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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소셜믹스’와 ‘재개발’이 만난다면…‘영등포 쪽방촌’의 미래
입력 2020.01.25 (08:06) 취재K
'영등포 쪽방촌 -> 36층 주상복합' 도시정비 대안 될까

1899년, 한국의 첫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했다. 그 시작은 이듬해 만들어진 서울 영등포역이었다. 역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며 상가와 여인숙이 생겨났다. 일부는 번성했지만, 일부는 쇠락한 채 남았다. 쇠락한 곳엔 도시 빈민이 모여들었고, 쪽방촌을 형성했다.

이처럼 쇠락의 흔적이었던 서울 영등포 쪽방촌이 고층 주거단지로 거듭난다. 지난 19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 영등포 공공주택 지구'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공개된 조감도를 보면 쪽방촌 자리에 높다랗게 솟아난 주상복합들이 사뭇 낯설다.

정부의 정비계획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역 앞 부지 1만㎡의 쪽방촌을 철거되는 대신 최고 36층짜리 주상복합 등 건물 4동이 들어선다. 36층짜리 주상복합 두 동에는 민간 주택 600호를 분양하고, 나머지 두 동에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 370호와 행복주택 220호 등이 입주한다.

1,200호 가운데 절반이 공공임대, 절반이 민간분야인 셈이다. 대규모 공급을 기대했던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600호라는 민간 공급 규모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서울 시내에서 공동주택특별법을 적용해 정비사업을 벌이게 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토지를 강제력 있게 수용해 서울 도심 내에 임대주택과 민간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으로 인정받은 경우에 토지 수용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공공주택 사업도 공익사업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토지 강제수용' 가능한 공공주택 특별법

영등포 쪽방촌 개발에 적용된 공공주택 특별법의 시초는 국민임대주택 특별법이다. 저소득층의 주거여건 개선과 주거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됐다.

국민임대주택법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반값아파트 보급 정책에 따라 보금자리주택법으로 개정되었다가 박근혜 정부이던 2014년 공공주택 특별법으로 재개정됐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특별법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택지 확보다. 공공주택사업자는 주택지구 조성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물론 감정평가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지만, 결과적으로 토지 주인의 동의 없이 수용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특별법에서 보장하는 정부의 토지 수용 권한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강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강제 수용이라는 사안의 민감성과 여론의 부담 때문일까. 정부가 공특법이라는 '큰 칼'을 과감히 휘둘러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공공주택 특별법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 30만 호 공급 정책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가 공공주택 특별법으로 진행되면서부터다. 3기 신도시는 특별법 규정에 따라 공공임대 등 공공주택이 50% 이상으로 채워진다.

이처럼 지난해에 서울 외곽 대규모 택지에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대규모 공급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올해는 서울 도심에서 처음으로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급계획이 성사된 셈이다.


'민간정비'가 아닌 '공공개발'로 패러다임 전환 가능할까

최근 10여 년간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민간 정비사업 위주로 이뤄졌다. 이른바 '뉴타운'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다.

하지만 재건축과 재개발은 멸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규공급 효과 자체는 크지 않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거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주택의 총량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정비사업의 성사 조건이 '사업성'에만 달려있기 때문에 지분관계가 복잡하거나 '돈이 안 되는' 지역은 정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영등포 쪽방촌을 비롯해 서울 곳곳의 쪽방촌이 그동안 방치됐던 것도 민간 주도의 도시환경정비법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공공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그동안 대규모 공공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에 정부가 소극적이었던 측면이 있었고 지적했다. 이어 최 소장은 "민간정비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공공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공주택 특별법을 적용한 영등포 쪽방촌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위한 '소셜믹스'와 공급 위한 '재개발'을 동시에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 공공주택 지구'를 발표하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목소리로 '소셜믹스'를 강조했다.

소셜믹스는 고소득층과 중산층, 저소득층 등 서로 다른 사회적 계층이 같은 주거 단지에서 살도록 해 계층 간 격차와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한 혼합 거주 정책이다.

김현미 장관은 "쪽방촌 주민과 청년, 신혼부부들이 함께 거주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교류하는 공간이 되고, 기존 쪽방촌 주민도 생활에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를 내놨다.

