. 놈들과 정면 대결할 때가 왔다."]

지난해 12월, 소년장수의 마지막화로 알려진 100회 방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소년장수의 결말을 궁금해 했고,

["놈들을 쳐라~"]

조선중앙TV 역시 100회 예고를 특별 방영하기도 했다.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예고 : "만화영화 소년장수 제 100부는 다음주 일요일 아동방송 시간에 방영합니다."]

1980년대 첫 방영을 시작한‘소년 장수’.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1부 : "아버지는 나라를 지켜 원수와의 싸움에서 목숨 바친 장수다. 부디 아버지의 뜻을 이어다오."]

고구려 소년 ‘쇠메’가 나라를 지키는 뛰어난 무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 만화영화는 주인공의 활약과 함께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 "예동형 우리 태학을 마치면 뭐가 될까? (나는 고구려를 지키는 무사가 되겠어!)"]

["소년장수들 앞으로!"]

예동, 날새, 범동 등 주요 등장인물들과의 끈끈한 우정,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 "하하하하 나다. 호비다, 호비! 호비 장수란 말이야. (호비, 네놈이!)"]

쇠메의 활약을 방해하는 악역들과의 팽팽한 대결 구도를 통해 100회라는 대장정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꾸준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안철주/김일성종합대학 학생 : "그때 우리 원아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재미가 있어서 소년장수를 보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고, 또 영화가 끝난 다음에는 너무나도 아쉬워서 호비, 쇠메랑 국화, 미라 이야기로 꽃을 피우곤 했습니다."]

1997년, 50부작으로 제작이 중단됐던 소년장수는 2014년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50부를 추가 제작하기 시작했다.

[조선중앙TV/2014년 : "만화영화 소년장수는 인기가 대단했다고 지금은 50부에서 끝냈는데 앞으로 100부까지 더 만들어 내놓으면 우리 아이들과 인민들이 정말 좋아할 것이라 하시면서..."]

["소년장수 정말 재밌습니다."]

["100부까지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북한 주민들의 기대 속에 마침내 공개 된 소년장수 100회. 그 결말은 어떤 내용일까.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 "우리가 빠질 길은 오직 두 길뿐이다. 이 북쪽 길과 여기 진펄 길."]

["과인이 호위군과 기마군을 이끌고 이 북쪽으로 빠지겠다. 그럼 쇠메는 틀림없이 주력을 여기로 내몰 것이다."]

["그때 대군장은 나머지 군사들을 끌고 진펄로 조용히 빠지도록 하라."]

수세에 몰린 서국의 왕 양광은 고구려 무사 쇠메의 눈을 피해 군사들을 이동 시키려 하지만,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 "좌군과 종군은 나와 함께 진펄 쪽으로 빠지려는 놈들을 반달형으로 포위하고 모조리 족쳐버릴 것이다. (알겠소이다)."]

일찌감치 이를 간파한 쇠메는 도망치는 서국 군사들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함정에 빠져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 "이 땅을 침노한 저놈들을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말라! 쳐라!"]

결국 적군을 물리치고 대 승리를 거두는 ‘쇠메’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 100회 : "우리가 이겼다!"]

만화영화는‘쇠메’가 아들 충무에게 장검을 물려주며 애국의 대를 이어간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소년장수 100회 속에는 북한 만화영화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80년대나 90년대 같은 경우 북한에서는 셀 애니메이션 시대이기 때문에 셀 애니메이션의 수준은 상당히 기술적으로 높았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소년장수 100부 완성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북한 자체의 역량으로 스토리며 그다음에 그래픽으로 구현해내는 거며 또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까지 상당한 수준들을 보여줬다."]

1960년대 첫 선을 보인 북한의 만화영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980년대 전성기를 맞게 된다.

1년에 20편 넘는 작품을 제작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 것이다.

[북한 만화영화 ‘령리한 너구리’ : "높은 산, 깊은 강 앞을 막아도 지혜로 헤쳐 온 슬기론 동무. 1등에선 양보 없는 영리한 너구리."]

소년장수와 함께 북한의 장수 만화영화‘영리한 너구리’도 80년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주목할 부분은 80년대 북한 만화영화의 높은 제작 수준이다.

당시 국내 만화영화는 1초에 8장에서 16장의 그림을 사용했던 반면, 영리한 너구리의 경우 미국 디즈니사처럼 1초에 24장의 그림을 사용했다.

그만큼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성국/전 4.26 만화영화촬영소 근무 : "기초는 굉장히 탄탄합니다. 예를 들어 잘 가라 하면 제가 말하는 기초라는 건 잘 가라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그리고 반복을 줘요, 잘 가라. 그런데 기초가 탄탄한 사람들은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이거 한 장 이렇게 해가지고 잘 가라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이 몸의 뼈가 200개가 넘어요 그리고 따라 움직임도 있고 작용 맞작용도 있고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기초는 완전히 탄탄합니다."]

