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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생 윤인순, 이번엔 北 개성 갈 수 있을까?
입력 2020.01.25 (09:00) 수정 2020.01.25 (18:31) 취재K
34년생 윤인순, 이번엔 北 개성 갈 수 있을까?
"내 이름은 윤인순, 1934년 5월 10일생. 고향은 개성시 서흥동 48번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나이 이제 87세가 다 되었습니다…기나긴 세월을 고향을 그리면서 살아왔습니다. 살아생전에 고향 땅 한번 밟아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개성여고 2학년 때 한국 전쟁을 겪고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 윤인순 할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수를 놓듯 기록한 글입니다.

어머니는 당시 개성에서 식당을 운영했는데 전쟁통에 피난민들이 식당으로 밀려들자 곧 따라가겠다면서 "너희들 먼저 나가라"고 하셨다죠. 그게 윤 할머니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그때 그 단발머리 여고생은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습니다. 남쪽에서 결혼해 7남매를 키우고 사는 동안 북쪽에 두고 온 가족, 고향 땅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남은 소원은 딱 하나, 죽기 전에 고향 땅 한번 밟아보는 겁니다.

북쪽에 남아 있을 혈육이라도 찾고 싶어 매일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윤 할머니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 지역 '개별 관광'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한강 하류의 그 10리 강만 넘으면 우리 큰집이에요. 소원은 고향 땅 가보는 거, 그거밖에 없어요. 대통령님께서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 "북미만 바라보지 않겠다" '개별 관광' 꺼낸 文

북한 지역 '개별 관광'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건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한 뒤부터입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 방안 중 하나로 '개별 관광'을 꼽으면서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므로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올해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겠다"면서 '남북 관계 속도전'도 공식화했습니다.

지난해엔 북미 대화가 잘 풀리면 남북 관계도 풀릴 거란 생각에 북미 대화를 앞세웠는데, 결국 북미도 안 풀리고 남북 관계까지 얼어붙었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남북 협력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고, 북미 대화 동력도 만들어보겠다는 겁니다.

미국과의 '신경전'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대북 개별 관광은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거친 발언을 쏟아냈는데, 청와대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공개 경고하며 "남북 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과의 마찰 우려에도 이례적으로 미국 대사를 비판한 건, 그만큼 이 문제에 관한 한 정부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죠.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이라고 강조한 정부는 '개별 관광'에 대해 구체적 방식을 공개했습니다. ▲ 육로를 통해 북한 지역 방문 ▲ 제3국을 경유해 북한 방문 ▲ 외국인의 남북 연계관광 허용 등 3가지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일단 한시가 급한 이산가족부터 시작해 점차 일반인들에게도 확대한다는 구상이죠. 올해 87세인 윤 할머니가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입니다.


■ 北은 아직 침묵…'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수

관건은 무엇보다 북한의 호응입니다. 북한은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구상에 대해 찬성한다, 반대한다 명확한 입장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거죠.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제안이나 계획에 대해 북한도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남북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런데 본격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방역 체계가 취약한 북한이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겁니다. 중국인 관광객까지 막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통한 개별 관광은 당분간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 '개별 관광'이 이산가족 눈물 닦아줄까

"명절이면 그리움이 더 깊어지는 분들이 계십니다.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분들이 더 늦기 전에 가족과 함께하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문 대통령 새해 인사)

문 대통령은 설을 맞아 공개한 영상 인사에서 실향민을 언급했습니다. 북한 개별 관광 등 남북 교류 사업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거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사실 이산가족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63%가 80세 이상 고령입니다. 2018년 8월 이후 상봉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있는데, 그 사이 지난해에만 3천 백여 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봉 신청자 10명 중 6명이 끝내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는 거죠.

더 늦기 전에 남북이 반드시 지혜를 모아야 할 '간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34년생 윤인순, 이번엔 北 개성 갈 수 있을까?
    • 입력 2020.01.25 (09:00)
    • 수정 2020.01.25 (18:31)
    취재K
34년생 윤인순, 이번엔 北 개성 갈 수 있을까?
"내 이름은 윤인순, 1934년 5월 10일생. 고향은 개성시 서흥동 48번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나이 이제 87세가 다 되었습니다…기나긴 세월을 고향을 그리면서 살아왔습니다. 살아생전에 고향 땅 한번 밟아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개성여고 2학년 때 한국 전쟁을 겪고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 윤인순 할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수를 놓듯 기록한 글입니다.

어머니는 당시 개성에서 식당을 운영했는데 전쟁통에 피난민들이 식당으로 밀려들자 곧 따라가겠다면서 "너희들 먼저 나가라"고 하셨다죠. 그게 윤 할머니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그때 그 단발머리 여고생은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습니다. 남쪽에서 결혼해 7남매를 키우고 사는 동안 북쪽에 두고 온 가족, 고향 땅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남은 소원은 딱 하나, 죽기 전에 고향 땅 한번 밟아보는 겁니다.

북쪽에 남아 있을 혈육이라도 찾고 싶어 매일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윤 할머니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 지역 '개별 관광'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한강 하류의 그 10리 강만 넘으면 우리 큰집이에요. 소원은 고향 땅 가보는 거, 그거밖에 없어요. 대통령님께서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 "북미만 바라보지 않겠다" '개별 관광' 꺼낸 文

북한 지역 '개별 관광'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건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한 뒤부터입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 방안 중 하나로 '개별 관광'을 꼽으면서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므로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올해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겠다"면서 '남북 관계 속도전'도 공식화했습니다.

지난해엔 북미 대화가 잘 풀리면 남북 관계도 풀릴 거란 생각에 북미 대화를 앞세웠는데, 결국 북미도 안 풀리고 남북 관계까지 얼어붙었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남북 협력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고, 북미 대화 동력도 만들어보겠다는 겁니다.

미국과의 '신경전'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대북 개별 관광은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거친 발언을 쏟아냈는데, 청와대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공개 경고하며 "남북 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과의 마찰 우려에도 이례적으로 미국 대사를 비판한 건, 그만큼 이 문제에 관한 한 정부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죠.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이라고 강조한 정부는 '개별 관광'에 대해 구체적 방식을 공개했습니다. ▲ 육로를 통해 북한 지역 방문 ▲ 제3국을 경유해 북한 방문 ▲ 외국인의 남북 연계관광 허용 등 3가지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일단 한시가 급한 이산가족부터 시작해 점차 일반인들에게도 확대한다는 구상이죠. 올해 87세인 윤 할머니가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입니다.


■ 北은 아직 침묵…'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수

관건은 무엇보다 북한의 호응입니다. 북한은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구상에 대해 찬성한다, 반대한다 명확한 입장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거죠.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제안이나 계획에 대해 북한도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남북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런데 본격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방역 체계가 취약한 북한이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겁니다. 중국인 관광객까지 막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통한 개별 관광은 당분간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 '개별 관광'이 이산가족 눈물 닦아줄까

"명절이면 그리움이 더 깊어지는 분들이 계십니다.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분들이 더 늦기 전에 가족과 함께하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문 대통령 새해 인사)

문 대통령은 설을 맞아 공개한 영상 인사에서 실향민을 언급했습니다. 북한 개별 관광 등 남북 교류 사업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거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사실 이산가족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63%가 80세 이상 고령입니다. 2018년 8월 이후 상봉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있는데, 그 사이 지난해에만 3천 백여 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봉 신청자 10명 중 6명이 끝내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는 거죠.

더 늦기 전에 남북이 반드시 지혜를 모아야 할 '간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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