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좌절할 때 아주대병원 이익은 72억→623억으로 늘었다

입력 2020.01.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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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외상센터 손익률 -10.7%
병원 이익 3년 만에 72억→623억
“괄목한 만한 성장” 내부 평가
외상센터 ‘비경제적 효과’ 복지부도 파악

"모 일간지 기사 제목인 '세상을 다 구하고 싶은 의사 대 영웅 뒷바라지에 지친 병원'이 현 상황을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아주대 외상센터 사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이국종 교수는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병원도 이런 이 교수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였다.

이번 사태는 병원이 병상 협조, 인력 충원, 닥터헬기 운영 등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이국종 교수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3가지가 다른 성격인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돈이다. 특히 병상 협조나 인력 충원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정말 돈이 안 되는 조직이고, 아주대병원은 돈이 안 되는 조직을 감당할 능력이 없을까.


외상센터 손익률 -10.7%
아주대병원 외상센터가 병원 수익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낸 '권역외상센터 손익현황 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손익률이 '마이너스'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7년 병원 자료(2017년 3월~2018년 2월)를 근거로 손익을 계산했다. 아주대병원을 찾은 외상 환자 1인당 원가는 1433만 원인데, 수익(국가보조금 포함)은 1295만 원으로, 손익률은 -10.7%였다. 병원 전체로 보면 34억 원 손해였다.

다만, 2018년 보건복지부가 외상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인건비 등을 신규 지원해 국가 보조금이 늘어났기 때문에 2017년 이후 손해는 줄어들었을 수 있다.


병원 이익, 3년 만에 8배 증가
2017년 외상센터가 34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손해를 끼쳤을 때 병원은 260억 원 이익을 냈다.

아주대병원 2017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의료수익은 5140억 원으로 2016년(4746억 원)에 비해 8.3% 증가했다. 여기서 의료비용을 뺀 의료이익이 260억이었는데, 이익 역시 2016년(180억 원)에 비해 44% 늘었다.

2018년에는 2017년보다 더욱 성장했다. 의료수익은 10.4% 증가한 5676억 원, 여기서 비용을 뺀 의료이익은 140% 늘어난 623억 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병원 이익은 외상센터의 발전과 함께 늘었다. 외상센터가 100병상 건물을 지어 본관에서 따로 나오기 직전 해인 2015년 병원 이익은 72억 원이었는데 2018년 623억 원 이익이면 3년 만에 8.7배 증가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의료이익은 이렇지만, 전체를 다 따진 당기순이익은 작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주대병원 당기순이익은 2017년 69억 원, 2018년 37억 원이다.

대학병원 회계를 살펴볼 때 한가지 참고해야 하는 게 '고유목적사업비'다. 이는 대학병원 이익의 일부를 학교 법인으로 보내는 금액으로, 병원 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된다. 아주대병원의 고유목적사업비 전출금은 2017년 251억 원, 2018년 640억 원이었다.

이러한 회계처리는 병원의 경영성과를 왜곡한다는 감사원 지적이 2010년에 있었다. 병원의 경영성과를 따져보기 위해선 당기순이익보단 의료이익을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병원 이익 기준으로 아주대병원은 의료진을 늘려주고 병상을 더 달라는 이 교수의 줄기찬 주장을 뿌리칠 만큼 가난한 상황이 아니었다.


눈부신 성과에 대학 내부에서도 극찬
아주대병원이 해마다 이익을 늘려가면서 병원을 부속기관으로 두고 있는 아주대학교에서도 극찬이 나왔다.

대학평의원회의가 2017년 병원 성과를 보고받은 67차 회의록(2018년 4월 20일)에는 '당초 목표한 트리플 5(의료수입 5000억 원 이상, 의료이익 5% 이상, 하루평균 외래환자 5,000명)를 거의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한 경영성과로 평가됨. 특히 어려운 경제 여건과 의료 환경 속에서 목표를 달성한 점은 높이 평가됨. 2017년 괄목할만한 수익성장에 이바지한 구성원들에 대한 지원책을 반드시 강구할 것을 요구함'이라고 적혀있다.

2017년 수익은 성과급을 반드시 주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2018년 병원 성과가 보고된 72차 회의록(2019년 4월 18일)에는 '의료수익이 계획대비 초과 달성돼 병원 구성원들의 노고가 컸던 걸로 보임'이라는 말과 함께 '병원의 운영 사정이 좋을 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함'이라는 말도 있다.

