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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는 인류에게 축복?”…이제는 ‘기후 재앙’으로
입력 2020.01.26 (11:04) 취재K
“온난화는 인류에게 축복?”…이제는 ‘기후 재앙’으로
1896년 학계에 '온실가스'라는 말이 처음 제기됐습니다. 스웨덴의 화학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기온을 높일 수 있는 '온실가스'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지구 표면에서 방출되는 열을 흡수해 마치 담요를 덮은 것처럼 지구를 따뜻하게 해준다는 온실효과를 처음으로 제기한 건데, 온실가스라는 말도 최초로 등장했습니다.


"온난화는 인류에게 축복이 될 것"

당시 아레니우스의 계산 대로라면 이산화탄소에 의한 기온 상승효과는 최대 21℃나 됐습니다. 재앙 수준이지만 아레니우스는 온실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려면 1000년 이상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바다에 흡수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온난화가 나타나더라도 식량 생산이 늘고 인류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명한 과학자라도 내다보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을 수 있는 양도 한계에 이르면서 '해양 산성화'라는 역효과마저 불러왔습니다. 21세기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경험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온난화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는 것을 말이죠.

소빙하기를 묘사한 작품(눈 속의 사냥군, 브뤼헐, 1565년) 소빙하기를 묘사한 작품(눈 속의 사냥군, 브뤼헐, 1565년)

아레니우스의 시대는 엄혹한 소빙하기를 겪은 직후라 따뜻한 기후를 바라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온실효과' '온실가스' '온난화'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부정적인 느낌을 받지만, 당시에는 포근함과 배부름, 풍요로움을 떠올렸을지 모릅니다.

증기기관을 이용한 화력발전소도 등장했고, 휘발유 자동차가 이제 막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더는 춥고 굶주리지 않는 장밋빛 미래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레니우스가 예견한 온실효과는 '폭주기관차'처럼 훨씬 더 빨리 실현됐습니다.

이산화탄소 413ppm 돌파, 산업화 전보다 50% 상승

전 지구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전 지구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

전 지구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면 산업화 이전에는 줄곧 300ppm 아래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아레니우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1900년대 이후 상승세를 이어왔고, 2016년에는 처음으로 400ppm을 돌파했습니다. 이산화탄소라는 두꺼운 담요 때문에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가량 올랐습니다.


좀 더 길게 볼까요? 빙하코어 분석을 통해 과거 1만 년 동안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살펴봐도 이렇게 급격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산업화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278ppm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올들어 벌써 413ppm까지 올라갔으니 상승률이 50%에 달합니다. 14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인류는 지구의 포악한 '주인'이 되어 기후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겁니다.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가열', 무슨 뜻?

과학자들의 국제적인 협업(IPCC(지구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을 통해 온난화는 이제 명백한 사실이며 그 주범이 '인간'이라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동시에 더 이상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영국 기상청의 기후학자인 리처드 베츠 교수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아닌 '지구 가열'(Global Heating)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온실을 연상시키듯 온화한 느낌의 '온난화'가 현재의 기후 위기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책임'은 회피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구 가열'은 좀 더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고 '행동'이 시급하다는 것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라는 말 대신 '기후위기' '기후재앙'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단어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변화라는 말에는 다소 느긋하게 반응했다면 기후재앙은 어떤가요? 뇌의 반응이 달라질 겁니다. 기후변화는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위기나 재앙은 빨리 행동해야 할 것 같은 긴박함을 전해줍니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가급적 1.5℃ 이내로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온이 2℃만 올라가도 최대 2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생물 종의 20~30%는 멸종을 맞는 말 그대로 '재앙'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벌써 1℃가 올랐으니 이제 우리에게는 0.5℃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따뜻한 겨울, 우리도 '기후 위기'

기상청은 겨울 전망에서 이번 겨울이 따뜻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12월에 두 차례의 한파가 찾아왔을 때만 해도 '정말 그럴까' 의문도 들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큰 추위가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정말 온난화가 심각한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12월에는 파랗게 보이는 두 차례의 한파가 찾아왔지만 1월에는 추위가 실종됐다12월에는 파랗게 보이는 두 차례의 한파가 찾아왔지만 1월에는 추위가 실종됐다

특히 1월의 기온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중순까지 전국 평균기온이 1.8℃로 예년보다 2.7℃나 높았습니다. 한반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포근한 1월인데, 설 연휴에도 추위 없이 눈 대신 비가 잦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월에도 강력한 한파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 겨울은 기록적으로 따뜻한 겨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연관기사] 설 연휴도 ‘추위 실종’, 겨울 이대로 끝나나?

1월 날씨가 이러니 서둘러 봄꽃이 피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일찍 깨어나는 등 생태계 교란도 심각합니다. 겨울 축제장은 단단해야만 하는 얼음이 녹아 난리가 났습니다. 겨울이 따뜻하면 활동하기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미세먼지가 심해진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얼마 전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등 지식인 664명이 모여 '기후위기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7위 규모이며 '기후 악당국가'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유럽의회는 지난해 11월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온실가스 배출 제로에 도전하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우리는 한참 뒤처져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높았고, 태풍도 7차례나 내습해 가장 많았습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는 적어도 따뜻한 경향이 이어진다는 장기 전망이 발표됐습니다. 그 이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폭염과 줄 태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남은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 “온난화는 인류에게 축복?”…이제는 ‘기후 재앙’으로
    • 입력 2020.01.26 (11:04)
    취재K
“온난화는 인류에게 축복?”…이제는 ‘기후 재앙’으로
1896년 학계에 '온실가스'라는 말이 처음 제기됐습니다. 스웨덴의 화학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기온을 높일 수 있는 '온실가스'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지구 표면에서 방출되는 열을 흡수해 마치 담요를 덮은 것처럼 지구를 따뜻하게 해준다는 온실효과를 처음으로 제기한 건데, 온실가스라는 말도 최초로 등장했습니다.