박원순 시장 역시 "단순히 주거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삶의 종합적인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삶을 고려하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성 회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등포 쪽방촌 정비처럼 이뤄지는 고밀도 공공개발은 이 같은 '소셜믹스'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시장의 '공급 갈증'을 일부 해소하는 대안도 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김현미 장관이 "공급 축소 우려는 공포 마케팅"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실제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 1천 호, 분양 물량은 4만 6천 호로 예년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입주 물량의 5년 평균인 3만 2천 호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된 2018년 무렵부터 계획에 비해 실제로 분양되는 물량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2015년에는 전국에서 계획됐던 30만 8천 호보다 10만 호 이상 많은 43만 6천 가구가 분양됐다. 하지만 2017년에는 계획보다 실제 분양되는 실적이 더 적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계획 대비 분양실적이 10만 호 이상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임대주택 등록과 실거주 요건 강화로 인해 시장의 매물 상당수가 잠겨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공급 물량' 축소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이 주도해 역세권과 쪽방촌 등 서울 도심지 불량 노후 주거지역을 고밀도로 공공개발한다면 부족한 서울 내의 공급을 일부나마 해결하는 데에도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정부의 추진 의지다. 영등포 쪽방촌의 경우 국공유지의 비율이 40%였다. 공공개발 대상 지역의 국유지의 비율이 낮을수록 정부의 부담은 커진다. 국유지 비율이 낮을수록 수용 대상 지주의 반발은 더 커지고, 비용 부담도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H 관계자는 "국유지의 비율이 50% 이상은 되어야 공공주택특별법을 이용한 토지수용과 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일종의 시장 평가였는데 그보다 못 미치는 국유지 비율을 감수하고 이번에 과감하게 결정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고층·고밀 개발'에 대한 반감을 넘어서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시 조례상 상업용지의 용적률 제한인 800%를 꽉 채워 개발된다. 30층이 넘는 고층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다.

용적률을 높이지 않으면 안 그래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공공개발은 정부와 지자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적자가 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공급되는 주택 물량 자체도 줄어든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SH는 내부적으로 역세권 고밀 개발을 통한 도심형 주택 공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역세권 유형과 입지특성에 따라 용도지역을 상향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역세권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300%에서 400%까지 높이는 식이다.

수십 년간 방치됐던 영등포 쪽방촌이 개발된다. 36층 주상복합에 들어서는 1,200가구는 공공임대와 민간이 반반이다. 노후 불량주거지의 대명사였던 쪽방촌이 '주거복지'를 품은 성공적인 콤팩트시티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그 결과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청사진도 달라질 수 있다.
  • [취재K] ‘소셜믹스’와 ‘재개발’이 만난다면…‘영등포 쪽방촌’의 미래
    • 입력 2020-01-25 08:06:06
    취재K
'영등포 쪽방촌 -> 36층 주상복합' 도시정비 대안 될까

1899년, 한국의 첫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했다. 그 시작은 이듬해 만들어진 서울 영등포역이었다. 역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며 상가와 여인숙이 생겨났다. 일부는 번성했지만, 일부는 쇠락한 채 남았다. 쇠락한 곳엔 도시 빈민이 모여들었고, 쪽방촌을 형성했다.

이처럼 쇠락의 흔적이었던 서울 영등포 쪽방촌이 고층 주거단지로 거듭난다. 지난 19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 영등포 공공주택 지구'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공개된 조감도를 보면 쪽방촌 자리에 높다랗게 솟아난 주상복합들이 사뭇 낯설다.

정부의 정비계획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역 앞 부지 1만㎡의 쪽방촌을 철거되는 대신 최고 36층짜리 주상복합 등 건물 4동이 들어선다. 36층짜리 주상복합 두 동에는 민간 주택 600호를 분양하고, 나머지 두 동에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 370호와 행복주택 220호 등이 입주한다.

1,200호 가운데 절반이 공공임대, 절반이 민간분야인 셈이다. 대규모 공급을 기대했던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600호라는 민간 공급 규모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서울 시내에서 공동주택특별법을 적용해 정비사업을 벌이게 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토지를 강제력 있게 수용해 서울 도심 내에 임대주택과 민간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으로 인정받은 경우에 토지 수용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공공주택 사업도 공익사업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토지 강제수용' 가능한 공공주택 특별법

영등포 쪽방촌 개발에 적용된 공공주택 특별법의 시초는 국민임대주택 특별법이다. 저소득층의 주거여건 개선과 주거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됐다.