또 '권역외상센터는 국내 최고로 알려졌으나, 다른 분야의 명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아주대병원은 경기도 평택에 1,000병상 규모의 제2 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수원 아주대병원과 비슷한 크기의 병원을 하나 더 만드는 셈이다.


"평판 상승, 이국종 기여 부인 못 해"
외상센터가 적자를 봐서 병원에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안 될 수 있어도, 비경제적인 부분에서 효과가 있다는 건 병원 내외부에서도 모두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병원 홍보 효과다. 석해균 선장과 북한 귀순 병사 등을 살릴 때마다 아주대 외상센터는 널리 알려졌다. 단순히 이름을 알린 게 아니라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알려졌다. 하다못해 이국종 교수가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나갈 때도 아주대 교수로 소개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도 홍보 효과가 난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이 교수에게 욕설을 한 유희석 의료원장을 규탄하는 성명서에서 "아주대학교 병원은 작년에는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병원에 선정되었고 이번 달에는 국가고객만족도 업종 공동 4위에 올라섰다"며 "병원의 평판도가 이렇게 상승하는 데에는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외상센터가 2016년 본관에서 분리되면서 본관에 100병상가량의 여유가 생긴 것도 병원 이익 증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돈 안 되는 외상 환자가 차지했던 본관 병상에 돈 되는 환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입장에서 외상센터가 마냥 돈이 안 되는 조직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복지부에서도 병원 양보 설득
보건당국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이익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외상센터의 비경제적 효과가 작지 않다는 건 보건복지부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와 병원 사이에서 10년 가까이 이어진 갈등, 특히 2018년부터 심화한 갈등을 중재해 온 복지부는 병원에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이 양보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병원 경영진이 이 교수가 언론 등 외부에 병원 비판을 한 것에 대해 감정이 상해 병원의 양보가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희석 의료원장과 한상욱 병원장 등 경영진은 지난 10년 간 기획조정실장, 진료부원장 등 병원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이 교수와 대립해왔다.

아주대병원은 이번 사태에 일주일 넘게 "입장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있지만, 복지부 등에는 외상센터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병원은 2019년 경영 목표를 의료수익 6042억 원, 의료비용 5157억 원으로 세웠다. 아직 결산하지는 않았는데, 목표대로 된다면 의료이익은 885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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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종 좌절할 때 아주대병원 이익은 72억→623억으로 늘었다
    • 입력 2020-01-22 14:48:51
    취재K
외상센터 손익률 -10.7% <br />병원 이익 3년 만에 72억→623억 <br />“괄목한 만한 성장” 내부 평가 <br />외상센터 ‘비경제적 효과’ 복지부도 파악
"모 일간지 기사 제목인 '세상을 다 구하고 싶은 의사 대 영웅 뒷바라지에 지친 병원'이 현 상황을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아주대 외상센터 사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이국종 교수는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병원도 이런 이 교수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였다.

이번 사태는 병원이 병상 협조, 인력 충원, 닥터헬기 운영 등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이국종 교수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3가지가 다른 성격인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돈이다. 특히 병상 협조나 인력 충원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정말 돈이 안 되는 조직이고, 아주대병원은 돈이 안 되는 조직을 감당할 능력이 없을까.


외상센터 손익률 -10.7%
아주대병원 외상센터가 병원 수익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낸 '권역외상센터 손익현황 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손익률이 '마이너스'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7년 병원 자료(2017년 3월~2018년 2월)를 근거로 손익을 계산했다. 아주대병원을 찾은 외상 환자 1인당 원가는 1433만 원인데, 수익(국가보조금 포함)은 1295만 원으로, 손익률은 -10.7%였다. 병원 전체로 보면 34억 원 손해였다.

다만, 2018년 보건복지부가 외상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인건비 등을 신규 지원해 국가 보조금이 늘어났기 때문에 2017년 이후 손해는 줄어들었을 수 있다.


병원 이익, 3년 만에 8배 증가
2017년 외상센터가 34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손해를 끼쳤을 때 병원은 260억 원 이익을 냈다.

아주대병원 2017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의료수익은 5140억 원으로 2016년(4746억 원)에 비해 8.3% 증가했다. 여기서 의료비용을 뺀 의료이익이 260억이었는데, 이익 역시 2016년(180억 원)에 비해 44% 늘었다.

