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라고요?” 지금 우한에선 이런 일이…

입력 2020.01.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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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집에 돌아가라고요?"

중국 우한시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첫날인 지난 23일 밤늦게 중국 웨이보에 안타까운 사연이 올라왔다.
어떤 기사보다 더 생생한 그 글을 한글로 최대한 축약해 소개하고 싶다.

- 우한시에 거주하는 25세 남성이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

"지난 19일 밤부터 설사와 고열 증세가 시작됐다."
"이틀이 지난 21일 기침이 심해져 가래에서 피가 섞여 나와 병원을 찾았다."
"후베이성 중의원(일종의 한의원)에서 신종폐렴이 확실하다고 진단받았다. 양쪽 폐가 모두 감염됐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입원은 우한시 제7 병원으로 가서 하라고 한다."
"우한시 제7 병원을 찾아 갔더니 입원실을 개조하고 있다며 입원할 수 없다고 한다. 우창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우창 병원에 가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병상이 없다며 내일 새벽 6시에 다시 오라고 한다."
"할 수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밤 11시 아버지가 우한시 제7 병원 입원실이 열렸다고 급히 알려왔다. 아버지가 나 대신 가서 오랫동안 줄을 섰다."
"우한시 제7 병원 의사가 진찰을 다시 하고 신종폐렴 증세가 확실하다고 했다. 하지만 테스트 진단 장비가 동났다며 확진 판정은 해줄 수가 없다고 말한다. 확진이 안 되면 입원도 안 된단다."
"내가 물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라고요? 젊은 의사가 미안한 눈빛으로 나도 마음이 아픈데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대답했다."
"다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22일) 우창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저녁 6시나 돼야 병상이 빈다는 통보였다."
"그날 저녁 6시까지 기다렸는데, 우창 병원에서 또다시 병상이 다 찼다며 입원이 안 된다고 전화가 왔다."
"이때 이미 내 증세는 숨 쉬는 게 힘겹고, 폐는 뭔가 묵직한 것으로 눌린 느낌이었다. 기침이 심하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
"글을 쓰는 지금은 23일 밤, 나는 지금도 내 방에 혼자 누워있다."
"나는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날 볼보겠다는 것을 극구 거부했다."
"아무도 내 병세의 변화를 살피고 있지 않으며, 주사 한 방울 못 맞았다."
"내 주변에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은 여전히 여기저기 헛걸음질을 하고 다니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어머니가 폐렴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 두렵다."


중국 우한시...사실상 감염병 통제 불능 상태.

우한시 시민들이 웨이보 등에 올리는 짤막한 영상들을 보면 우한시 현 상황을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병원마다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해대는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홍콩계 민영 방송사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길게 늘어선 줄 뒤쪽의 한 여성이 "나도 열이 나고 있다고요. 제발 살려주세요!"라며 울부짖는다. 방호복으로 완전히 무장한 간호사가 "급해도 소용없어요. 여기다 아프니까!"라며 더 큰 목소리로 냉정하게 되받아친다. 의료진도 환자도 공포에 사로잡힌 공황상태다.

병원 복도에 줄지어서 기침하며 기다리는 환자들. 누군가는 아예 바닥에 쓰러져 있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모습이 괴기스럽다. 우한시의 현직 간호사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올린 동영상에는 흰 천으로 온몸이 덮여있어 마치 시신처럼 보이는 것들이 병원 복도에 그냥 방치돼 있다. 우한시는 이제서야 임시 격리 병동을 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통제 불능 상태로 보인다.


중국 보건 당국의 소극, 늑장 대처...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우한시의 이 같은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중국에서 발표하고 있는 공식 통계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홍콩과 서방 쪽 전문가들이 실제 환자와 사망자 수가 중국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초·중순부터 집단폐렴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발표는 12월 31일, 그리고 우한시 여행객을 상대로 한 발열 검사는 1월 14일에서야 시작했다. 최장 2주간의 잠복기를 고려했다면 우한시 봉쇄조치가 늦어도 1월 1일에는 시행됐어야 했다. 우한시장 본인도 뒤늦게 개탄하는 부분이다. 우한 봉쇄 전에 이미 상당수 감염자는 중국 전역, 그리고 세계 각지로 빠져나갔으니 누굴 탓해야 하나.

사태 초기부터 중국은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2003년 사스의 교훈 운운하며 중국의 감염병 대처가 많이 나아졌다는 일부 언론의 분석은 그래서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 보건 당국은 사태 초기부터 감염자가 우한 내에서만 나오고 있으며, 사람 간 전염 사례가 없다며 이번 신종 폐렴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했다. 2003년 사스 초기 비밀주의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전 아시아,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던 그때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시진핑 설 인사말에 우한 폐렴 단 한마디도 언급 안 해.

"우한 폐렴의 확산을 단호하게 억제하라"고 지시했던 시진핑 주석은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진 지난 23일 춘절 단배식 인사말에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2020년 새해는 중국 공산당이 약속한 샤오캉 사회, 즉 모두가 풍요를 누리는 사회를 달성해야 할 시기인데, 전염병의 창궐이라니 부각하고 싶지 않았을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관영매체 보도를 보다 보면 너무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온종일 춘절 분위기 띄우는 방송이다. CCTV 아나운서들과 출연자들이 웃고 떠들고, 노래를 부른다. 우한 시민들의 절규는 웃음소리에 완전히 묻혔다.

지금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 태도를 보면 전염병을 빨리 종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 국민의 동요를 막는 게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아픈 환자가 치료보다 화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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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라고요?” 지금 우한에선 이런 일이…
    • 입력 2020-01-25 13:43:04
    특파원 리포트
"이대로 집에 돌아가라고요?"

