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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한테 샀는데, ‘등기부’도 확인했는데…땅을 뺏기다
입력 2020.01.25 (09:00) 취재K
지난 2016년 5월, 50대 A 씨는 송 모 씨로부터 남양주에 있는 아파트를 샀습니다. 그런데 2017년 초, A 씨에게 법원에서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매도인 송 씨 남편의 조카가 '자신이 상속을 받았어야 하는 아파트'라며 소송을 낸 겁니다 .

알고 보니 A 씨에게 아파트를 판 송 씨는 2016년 내연남과 짜고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이른바 '니코틴 살인사건'의 아내, 주범이었습니다. 현행법상 송 씨는 상속을 받을 자격이 없는 상속결격자라, 다음 순위 상속권자가 집을 받아가게 됩니다.

당연히 등기부 등본엔 아내인 송씨가 적법한 상속인으로 부동산을 이전받은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A 씨는 송씨가 정당한 부동산 주인이라고 기재된 등기부 등본을 몇 번이고 확인한 후 집을 샀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는 법원이 현행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이란, 쉽게 설명하면 부동산을 산 사람이 등기가 실제 사실과 다르단 점을 몰랐다면 본래 무효인 등기라도 거래당사자 보호를 위해 유효한 등기처럼 간주하는 걸 말합니다.

당시 사건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사실상 국민들이 부동산 소유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등기부 등본이 유일한데 이를 믿고 산 사람을 보호해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런 경우는 또 있었습니다. 등기부 등본을 믿고 땅을 샀는데 '진짜 주인'이 나타나 졸지에 땅을 뺏겨버린 농민 부부 얘깁니다. 이 부부는 2016년 국가가 매각한 땅을 다른 사람을 거쳐 샀는데, 알고 보니 국가가 다른 사람과 소유권 분쟁 끝에 패소 확정판결까지 받고도 그 땅을 팔아버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진짜 땅 주인에게 땅을 돌려줘야 했던 사건입니다.

정말 청천벽력 같은 일이지만, 현행 법제나 판례상으로는 농민 부부가 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이 인정됐다면 A씨도, 농민 부부도 등기부 등본을 믿고 산 이상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진짜 주인이 나타났다 해도 부동산을 잃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사실 국민 입장에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죠. 부동산 등기제도는 부동산에 관한 일정한 사항을 등기를 통하여 공시해 거래 당사자가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제돕니다. 1년에 부동산 등기 신청되는 건수만 1,000만 건이 넘을 정도로,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도인 만큼 국가가 막대한 예산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국민이 부동산 소유관계를 알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 왜 인정 안 할까

법원이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배경은 광복 직후인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국회는 민법을 제정, 공포하면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려면 당사자가 서로 거래에 동의할 뿐만 아니라 '등기'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이른바 '형식주의'로의 전환입니다.

자연스럽게 소유권 이전을 공시하는 등기부 등본에 공신력을 인정할 것인지가 논의됐습니다. 등기가 사실관계와 다를 경우, 등기부를 믿고 사고판 사람을 보호해줘야 하느냔 겁니다.

그런데 등기부의 공신력을 인정하게 되면 당시 등기된 부동산이 실제 권리관계와 다르더라도 부동산 명의자를 보호해주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당시 등기부 등본을 믿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일제시대와 광복, 6·25 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땅이 제멋대로 오갔고, 자료는 없어졌으며, 지적부는 믿을 수 없는 종이 뭉텅이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국회에서 낸 결론은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 인정은 어렵다' 였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등기부가 정확하지 않고, 등기부가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등기원인에 관한 등기관의 실질적인 심사권한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등기관에게 그러한 심사권을 인정할 형편이 못 된다. 많은 수의 등기관을 유지한다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공신력의 인정은 재정상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시행하기 어려운 제도다." (현석호 의원)

"우리나라에서는 등기관에게 형식적 심사권밖에 없어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경근 의원)

