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오병이어’ 어린이집 급식, 이젠 바꾸자

입력 2020.01.22 (21:15) 수정 2020.04.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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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닥에 겨우 깔린 국물과 두 숟가락 분량의 쌀밥, 그리고 한 조각 짜리 반찬들.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 부실해 보이는 이 식판은 어린이집 4세반 아이들에게 제공된 겁니다.

KBS는 어린이집 부실급식 문제를 추적해 온 한 시민단체와 함께, 설문형식으로 보육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응답자 125명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급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주 유치원 3법 통과로 유치원의 부실 급식 문제는 개선될 거란 기대가 나오지만, 전국 4만여 곳의 어린이집은 여전히 사각지댑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말하는 부실급식의 실태와,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문예슬, 우한솔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수박 2통을 99명의 아이들이 나눠 먹었다.

교사와 아이들까지 50명이 닭 1마리로 닭곰탕을 끓여 먹었다.

'오병이어의 기적' 괜히 나온 비유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식단표엔 생선인데 참치 캔이 나오기도 합니다.

더 저렴한 식재료로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매생이전이 옥수수로 변할 수도 있어요. 원장님들이 '어 그거 구하기 힘들고'..."]

명절이나 제사가 끝나면 나물 반찬을 급간식으로 제공한 경우는 그나마 낫습니다.

아직 말을 잘 못 하는 영아 반 부실 급식 문제는 더 심각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원장님께 저희가 우유가 없다고 원장님 더 사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여쭸더니 '선생님, 그러면 아이들이 말을 못하잖아. 엄마들한테 얘기 안 하니까 안 줘도 돼. 물이랑 같이 먹여'."]

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저희에게 보내온 사진이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3월인데, 3이란 숫자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서 8월까지로 둔갑시킨 겁니다.

이 어린이집은 실제 유통기한을 석 달이나 넘긴 6월에 아이들에게 먹였다고 합니다.

한 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보육교사 B 씨/음성변조 : "깜짝 놀라서 이 주스만 그런가하고 봤죠. 며칠 동안 사실 너무 불안했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어쨋든 이거 때문일 것 같다..."]

양도 부족하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도 주고, 전국의 4만여 어린이집이 다 그런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문제 심각합니다.

식재료를 빼돌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원장의 고3 딸을 위해 급식 식재료로 도시락을 2개씩 싸서 갖다준다, 신선한 과일은 집으로 가져가고, 집에 있던 오래된 과일을 어린이집에 갖다 놓는다.

이런 답변도 나왔습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수분이 빠져서 쭈글쭈글해지잖아요. 그걸 갖고 오세요. 그리고 그날 어린이집 (메뉴가) 수박이에요. 그럼 교체해서 가져가시는 거예요."]

또 계란 반찬이 나오는 날엔 할인하는 계란, 동물복지 계란을 따로 구입해서 비싼 동물복지 계란은 원장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급식비에 1인당 2천원이 국가 보조금으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유아 표준 식비인 2천 6백원에 비해선 약 6백 원 정도 모자란 건 사실입니다.

일부 원장님들은 그로 인해서 자비를 들여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월부터는 지원금이 2천 5백원으로 오르는데요.

이번에 응답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원금만 늘린다고 해서 과연 무언가 개선이 되겠는가라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밥 문제입니다.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왜 고쳐지지 않을까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우한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급식비리 고발 후 권고사직?…“점검도 짜고 치는 고스톱”

[리포트]

지난해 말 청주에서 적발된 한 어린이집의 급식입니다.

반찬은 없고 건더기를 찾기 힘든 국물만 있는 부실 급식으로 원장은 6개월 자격 정지, 어린이집은 한 달간 운영이 정지됐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처음 고발한 교사 3명 중 2명이 지난달 말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청주 전직 교사/음성변조 : "'12월 말까지만 하셔라'. 권고사직을 당해서 나왔는데 어린이집에서 퇴직 사유를 개인 사유라고 해서 올린 거예요."]

권고사직 후 재취업이 안될까 불안한 마음을 호소합니다.

