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에 와장창 깨진 특전사 방탄안경

입력 2020.01.21 (10:28) 수정 2020.01.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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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지면 붙이고 찢어지면 꿰매면 되지만, 다친 눈은 회복이 안 됩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육군 특수전사령부 산하의 천 명이 넘는 특수임무여단 장병에게 2018년 말쯤 방탄안경이 보급됐습니다.

특수임무여단은 특수 작전 가운데서도 더 험난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유사시 적진에 침투해 적 수뇌부와 핵심시설을 제거하는 임무가 대표적이지요.

이 때문에 특임여단은 최악의 조건에서 실전과 같은 극한의 고강도 훈련을 받습니다.

그래서 특임여단 장병은 이 방탄안경을 믿으며 사명감을 갖고 임무수행 중입니다.

그런데!

"총 맞은 것처럼…"

실험 전(좌), 실험 후(우)실험 전(좌), 실험 후(우)

KBS에 여러 건의 실험 영상이 입수됐습니다.

그중 위 사진을 볼까요.

모형에 씌워진 좌측 안경이 우측 사진처럼 깨진 채로, 렌즈 조각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특임여단에 보급된 그 방탄안경과 같은 제품이라며 군에 제공된 안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총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총알이 아니라 파편을 날려본 겁니다. 물론 전문 실험 기관에서 말이죠.


렌즈 두께는 2.3mm 이상. 일부러 일반 선글라스보다 훨씬 더 두껍게 제작을 했는데도 말이죠.

"그냥, 믿고 사는 겁니다"

군은 단지 공인된 시험성적서를 믿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군이 요구하는 피탄방지 성능이 있는지 시험해보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이 방탄안경을 만든 생산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울타리 등을 만드는 회사가 군이 실시한 '구매' 입찰에서 낙찰업체로 선정됐죠.

울타리 등을 만드는 업체가 왜 낙찰이 되며,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은 생산 업체는 어떻게 생산부터 납품하게 될까.

그렇다면 군은 울타리 업체의 무엇을 믿고 천 명이 넘는 특임여단 장병에게 이 방탄안경을 보급했을까.

1억 원이 넘는 방탄안경 구매 예산은 고스란히 생산비로만 쓰였을까... 또, 과연 이 제품만의 문제일까.

KBS의 취재에 방탄안경 생산업체 측은 렌즈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보관했느냐에 따라 내구성이 떨어질 수도 있고, 실험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오늘(21일) KBS 9시 뉴스에서는 단독 입수한 방탄안경 실험 영상을 공개하면서, 바로 이런 궁금증을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전해온 한 장병의 목소리가 귀에 맴도네요.

"기자님, 우리는 이 정도 취급을 받는 군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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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편’에 와장창 깨진 특전사 방탄안경
    • 입력 2020-01-21 10:28:27
    • 수정2020-01-21 17:16:08
    취재K
"부러지면 붙이고 찢어지면 꿰매면 되지만, 다친 눈은 회복이 안 됩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육군 특수전사령부 산하의 천 명이 넘는 특수임무여단 장병에게 2018년 말쯤 방탄안경이 보급됐습니다.

특수임무여단은 특수 작전 가운데서도 더 험난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유사시 적진에 침투해 적 수뇌부와 핵심시설을 제거하는 임무가 대표적이지요.

이 때문에 특임여단은 최악의 조건에서 실전과 같은 극한의 고강도 훈련을 받습니다.

그래서 특임여단 장병은 이 방탄안경을 믿으며 사명감을 갖고 임무수행 중입니다.

그런데!

"총 맞은 것처럼…"

실험 전(좌), 실험 후(우)
KBS에 여러 건의 실험 영상이 입수됐습니다.

그중 위 사진을 볼까요.

모형에 씌워진 좌측 안경이 우측 사진처럼 깨진 채로, 렌즈 조각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특임여단에 보급된 그 방탄안경과 같은 제품이라며 군에 제공된 안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총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총알이 아니라 파편을 날려본 겁니다. 물론 전문 실험 기관에서 말이죠.


렌즈 두께는 2.3mm 이상. 일부러 일반 선글라스보다 훨씬 더 두껍게 제작을 했는데도 말이죠.

"그냥, 믿고 사는 겁니다"

군은 단지 공인된 시험성적서를 믿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군이 요구하는 피탄방지 성능이 있는지 시험해보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이 방탄안경을 만든 생산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울타리 등을 만드는 회사가 군이 실시한 '구매' 입찰에서 낙찰업체로 선정됐죠.

울타리 등을 만드는 업체가 왜 낙찰이 되며,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은 생산 업체는 어떻게 생산부터 납품하게 될까.

그렇다면 군은 울타리 업체의 무엇을 믿고 천 명이 넘는 특임여단 장병에게 이 방탄안경을 보급했을까.

1억 원이 넘는 방탄안경 구매 예산은 고스란히 생산비로만 쓰였을까... 또, 과연 이 제품만의 문제일까.

KBS의 취재에 방탄안경 생산업체 측은 렌즈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보관했느냐에 따라 내구성이 떨어질 수도 있고, 실험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오늘(21일) KBS 9시 뉴스에서는 단독 입수한 방탄안경 실험 영상을 공개하면서, 바로 이런 궁금증을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전해온 한 장병의 목소리가 귀에 맴도네요.

"기자님, 우리는 이 정도 취급을 받는 군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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