결국, 당시 국회 본회의에선 부동산 소유권 이전에 등기가 필요하다는 점은 규정하되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은 인정하지 않는 원안이 가결됐습니다. 법원 역시 이런 민법의 취지를 반영해 1960년대 이래로 계속해서 거래 당사자보다는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우위에 놓는 판결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공신력을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찬반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2004년 민법 개정 과정에서도 등기의 공신력 문제가 논의됐지만 △실제 권리관계와 부동산 현황 일치를 위해선 전국적인 토지조사가 행해져야 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점 △공신력 인정을 위한 원인증서 공증, 진정한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피해보상제도, 공증제도의 정비 등 제반 제도가 미비한 점 △비용에 비해서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함으로써 얻게 될 이익이 크지 않다는 논거로 현 상태가 유지됐습니다.

"등기부 믿고 거래 못한다" Vs "시기상조…등기 신뢰성 없고 피해보상 보장 없어"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자는 주장의 가장 강력한 논거는 부동산 거래가 빈번한 현대 사회에서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제3자의 지위가 불안정하게 되어 거래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겁니다.

물론 공신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정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등기관은 서류심사만을 할 뿐인데 실질적 소유관계까지 조사하는 실질적 심사권을 인정하고, 등기원인증서의 공증제도, 진정한 권리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제도가 있어야 한단 겁니다.

공신력 인정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 즉 등기의 신뢰성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하여 선의취득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고, 소유자가 부동산에 대해 가지는 특별한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게 주된 논겁니다.

어찌 보면 등기의 신뢰성이 갖춰진다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한 것이죠.

현재 국민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가가 관리·운용하는 등기제도를 신뢰하고 거래합니다. 따라서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필요성이 있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2015년까지도 매년 20건 전후의 위조등기 신청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등기제도와 관련되어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피해를 보전해주는 피해보상제도도 없는 상탭니다.

해외는 어떨까…독일, 대만은 '등기 공신력' 법률로 공인

해외에서도 상당히 많은 국가에 등기부 등본 제도가 있고, 그 등기부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2015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독일,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스위스,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미국 일부 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중국, 대만 등입니다.

독일 민법(BGB) 제892조, 893조는 "권리취득자가 무권리자로부터 권리를 취득하였다 하더라도 그 등기가 진정 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유효하게 그 권리를 취득하고 반증에 의하여도 이에 반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대만 토지법 제43조는 "이 법에 따라 이루어진 등기는 절대적 효력이 있다"는 규정을 두는 등 등기의 공신력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외국엔 등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보상을 해주는 제도도 있습니다. 미국에선 토렌스 시스템 하에 부동산등기의 공신력과 같은 효력으로 권리를 부당하게 잃는 사람이나 등기관의 실수로 권리를 잃는 사람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보상기금이 마련돼 있습니다. 부실등기로 인하여 피해를 본 청구권자에게 과실이 없다면 피해보상청구권을 인정합니다.

영국 토지등기법도 등기오류로 인한 피해보상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등기기관이 손해를 배상해줍니다. 대만도 등기의 오류나 누락, 허위 등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사람이 있는 경우, 등기담당 기관이 그 손해가 피해자의 과실로 발생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 손해의 배상을 책임집니다.

우리나라에선 등기부 등본과 달리 진짜 소유자가 나타나 땅을 달라고 하면, 그 피해는 국민이 스스로 져야 합니다. 부동산을 판 사람에게 매매대금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방법 뿐입니다. 매매대금은 말 그대로 부동산을 산 그 대금만큼을 말하는 것이고, 부동산이 운 좋게 시세가 올랐다고 해도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등기관청의 고의·과실로 부실등기가 발생한 것이라면 피해를 본 국민은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하지만, 대단히 예외적인 경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등기신청수수료의 일부로 보상기금을 만들잔 얘기가 나오지만, 실제 입법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 ‘나라’한테 샀는데, ‘등기부’도 확인했는데…땅을 뺏기다
    • 입력 2020-01-25 09:00:03
    취재K
지난 2016년 5월, 50대 A 씨는 송 모 씨로부터 남양주에 있는 아파트를 샀습니다. 그런데 2017년 초, A 씨에게 법원에서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매도인 송 씨 남편의 조카가 '자신이 상속을 받았어야 하는 아파트'라며 소송을 낸 겁니다 .