[청주 전직 교사/음성변조 : "재취업의 길이 막혔다는 것,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그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A씨는 지난해 말 내부 문제를 제기했다가 권고 사직 됐는데, 일하던 지역의 원장들의 단체대화방에서 자신을 거론하며 험담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습니다.

[9년차 보육교사 A씨/음성변조 : "제 이름이 그(원장들) 단체 대화방에 올라왔었고 '어느 어린이집, 어느 교사냐. 해당하시는 분은 개인 톡 주세요.' 이런 식으로."]

실제로 1년 넘게 지원 서류를 넣었지만, 면접 한 번 볼 수 없었습니다.

내부 고발 후 권고사직, 그리고 재취업 불발이라는 악순환의 원인은 지자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자체의 정기 점검이 실제론 유명 무실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현직 보육교사 B 씨/음성변조 : "(점검)날짜를 정해서 나와요. 알고 있으니까 그때만 오히려 (급식이) 다 잘 나오잖아요."]

[현직 보육교사 C씨/음성변조 : "'무슨 요일에 (점검)나올 거야. 그러니까 2층 냉장고랑 점검하고 한번 확인해봐라' 뭐 그렇게 말하고…."]

행정조사기본법에는 증거 훼손 가능성이 있을 땐 조사 계획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교사들은 불시 점검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 내부고발을 했던 교사들에겐 후회만 남았습니다.

[청주 전직 교사/음성변조 : "공익제보를 했음에도 저희가 피해를 보고 있어요. 너무 씁쓸하고..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진짜 교사들이 내부 고발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거 같아요."]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앵커]

KBS는 어린이집 급식 문제를 계속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과 선생님들은 02-781-4444 또는 카카오톡에 KBS제보 검색하셔서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론보도문] "‘오병이어’ 어린이집 급식, 이젠 바꾸자" 보도 관련

KBS는 2020년 1월 22일 <뉴스9>에서 "'오병이어’어린이집 급식, 이젠 바꾸자"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청주의 한 어린이집이 부실 급식으로 운영 정지됐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부실 급식을 제공한 사실이 없고 단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로 인한 행정처분이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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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오병이어’ 어린이집 급식, 이젠 바꾸자
    • 입력 2020-01-22 21:20:50
    • 수정2020-04-21 17:03:34
    뉴스 9
[앵커]

바닥에 겨우 깔린 국물과 두 숟가락 분량의 쌀밥, 그리고 한 조각 짜리 반찬들.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 부실해 보이는 이 식판은 어린이집 4세반 아이들에게 제공된 겁니다.

KBS는 어린이집 부실급식 문제를 추적해 온 한 시민단체와 함께, 설문형식으로 보육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응답자 125명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급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주 유치원 3법 통과로 유치원의 부실 급식 문제는 개선될 거란 기대가 나오지만, 전국 4만여 곳의 어린이집은 여전히 사각지댑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말하는 부실급식의 실태와,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문예슬, 우한솔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수박 2통을 99명의 아이들이 나눠 먹었다.

교사와 아이들까지 50명이 닭 1마리로 닭곰탕을 끓여 먹었다.

'오병이어의 기적' 괜히 나온 비유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식단표엔 생선인데 참치 캔이 나오기도 합니다.

더 저렴한 식재료로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매생이전이 옥수수로 변할 수도 있어요. 원장님들이 '어 그거 구하기 힘들고'..."]

명절이나 제사가 끝나면 나물 반찬을 급간식으로 제공한 경우는 그나마 낫습니다.

아직 말을 잘 못 하는 영아 반 부실 급식 문제는 더 심각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원장님께 저희가 우유가 없다고 원장님 더 사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여쭸더니 '선생님, 그러면 아이들이 말을 못하잖아. 엄마들한테 얘기 안 하니까 안 줘도 돼. 물이랑 같이 먹여'."]

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저희에게 보내온 사진이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3월인데, 3이란 숫자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서 8월까지로 둔갑시킨 겁니다.

이 어린이집은 실제 유통기한을 석 달이나 넘긴 6월에 아이들에게 먹였다고 합니다.

한 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보육교사 B 씨/음성변조 : "깜짝 놀라서 이 주스만 그런가하고 봤죠. 며칠 동안 사실 너무 불안했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어쨋든 이거 때문일 것 같다..."]

