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고향 그리며’…탈북민 설맞이

입력 2020.01.18 (08:20) 수정 2020.01.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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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랜 만에 고향을 찾고 가족, 친지들을 만나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실 텐데요.

하지만 설 명절 때 혹시나 더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탈북민들입니다.

그래서 명절 마다 같이 음식을 나누고 놀이를 즐기면서 서로 의지하고 외로움을 달래는 탈북민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 명절 때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어떤 놀이를 하는지,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원주의 한 음식점. 막국수를 주로 파는 이 곳은 탈북민 이순복 씨가 7년째 운영하고 있는 가게인데요.

설을 앞둔 시기가 되면 이곳에선 막국수가 아닌 특별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답니다.

[이순복/탈북민 : "음력설 전에는 북한에서 먹던 고향의 맛 그 맛을 살려 보려고 만둣국도 하고 북한에서 먹던 인조고기밥도 하려고 합니다."]

북한의 만두는 남한보다 만두소를 꽉꽉 채워 넣고, 크기가 약 1.5배 정도 큰 데요.

특히 이순복 씨의 만두는 무채와 고사리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콩으로 만들지만 고기 맛이 난다는 인조고기 역시 북한에서만 먹는 음식입니다.

마음을 담아 정성껏 만든 만둣국과 인조고기밥. 식당으로 초대한 동료 탈북민들과 함께 나눌 시간입니다.

["인조고기밥 나왔어요."]

["올해는 더 많은 일 많이 하고 건강 잘 챙기고 (새해 축하합니다.)"]

["음 맛있다. (맛있다.) 고향 맛이다. 고향 맛."]

명절을 앞두고 먹어보는 고향 음식 맛이 여느 때와 같을 리가 없습니다.

[김나윤/탈북민/강원도 인제군 : "명절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가족이고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명절 때는 일을 했어요. (그래서 이곳에) 고향 음식이 생각날 때마다 거리가 먼 거리지만 달려오곤 하거든요."]

남북이 분단된 채 70여 년이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설을 맞이하는 이들의 풍경은 민족 고유의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새해를 맞이하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복을 기원하는 풍습은 어떨까요. 함께 확인해보시죠.

함께 만든 감자떡을 싸들고 이제 집으로 향합니다.

북한에서는 명절 쇠는 집을 미리 정하고 그 집에 모여 서로 새해를 축하하고 음식을 나눠 먹고는 했다고 합니다.

["와 맛있겠다. (우리 정성이 들어간 거야.) 갑자기 고향 생각이 나네!"]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악기 연주도 즐깁니다.

실향민 2세인 이정구 씨가 아코디언 연주자로 특별히 참석했는데요,

탈북민들에게도 이 씨에게도 노래 고향의 봄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구/실향민 2세 : "돌아가신 아버님 어머님 생각도 나고 우리 아버님 어머님이 이분들하고 같이 이렇게 있으면서 손뼉도 치면서 노래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하죠."]

이제는 둘러앉아 윷을 놀아 봅니다.

그런데, 명칭이 조금 색다릅니다.

["여기는 윷 하는 거 우리는 슝. 똘개걸슝몽 (똥개...) 똘개걸슝몽"]

도는 똘이라 부르고 4개의 윷이 다 뒤집히는 '윷'을 '슝'이라고 부릅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윷판에 놓인 강냉이와 줄단 콩인데요.

[지영애/탈북민/강원도 원주시 : "농사를 짓고 하면 겨울에 다 가을걷이하고 집에서 윷놀이를 즐겨 했대요. 그러면 마시(윷말)를 쓰는데 그땐 농사가 끝나면 콩이나 강냉이가 흔하잖아요. 그래서 그걸로 편을 분리하기 위해서 이 팀은 콩, 이 팀은 옥수수 알로 (썼어요) 네 색깔 다르게."]

탈북민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떠오를 때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꽃도 피우고 또 한바탕 웃고 나면 그리움이 조금이나마 달래진다고 합니다.

