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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남] 그 많던 ‘폐기물 계란’은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20.01.25 (07:02)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2015년 말 '폐기물 계란' 논란 기억하시나요? 달걀을 가공해 계란물, 분말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한국양계축산업협동조합이 '계란 쓰레기를 재활용해 원료 제품을 만들었다'는 KBS 9시 뉴스 보도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었죠.

그렇다면 소위 '폐기물 계란'으로 만든 원료의 품질은 정말로 못 쓸 지경이었을까요? 또 이를 공급받은 업체는 '계란값'을 치렀을까요? 이런 뒷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하급심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폐기물 계란' 파동 불구…한국양계축협 "계란값 달라" 해태제과에 소송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제46민사부는 한국양계축산업협동조합(이하 양계축협)이 해태제과를 상대로 '계란값' 8억 6000만 원을 달라고 청구한 물품대금 청구소송에서 거꾸로 "양계축협이 해태제과에 7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양계축협은 날계란으로부터 전란액(계란을 깨고 나온 액체 상태의 흰자와 노른자, 즉 계란물)과 분말 등을 추출해 제조·가공해 파는 협동조합입니다. 해태제과는 과자, 아이스크림을 제조해 파는 유명 회사죠.

해태제과는 양계축협과 공급계약을 맺고 2012년부터 계란 가공품 원료인 살균제품과 비살균제품(전란액), 계란분말 제품을 받아 왔습니다. 문제가 생긴 건 2015년이었습니다. 축협이 납품하는 제품 가운데 '전란액'이 말썽이었습니다.

양계축협은 할란실에서 계란을 깨 전란액을 얻고, 나머지 계란 껍질을 난각실로 보냈습니다. 껍질과 껍질에 남은 전란액은 모두 폐기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양계축협은 이후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껍질에 남은 전란액을 모아, 이를 할란실에 모아놓았던 정상적인 전란액과 섞은 후 계란 분말 제품 등을 제조했습니다.

공장 할란실은 전란액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에어샤워실을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지만 난각실은 반지하의 일반구역으로 별도 살균실이 없고, 별도 개폐시설이 없어 쥐가 드나들 수 있으며, 벽과 천정에 거미줄과 곰팡이가 있는 등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또 이 공장의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상 제조공정에는 '난각실에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난액을 추출하는 과정'은 제품 생산공정에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양계축협은 이렇게 '섞어 만든' 원료제품을 해태제과 대전공장에 납품했고, 해태제과는 원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한 채 이를 사용해 일부 과자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연관기사] 농협 계란 공장, ‘폐기물 계란’ 모아 식품 원료 사용

이를 포착한 KBS는 2015년 2월 13일 9시 뉴스로 '양계축협 공장에서 달걀 껍질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껍데기와 액체를 분리한 찌꺼기 액체를 정상 달걀물과 섞어 식품원료를 만든다'고 보도했고, '폐기물 계란 사건'은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습니다.

경기도는 이틀 후 양계축협에 생산품 전체의 판매금지 및 전체 제품 회수와 폐기를 지시했습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날인 16일 해태제과에 양계축협에서 받은 원료제품 사용을 중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계란값 청구에 해태제과 발끈…"제품 전량 폐기해 입은 손해 31억원 배상"

당시 해태제과는 공장과 창고, 영업소, 거래처와 대리점 등 시중에 풀린 제품 중 양계축협으로부터 공급받은 원료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들을 모두 회수해 폐기했습니다.

이후 양계축협 조합장 및 임직원들은 △축산물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에 맞지 않는 축산물을 가공하고 △납품했다 반품된 제품 일부를 정상 계란액과 섞어 사용했음에도 새로 살균한 뒤 포장한 날짜를 제조일자로 표기해 제조연월일과 유통기한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표시하는 등 축산물위생관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양계축협 역시 지난 2018년 30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그러던 중 양계축협은 슬그머니 해태제과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자신이 공급한 원료제품의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8억6300만원을 달라는 청구였습니다.

대금을 내라고 요구받은 해태제과는 그야말로 '극대노'했습니다. 원인을 제공한 게 도대체 누구냐는 겁니다. 해태제과는 폐기물 계란을 원료로 공급해 입은 손해라고 추산되는 제품비용 32억여 원, 물류비용 1억 원, 폐기비용 5500만 원, 언론대응비용 2800만 원 등의 청구서를 들이밀며, 이를 양계축협이 배상하라는 반소를 청구했습니다.