중국 우한시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첫날인 지난 23일 밤늦게 중국 웨이보에 안타까운 사연이 올라왔다.
어떤 기사보다 더 생생한 그 글을 한글로 최대한 축약해 소개하고 싶다.

- 우한시에 거주하는 25세 남성이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

"지난 19일 밤부터 설사와 고열 증세가 시작됐다."
"이틀이 지난 21일 기침이 심해져 가래에서 피가 섞여 나와 병원을 찾았다."
"후베이성 중의원(일종의 한의원)에서 신종폐렴이 확실하다고 진단받았다. 양쪽 폐가 모두 감염됐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입원은 우한시 제7 병원으로 가서 하라고 한다."
"우한시 제7 병원을 찾아 갔더니 입원실을 개조하고 있다며 입원할 수 없다고 한다. 우창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우창 병원에 가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병상이 없다며 내일 새벽 6시에 다시 오라고 한다."
"할 수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밤 11시 아버지가 우한시 제7 병원 입원실이 열렸다고 급히 알려왔다. 아버지가 나 대신 가서 오랫동안 줄을 섰다."
"우한시 제7 병원 의사가 진찰을 다시 하고 신종폐렴 증세가 확실하다고 했다. 하지만 테스트 진단 장비가 동났다며 확진 판정은 해줄 수가 없다고 말한다. 확진이 안 되면 입원도 안 된단다."
"내가 물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라고요? 젊은 의사가 미안한 눈빛으로 나도 마음이 아픈데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대답했다."
"다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22일) 우창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저녁 6시나 돼야 병상이 빈다는 통보였다."
"그날 저녁 6시까지 기다렸는데, 우창 병원에서 또다시 병상이 다 찼다며 입원이 안 된다고 전화가 왔다."
"이때 이미 내 증세는 숨 쉬는 게 힘겹고, 폐는 뭔가 묵직한 것으로 눌린 느낌이었다. 기침이 심하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
"글을 쓰는 지금은 23일 밤, 나는 지금도 내 방에 혼자 누워있다."
"나는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날 볼보겠다는 것을 극구 거부했다."
"아무도 내 병세의 변화를 살피고 있지 않으며, 주사 한 방울 못 맞았다."
"내 주변에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은 여전히 여기저기 헛걸음질을 하고 다니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어머니가 폐렴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 두렵다."


중국 우한시...사실상 감염병 통제 불능 상태.

우한시 시민들이 웨이보 등에 올리는 짤막한 영상들을 보면 우한시 현 상황을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병원마다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해대는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홍콩계 민영 방송사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길게 늘어선 줄 뒤쪽의 한 여성이 "나도 열이 나고 있다고요. 제발 살려주세요!"라며 울부짖는다. 방호복으로 완전히 무장한 간호사가 "급해도 소용없어요. 여기다 아프니까!"라며 더 큰 목소리로 냉정하게 되받아친다. 의료진도 환자도 공포에 사로잡힌 공황상태다.

병원 복도에 줄지어서 기침하며 기다리는 환자들. 누군가는 아예 바닥에 쓰러져 있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모습이 괴기스럽다. 우한시의 현직 간호사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올린 동영상에는 흰 천으로 온몸이 덮여있어 마치 시신처럼 보이는 것들이 병원 복도에 그냥 방치돼 있다. 우한시는 이제서야 임시 격리 병동을 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통제 불능 상태로 보인다.


중국 보건 당국의 소극, 늑장 대처...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우한시의 이 같은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중국에서 발표하고 있는 공식 통계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홍콩과 서방 쪽 전문가들이 실제 환자와 사망자 수가 중국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초·중순부터 집단폐렴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발표는 12월 31일, 그리고 우한시 여행객을 상대로 한 발열 검사는 1월 14일에서야 시작했다. 최장 2주간의 잠복기를 고려했다면 우한시 봉쇄조치가 늦어도 1월 1일에는 시행됐어야 했다. 우한시장 본인도 뒤늦게 개탄하는 부분이다. 우한 봉쇄 전에 이미 상당수 감염자는 중국 전역, 그리고 세계 각지로 빠져나갔으니 누굴 탓해야 하나.

사태 초기부터 중국은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2003년 사스의 교훈 운운하며 중국의 감염병 대처가 많이 나아졌다는 일부 언론의 분석은 그래서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 보건 당국은 사태 초기부터 감염자가 우한 내에서만 나오고 있으며, 사람 간 전염 사례가 없다며 이번 신종 폐렴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했다. 2003년 사스 초기 비밀주의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전 아시아,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던 그때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시진핑 설 인사말에 우한 폐렴 단 한마디도 언급 안 해.

"우한 폐렴의 확산을 단호하게 억제하라"고 지시했던 시진핑 주석은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진 지난 23일 춘절 단배식 인사말에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2020년 새해는 중국 공산당이 약속한 샤오캉 사회, 즉 모두가 풍요를 누리는 사회를 달성해야 할 시기인데, 전염병의 창궐이라니 부각하고 싶지 않았을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관영매체 보도를 보다 보면 너무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온종일 춘절 분위기 띄우는 방송이다. CCTV 아나운서들과 출연자들이 웃고 떠들고, 노래를 부른다. 우한 시민들의 절규는 웃음소리에 완전히 묻혔다.

지금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 태도를 보면 전염병을 빨리 종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 국민의 동요를 막는 게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아픈 환자가 치료보다 화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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