국민임대주택법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반값아파트 보급 정책에 따라 보금자리주택법으로 개정되었다가 박근혜 정부이던 2014년 공공주택 특별법으로 재개정됐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특별법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택지 확보다. 공공주택사업자는 주택지구 조성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물론 감정평가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지만, 결과적으로 토지 주인의 동의 없이 수용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특별법에서 보장하는 정부의 토지 수용 권한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강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강제 수용이라는 사안의 민감성과 여론의 부담 때문일까. 정부가 공특법이라는 '큰 칼'을 과감히 휘둘러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공공주택 특별법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 30만 호 공급 정책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가 공공주택 특별법으로 진행되면서부터다. 3기 신도시는 특별법 규정에 따라 공공임대 등 공공주택이 50% 이상으로 채워진다.

이처럼 지난해에 서울 외곽 대규모 택지에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대규모 공급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올해는 서울 도심에서 처음으로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급계획이 성사된 셈이다.


'민간정비'가 아닌 '공공개발'로 패러다임 전환 가능할까

최근 10여 년간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민간 정비사업 위주로 이뤄졌다. 이른바 '뉴타운'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다.

하지만 재건축과 재개발은 멸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규공급 효과 자체는 크지 않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거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주택의 총량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정비사업의 성사 조건이 '사업성'에만 달려있기 때문에 지분관계가 복잡하거나 '돈이 안 되는' 지역은 정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영등포 쪽방촌을 비롯해 서울 곳곳의 쪽방촌이 그동안 방치됐던 것도 민간 주도의 도시환경정비법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공공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그동안 대규모 공공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에 정부가 소극적이었던 측면이 있었고 지적했다. 이어 최 소장은 "민간정비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공공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공주택 특별법을 적용한 영등포 쪽방촌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위한 '소셜믹스'와 공급 위한 '재개발'을 동시에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 공공주택 지구'를 발표하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목소리로 '소셜믹스'를 강조했다.

소셜믹스는 고소득층과 중산층, 저소득층 등 서로 다른 사회적 계층이 같은 주거 단지에서 살도록 해 계층 간 격차와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한 혼합 거주 정책이다.

김현미 장관은 "쪽방촌 주민과 청년, 신혼부부들이 함께 거주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교류하는 공간이 되고, 기존 쪽방촌 주민도 생활에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를 내놨다.

박원순 시장 역시 "단순히 주거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삶의 종합적인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삶을 고려하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성 회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등포 쪽방촌 정비처럼 이뤄지는 고밀도 공공개발은 이 같은 '소셜믹스'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시장의 '공급 갈증'을 일부 해소하는 대안도 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김현미 장관이 "공급 축소 우려는 공포 마케팅"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실제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 1천 호, 분양 물량은 4만 6천 호로 예년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입주 물량의 5년 평균인 3만 2천 호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된 2018년 무렵부터 계획에 비해 실제로 분양되는 물량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2015년에는 전국에서 계획됐던 30만 8천 호보다 10만 호 이상 많은 43만 6천 가구가 분양됐다. 하지만 2017년에는 계획보다 실제 분양되는 실적이 더 적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계획 대비 분양실적이 10만 호 이상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임대주택 등록과 실거주 요건 강화로 인해 시장의 매물 상당수가 잠겨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공급 물량' 축소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이 주도해 역세권과 쪽방촌 등 서울 도심지 불량 노후 주거지역을 고밀도로 공공개발한다면 부족한 서울 내의 공급을 일부나마 해결하는 데에도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정부의 추진 의지다. 영등포 쪽방촌의 경우 국공유지의 비율이 40%였다. 공공개발 대상 지역의 국유지의 비율이 낮을수록 정부의 부담은 커진다. 국유지 비율이 낮을수록 수용 대상 지주의 반발은 더 커지고, 비용 부담도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H 관계자는 "국유지의 비율이 50% 이상은 되어야 공공주택특별법을 이용한 토지수용과 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일종의 시장 평가였는데 그보다 못 미치는 국유지 비율을 감수하고 이번에 과감하게 결정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고층·고밀 개발'에 대한 반감을 넘어서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시 조례상 상업용지의 용적률 제한인 800%를 꽉 채워 개발된다. 30층이 넘는 고층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다.

용적률을 높이지 않으면 안 그래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공공개발은 정부와 지자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적자가 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공급되는 주택 물량 자체도 줄어든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SH는 내부적으로 역세권 고밀 개발을 통한 도심형 주택 공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역세권 유형과 입지특성에 따라 용도지역을 상향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역세권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300%에서 400%까지 높이는 식이다.

수십 년간 방치됐던 영등포 쪽방촌이 개발된다. 36층 주상복합에 들어서는 1,200가구는 공공임대와 민간이 반반이다. 노후 불량주거지의 대명사였던 쪽방촌이 '주거복지'를 품은 성공적인 콤팩트시티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그 결과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청사진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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