재판에서 양계축협은 자신이 공급한 제품이 정상적인 제품이란 주장을 펼쳤습니다.

양계축협은 "난각분리기에서 나온 전란액과 합쳐져 만든 계란분말 등은 해태제과의 납품검사결과 법적 기준치를 초과하는 세금이 검출된 적이 없고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는 등 정상적 제품에 해당한다"면서 "납품받은 계란가공품 대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양계축협은 이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해당 원료는 해태제과 대전 공장에만 납품했고, 또 2014년 5월부터 11월까지는 잔여물이 혼합된 원료를 납품한 적이 없으므로 해태제과가 폐기했다고 주장하는 제품 모두가 양계축협이 공급한 원료로 제조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해태제과는 양계축협이 원료 공급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맞받았습니다.

해태제과는 "양계축협이 당연히 이물질로서 제거해야 하는 껍질에서 추출한 계란액을 정상 계란액에 혼합해 만든 제품을 정상적으로 제조된 제품인 것처럼 공급한 건 채무의 내용을 이행한 것이 아니라서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양계축협의 행위로 인해 해태제과는 해당 원료로 제조한 제품을 모두 회수해 폐기하는 과정에서 33억여 원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측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해 서로 격렬하게 다퉜습니다.

법원 "껍질 전란액과 섞은 원료제품 공급, 정당한 계약이행 아냐"

핵심 쟁점은 '계란 껍질로부터 나온 전란액을 합쳐 제조한 원료를 해태제과에 공급한 것이 채무불이행인지' 여부였습니다.

1심 법원은 이에 대해 "양계축협이 제대로 된 계약 이행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해태제과가 이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들에 대한 각종 검사 결과, 대장균 수, 일반세균 수, 이물 여부 등 모든 수치가 정상 또는 적합한 것으로 판명되기는 했으나, 이는 원료 제조공정에 살균과정이 포함돼 있어 고온 처리되기 때문에 그 안에 대장균 등이 제거됐기 때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적합 판명됐다는 이유만으로 폐기돼야 할 전란액이 혼합돼 만들어진 제품과 정상적 공정에 따라 제조된 전란액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제조공정상 원심분리기로 분쇄된 난각은 공장 밖 폐기물저장소로 운반되고 남은 전란액은 폐수처리시설로 배출돼야 하는 것으로, 둘 다 폐기하도록 돼 있고 이를 분리하는 목적은 '폐기물로 배출될 계란껍질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함'이지 남은 전란액을 제조공정에 투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양계축협이 껍질에서 나온 전란액을 섞은 원료제품이 대전공장 외 다른 공장에는 들어갔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양계축협이 그 이외의 공장에 납품한 계란가공품에 대해서는 해태제과가 물품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해태제과가 양계축협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반소에서도 "양계축협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해태제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양계축협이 축산물관리법을 위반해 잔여물 혼합 제품을 생산해 해태제과에 납품한 행위, 언론 보도 이후 해태제과에 잔여물 혼합 제품의 범위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않은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양계축협이 축산물관리법이 정한 가공기준을 위반해 난각처리기에서 추출된 액란을 할란 공정에서 나온 액란에 섞어 살균전란으로 가공하고 △거래처에 납품했다 반품된 살균전란액 역시 다른 제품에 섞어 재포장한 후 그 날짜를 제조연월일로 표시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언론 보도 이후 양계축협이 제조한 계란가공품 및 이를 원료로 해태제과가 제조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급격히 추락해 모두 객관적으로 상품성을 상실하게 됐다고 보인다"며 "납품 내역은 양계축협만 알 수 있었으나 양계축협이 해태제과에 상세히 설명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해태제과로선 잔여물 혼합 제품이 원료로 사용됐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양계축협에서 납품받은 계란가공품을 원료로 제조한 제품 전량을 회수,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해태제과가 회수·폐기한 제품 가격이라고 주장한 31억 원 가운데 증거가 있는 11억여 원만 손해액으로 인정했습니다. 해태제과는 언론대응비용 등도 손해액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양계축협이 저지른 불법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그 비용을 지출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해태제과가 양계축협에 지급해야 할 '계란값' 물품대금은 4억 원이었고, 양계축협이 해태제과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11억 원이었습니다. 이 금액들은 서로 상계됐고, 법원은 양계축협이 7억여 원을 해태제과에 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소송은 쌍방이 항소해 서울고등법원 제34민사부에 계속중입니다.
  • [판결남] 그 많던 ‘폐기물 계란’은 어디로 갔을까?
    • 입력 2020-01-25 07:02:27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2015년 말 '폐기물 계란' 논란 기억하시나요? 달걀을 가공해 계란물, 분말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한국양계축산업협동조합이 '계란 쓰레기를 재활용해 원료 제품을 만들었다'는 KBS 9시 뉴스 보도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었죠.

