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실종’ 경비정 침몰 40년…“왜 국가는 가만 있나요?”

입력 2020.01.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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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3일, 꼭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1980년 1월 23일,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해경 경비정 72정이 침몰했습니다.

야간 해상 경계 근무 중 다른 경비함(200톤급)과 충돌해 침몰했습니다.
침몰한 72정(60톤급)에는 해경 대원 등 모두 17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72정 선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승조원들은 전원 실종됐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왜 국가는 가만있나요?"

2019년 4월, 해양경찰은 침몰한 72정으로 보이는 선박을 발견했습니다.
해경 잠수 지원함(1,200톤급)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어도 호(350톤급)를 투입해, 탐색을 시작한 지 29일 만에 결실을 본 겁니다. 선체에서 포착된 함포 거치대와 하부 가림막, 그리고 침몰 위치와 수심(105m)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72정이 맞는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초조해 하던 유족들은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순직자 유해 수습 등 추가 조치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선체 인양은커녕 유해 수습도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해를 넘기도록 왜 국가는 가만있는지 모르겠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왜 방치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조병주 대표는 또 "선체가 어디 있는지도 아는데, 해경은 선배 순직자들의 유해를 수습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라며, "70년 지난 6·25 전사자도 유해를 발굴하는 상황에, 40년 지난 72정 유해를 제발 바닷속에서 꺼내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해경 "해양사고 많아 지연…관련 용역 진행 중"
해양경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해군과 함께 선체 정밀 탐색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군 구조함과 무인잠수정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지난해 말 선체 침몰 해역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독도 소방헬기 추락과 어선 침몰 등 다수의 해양사고가 발생했고, 겨울철 기상 여건 등으로 현재 연기된 상태라고 해명했습니다.

해경은 특히 올해 72정 선체 내부 수색과 유해 수습 등을 포함한 인양 가능성과 비용 산출 등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예산도 신청할 예정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무엇보다 다소 일정이 늦춰지고 있지만, 선배인 72정 순직자들의 유해 수습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40년 품은 소망 "부모님들의 마지막 소원이에요"
1980년 1월 23일 새벽, 해경 72정이 침몰한 이후 가족들의 소망은 단 하나였습니다.
침몰한 선체에서 갇혀있는 가족들을 꺼내주는 일입니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유해를 수습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 일입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아들을 잃은 부모님들이 80살 이상인 분들이 많고 90살을 넘으신 분들도 있다."라며 "더 늦기 전에 유해를 수습해줬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히 당부했습니다.

경비정이 가라앉은 1월 23일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침몰한 지 꼭 40년, 오랜 세월 기다려온 유족들의 바람이 올해는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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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명 실종’ 경비정 침몰 40년…“왜 국가는 가만 있나요?”
    • 입력 2020-01-23 16:41:38
    취재K
2020년 1월 23일, 꼭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1980년 1월 23일,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해경 경비정 72정이 침몰했습니다.

야간 해상 경계 근무 중 다른 경비함(200톤급)과 충돌해 침몰했습니다.
침몰한 72정(60톤급)에는 해경 대원 등 모두 17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72정 선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승조원들은 전원 실종됐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왜 국가는 가만있나요?"

2019년 4월, 해양경찰은 침몰한 72정으로 보이는 선박을 발견했습니다.
해경 잠수 지원함(1,200톤급)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어도 호(350톤급)를 투입해, 탐색을 시작한 지 29일 만에 결실을 본 겁니다. 선체에서 포착된 함포 거치대와 하부 가림막, 그리고 침몰 위치와 수심(105m)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72정이 맞는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초조해 하던 유족들은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순직자 유해 수습 등 추가 조치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선체 인양은커녕 유해 수습도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해를 넘기도록 왜 국가는 가만있는지 모르겠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왜 방치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조병주 대표는 또 "선체가 어디 있는지도 아는데, 해경은 선배 순직자들의 유해를 수습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라며, "70년 지난 6·25 전사자도 유해를 발굴하는 상황에, 40년 지난 72정 유해를 제발 바닷속에서 꺼내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해경 "해양사고 많아 지연…관련 용역 진행 중"
해양경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해군과 함께 선체 정밀 탐색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군 구조함과 무인잠수정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지난해 말 선체 침몰 해역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독도 소방헬기 추락과 어선 침몰 등 다수의 해양사고가 발생했고, 겨울철 기상 여건 등으로 현재 연기된 상태라고 해명했습니다.

해경은 특히 올해 72정 선체 내부 수색과 유해 수습 등을 포함한 인양 가능성과 비용 산출 등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예산도 신청할 예정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무엇보다 다소 일정이 늦춰지고 있지만, 선배인 72정 순직자들의 유해 수습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40년 품은 소망 "부모님들의 마지막 소원이에요"
1980년 1월 23일 새벽, 해경 72정이 침몰한 이후 가족들의 소망은 단 하나였습니다.
침몰한 선체에서 갇혀있는 가족들을 꺼내주는 일입니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유해를 수습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 일입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아들을 잃은 부모님들이 80살 이상인 분들이 많고 90살을 넘으신 분들도 있다."라며 "더 늦기 전에 유해를 수습해줬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히 당부했습니다.

경비정이 가라앉은 1월 23일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침몰한 지 꼭 40년, 오랜 세월 기다려온 유족들의 바람이 올해는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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