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호주 산불 5개월째…“화나요”·“훈훈해요”

입력 2020.01.20 (16:23) 수정 2020.01.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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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면적 넘게 타...28명 사망·동물 10억 마리 피해

지난해 가을 시작된 산불로 호주 남동부 지역 11만km²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대한민국보다 넓은 면적입니다.

지금까지 최소 28명이 숨지고, 가옥 2천여 채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캥거루와 코알라 등 야생 동물이 10억 마리 넘게 희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움직임이 느린 코알라는 떼죽음을 당한 경우가 많아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정도면 재앙 수준인데요. 최근 호주에 비가 와 불길이 잦아들고는 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호주 산불의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를 꼽는 과학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가 내 일처럼 여기고 산불 진화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지구적 관심이 호주에 머문 지난 5개월 동안 전 세계인을 화나게 했던 일도 마음 따뜻하게 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부적절 처신 총리 '뭇매'...소방 영웅 희생 잇따라>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화나요"

호주가 수십 년 만의 대형 화재로 비상 상황이었던 지난 연말 스콧 모리슨 총리는 미국 하와이로 가족들과 휴가를 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결국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습니다.

당시 총리뿐 아니라 국방부 장관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으로 확인돼 호주 국민의 노여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총리를 둘러싼 논란은 또 있습니다.

산불 피해가 일파만파이던 연말연시, 시드니 항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여느 해처럼 화려하게 펼쳐졌습니다.

소방당국의 경고와 수십만 명이 불꽃놀이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까지 벌였지만 모리슨 총리는 불꽃 축제를 강행했습니다. 호주의 회복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지만 많은 호주인은 씁쓸함 속에 불꽃놀이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구 온난화가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자국 석탄산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기후 변화 관련 대응을 거부했던 모리슨 총리의 과거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훈훈해요"

몇 달째 지속된 산불 진화작업에는 수천 명의 소방대원이 투입된 상태입니다.

영국 BBC는 지난해 9월 이후 사망한 대원만 18명에 달하고, 7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산불이 거셀수록 소방대원들의 안타까운 희생도 늘어가는 가운데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 사진 한 장이 있었는데요.

입에 공갈 젖꼭지를 물고 훈장을 받는 어린이의 사진입니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사진 속 어린이는 소방대원 제프리 키튼의 19개월 된 아들 하비로, 숨진 아빠를 대신해 사후 훈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프리는 지난달 19일 초대형 산불을 진화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숨졌습니다.

화염뿐 아니라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와도 사투를 벌이는 소방대원 가운데 다수는 무급 자원 봉사자라는데요. 그래서 많은 호주인은 이들을 소방 영웅으로 부르며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있습니다.

<부적절 광고 논란...호주 힘 내세요!>


"화나요"

재앙으로까지 불리는 호주 산불 사태와 관련해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나이키는 이달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를 앞두고 테니스 유니폼 홍보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홍보 과정에서 광고 문구로 '타는 듯한 더위(fiery conditions)'라는 표현을 쓴 게 화근이 됐습니다.

이 광고를 본 누리꾼들이 '타는 듯한' 이란 표현이 호주의 지금 상황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쏟아낸 겁니다.

나이키 측은 호주 오픈의 경우 무더위 속에서 경기가 열리다 보니 해당 제품이 더위를 잘 이겨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해당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나이키는 '타는 듯한' 대신 '과열된(overheat)’, ‘통기성(breathablility)’ 등을 광고 문구로 다시 쓴 새로운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훈훈해요"

영화 ‘토르’와 ‘어벤저스’로 잘 알려진 호주 출신 배우 크리스 햄스워스가 모국의 산불 진압을 위해 백 만 달러 (약 11억 원)를 기부했습니다.

크리스 햄스워스는 자신의 SNS에 호주 산불 진압을 위해 자신과 가족은 백만 달러를 기부한다는 글과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크리스는 화재 진압을 위해 애쓰는 소방관들을 돕는 데 동참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부모가 호주인인 배우 니콜 키드먼도 남편과 함께 피해 복구 지원에 써달라며 50만 달러 (약 5억 8천 만원)를 내놓았다고 미 할리우드 매체 TMZ가 보도했습니다.

키드먼 역시 산불과 싸우는 소방대원들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들을 시작으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3백만 달러(약 35억 원)를 내놓는 등 유명인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방화...사람이 먼저>

앤드루 플랙스먼 SNS 등앤드루 플랙스먼 SNS 등

"화나요"

산불로 위기인 호주에서 경찰이 산불 관련 범법행위로 3백 명 가까이 사법조치됐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죄의 경중에 따라 주의부터 방화 혐의 기소까지 다양한 조치에 취해졌습니다.

이 가운데는 산에 일부러 불을 낸 19살의 의용 소방대원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소방대원은 지난해 11월 호주 남부 지역에서 무려 7건의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심지어 불을 낸 다음 소방대원으로서 화재 현장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당 소방 당국은 "최악의 배신"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훈훈해요"

유명 관광지가 많은 호주에서 산불이 난 탓에 낯선 여행지에서 위기에 처한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위 사진은 화재 현장 인근 호수에서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인데요.

승선 정원이 6명인 작은 보트에 어린이 7명을 포함한 14명의 사람과 2마리의 개가 타고 있습니다.

보트 주인 브렛 크립스씨는 불에 휩싸인 자신의 집에서 중요 물품을 챙겨 나오는 대신 호숫가 여행객들을 자신의 보트로 피신시켰다고 합니다.

무사히 불길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불길이 거세 차로 대피할 수 없는 아찔한 상황이었다며 크립스 씨 도움이 없었다면 큰일을 겪을 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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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1-20 16: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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