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 ‘뽀로로’에도 참여했던 북한 만화 산업의 수준은?

입력 2020.01.18 (09:10) 수정 2020.02.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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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은 만화영화 '소년장수'의 100회 완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마침내 소년장수 100회가 북한 방송에서 전파를 탔는데요, 전문가들은 최신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소년장수를 완결한 만큼 기술력도 상당 부분 발전했을 거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남북의 창>에서는 소년장수 100회 완성과 함께 북한의 만화산업을 살펴봤습니다.


1997년 50회 방송을 끝으로 제작이 중단됐던 만화 소년장수. 최근 100회까지 연장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2014년 '소년장수'가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100회까지 제작하라고 한 것입니다.

'소년장수'는 고구려 소년 '쇠메'가 나라를 지키는 뛰어난 무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만화로 1980년대에 첫 방영을 시작해 북한에서 실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친구들과의 끈끈한 우정과 쇠메의 활약을 방해하는 악역들과의 팽팽한 대결 구도 등이 흥미를 끌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장정의 마지막이었던 100회에서 청년 쇠메는 '서국'이라는 적과 마지막 전투를 펼칩니다. 함정에 빠져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결국 대승을 이끌어 내고 적장의 항복을 받아냅니다. 그리고는 아들 '충무'에게 장검을 물려주고 애국의 대가 이어진다는 내용으로 만화가 끝을 맺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100부작 완성을 통해 북한의 만화 제작 역량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합니다.

1980년부터 최근까지 방송되고 있는 만화 ‘영리한 너구리’1980년부터 최근까지 방송되고 있는 만화 ‘영리한 너구리’

북한의 만화 영화는 1960년대 첫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980년대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1년에 20편이 넘는 작품이 제작됐고, '소년장수'처럼 오랜 시간 방송되고 있는 '영리한 너구리' 같은 만화도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북한은 1초에 24장의 그림을 사용했는데, 당시 미국 디즈니사와 같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국내 만화 영화는 당시 1초에 최대 16장의 그림을 사용했을 뿐입니다.

이런 기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 4.26 만화영화 촬영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4.26 만화영화 촬영소는 북한의 모든 만화 영화를 제작하는 곳으로 배경 담당 등 분업화돼 있는 그림 작업부터 성우들의 더빙까지 모두 한곳에서 이루어집니다.

2002년 만화 ‘뽀로로’ 작업 중인 북한 제작자.2002년 만화 ‘뽀로로’ 작업 중인 북한 제작자.

2000년대 초, 만화 사업은 남과 북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한 업체가 북한에 합작을 제안한 것인데요, 이를 계기로 2002년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국내 업체의 하도급을 받아 제작에 일부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뽀로로'입니다. 우리 쪽이 그림과 시나리오를 보내면 북한 업체가 동영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었는데, 당시 3D 기술 도입이 필요했던 북한과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북한의 3D 만화는 2017년에 등장한 '고주몽'이라는 작품에서 그 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화살이 날아가고 달리는 말 위에서 활 솜씨를 보이는 모습 등이 제법 실감나게 표현됐습니다.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 건국을 다루고 있는 '고주몽'은 27부까지 방영됐는데,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이 정밀하고 입체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7년 방송된 북한의 3D 만화 ‘고주몽’2017년 방송된 북한의 3D 만화 ‘고주몽’

이렇듯 북한 만화도 3D로 옮겨가고 있지만, 아직 자체적인 능력만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4.26 만화영화 촬영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 최성국 씨는 남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사상적 배경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주제, 다양한 형태로 남과 북을 이을 수 있는 만화 산업. 남과 북 모두 세계시장에서 손색없는 실력을 갖춘 만큼 다시 한 번 협력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이 밖에 탈북민들의 새해맞이 모습과 새해 첫 '체육의 날'을 맞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 등도 1월 18일 방송된 KBS '남북의창'(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31#2020.01)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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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 창] ‘뽀로로’에도 참여했던 북한 만화 산업의 수준은?
    • 입력 2020-01-18 09:10:25
    • 수정2020-02-14 17:46:43
    취재K
지난해 북한은 만화영화 '소년장수'의 100회 완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마침내 소년장수 100회가 북한 방송에서 전파를 탔는데요, 전문가들은 최신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소년장수를 완결한 만큼 기술력도 상당 부분 발전했을 거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남북의 창>에서는 소년장수 100회 완성과 함께 북한의 만화산업을 살펴봤습니다.


1997년 50회 방송을 끝으로 제작이 중단됐던 만화 소년장수. 최근 100회까지 연장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2014년 '소년장수'가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100회까지 제작하라고 한 것입니다.

'소년장수'는 고구려 소년 '쇠메'가 나라를 지키는 뛰어난 무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만화로 1980년대에 첫 방영을 시작해 북한에서 실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친구들과의 끈끈한 우정과 쇠메의 활약을 방해하는 악역들과의 팽팽한 대결 구도 등이 흥미를 끌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장정의 마지막이었던 100회에서 청년 쇠메는 '서국'이라는 적과 마지막 전투를 펼칩니다. 함정에 빠져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결국 대승을 이끌어 내고 적장의 항복을 받아냅니다. 그리고는 아들 '충무'에게 장검을 물려주고 애국의 대가 이어진다는 내용으로 만화가 끝을 맺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100부작 완성을 통해 북한의 만화 제작 역량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합니다.

1980년부터 최근까지 방송되고 있는 만화 ‘영리한 너구리’
북한의 만화 영화는 1960년대 첫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980년대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1년에 20편이 넘는 작품이 제작됐고, '소년장수'처럼 오랜 시간 방송되고 있는 '영리한 너구리' 같은 만화도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북한은 1초에 24장의 그림을 사용했는데, 당시 미국 디즈니사와 같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국내 만화 영화는 당시 1초에 최대 16장의 그림을 사용했을 뿐입니다.

이런 기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 4.26 만화영화 촬영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4.26 만화영화 촬영소는 북한의 모든 만화 영화를 제작하는 곳으로 배경 담당 등 분업화돼 있는 그림 작업부터 성우들의 더빙까지 모두 한곳에서 이루어집니다.

2002년 만화 ‘뽀로로’ 작업 중인 북한 제작자.
2000년대 초, 만화 사업은 남과 북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한 업체가 북한에 합작을 제안한 것인데요, 이를 계기로 2002년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국내 업체의 하도급을 받아 제작에 일부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뽀로로'입니다. 우리 쪽이 그림과 시나리오를 보내면 북한 업체가 동영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었는데, 당시 3D 기술 도입이 필요했던 북한과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북한의 3D 만화는 2017년에 등장한 '고주몽'이라는 작품에서 그 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화살이 날아가고 달리는 말 위에서 활 솜씨를 보이는 모습 등이 제법 실감나게 표현됐습니다.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 건국을 다루고 있는 '고주몽'은 27부까지 방영됐는데,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이 정밀하고 입체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7년 방송된 북한의 3D 만화 ‘고주몽’
이렇듯 북한 만화도 3D로 옮겨가고 있지만, 아직 자체적인 능력만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4.26 만화영화 촬영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 최성국 씨는 남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사상적 배경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주제, 다양한 형태로 남과 북을 이을 수 있는 만화 산업. 남과 북 모두 세계시장에서 손색없는 실력을 갖춘 만큼 다시 한 번 협력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이 밖에 탈북민들의 새해맞이 모습과 새해 첫 '체육의 날'을 맞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 등도 1월 18일 방송된 KBS '남북의창'(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31#2020.01)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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