서로 기대며 함께 꿈꾸는 희망은 무엇일까요.

탈북민들의 새해 바람 들어봤습니다.

윷놀이가 끝나고 특별한 걸 보여주겠다는 탈북민.

바로 북한 돈이었는데요.

[지영애/탈북민 : "고향 생각날 때면 자주 보곤 해요. 제가 이 돈을 벌려고 정말 그때는 너무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그 고생하던 날을 추억으로나마 남기고 싶어서 그때 그 힘든 걸 내가 딛고 일어서서 오늘날의 내 삶이 있는 거잖아요."]

많은 물건 중에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의 얼굴이 담긴 사진일 텐데요.

[진여정/탈북민 : "내가 죽은 줄만 알았대요. 그랬다가 11년 만에 제가 소식을 전했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서 오빠 친구가 이렇게 해서 보내왔더라고요. 중국을 거쳐서 편지로 해서. 지금도 언니. 언니가 보고 싶어요. 제일보고 싶어요."]

[김영아/탈북민 : "(고향에) 살았을 때 생각을 하면 세상이 그렇게 쉽지 않잖아요. 그걸 이겨 낼 마음이 무너질까 봐. 아예 딱 잊고 사는 거죠. (생각하면) 마음속에는 울컥할 때가 너무 많아요."]

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다들 눈시울을 붉힙니다.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이들의 소망을 들어봤는데요.

[진여정/탈북민 : "북한에 있는 가족 형제들이 모두 건강하고 통일되는 그날까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그날까지 건강하게 잘 살기를 그저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순복/탈북민 : "엄마를 살아서 만날 수 있다면 건강에 제일 좋은 오리백숙 이런 거해서 엄마를 꼭 대접하고 싶은 마음뿐이고 통일될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이들의 소망처럼 통일의 꿈이 이루어져 가족과 함께 설을 보내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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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고향 그리며’…탈북민 설맞이
    • 입력 2020-01-18 08:31:08
    • 수정2020-01-18 08:36:05
    남북의 창
[앵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랜 만에 고향을 찾고 가족, 친지들을 만나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실 텐데요.

하지만 설 명절 때 혹시나 더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탈북민들입니다.

그래서 명절 마다 같이 음식을 나누고 놀이를 즐기면서 서로 의지하고 외로움을 달래는 탈북민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 명절 때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어떤 놀이를 하는지,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원주의 한 음식점. 막국수를 주로 파는 이 곳은 탈북민 이순복 씨가 7년째 운영하고 있는 가게인데요.

설을 앞둔 시기가 되면 이곳에선 막국수가 아닌 특별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답니다.

[이순복/탈북민 : "음력설 전에는 북한에서 먹던 고향의 맛 그 맛을 살려 보려고 만둣국도 하고 북한에서 먹던 인조고기밥도 하려고 합니다."]

북한의 만두는 남한보다 만두소를 꽉꽉 채워 넣고, 크기가 약 1.5배 정도 큰 데요.

특히 이순복 씨의 만두는 무채와 고사리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콩으로 만들지만 고기 맛이 난다는 인조고기 역시 북한에서만 먹는 음식입니다.

마음을 담아 정성껏 만든 만둣국과 인조고기밥. 식당으로 초대한 동료 탈북민들과 함께 나눌 시간입니다.

["인조고기밥 나왔어요."]

["올해는 더 많은 일 많이 하고 건강 잘 챙기고 (새해 축하합니다.)"]

["음 맛있다. (맛있다.) 고향 맛이다. 고향 맛."]

명절을 앞두고 먹어보는 고향 음식 맛이 여느 때와 같을 리가 없습니다.

[김나윤/탈북민/강원도 인제군 : "명절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가족이고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명절 때는 일을 했어요. (그래서 이곳에) 고향 음식이 생각날 때마다 거리가 먼 거리지만 달려오곤 하거든요."]

