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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남] ‘햇빛값’ 6000만 원 토해낸 내집 앞 건물주님
입력 2020.01.18 (09:10) 취재K
[판결남] ‘햇빛값’ 6000만 원 토해낸 내집 앞 건물주님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누구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햇빛을 쬘 권리'는 법원에서도 경제적인 권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햇빛 쬘 권리, 이른바 '일조권' 보장을 이유로 벌어지는 다툼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요.

집 앞 건물이 불법 증축돼 갑자기 햇빛을 볼 수 없게 됐다면 상대 건물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또 건축법을 위반해 앞 건물이 불법 증축됐다면, 이 부분을 철거하라고 요구할 수는 있는 걸까요?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최신 소송 결과를 소개해 드립니다.


빌라 앞 신축 건물 2동…불법 증축으로 햇빛 가려

서울의 A 빌라엔 10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빌라의 창문은 남쪽으로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이 빌라 남쪽과 남서쪽에 지상 5층짜리 건물 두 동이 각각 새로 지어졌습니다.

2층 주택이 없어지고 이들 건물이 생기면서 A 빌라 사람들이 햇빛을 쬘 수 있는 시간은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신축 건물들은 추가로 증축이 이뤄졌고, 자연히 빌라에 비치는 햇빛도 더 적어졌습니다.

A 빌라 거주자들과 소유자들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이들은 "종전에는 햇빛을 쬘 수 있었는데, 앞 건물의 건축·증축으로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며 위자료를 합해 건축주들이 590만 원에서 3,150만 원의 금액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또 신축 건물들이 일조권 확보를 위해 건축물 높이를 제한한 건축법 규정도 어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건축법은 전용주거지역이나 일반주거지역에서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 정북방향으로의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조례로 정하는 거리 이상을 띄어 건축해야 한단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를 어겼단 겁니다.


실제로 건축법은 9m 이하 높이는 인접한 대지경계선으로부터 1.5m, 9m를 초과하는 부분은 인접한 대지경계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 각 부분 높이의 50% 이상의 이격을 추가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축 건물들은 A 빌라가 건축된 대지의 경계선에 바짝 붙여 세워졌고, A 빌라와의 거리는 불과 3.56m에서 7.15m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8시간 중 햇빛 비치는 시간 4시간 이하, 연속 일조시간 2시간 이하면 '심각'

대법원은 그동안 일조권 침해와 관련해 "인근에서 건물이나 구조물 등이 신축됨으로 인하여 햇빛이 차단되어 생기는 그늘, 즉 일영(日影)이 증가함으로써 해당 토지에서 종래 향유하던 일조량이 감소하는 일조방해가 발생한 경우, 건축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니라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선 그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해당 토지 소유자의 수인한도, 즉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따라서 소송의 쟁점은 △빌라 앞에 건축된 두 동의 신축 및 증축으로 인해 발생한 일조방해가 빌라 주민들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초과했는지 △만약 그 한도를 초과했다면 건물의 철거를 구할 수 있는지 등이었습니다.

법원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8시부터 16시까지 사이의 8시간 가운데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9시부터 15시까지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일조방해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합니다. 그 이하면 문제가 되는 겁니다.

다만 건물 신축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건물이 이미 다른 건물에 의해 일조방해를 받고 있거나, 또는 피해건물이 남향이 아니거나 지붕이 있다는 등으로 그 구조 자체가 햇빛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경우엔 다른 사정도 고려합니다.