그렇다면 소위 '폐기물 계란'으로 만든 원료의 품질은 정말로 못 쓸 지경이었을까요? 또 이를 공급받은 업체는 '계란값'을 치렀을까요? 이런 뒷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하급심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폐기물 계란' 파동 불구…한국양계축협 "계란값 달라" 해태제과에 소송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제46민사부는 한국양계축산업협동조합(이하 양계축협)이 해태제과를 상대로 '계란값' 8억 6000만 원을 달라고 청구한 물품대금 청구소송에서 거꾸로 "양계축협이 해태제과에 7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양계축협은 날계란으로부터 전란액(계란을 깨고 나온 액체 상태의 흰자와 노른자, 즉 계란물)과 분말 등을 추출해 제조·가공해 파는 협동조합입니다. 해태제과는 과자, 아이스크림을 제조해 파는 유명 회사죠.

해태제과는 양계축협과 공급계약을 맺고 2012년부터 계란 가공품 원료인 살균제품과 비살균제품(전란액), 계란분말 제품을 받아 왔습니다. 문제가 생긴 건 2015년이었습니다. 축협이 납품하는 제품 가운데 '전란액'이 말썽이었습니다.

양계축협은 할란실에서 계란을 깨 전란액을 얻고, 나머지 계란 껍질을 난각실로 보냈습니다. 껍질과 껍질에 남은 전란액은 모두 폐기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양계축협은 이후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껍질에 남은 전란액을 모아, 이를 할란실에 모아놓았던 정상적인 전란액과 섞은 후 계란 분말 제품 등을 제조했습니다.

공장 할란실은 전란액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에어샤워실을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지만 난각실은 반지하의 일반구역으로 별도 살균실이 없고, 별도 개폐시설이 없어 쥐가 드나들 수 있으며, 벽과 천정에 거미줄과 곰팡이가 있는 등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또 이 공장의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상 제조공정에는 '난각실에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난액을 추출하는 과정'은 제품 생산공정에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양계축협은 이렇게 '섞어 만든' 원료제품을 해태제과 대전공장에 납품했고, 해태제과는 원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한 채 이를 사용해 일부 과자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연관기사] 농협 계란 공장, ‘폐기물 계란’ 모아 식품 원료 사용

이를 포착한 KBS는 2015년 2월 13일 9시 뉴스로 '양계축협 공장에서 달걀 껍질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껍데기와 액체를 분리한 찌꺼기 액체를 정상 달걀물과 섞어 식품원료를 만든다'고 보도했고, '폐기물 계란 사건'은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습니다.

경기도는 이틀 후 양계축협에 생산품 전체의 판매금지 및 전체 제품 회수와 폐기를 지시했습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날인 16일 해태제과에 양계축협에서 받은 원료제품 사용을 중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계란값 청구에 해태제과 발끈…"제품 전량 폐기해 입은 손해 31억원 배상"

당시 해태제과는 공장과 창고, 영업소, 거래처와 대리점 등 시중에 풀린 제품 중 양계축협으로부터 공급받은 원료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들을 모두 회수해 폐기했습니다.

이후 양계축협 조합장 및 임직원들은 △축산물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에 맞지 않는 축산물을 가공하고 △납품했다 반품된 제품 일부를 정상 계란액과 섞어 사용했음에도 새로 살균한 뒤 포장한 날짜를 제조일자로 표기해 제조연월일과 유통기한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표시하는 등 축산물위생관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양계축협 역시 지난 2018년 30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그러던 중 양계축협은 슬그머니 해태제과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자신이 공급한 원료제품의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8억6300만원을 달라는 청구였습니다.

대금을 내라고 요구받은 해태제과는 그야말로 '극대노'했습니다. 원인을 제공한 게 도대체 누구냐는 겁니다. 해태제과는 폐기물 계란을 원료로 공급해 입은 손해라고 추산되는 제품비용 32억여 원, 물류비용 1억 원, 폐기비용 5500만 원, 언론대응비용 2800만 원 등의 청구서를 들이밀며, 이를 양계축협이 배상하라는 반소를 청구했습니다.