북한 만화영화의 심장에 해당하는 조선 4.26 만화영화촬영소.

그림 작업을 하는 미술가들의 경우 영화배우라 불릴 만큼 사실적인 작화법을 추구하고 있다.

[김준일/4.26 만화영화촬영소 실장 : "화면에서 보는 것과 같이 말을 타고 가는 장면을 하나 형상하자고 해도 말의 운동세부에 대해서 손금 보듯이 알고 있어야 됩니다."]

배경화면만 그리는 전담 미술가들도 존재한다.

[강승국/4.26 만화영화촬영소 미술사 : "인물들이 움직일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보면 국화가 움직일 수 있는 생활환경과 무사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도 우리 배경 창작실에서 다 만들어 냅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는 일은 성우들의 몫이다.

베테랑 성우들이지만 끊임없는 연습과 수정 끝에 마침내 녹음이 이루어진다.

[신광성/북한 성우 : "놈들은 우리가 제 놈들이 놓은 다리로 진군해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4.26 만화영화촬영소 연출가 : "그러니까 말입니다 대사 싣는 데만 신경 쓰지 말고 감정을 해달란 말입니다. 감정을 실어서 쇠메가 야! 이거 감정을 내줘야 쇠메다운 풍채가 나온단 말입니다."]

이처럼 나름대로의 만화 영화 제작 기법을 갖고 있는 북한에게 2000년대 초, 남한 업체는 합작 만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2002년,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뽀로로 제작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초기 제작에 일부 참여한 것이다.

우리 쪽이 그림과 시나리오를 보내면 북한 업체가 동영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었는데, 당시 3D기술 도입이 필요했던 북한과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2000년도 초반에 북한 입장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바꾸려고 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우리 그래픽 강사가 평양에 가서 약간 장기간 상주하면서 거기에 새로운 인력들 그래픽 인력을 강의도 하고 그렇게 해서 길러졌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북한 입장에서는 게으른 고양이 딩가나 뽀로로를 통해서 본격적인 어떻게 보면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고 그 기술력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후 2017년 등장한 작품이 김정은 시대의 대표작‘고주몽’이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히고, 달리는 말 위에서 갖가지 화려한 활솜씨를 선보이는 주인공 고주몽.

[북한 만화영화 ‘고주몽’ : "역시 주몽은 주몽이다."]

27부까지 방영된‘고주몽’은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 건국을 다루고 있다.

[북한 만화영화 ‘고주몽’ : "주몽아 넌 소원이 뭐냐?"]

["난 저 하늘의 수리개(솔개)처럼 온 세상을 날아다니며 나라와 겨레를 지키는 장수가 되고 싶습니다."]

북한 만화영화의 발달된 기술은 이 고주몽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3D작법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이 아주 정밀하고 입체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 자체적인 능력만으로는 북한 당국이 기대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3D 만화로 가기엔 기술적인 한계가 분명한 상황.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필요 한 것은 물론, 남북 협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 4.26 만화영화 촬영소 출신 탈북민의 증언이다.

[최성국/전 4.26 만화영화촬영소 근무 : "팬티엄3를 처음 도입해서 3D MAX를 처음 도입해서 만든 게 뽀로로예요. 그런데 그렇게 대박이 났단 말이에요. 남과 북이 합치니까 뭔가 되긴 된다. 어떻게 좀 민간 교류가 진행됐으면 좋겠는데 북한은 그게 안 되니까 참 힘듭니다."]

첫 합작 뒤 10년 넘게 교류의 끈을 놓고 있는 남북 만화영화.

그러나 그 시간 동안에도 남한은 더 다양한 콘텐츠들을, 북한은 수준 높은 작업 기술을 쌓아왔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지난해 소년장수 100회 완성을 통해 만화 부문 남북 경협의 또 다른 가능성을 읽어 내기도 했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뽀로로 했을 때는 거의 백지 상태에서 기술을 처음 이전받는 공부하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자체 역량이 강화되었다고 보여질 수가 있고요. 향후에는 그렇기 때문에 단순 기술이전 방식보다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컨텐츠의 역량 또 남한이 필요로 하는 컨텐츠를 만드는 요구 이 두 개가 서로 만나서 실질적인 교류나 협력 이렇게 발전해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치적, 사상적 배경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주제, 다양한 형태로 남과 북을 이을 수 있는 만화 산업.

남과 북 모두 세계시장에서 손색없는 실력을 갖춘 만큼 다시 한 번 협력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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