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서 무죄 선고

입력 2020.01.20 (16:38) 수정 2020.01.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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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당시 반란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아 군사재판에서 사형당한 민간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 1부(재판장 김정아)는 오늘(20일) 오후 열린 여순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철도원으로 일하다 군 14연대에 협조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혐의를 받아 사형을 당한 고(故) 장환봉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장 씨가 포고령 제2호 위반 혐의를 받았지만, '포고령 위반'이라는 죄목은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위헌이라며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장 씨의 내란 혐의에 대해서도 내란에 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복원한 공소 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경우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하지만, 수백 명이 며칠 사이에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 사건은 오늘날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 데다 피고인의 명예 회복 필요성이 절박하다며 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함께 재심이 청구된 여순사건 희생자 2명에 대해서는, 소송 과정에서 청구인 2명이 숨지면서 소송 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린 뒤,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은 유족들에게 너무나도 멀고 험난한 길이었다며 하루 빨리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고 장환봉 씨는 좌익도 우익도 아니며 철도 운행을 책임지기 위해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을 뿐이고, 유죄 확정 판결은 잘못이었다며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정의 판사 3명은 실제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정아 재판장은 판결문을 낭독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방청석에 앉은 유족 등은 무죄가 선고된 뒤 여러 차례 박수를 보냈습니다.

고 장환봉 씨의 딸인 장경자 씨는 재판이 끝난 후, 늦은 결정이지만 재판부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모든 분들의 무죄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순사건 재심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죄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며, 여순사건 당시 군법회의에서 유죄를 받은 수천 명에 대한 구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011년 10월 장경자 씨 등 3명이 여순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사형을 당한 민간인 3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의 기록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희생자들이 경찰에 의해 불법으로 연행돼 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최종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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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0 16:38:30
    • 수정2020-01-20 16:46:33
    사회
여순사건 당시 반란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아 군사재판에서 사형당한 민간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 1부(재판장 김정아)는 오늘(20일) 오후 열린 여순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철도원으로 일하다 군 14연대에 협조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혐의를 받아 사형을 당한 고(故) 장환봉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장 씨가 포고령 제2호 위반 혐의를 받았지만, '포고령 위반'이라는 죄목은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위헌이라며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장 씨의 내란 혐의에 대해서도 내란에 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복원한 공소 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경우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하지만, 수백 명이 며칠 사이에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 사건은 오늘날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 데다 피고인의 명예 회복 필요성이 절박하다며 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함께 재심이 청구된 여순사건 희생자 2명에 대해서는, 소송 과정에서 청구인 2명이 숨지면서 소송 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린 뒤,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은 유족들에게 너무나도 멀고 험난한 길이었다며 하루 빨리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고 장환봉 씨는 좌익도 우익도 아니며 철도 운행을 책임지기 위해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을 뿐이고, 유죄 확정 판결은 잘못이었다며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정의 판사 3명은 실제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정아 재판장은 판결문을 낭독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방청석에 앉은 유족 등은 무죄가 선고된 뒤 여러 차례 박수를 보냈습니다.

고 장환봉 씨의 딸인 장경자 씨는 재판이 끝난 후, 늦은 결정이지만 재판부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모든 분들의 무죄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순사건 재심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죄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며, 여순사건 당시 군법회의에서 유죄를 받은 수천 명에 대한 구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011년 10월 장경자 씨 등 3명이 여순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사형을 당한 민간인 3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의 기록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희생자들이 경찰에 의해 불법으로 연행돼 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최종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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