2018년에는 2017년보다 더욱 성장했다. 의료수익은 10.4% 증가한 5676억 원, 여기서 비용을 뺀 의료이익은 140% 늘어난 623억 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병원 이익은 외상센터의 발전과 함께 늘었다. 외상센터가 100병상 건물을 지어 본관에서 따로 나오기 직전 해인 2015년 병원 이익은 72억 원이었는데 2018년 623억 원 이익이면 3년 만에 8.7배 증가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의료이익은 이렇지만, 전체를 다 따진 당기순이익은 작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주대병원 당기순이익은 2017년 69억 원, 2018년 37억 원이다.

대학병원 회계를 살펴볼 때 한가지 참고해야 하는 게 '고유목적사업비'다. 이는 대학병원 이익의 일부를 학교 법인으로 보내는 금액으로, 병원 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된다. 아주대병원의 고유목적사업비 전출금은 2017년 251억 원, 2018년 640억 원이었다.

이러한 회계처리는 병원의 경영성과를 왜곡한다는 감사원 지적이 2010년에 있었다. 병원의 경영성과를 따져보기 위해선 당기순이익보단 의료이익을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병원 이익 기준으로 아주대병원은 의료진을 늘려주고 병상을 더 달라는 이 교수의 줄기찬 주장을 뿌리칠 만큼 가난한 상황이 아니었다.


눈부신 성과에 대학 내부에서도 극찬
아주대병원이 해마다 이익을 늘려가면서 병원을 부속기관으로 두고 있는 아주대학교에서도 극찬이 나왔다.

대학평의원회의가 2017년 병원 성과를 보고받은 67차 회의록(2018년 4월 20일)에는 '당초 목표한 트리플 5(의료수입 5000억 원 이상, 의료이익 5% 이상, 하루평균 외래환자 5,000명)를 거의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한 경영성과로 평가됨. 특히 어려운 경제 여건과 의료 환경 속에서 목표를 달성한 점은 높이 평가됨. 2017년 괄목할만한 수익성장에 이바지한 구성원들에 대한 지원책을 반드시 강구할 것을 요구함'이라고 적혀있다.

2017년 수익은 성과급을 반드시 주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2018년 병원 성과가 보고된 72차 회의록(2019년 4월 18일)에는 '의료수익이 계획대비 초과 달성돼 병원 구성원들의 노고가 컸던 걸로 보임'이라는 말과 함께 '병원의 운영 사정이 좋을 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함'이라는 말도 있다.

또 '권역외상센터는 국내 최고로 알려졌으나, 다른 분야의 명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아주대병원은 경기도 평택에 1,000병상 규모의 제2 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수원 아주대병원과 비슷한 크기의 병원을 하나 더 만드는 셈이다.


"평판 상승, 이국종 기여 부인 못 해"
외상센터가 적자를 봐서 병원에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안 될 수 있어도, 비경제적인 부분에서 효과가 있다는 건 병원 내외부에서도 모두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병원 홍보 효과다. 석해균 선장과 북한 귀순 병사 등을 살릴 때마다 아주대 외상센터는 널리 알려졌다. 단순히 이름을 알린 게 아니라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알려졌다. 하다못해 이국종 교수가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나갈 때도 아주대 교수로 소개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도 홍보 효과가 난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이 교수에게 욕설을 한 유희석 의료원장을 규탄하는 성명서에서 "아주대학교 병원은 작년에는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병원에 선정되었고 이번 달에는 국가고객만족도 업종 공동 4위에 올라섰다"며 "병원의 평판도가 이렇게 상승하는 데에는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외상센터가 2016년 본관에서 분리되면서 본관에 100병상가량의 여유가 생긴 것도 병원 이익 증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돈 안 되는 외상 환자가 차지했던 본관 병상에 돈 되는 환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입장에서 외상센터가 마냥 돈이 안 되는 조직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복지부에서도 병원 양보 설득
보건당국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이익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외상센터의 비경제적 효과가 작지 않다는 건 보건복지부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와 병원 사이에서 10년 가까이 이어진 갈등, 특히 2018년부터 심화한 갈등을 중재해 온 복지부는 병원에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이 양보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병원 경영진이 이 교수가 언론 등 외부에 병원 비판을 한 것에 대해 감정이 상해 병원의 양보가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희석 의료원장과 한상욱 병원장 등 경영진은 지난 10년 간 기획조정실장, 진료부원장 등 병원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이 교수와 대립해왔다.

아주대병원은 이번 사태에 일주일 넘게 "입장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있지만, 복지부 등에는 외상센터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병원은 2019년 경영 목표를 의료수익 6042억 원, 의료비용 5157억 원으로 세웠다. 아직 결산하지는 않았는데, 목표대로 된다면 의료이익은 885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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