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강아지’를 안아 든 까닭은?

입력 2020.01.22 (08:26) 수정 2020.01.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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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유통가에서 불티나게 팔린 상품 중 하나, 반려동물 한복입니다.

고급 배자와 도령모 노리개까지 웬만한 아동 한복 못지 않죠?

반려동물 인구 천4백만 명, 관련 시장 3조 원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의 달라진 풍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려동물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건 비단 유통가 뿐만이 아닙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민심 못지 않게 주목하는 표심, 바로 '견(犬)심'입니다.

정치인들에겐 일정이 곧 메시지죠.

어제 야당 대표가 총선 공약 발표차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애견 까페였습니다.

그러면서 반려 동물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반려동물 공약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반려견 문화가 본격 확산된 2010년 전후입니다.

2017년 대선 때는 여야 주자 모두 관련 공약을 쏟아냈습니다.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주로 아이와 함께 있는 사진으로 대중의 호감을 사고자 했죠,

최근엔 아이 대신 강아지나 고양이를 품에 안은 정치인들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분명 얻는 게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일단은 표심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국 5백만 가구를 넘어섰고, 관련 인구도 천400만 명 전체 국민의 28%를 차지하면서 이들의 표심이 무시못할 유권자층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렇다 보니 애견·애묘인들을 겨냥한 이런 선거 전략은 표심은 물론 친근한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반려 동물과 함께하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젊은 층과 노년층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일석이조 전략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광고의 성공법칙이라는 ‘3B’ 즉, 아이 Baby, 동물 Beast, 미녀 Beauty가 등장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업계 전략과 비슷합니다.

일찌감치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된 미국과 영국에선 정치 뉴스에 동물이 등장하는 풍경 낯설지 않습니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운명의 투표 당일, 결과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존재가 있었습니다.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반려견 딜린입니다.

존슨 총리는 딜린과 지역구 투표소를 찾아 정답게 뽀뽀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노동당에선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애완견 루나를 데려왔습니다.

후보자 등 정치인은 물론 일반 유권자도 반려견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사진을 SNS에 일제히 올리며 ‘#투표소 강아지 (#DogsAtPollingStations)’란 해시태그가 온라인 공간을 도배했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동물 사진이) 지난 5년 동안 세 차례나 치러진 총선거로 정치에 질린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만큼 주목을 받는 게 대통령의 반려견 퍼스트독입니다.

다만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 이런 150여년의 전통을 깨고 ‘퍼스트독’이 없는 미국 대통령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를 키우는 것이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청와대 입성 후 대통령이 동물과 함께 대중 앞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반려견 ‘해피를 망명지 하와이로 데려갈 만큼 사랑했지만, 청와대 ‘퍼스트 독’ 개념이 생겨난 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돌이’ (진돗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에게서 태어난 강아지 5마리의 이름을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기도 했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있는 사진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동물을 앞세운 정치인들이 늘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동물원에서 사살된) 퓨마와 닮았다”며 벵갈 고양이를 우리에 넣어 데려와 구설에 올랐습니다.

동물을 이용한 이미지 정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를 겨냥해 본격 구애에 나서고 있는 정치권.

그리고 새로운 유권자층으로 떠오는 천4백만 반려동물 인구.

실제 표심은 어떻게 나타날지 총선은 이제 두달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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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인이 ‘강아지’를 안아 든 까닭은?
    • 입력 2020-01-22 08:27:44
    • 수정2020-01-22 13: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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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유통가에서 불티나게 팔린 상품 중 하나, 반려동물 한복입니다.

고급 배자와 도령모 노리개까지 웬만한 아동 한복 못지 않죠?

반려동물 인구 천4백만 명, 관련 시장 3조 원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의 달라진 풍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려동물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건 비단 유통가 뿐만이 아닙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민심 못지 않게 주목하는 표심, 바로 '견(犬)심'입니다.

정치인들에겐 일정이 곧 메시지죠.

어제 야당 대표가 총선 공약 발표차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애견 까페였습니다.

그러면서 반려 동물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반려동물 공약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반려견 문화가 본격 확산된 2010년 전후입니다.

2017년 대선 때는 여야 주자 모두 관련 공약을 쏟아냈습니다.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주로 아이와 함께 있는 사진으로 대중의 호감을 사고자 했죠,

최근엔 아이 대신 강아지나 고양이를 품에 안은 정치인들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분명 얻는 게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일단은 표심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국 5백만 가구를 넘어섰고, 관련 인구도 천400만 명 전체 국민의 28%를 차지하면서 이들의 표심이 무시못할 유권자층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렇다 보니 애견·애묘인들을 겨냥한 이런 선거 전략은 표심은 물론 친근한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반려 동물과 함께하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젊은 층과 노년층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일석이조 전략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광고의 성공법칙이라는 ‘3B’ 즉, 아이 Baby, 동물 Beast, 미녀 Beauty가 등장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업계 전략과 비슷합니다.

일찌감치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된 미국과 영국에선 정치 뉴스에 동물이 등장하는 풍경 낯설지 않습니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운명의 투표 당일, 결과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존재가 있었습니다.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반려견 딜린입니다.

존슨 총리는 딜린과 지역구 투표소를 찾아 정답게 뽀뽀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노동당에선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애완견 루나를 데려왔습니다.

후보자 등 정치인은 물론 일반 유권자도 반려견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사진을 SNS에 일제히 올리며 ‘#투표소 강아지 (#DogsAtPollingStations)’란 해시태그가 온라인 공간을 도배했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동물 사진이) 지난 5년 동안 세 차례나 치러진 총선거로 정치에 질린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만큼 주목을 받는 게 대통령의 반려견 퍼스트독입니다.

다만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 이런 150여년의 전통을 깨고 ‘퍼스트독’이 없는 미국 대통령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를 키우는 것이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청와대 입성 후 대통령이 동물과 함께 대중 앞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반려견 ‘해피를 망명지 하와이로 데려갈 만큼 사랑했지만, 청와대 ‘퍼스트 독’ 개념이 생겨난 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돌이’ (진돗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에게서 태어난 강아지 5마리의 이름을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기도 했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있는 사진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동물을 앞세운 정치인들이 늘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동물원에서 사살된) 퓨마와 닮았다”며 벵갈 고양이를 우리에 넣어 데려와 구설에 올랐습니다.

동물을 이용한 이미지 정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를 겨냥해 본격 구애에 나서고 있는 정치권.

그리고 새로운 유권자층으로 떠오는 천4백만 반려동물 인구.

실제 표심은 어떻게 나타날지 총선은 이제 두달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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