알고 보니 A 씨에게 아파트를 판 송 씨는 2016년 내연남과 짜고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이른바 '니코틴 살인사건'의 아내, 주범이었습니다. 현행법상 송 씨는 상속을 받을 자격이 없는 상속결격자라, 다음 순위 상속권자가 집을 받아가게 됩니다.

당연히 등기부 등본엔 아내인 송씨가 적법한 상속인으로 부동산을 이전받은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A 씨는 송씨가 정당한 부동산 주인이라고 기재된 등기부 등본을 몇 번이고 확인한 후 집을 샀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는 법원이 현행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이란, 쉽게 설명하면 부동산을 산 사람이 등기가 실제 사실과 다르단 점을 몰랐다면 본래 무효인 등기라도 거래당사자 보호를 위해 유효한 등기처럼 간주하는 걸 말합니다.

당시 사건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사실상 국민들이 부동산 소유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등기부 등본이 유일한데 이를 믿고 산 사람을 보호해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런 경우는 또 있었습니다. 등기부 등본을 믿고 땅을 샀는데 '진짜 주인'이 나타나 졸지에 땅을 뺏겨버린 농민 부부 얘깁니다. 이 부부는 2016년 국가가 매각한 땅을 다른 사람을 거쳐 샀는데, 알고 보니 국가가 다른 사람과 소유권 분쟁 끝에 패소 확정판결까지 받고도 그 땅을 팔아버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진짜 땅 주인에게 땅을 돌려줘야 했던 사건입니다.

정말 청천벽력 같은 일이지만, 현행 법제나 판례상으로는 농민 부부가 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이 인정됐다면 A씨도, 농민 부부도 등기부 등본을 믿고 산 이상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진짜 주인이 나타났다 해도 부동산을 잃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사실 국민 입장에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죠. 부동산 등기제도는 부동산에 관한 일정한 사항을 등기를 통하여 공시해 거래 당사자가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제돕니다. 1년에 부동산 등기 신청되는 건수만 1,000만 건이 넘을 정도로,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도인 만큼 국가가 막대한 예산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국민이 부동산 소유관계를 알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 왜 인정 안 할까

법원이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배경은 광복 직후인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국회는 민법을 제정, 공포하면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려면 당사자가 서로 거래에 동의할 뿐만 아니라 '등기'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이른바 '형식주의'로의 전환입니다.

자연스럽게 소유권 이전을 공시하는 등기부 등본에 공신력을 인정할 것인지가 논의됐습니다. 등기가 사실관계와 다를 경우, 등기부를 믿고 사고판 사람을 보호해줘야 하느냔 겁니다.

그런데 등기부의 공신력을 인정하게 되면 당시 등기된 부동산이 실제 권리관계와 다르더라도 부동산 명의자를 보호해주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당시 등기부 등본을 믿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일제시대와 광복, 6·25 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땅이 제멋대로 오갔고, 자료는 없어졌으며, 지적부는 믿을 수 없는 종이 뭉텅이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국회에서 낸 결론은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 인정은 어렵다' 였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등기부가 정확하지 않고, 등기부가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등기원인에 관한 등기관의 실질적인 심사권한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등기관에게 그러한 심사권을 인정할 형편이 못 된다. 많은 수의 등기관을 유지한다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공신력의 인정은 재정상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시행하기 어려운 제도다." (현석호 의원)

"우리나라에서는 등기관에게 형식적 심사권밖에 없어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경근 의원)