재판에서 양계축협은 자신이 공급한 제품이 정상적인 제품이란 주장을 펼쳤습니다.

양계축협은 "난각분리기에서 나온 전란액과 합쳐져 만든 계란분말 등은 해태제과의 납품검사결과 법적 기준치를 초과하는 세금이 검출된 적이 없고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는 등 정상적 제품에 해당한다"면서 "납품받은 계란가공품 대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양계축협은 이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해당 원료는 해태제과 대전 공장에만 납품했고, 또 2014년 5월부터 11월까지는 잔여물이 혼합된 원료를 납품한 적이 없으므로 해태제과가 폐기했다고 주장하는 제품 모두가 양계축협이 공급한 원료로 제조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해태제과는 양계축협이 원료 공급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맞받았습니다.

해태제과는 "양계축협이 당연히 이물질로서 제거해야 하는 껍질에서 추출한 계란액을 정상 계란액에 혼합해 만든 제품을 정상적으로 제조된 제품인 것처럼 공급한 건 채무의 내용을 이행한 것이 아니라서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양계축협의 행위로 인해 해태제과는 해당 원료로 제조한 제품을 모두 회수해 폐기하는 과정에서 33억여 원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측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해 서로 격렬하게 다퉜습니다.

법원 "껍질 전란액과 섞은 원료제품 공급, 정당한 계약이행 아냐"

핵심 쟁점은 '계란 껍질로부터 나온 전란액을 합쳐 제조한 원료를 해태제과에 공급한 것이 채무불이행인지' 여부였습니다.

1심 법원은 이에 대해 "양계축협이 제대로 된 계약 이행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해태제과가 이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들에 대한 각종 검사 결과, 대장균 수, 일반세균 수, 이물 여부 등 모든 수치가 정상 또는 적합한 것으로 판명되기는 했으나, 이는 원료 제조공정에 살균과정이 포함돼 있어 고온 처리되기 때문에 그 안에 대장균 등이 제거됐기 때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적합 판명됐다는 이유만으로 폐기돼야 할 전란액이 혼합돼 만들어진 제품과 정상적 공정에 따라 제조된 전란액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제조공정상 원심분리기로 분쇄된 난각은 공장 밖 폐기물저장소로 운반되고 남은 전란액은 폐수처리시설로 배출돼야 하는 것으로, 둘 다 폐기하도록 돼 있고 이를 분리하는 목적은 '폐기물로 배출될 계란껍질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함'이지 남은 전란액을 제조공정에 투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양계축협이 껍질에서 나온 전란액을 섞은 원료제품이 대전공장 외 다른 공장에는 들어갔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양계축협이 그 이외의 공장에 납품한 계란가공품에 대해서는 해태제과가 물품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해태제과가 양계축협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반소에서도 "양계축협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해태제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양계축협이 축산물관리법을 위반해 잔여물 혼합 제품을 생산해 해태제과에 납품한 행위, 언론 보도 이후 해태제과에 잔여물 혼합 제품의 범위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않은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양계축협이 축산물관리법이 정한 가공기준을 위반해 난각처리기에서 추출된 액란을 할란 공정에서 나온 액란에 섞어 살균전란으로 가공하고 △거래처에 납품했다 반품된 살균전란액 역시 다른 제품에 섞어 재포장한 후 그 날짜를 제조연월일로 표시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언론 보도 이후 양계축협이 제조한 계란가공품 및 이를 원료로 해태제과가 제조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급격히 추락해 모두 객관적으로 상품성을 상실하게 됐다고 보인다"며 "납품 내역은 양계축협만 알 수 있었으나 양계축협이 해태제과에 상세히 설명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해태제과로선 잔여물 혼합 제품이 원료로 사용됐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양계축협에서 납품받은 계란가공품을 원료로 제조한 제품 전량을 회수,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해태제과가 회수·폐기한 제품 가격이라고 주장한 31억 원 가운데 증거가 있는 11억여 원만 손해액으로 인정했습니다. 해태제과는 언론대응비용 등도 손해액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양계축협이 저지른 불법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그 비용을 지출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해태제과가 양계축협에 지급해야 할 '계란값' 물품대금은 4억 원이었고, 양계축협이 해태제과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11억 원이었습니다. 이 금액들은 서로 상계됐고, 법원은 양계축협이 7억여 원을 해태제과에 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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