"온난화는 인류에게 축복이 될 것"

당시 아레니우스의 계산 대로라면 이산화탄소에 의한 기온 상승효과는 최대 21℃나 됐습니다. 재앙 수준이지만 아레니우스는 온실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려면 1000년 이상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바다에 흡수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온난화가 나타나더라도 식량 생산이 늘고 인류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명한 과학자라도 내다보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을 수 있는 양도 한계에 이르면서 '해양 산성화'라는 역효과마저 불러왔습니다. 21세기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경험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온난화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는 것을 말이죠.

소빙하기를 묘사한 작품(눈 속의 사냥군, 브뤼헐, 1565년) 소빙하기를 묘사한 작품(눈 속의 사냥군, 브뤼헐, 1565년)

아레니우스의 시대는 엄혹한 소빙하기를 겪은 직후라 따뜻한 기후를 바라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온실효과' '온실가스' '온난화'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부정적인 느낌을 받지만, 당시에는 포근함과 배부름, 풍요로움을 떠올렸을지 모릅니다.

증기기관을 이용한 화력발전소도 등장했고, 휘발유 자동차가 이제 막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더는 춥고 굶주리지 않는 장밋빛 미래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레니우스가 예견한 온실효과는 '폭주기관차'처럼 훨씬 더 빨리 실현됐습니다.

이산화탄소 413ppm 돌파, 산업화 전보다 50% 상승

전 지구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전 지구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

전 지구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면 산업화 이전에는 줄곧 300ppm 아래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아레니우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1900년대 이후 상승세를 이어왔고, 2016년에는 처음으로 400ppm을 돌파했습니다. 이산화탄소라는 두꺼운 담요 때문에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가량 올랐습니다.


좀 더 길게 볼까요? 빙하코어 분석을 통해 과거 1만 년 동안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살펴봐도 이렇게 급격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산업화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278ppm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올들어 벌써 413ppm까지 올라갔으니 상승률이 50%에 달합니다. 14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인류는 지구의 포악한 '주인'이 되어 기후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겁니다.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가열', 무슨 뜻?

과학자들의 국제적인 협업(IPCC(지구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을 통해 온난화는 이제 명백한 사실이며 그 주범이 '인간'이라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동시에 더 이상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영국 기상청의 기후학자인 리처드 베츠 교수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아닌 '지구 가열'(Global Heating)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온실을 연상시키듯 온화한 느낌의 '온난화'가 현재의 기후 위기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책임'은 회피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구 가열'은 좀 더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고 '행동'이 시급하다는 것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라는 말 대신 '기후위기' '기후재앙'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단어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변화라는 말에는 다소 느긋하게 반응했다면 기후재앙은 어떤가요? 뇌의 반응이 달라질 겁니다. 기후변화는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위기나 재앙은 빨리 행동해야 할 것 같은 긴박함을 전해줍니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가급적 1.5℃ 이내로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온이 2℃만 올라가도 최대 2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생물 종의 20~30%는 멸종을 맞는 말 그대로 '재앙'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벌써 1℃가 올랐으니 이제 우리에게는 0.5℃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따뜻한 겨울, 우리도 '기후 위기'

기상청은 겨울 전망에서 이번 겨울이 따뜻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12월에 두 차례의 한파가 찾아왔을 때만 해도 '정말 그럴까' 의문도 들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큰 추위가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정말 온난화가 심각한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12월에는 파랗게 보이는 두 차례의 한파가 찾아왔지만 1월에는 추위가 실종됐다12월에는 파랗게 보이는 두 차례의 한파가 찾아왔지만 1월에는 추위가 실종됐다

특히 1월의 기온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중순까지 전국 평균기온이 1.8℃로 예년보다 2.7℃나 높았습니다. 한반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포근한 1월인데, 설 연휴에도 추위 없이 눈 대신 비가 잦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월에도 강력한 한파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 겨울은 기록적으로 따뜻한 겨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연관기사] 설 연휴도 ‘추위 실종’, 겨울 이대로 끝나나?

1월 날씨가 이러니 서둘러 봄꽃이 피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일찍 깨어나는 등 생태계 교란도 심각합니다. 겨울 축제장은 단단해야만 하는 얼음이 녹아 난리가 났습니다. 겨울이 따뜻하면 활동하기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미세먼지가 심해진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얼마 전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등 지식인 664명이 모여 '기후위기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7위 규모이며 '기후 악당국가'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유럽의회는 지난해 11월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온실가스 배출 제로에 도전하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우리는 한참 뒤처져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높았고, 태풍도 7차례나 내습해 가장 많았습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는 적어도 따뜻한 경향이 이어진다는 장기 전망이 발표됐습니다. 그 이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폭염과 줄 태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남은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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