결국, 당시 국회 본회의에선 부동산 소유권 이전에 등기가 필요하다는 점은 규정하되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은 인정하지 않는 원안이 가결됐습니다. 법원 역시 이런 민법의 취지를 반영해 1960년대 이래로 계속해서 거래 당사자보다는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우위에 놓는 판결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공신력을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찬반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2004년 민법 개정 과정에서도 등기의 공신력 문제가 논의됐지만 △실제 권리관계와 부동산 현황 일치를 위해선 전국적인 토지조사가 행해져야 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점 △공신력 인정을 위한 원인증서 공증, 진정한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피해보상제도, 공증제도의 정비 등 제반 제도가 미비한 점 △비용에 비해서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함으로써 얻게 될 이익이 크지 않다는 논거로 현 상태가 유지됐습니다.

"등기부 믿고 거래 못한다" Vs "시기상조…등기 신뢰성 없고 피해보상 보장 없어"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자는 주장의 가장 강력한 논거는 부동산 거래가 빈번한 현대 사회에서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제3자의 지위가 불안정하게 되어 거래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겁니다.

물론 공신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정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등기관은 서류심사만을 할 뿐인데 실질적 소유관계까지 조사하는 실질적 심사권을 인정하고, 등기원인증서의 공증제도, 진정한 권리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제도가 있어야 한단 겁니다.

공신력 인정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 즉 등기의 신뢰성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하여 선의취득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고, 소유자가 부동산에 대해 가지는 특별한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게 주된 논겁니다.

어찌 보면 등기의 신뢰성이 갖춰진다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한 것이죠.

현재 국민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가가 관리·운용하는 등기제도를 신뢰하고 거래합니다. 따라서 등기부 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필요성이 있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2015년까지도 매년 20건 전후의 위조등기 신청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등기제도와 관련되어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피해를 보전해주는 피해보상제도도 없는 상탭니다.

해외는 어떨까…독일, 대만은 '등기 공신력' 법률로 공인

해외에서도 상당히 많은 국가에 등기부 등본 제도가 있고, 그 등기부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2015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독일,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스위스,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미국 일부 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중국, 대만 등입니다.

독일 민법(BGB) 제892조, 893조는 "권리취득자가 무권리자로부터 권리를 취득하였다 하더라도 그 등기가 진정 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유효하게 그 권리를 취득하고 반증에 의하여도 이에 반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대만 토지법 제43조는 "이 법에 따라 이루어진 등기는 절대적 효력이 있다"는 규정을 두는 등 등기의 공신력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외국엔 등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보상을 해주는 제도도 있습니다. 미국에선 토렌스 시스템 하에 부동산등기의 공신력과 같은 효력으로 권리를 부당하게 잃는 사람이나 등기관의 실수로 권리를 잃는 사람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보상기금이 마련돼 있습니다. 부실등기로 인하여 피해를 본 청구권자에게 과실이 없다면 피해보상청구권을 인정합니다.

영국 토지등기법도 등기오류로 인한 피해보상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등기기관이 손해를 배상해줍니다. 대만도 등기의 오류나 누락, 허위 등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사람이 있는 경우, 등기담당 기관이 그 손해가 피해자의 과실로 발생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 손해의 배상을 책임집니다.

우리나라에선 등기부 등본과 달리 진짜 소유자가 나타나 땅을 달라고 하면, 그 피해는 국민이 스스로 져야 합니다. 부동산을 판 사람에게 매매대금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방법 뿐입니다. 매매대금은 말 그대로 부동산을 산 그 대금만큼을 말하는 것이고, 부동산이 운 좋게 시세가 올랐다고 해도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등기관청의 고의·과실로 부실등기가 발생한 것이라면 피해를 본 국민은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하지만, 대단히 예외적인 경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등기신청수수료의 일부로 보상기금을 만들잔 얘기가 나오지만, 실제 입법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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