남북이 분단된 채 70여 년이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설을 맞이하는 이들의 풍경은 민족 고유의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새해를 맞이하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복을 기원하는 풍습은 어떨까요. 함께 확인해보시죠.

함께 만든 감자떡을 싸들고 이제 집으로 향합니다.

북한에서는 명절 쇠는 집을 미리 정하고 그 집에 모여 서로 새해를 축하하고 음식을 나눠 먹고는 했다고 합니다.

["와 맛있겠다. (우리 정성이 들어간 거야.) 갑자기 고향 생각이 나네!"]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악기 연주도 즐깁니다.

실향민 2세인 이정구 씨가 아코디언 연주자로 특별히 참석했는데요,

탈북민들에게도 이 씨에게도 노래 고향의 봄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구/실향민 2세 : "돌아가신 아버님 어머님 생각도 나고 우리 아버님 어머님이 이분들하고 같이 이렇게 있으면서 손뼉도 치면서 노래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하죠."]

이제는 둘러앉아 윷을 놀아 봅니다.

그런데, 명칭이 조금 색다릅니다.

["여기는 윷 하는 거 우리는 슝. 똘개걸슝몽 (똥개...) 똘개걸슝몽"]

도는 똘이라 부르고 4개의 윷이 다 뒤집히는 '윷'을 '슝'이라고 부릅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윷판에 놓인 강냉이와 줄단 콩인데요.

[지영애/탈북민/강원도 원주시 : "농사를 짓고 하면 겨울에 다 가을걷이하고 집에서 윷놀이를 즐겨 했대요. 그러면 마시(윷말)를 쓰는데 그땐 농사가 끝나면 콩이나 강냉이가 흔하잖아요. 그래서 그걸로 편을 분리하기 위해서 이 팀은 콩, 이 팀은 옥수수 알로 (썼어요) 네 색깔 다르게."]

탈북민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떠오를 때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꽃도 피우고 또 한바탕 웃고 나면 그리움이 조금이나마 달래진다고 합니다.

서로 기대며 함께 꿈꾸는 희망은 무엇일까요.

탈북민들의 새해 바람 들어봤습니다.

윷놀이가 끝나고 특별한 걸 보여주겠다는 탈북민.

바로 북한 돈이었는데요.

[지영애/탈북민 : "고향 생각날 때면 자주 보곤 해요. 제가 이 돈을 벌려고 정말 그때는 너무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그 고생하던 날을 추억으로나마 남기고 싶어서 그때 그 힘든 걸 내가 딛고 일어서서 오늘날의 내 삶이 있는 거잖아요."]

많은 물건 중에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의 얼굴이 담긴 사진일 텐데요.

[진여정/탈북민 : "내가 죽은 줄만 알았대요. 그랬다가 11년 만에 제가 소식을 전했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서 오빠 친구가 이렇게 해서 보내왔더라고요. 중국을 거쳐서 편지로 해서. 지금도 언니. 언니가 보고 싶어요. 제일보고 싶어요."]

[김영아/탈북민 : "(고향에) 살았을 때 생각을 하면 세상이 그렇게 쉽지 않잖아요. 그걸 이겨 낼 마음이 무너질까 봐. 아예 딱 잊고 사는 거죠. (생각하면) 마음속에는 울컥할 때가 너무 많아요."]

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다들 눈시울을 붉힙니다.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이들의 소망을 들어봤는데요.

[진여정/탈북민 : "북한에 있는 가족 형제들이 모두 건강하고 통일되는 그날까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그날까지 건강하게 잘 살기를 그저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순복/탈북민 : "엄마를 살아서 만날 수 있다면 건강에 제일 좋은 오리백숙 이런 거해서 엄마를 꼭 대접하고 싶은 마음뿐이고 통일될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이들의 소망처럼 통일의 꿈이 이루어져 가족과 함께 설을 보내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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