법원은 이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빌라 2층과 3층 주민들의 경우 원래부터 해가 들지 않아 일조권의 침해가 없었다고 판단한 반면 주변 건물로 해 드는 시간이 줄어든 4층과 5층 주민들의 경우 일조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짓날을 기준으로 한 일조시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법원은 "빌라 4층과 5층 주민들은 가해건물 건축 전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이고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 이상으로 확보돼 있었고, 건물 신축 전 2층 주택이 있는 4년이 넘는 기간 일조권에 관해 보호받을 만한 충분한 생활이익이 있었다"면서 "가해건물 신축을 제외하면 주변 건물상황에 큰 변화가 없어 4층, 5층 일조방해는 오로지 가해건물의 신축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가해건물 건축 후 4층과 5층은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401호는 특히 아예 햇빛을 볼 수 없게 되는 등 일조침해의 정도가 현저하다"면서 "501호의 경우 불법 증축으로 추가적인 일조침해가 발생했다"고 봤습니다. 2층과 3층은 애당초 총 일조시간이 4시간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조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어 "피해건물이 북향으로 건축됐지만, 남측 방향으로 채광이 가능한 구조라서 거실이 북향이란 이유만으로 구조가 충분한 일조를 확보하기 어렵다 볼 수는 없다"며 "앞 건물 신축으로 개구부가 채광기능을 상실해 이 같은 일조 침해가 참을 수 있는 한도 이내라곤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원래 있던 단독주택은 오래됐으므로 원고들은 이 주택 철거되고 신축건물이 들어서 다소간의 일조방해가 생기리란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신축 건물이 증축 부분을 제외하곤 관련 법령을 준수했다"면서 건축주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4층과 5층 거주 주민들에게 300만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되, 재산상 손해를 각각 938만 원에서 1,554만 원씩 인정했습니다. 2층과 3층 주민들이 낸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법원 "건물주들 6,000만 원 배상…그러나 도시지역 일조이익 절대적 보장은 곤란"

사유재산권의 보호와 환경이익의 보호는 합리적 조화가 필요하고,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특히 도시지역에선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당사자에게 일조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건 곤란하다는 겁니다.

아울러 증축 부분 역시 철거하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증축 부분은 사용 승인 후 불법으로 증축된 확장 부분으로, 건축법 등에 따라 위반건축물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면서 "501호는 '증축으로 인해' 가해 건물이 신축된 상태보다도 일조방해 정도가 심각하고, 증축 부분은 베란다 부분이라 철거가 용이하고 비용이 과다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빌라 501호 거주자의 철거 청구 역시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건물주)들이 각각 항소했습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제8민사부에서 2심이 시작됐습니다.
  • [판결남] ‘햇빛값’ 6000만 원 토해낸 내집 앞 건물주님
    • 입력 2020.01.18 (09:10)
    취재K
[판결남] ‘햇빛값’ 6000만 원 토해낸 내집 앞 건물주님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누구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햇빛을 쬘 권리'는 법원에서도 경제적인 권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햇빛 쬘 권리, 이른바 '일조권' 보장을 이유로 벌어지는 다툼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요.

집 앞 건물이 불법 증축돼 갑자기 햇빛을 볼 수 없게 됐다면 상대 건물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또 건축법을 위반해 앞 건물이 불법 증축됐다면, 이 부분을 철거하라고 요구할 수는 있는 걸까요?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최신 소송 결과를 소개해 드립니다.


빌라 앞 신축 건물 2동…불법 증축으로 햇빛 가려

서울의 A 빌라엔 10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빌라의 창문은 남쪽으로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이 빌라 남쪽과 남서쪽에 지상 5층짜리 건물 두 동이 각각 새로 지어졌습니다.

2층 주택이 없어지고 이들 건물이 생기면서 A 빌라 사람들이 햇빛을 쬘 수 있는 시간은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신축 건물들은 추가로 증축이 이뤄졌고, 자연히 빌라에 비치는 햇빛도 더 적어졌습니다.

A 빌라 거주자들과 소유자들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이들은 "종전에는 햇빛을 쬘 수 있었는데, 앞 건물의 건축·증축으로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며 위자료를 합해 건축주들이 590만 원에서 3,150만 원의 금액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또 신축 건물들이 일조권 확보를 위해 건축물 높이를 제한한 건축법 규정도 어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건축법은 전용주거지역이나 일반주거지역에서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 정북방향으로의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조례로 정하는 거리 이상을 띄어 건축해야 한단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를 어겼단 겁니다.


