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선권 외무상 임명 공식 확인…후속 인선 등 주목

입력 2020.01.24 (21:12) 수정 2020.01.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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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임 외무상에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임명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이달 중순 평양주재 외국 대사관들에 외무상 교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 매체가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입니다.

北 매체들, "외무상 리선권" 공식 호명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3일 밤, 설 명절에 즈음해 외무성이 23일 북한 주재 외교관들을 위해 연회를 마련했다며 "외무상 리선권 동지를 비롯한 외무성 일꾼들이 여기에 참가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무상 리선권"이라 호명하며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리선권으로 교체됐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도 24일 일제히 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연회 개최 소식을 보도한 24일자 노동신문 기사.북한 외무성의 연회 개최 소식을 보도한 24일자 노동신문 기사.

북한 매체들은 리 외무상이 연회 자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와 관련해 난관을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하기 위한 총공격전에 나선 것에 대해 언급하는 등 북한 당국의 대외정책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연회는 리선권 신임 외무상의 첫 공식 활동이자 북한 주재 외교단과의 상견례 자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北, 외교진영 재편... 軍출신의 이례적 외무상 임명

북한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외교의 쌍두마차로 꼽히던 리용호 외무상과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을 전격 해임하며 외교진영을 재편했습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실무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 당시 통전부장 등 대남 라인을 교체하며 문책한 데 이어, 이번 재편은 지난해 말까지 이른바 '포스트 하노이' 대미협상 실패의 책임을 리용호와 리수용 등 정통 외교라인에 물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출처: 연합뉴스출처: 연합뉴스

신임 외무상에 임명된 리선권은 군 출신입니다. 비 외교관 출신이 외무상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됩니다. 처음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 소식이 해외 언론 등을 통해 전해졌을 때 상당수 북한 전문가들조차 "잘못된 정보인 것 같다", "동명이인 아니냐?"고 했을 정도입니다.

리선권은 군 시절부터 남북 군사회담에 관여해 온 김영철의 오른팔로, 2016년 김영철이 노동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남사업을 총괄하자 군복을 벗고 조평통 위원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후 우리 통일부장관의 카운터파트로 여러 번 고위급회담 등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후속 인선에 촉각... 대외정책 변화 여부 주목

리선권이 신임 외무상으로 임명된 게 공식 확인되면서 향후 북한의 대미·대남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아직 북한이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리수용 당 국제부장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형준의 역할과 외교라인의 후속 인선, 신임 조평통 위원장이 누가 될지 등도 주목되는대목입니다.

우선 현재로선 리선권이 그동안 보여온 강경한 이미지 탓에 대미 강경 노선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리선권은 미국과 협상 경험이 없고 기본적으로 남북군사회담 전문가"라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리선권이 김영철로 대표되는 '대남라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리선권은 그래도 대남 실무 경험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인물을 외교수장으로 앉힌 것은 다소 긍정적일 수 있다"며 "1월 말이나 2월 초쯤 나올 사회단체 연합회나 조평통 위원장 명의 담화를 통해 조금은 긍정적인 대남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습니다.

외교라인의 후속 인사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리선권·김형준 두 사람의 임명만 가지고 분석하는 것은 속단의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외무성 내 전체적인 변화를 같이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이하 대미협상을 담당해 왔던 실무진이 그대로 가느냐, 실무진까지 교체되느냐는 전혀 다른 얘기일 수 있다는 겁니다.

홍 실장은 "실무진을 그대로 두고 외무상만 교체한 것이라면 미국에 대해 강경노선은 유지하되 협상의 문은 열어두는 기존의 기조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최선희 제1부상 이하가 다 교체되는 구도라면 미국을 향한 협상의지가 상당히 약화됐거나 협상이 안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기조가 바뀌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선권 신임 외무상이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조만간 후속 인선 소식도 전해질 전망입니다. '하노이 노딜' 이후 1년 가까지 이어지고 있는 북미 교착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최근 남북관계 진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한 대북·대남 라인의 후속 인선이 더욱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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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리선권 외무상 임명 공식 확인…후속 인선 등 주목
    • 입력 2020-01-24 21:12:41
    • 수정2020-01-24 21:25:35
    취재K
북한이 신임 외무상에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임명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이달 중순 평양주재 외국 대사관들에 외무상 교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 매체가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입니다.

