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옛 한진CY 땅 ‘사전협상’ 개발…특혜 논란 수면 위로

입력 2020.01.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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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여를 조건으로 땅의 용도를 변경해 주는 '지구단위계획 사전협상제'라는 것이 있다. 부산에서 이 제도를 처음 적용한 개발 사업이 해운대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특혜 시비로 논란이 뜨겁다.

해운대구 옛 한진CY 땅, 부산 첫 '사전협상' 개발 대상지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5만 4천 제곱미터 규모의 옛 한진 컨테이너 야적장이다. 이 땅의 개발을 두고 사전협상이 시작됐는데, 데, 핵심은 땅의 용도변경이다. 현재 이곳은 '준공업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 땅을 두고 민간사업자 '삼미디앤씨'는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부산시는 민간 사업자의 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정해야 한다. '상업지역'으로 변경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보다 용적률상 아래 단계인 '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차이는 용적률, 즉, 건물 높이인데, 일반적으로 '주거'지역이 최대 3-40층 규모라면, '상업'지역은 6-70층을 웃돈다. 심지어 8-90층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민간사업자는 68층짜리 공동주택 4개 동과 레지던스 3개 동 등 약 3천 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를 만들겠다는 사업 제안서를 내놓았다. 결국, 초고층 주거단지라는 점 때문에 난개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가 사업자가 신청한 대로 '상업지역' 변경에 무게를 두고 협상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부산시 도시계획과는 "해운대 경찰서 뒷쪽 재송동 부지까지 전체를 봤을 때, 중심이 될 수 있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거점지역으로서 상업기능의 도입은 필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재송동 일대 상권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용도변경부터 공공기여까지 특혜 논란, 왜?

부산시가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천백억 원이라는 공공기여금 역시, 상업지역 변경을 전제로 계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배용준 부산시의원은 "부산시가 1,100억 원이라는 숫자를 시민들에게 슬쩍 흘렸다. 마치 1,100억 원이라는 큰 돈을 우리가 시민을 위해서 예산을 확보했고 공공 기여를 받아낸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도시관리계획에서 상업지역은 더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번 사업에 대해서만 별도로 길을 열어준 것부터 특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전협상제를 먼저 도입한 서울의 경우, 지금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준공업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급격하게 용도가 상향된 사례는 없다.


1차 협상 회의 개최…"현재 개발 계획으로는 용도변경 안 돼"

처음 열린 1차 협상 테이블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집중적으로 지적되었다. 옛 한진 컨테이너 땅 개발 협상 조정 협의회에는 부산시와 사업자 측 각 3명, 여기에 도시계획, 건축, 교통 등 각 분야 외부 전문가 6명 등 모두 12명이 참여한다. 협의회는 앞으로 6개월간 사업자가 낸 개발계획안을 놓고 토론한 뒤 사업자 요구대로 땅의 용도를 변경해 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첫 협의회에서 외부 전문가들은 민간 사업자의 개발 계획안을 '초고층 주거지' 조성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협상에 참여한 한 외부전문가는 취재진에게 "지금 계획은 100% 주거단지를 짓겠다는 것이다. 이 상태로 용도변경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려면 최소한의 '업무시설'이 포함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7개 동을 모두 68-9층 높이로 짓는 것은 부산시의 도시 경관 정책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종구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일반 상업지역이 다 초고층화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가 사업 이익을 많이 챙겨가기 위해서 초고층을 제안하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 공공 행정 권력을 쥔 부산시가 초고층 건물의 입지적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정리하면 끝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외부 전문가는 용도 변경 대가로 사업자가 부산시에 내놓겠다고 한 공공기여 규모도 적다고 지적했다. "보행교와 연결도로 등 각종 기반시설 건설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산시는 법률이 정한 범위가 있는 만큼 무한정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시민사회단체 '사업 재검토' 요구…"합법적 특혜 우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에서도 부산의 첫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이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산참여연대는 부산시가 민간 사업자가 요청한 '상업지역'에 무게를 두고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협상 당사자로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잃은 행위라고 언급했다. 민간 사업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시민들에게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전협상이라는 제도가 사업자 실리만 챙겨주는 '합법적 특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마치 법적으로 존재하는 사전협상이라는 제도를 활용해서 전문가, 교수들이 의논해 사업자 좋은 일만 해 주는, 제2의 엘시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개발 방향을 가늠하는 첫 사전협상형 개발이 성급하게 진행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산시의회 배용준 의원은 "부산시가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민간 사업자의 개발 계획을 그대로 수용하려 한다"며 사전협상 개발의 취지인 '공공성' 담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부산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시민토론회를 2회 개최했다고 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일 아닌가? 왜 시민 여론을 제대로 모으지 않는가? 왜 시의회 도시안전상임위원들에게도 의견을 묻지 않았을까? 더구나 올해 이 총선 와중에 6월까지 협상을 끝내겠다고 한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라고 언급했다.

부산 첫 사전협상 개발, 도시 개발 방향 좌우

협상 전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도 비공개 회의를 열어 비난을 받았던 부산시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때문에 협상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첫 사전협상 대상지인 옛 한진 컨테이너 땅을 포함해 기장과 다대포 등에서도 추가로 사전협상이 추진되고 있다. 첫 협상에서 부산시가 어떤 결과를 도출하느냐가 앞으로의 부산 도시 개발 방향을 좌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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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5 19:15:59
    취재K
공공기여를 조건으로 땅의 용도를 변경해 주는 '지구단위계획 사전협상제'라는 것이 있다. 부산에서 이 제도를 처음 적용한 개발 사업이 해운대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특혜 시비로 논란이 뜨겁다.