실제로 건축법은 9m 이하 높이는 인접한 대지경계선으로부터 1.5m, 9m를 초과하는 부분은 인접한 대지경계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 각 부분 높이의 50% 이상의 이격을 추가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축 건물들은 A 빌라가 건축된 대지의 경계선에 바짝 붙여 세워졌고, A 빌라와의 거리는 불과 3.56m에서 7.15m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8시간 중 햇빛 비치는 시간 4시간 이하, 연속 일조시간 2시간 이하면 '심각'

대법원은 그동안 일조권 침해와 관련해 "인근에서 건물이나 구조물 등이 신축됨으로 인하여 햇빛이 차단되어 생기는 그늘, 즉 일영(日影)이 증가함으로써 해당 토지에서 종래 향유하던 일조량이 감소하는 일조방해가 발생한 경우, 건축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니라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선 그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해당 토지 소유자의 수인한도, 즉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따라서 소송의 쟁점은 △빌라 앞에 건축된 두 동의 신축 및 증축으로 인해 발생한 일조방해가 빌라 주민들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초과했는지 △만약 그 한도를 초과했다면 건물의 철거를 구할 수 있는지 등이었습니다.

법원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8시부터 16시까지 사이의 8시간 가운데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9시부터 15시까지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일조방해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합니다. 그 이하면 문제가 되는 겁니다.

다만 건물 신축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건물이 이미 다른 건물에 의해 일조방해를 받고 있거나, 또는 피해건물이 남향이 아니거나 지붕이 있다는 등으로 그 구조 자체가 햇빛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경우엔 다른 사정도 고려합니다.

법원은 이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빌라 2층과 3층 주민들의 경우 원래부터 해가 들지 않아 일조권의 침해가 없었다고 판단한 반면 주변 건물로 해 드는 시간이 줄어든 4층과 5층 주민들의 경우 일조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짓날을 기준으로 한 일조시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법원은 "빌라 4층과 5층 주민들은 가해건물 건축 전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이고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 이상으로 확보돼 있었고, 건물 신축 전 2층 주택이 있는 4년이 넘는 기간 일조권에 관해 보호받을 만한 충분한 생활이익이 있었다"면서 "가해건물 신축을 제외하면 주변 건물상황에 큰 변화가 없어 4층, 5층 일조방해는 오로지 가해건물의 신축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가해건물 건축 후 4층과 5층은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401호는 특히 아예 햇빛을 볼 수 없게 되는 등 일조침해의 정도가 현저하다"면서 "501호의 경우 불법 증축으로 추가적인 일조침해가 발생했다"고 봤습니다. 2층과 3층은 애당초 총 일조시간이 4시간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조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어 "피해건물이 북향으로 건축됐지만, 남측 방향으로 채광이 가능한 구조라서 거실이 북향이란 이유만으로 구조가 충분한 일조를 확보하기 어렵다 볼 수는 없다"며 "앞 건물 신축으로 개구부가 채광기능을 상실해 이 같은 일조 침해가 참을 수 있는 한도 이내라곤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원래 있던 단독주택은 오래됐으므로 원고들은 이 주택 철거되고 신축건물이 들어서 다소간의 일조방해가 생기리란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신축 건물이 증축 부분을 제외하곤 관련 법령을 준수했다"면서 건축주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4층과 5층 거주 주민들에게 300만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되, 재산상 손해를 각각 938만 원에서 1,554만 원씩 인정했습니다. 2층과 3층 주민들이 낸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법원 "건물주들 6,000만 원 배상…그러나 도시지역 일조이익 절대적 보장은 곤란"

사유재산권의 보호와 환경이익의 보호는 합리적 조화가 필요하고,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특히 도시지역에선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당사자에게 일조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건 곤란하다는 겁니다.

아울러 증축 부분 역시 철거하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증축 부분은 사용 승인 후 불법으로 증축된 확장 부분으로, 건축법 등에 따라 위반건축물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면서 "501호는 '증축으로 인해' 가해 건물이 신축된 상태보다도 일조방해 정도가 심각하고, 증축 부분은 베란다 부분이라 철거가 용이하고 비용이 과다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빌라 501호 거주자의 철거 청구 역시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건물주)들이 각각 항소했습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제8민사부에서 2심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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