양도 부족하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도 주고, 전국의 4만여 어린이집이 다 그런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문제 심각합니다.

식재료를 빼돌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원장의 고3 딸을 위해 급식 식재료로 도시락을 2개씩 싸서 갖다준다, 신선한 과일은 집으로 가져가고, 집에 있던 오래된 과일을 어린이집에 갖다 놓는다.

이런 답변도 나왔습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수분이 빠져서 쭈글쭈글해지잖아요. 그걸 갖고 오세요. 그리고 그날 어린이집 (메뉴가) 수박이에요. 그럼 교체해서 가져가시는 거예요."]

또 계란 반찬이 나오는 날엔 할인하는 계란, 동물복지 계란을 따로 구입해서 비싼 동물복지 계란은 원장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급식비에 1인당 2천원이 국가 보조금으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유아 표준 식비인 2천 6백원에 비해선 약 6백 원 정도 모자란 건 사실입니다.

일부 원장님들은 그로 인해서 자비를 들여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월부터는 지원금이 2천 5백원으로 오르는데요.

이번에 응답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원금만 늘린다고 해서 과연 무언가 개선이 되겠는가라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밥 문제입니다.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왜 고쳐지지 않을까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우한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급식비리 고발 후 권고사직?…“점검도 짜고 치는 고스톱”

[리포트]

지난해 말 청주에서 적발된 한 어린이집의 급식입니다.

반찬은 없고 건더기를 찾기 힘든 국물만 있는 부실 급식으로 원장은 6개월 자격 정지, 어린이집은 한 달간 운영이 정지됐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처음 고발한 교사 3명 중 2명이 지난달 말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청주 전직 교사/음성변조 : "'12월 말까지만 하셔라'. 권고사직을 당해서 나왔는데 어린이집에서 퇴직 사유를 개인 사유라고 해서 올린 거예요."]

권고사직 후 재취업이 안될까 불안한 마음을 호소합니다.

[청주 전직 교사/음성변조 : "재취업의 길이 막혔다는 것,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그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A씨는 지난해 말 내부 문제를 제기했다가 권고 사직 됐는데, 일하던 지역의 원장들의 단체대화방에서 자신을 거론하며 험담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습니다.

[9년차 보육교사 A씨/음성변조 : "제 이름이 그(원장들) 단체 대화방에 올라왔었고 '어느 어린이집, 어느 교사냐. 해당하시는 분은 개인 톡 주세요.' 이런 식으로."]

실제로 1년 넘게 지원 서류를 넣었지만, 면접 한 번 볼 수 없었습니다.

내부 고발 후 권고사직, 그리고 재취업 불발이라는 악순환의 원인은 지자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자체의 정기 점검이 실제론 유명 무실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현직 보육교사 B 씨/음성변조 : "(점검)날짜를 정해서 나와요. 알고 있으니까 그때만 오히려 (급식이) 다 잘 나오잖아요."]

[현직 보육교사 C씨/음성변조 : "'무슨 요일에 (점검)나올 거야. 그러니까 2층 냉장고랑 점검하고 한번 확인해봐라' 뭐 그렇게 말하고…."]

행정조사기본법에는 증거 훼손 가능성이 있을 땐 조사 계획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교사들은 불시 점검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 내부고발을 했던 교사들에겐 후회만 남았습니다.

[청주 전직 교사/음성변조 : "공익제보를 했음에도 저희가 피해를 보고 있어요. 너무 씁쓸하고..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진짜 교사들이 내부 고발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거 같아요."]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앵커]

KBS는 어린이집 급식 문제를 계속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과 선생님들은 02-781-4444 또는 카카오톡에 KBS제보 검색하셔서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론보도문] "‘오병이어’ 어린이집 급식, 이젠 바꾸자" 보도 관련

KBS는 2020년 1월 22일 <뉴스9>에서 "'오병이어’어린이집 급식, 이젠 바꾸자"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청주의 한 어린이집이 부실 급식으로 운영 정지됐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부실 급식을 제공한 사실이 없고 단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로 인한 행정처분이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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