해운대구 옛 한진CY 땅, 부산 첫 '사전협상' 개발 대상지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5만 4천 제곱미터 규모의 옛 한진 컨테이너 야적장이다. 이 땅의 개발을 두고 사전협상이 시작됐는데, 데, 핵심은 땅의 용도변경이다. 현재 이곳은 '준공업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 땅을 두고 민간사업자 '삼미디앤씨'는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부산시는 민간 사업자의 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정해야 한다. '상업지역'으로 변경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보다 용적률상 아래 단계인 '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차이는 용적률, 즉, 건물 높이인데, 일반적으로 '주거'지역이 최대 3-40층 규모라면, '상업'지역은 6-70층을 웃돈다. 심지어 8-90층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민간사업자는 68층짜리 공동주택 4개 동과 레지던스 3개 동 등 약 3천 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를 만들겠다는 사업 제안서를 내놓았다. 결국, 초고층 주거단지라는 점 때문에 난개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가 사업자가 신청한 대로 '상업지역' 변경에 무게를 두고 협상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부산시 도시계획과는 "해운대 경찰서 뒷쪽 재송동 부지까지 전체를 봤을 때, 중심이 될 수 있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거점지역으로서 상업기능의 도입은 필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재송동 일대 상권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용도변경부터 공공기여까지 특혜 논란, 왜?

부산시가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천백억 원이라는 공공기여금 역시, 상업지역 변경을 전제로 계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배용준 부산시의원은 "부산시가 1,100억 원이라는 숫자를 시민들에게 슬쩍 흘렸다. 마치 1,100억 원이라는 큰 돈을 우리가 시민을 위해서 예산을 확보했고 공공 기여를 받아낸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도시관리계획에서 상업지역은 더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번 사업에 대해서만 별도로 길을 열어준 것부터 특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전협상제를 먼저 도입한 서울의 경우, 지금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준공업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급격하게 용도가 상향된 사례는 없다.


1차 협상 회의 개최…"현재 개발 계획으로는 용도변경 안 돼"

처음 열린 1차 협상 테이블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집중적으로 지적되었다. 옛 한진 컨테이너 땅 개발 협상 조정 협의회에는 부산시와 사업자 측 각 3명, 여기에 도시계획, 건축, 교통 등 각 분야 외부 전문가 6명 등 모두 12명이 참여한다. 협의회는 앞으로 6개월간 사업자가 낸 개발계획안을 놓고 토론한 뒤 사업자 요구대로 땅의 용도를 변경해 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첫 협의회에서 외부 전문가들은 민간 사업자의 개발 계획안을 '초고층 주거지' 조성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협상에 참여한 한 외부전문가는 취재진에게 "지금 계획은 100% 주거단지를 짓겠다는 것이다. 이 상태로 용도변경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려면 최소한의 '업무시설'이 포함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7개 동을 모두 68-9층 높이로 짓는 것은 부산시의 도시 경관 정책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종구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일반 상업지역이 다 초고층화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가 사업 이익을 많이 챙겨가기 위해서 초고층을 제안하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 공공 행정 권력을 쥔 부산시가 초고층 건물의 입지적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정리하면 끝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외부 전문가는 용도 변경 대가로 사업자가 부산시에 내놓겠다고 한 공공기여 규모도 적다고 지적했다. "보행교와 연결도로 등 각종 기반시설 건설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산시는 법률이 정한 범위가 있는 만큼 무한정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시민사회단체 '사업 재검토' 요구…"합법적 특혜 우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에서도 부산의 첫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이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산참여연대는 부산시가 민간 사업자가 요청한 '상업지역'에 무게를 두고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협상 당사자로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잃은 행위라고 언급했다. 민간 사업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시민들에게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전협상이라는 제도가 사업자 실리만 챙겨주는 '합법적 특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마치 법적으로 존재하는 사전협상이라는 제도를 활용해서 전문가, 교수들이 의논해 사업자 좋은 일만 해 주는, 제2의 엘시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개발 방향을 가늠하는 첫 사전협상형 개발이 성급하게 진행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산시의회 배용준 의원은 "부산시가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민간 사업자의 개발 계획을 그대로 수용하려 한다"며 사전협상 개발의 취지인 '공공성' 담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부산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시민토론회를 2회 개최했다고 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일 아닌가? 왜 시민 여론을 제대로 모으지 않는가? 왜 시의회 도시안전상임위원들에게도 의견을 묻지 않았을까? 더구나 올해 이 총선 와중에 6월까지 협상을 끝내겠다고 한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라고 언급했다.

부산 첫 사전협상 개발, 도시 개발 방향 좌우

협상 전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도 비공개 회의를 열어 비난을 받았던 부산시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때문에 협상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첫 사전협상 대상지인 옛 한진 컨테이너 땅을 포함해 기장과 다대포 등에서도 추가로 사전협상이 추진되고 있다. 첫 협상에서 부산시가 어떤 결과를 도출하느냐가 앞으로의 부산 도시 개발 방향을 좌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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