北 매체들, "외무상 리선권" 공식 호명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3일 밤, 설 명절에 즈음해 외무성이 23일 북한 주재 외교관들을 위해 연회를 마련했다며 "외무상 리선권 동지를 비롯한 외무성 일꾼들이 여기에 참가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무상 리선권"이라 호명하며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리선권으로 교체됐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도 24일 일제히 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연회 개최 소식을 보도한 24일자 노동신문 기사.
북한 매체들은 리 외무상이 연회 자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와 관련해 난관을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하기 위한 총공격전에 나선 것에 대해 언급하는 등 북한 당국의 대외정책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연회는 리선권 신임 외무상의 첫 공식 활동이자 북한 주재 외교단과의 상견례 자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北, 외교진영 재편... 軍출신의 이례적 외무상 임명

북한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외교의 쌍두마차로 꼽히던 리용호 외무상과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을 전격 해임하며 외교진영을 재편했습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실무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 당시 통전부장 등 대남 라인을 교체하며 문책한 데 이어, 이번 재편은 지난해 말까지 이른바 '포스트 하노이' 대미협상 실패의 책임을 리용호와 리수용 등 정통 외교라인에 물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출처: 연합뉴스
신임 외무상에 임명된 리선권은 군 출신입니다. 비 외교관 출신이 외무상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됩니다. 처음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 소식이 해외 언론 등을 통해 전해졌을 때 상당수 북한 전문가들조차 "잘못된 정보인 것 같다", "동명이인 아니냐?"고 했을 정도입니다.

리선권은 군 시절부터 남북 군사회담에 관여해 온 김영철의 오른팔로, 2016년 김영철이 노동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남사업을 총괄하자 군복을 벗고 조평통 위원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후 우리 통일부장관의 카운터파트로 여러 번 고위급회담 등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후속 인선에 촉각... 대외정책 변화 여부 주목

리선권이 신임 외무상으로 임명된 게 공식 확인되면서 향후 북한의 대미·대남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아직 북한이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리수용 당 국제부장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형준의 역할과 외교라인의 후속 인선, 신임 조평통 위원장이 누가 될지 등도 주목되는대목입니다.

우선 현재로선 리선권이 그동안 보여온 강경한 이미지 탓에 대미 강경 노선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리선권은 미국과 협상 경험이 없고 기본적으로 남북군사회담 전문가"라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리선권이 김영철로 대표되는 '대남라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리선권은 그래도 대남 실무 경험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인물을 외교수장으로 앉힌 것은 다소 긍정적일 수 있다"며 "1월 말이나 2월 초쯤 나올 사회단체 연합회나 조평통 위원장 명의 담화를 통해 조금은 긍정적인 대남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습니다.

외교라인의 후속 인사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리선권·김형준 두 사람의 임명만 가지고 분석하는 것은 속단의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외무성 내 전체적인 변화를 같이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이하 대미협상을 담당해 왔던 실무진이 그대로 가느냐, 실무진까지 교체되느냐는 전혀 다른 얘기일 수 있다는 겁니다.

홍 실장은 "실무진을 그대로 두고 외무상만 교체한 것이라면 미국에 대해 강경노선은 유지하되 협상의 문은 열어두는 기존의 기조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최선희 제1부상 이하가 다 교체되는 구도라면 미국을 향한 협상의지가 상당히 약화됐거나 협상이 안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기조가 바뀌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선권 신임 외무상이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조만간 후속 인선 소식도 전해질 전망입니다. '하노이 노딜' 이후 1년 가까지 이어지고 있는 북미 교착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최근 남북관계 진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한 대북·대남 라인의 후속 인선이 더욱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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