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좋아하는 데 나이가 있나요”…‘청춘’ 어르신들의 인생 2막

입력 2020.01.28 (08:34) 수정 2020.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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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욜드, 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젊게 사는 어르신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런 어르신들, 이른바 '신 노년층'은 좋아하고 또 원하는 것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리포트]

주말 오후, 8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한 번에 모인 특별한 모임이 열렸습니다.

단체로 분홍색 옷을 입은 범상지 않은 차림에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 대체 어떤 모임일까요.

[송윤호/59 : "연령대가 40대 후반부터 해서 60대 후반까지 나오죠."]

이 모임, 50대와 60대가 주축인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인터넷 팬카페 회원들입니다.

[안성남/54 : "저희가 1년에 두 달에 한 번씩 정모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 모임이에요.(팬카페) 상징 색깔이에요. 분홍색이. 그래서 손수건이라든지 티셔츠라든지 모자라든지 다 분홍이에요."]

열혈 팬문화를 주도하는 건 10대 만이 아니란 걸, 여기 모인 분들이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팬카페 회원 4만 8천여 명 가운데 70%가 50대 이상입니다.

[김용현/59 : "저 7월에 가입했어요. 5개월 차죠."]

[김칠성/68 : "68살. 가수 아버지보다 한 살 아래. 내 이름이 세븐스타. 닉네임이 세븐스타. 내가 가입을 할 때가 6번 째로 가입을 했어요."]

오늘은 일흔 일곱 살, 신입 회원까지 참석했습니다.

[박양임/77 : "송가인 좋아 보고 싶어서 왔지. 여기 송가인 팬클럽에 들어오면 송가인 보고 콘서트 같은데 가고 그래서. 이거 휴대전화도 새로 샀어. 유튜브에서 받아서 송가인노래 그거만 틀어놓고 보려고."]

머리카락 희끗한 어르신 팬들이지만 열정만큼은 젊은 팬 못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음원사이트를 방문하고, 또 열심히 듣습니다.

[최남호/61 : "끝이 없습니다, 끝이. 다 돈 주고 이거 받은 거예요. 다운로드 한 거예요."]

연예인 사진을 넣어 만든 기념상품인 '굿즈'도 안 가진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데요.

나만의 굿즈 제작을 위해 사비를 들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송윤호/59 : "이게 판매용이 아니고 우리 회원들이 각자 개인 사비로 해서 만들어 놓은 거예요. 오늘 오신 회원분들이 각자 직접 만든 거예요. 가수님 얼굴이라든지 이런 걸 스티커를 넣어서 만들어 놓은 거고."]

어르신 팬들의 열정은 가수의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더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공연 시작 다섯 시간 전, 이미 공연장 앞은 분홍색 물결인데요.

공연장 앞에선 팬들이 공연의 성공을 바라는 미니 공연까지 펼치며 분위기를 띄웁니다.

["홍도야~ 울지마라~"]

[박재문/73 : "가인님이 좋아서 우리는 사비 아깝게 생각 안 해요. 행사도 찾아다니고 어느 지역 관계없이 하여튼 얼굴 볼 수 있으면 거의 갑니다. 노래 듣고 팬카페 분들하고 같이 호응하면서 즐기는 거죠. 아주 인생의 큰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 관객들을 위해 응원도구까지 직접 준비해 나눠주는 팬들.

이렇게 열정적인 건 시간도, 경제력도 여유가 생긴 지금의 나이가 됐기 때문입니다.

[김수애/55 : "갱년기 우울증도 오고 사는 게 약간 짜증도 나고 감정기복도 심하고 이랬는데 너무 행복해요. 가수님 덕분에. 이렇게 나와서 스트레스도 풀고 춤도 추고 같이 음식도 먹고 같이 공연 보러 오신 분들한테 소통도 하고 너무 행복해요. 제가 만 원을 주고 백만 원어치를 얻어가요. 그게 행복인 거 같아요."]

[최남호/61 : "제2의 인생을 사는 거 같아 기분이. 활력소가 있고 토요일 일요일 쉬는 날 무기력하게 집에 있다가 여러 모임 송가인 공연 그런 거 가면 활력이 있는 거예요. 인생을 새로 산 것 같다니까 기분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른신들, 또 있습니다.

수업이 한창인 한 모델학원입니다.

당당한 걸음걸이로 워킹을 하는 수강생들은 모두 50대 이상의 시니어모델 지망생들입니다.

["좋습니다. 워킹 조금 더 강하게.. 바닥 보지 마시고 정면 보고 나올게요."]

은퇴 후 잊고 지내던 진짜 꿈에 도전한 어르신들. 먼 길을 돌아온 만큼 더 열정을 쏟습니다.

[김정윤/71 : "정년퇴직하니까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볼까? 그래서 패션모델 쪽을 생각해서 여기에 오게 됐어요."]

호텔리어로 평생을 살다 시니어모델로 인생2막에 도전한 예순 아홉살의 이길우 씨.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듣기 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것도, 또 하루 두 시간씩 운동하며 몸매를 가꾸는 것도 즐겁기만 합니다.

[이길우/69 : "작년에는 16kg을 뺐어요. 모델이 되기 위해서. 몸도 되고 정신도 되고 또 교양도 되는 그런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젊은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분야에 당당히 도전한 뒤 삶의 의지가 더 생겼습니다.

[이길우/69 : "변화는 일단 즐거움이라고 할까? 뭔가 흥분되고 활동적인 힘이 넘치고 내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모델이라는 변명 아래 내가 하고 싶은 옷차림으로 입고 다닐 수도 있고. 그러니 좋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걸 제대로 보여준 어르신들.

몸도 마음도 청춘인 어르신들이 즐거운, 그래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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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좋아하는 데 나이가 있나요”…‘청춘’ 어르신들의 인생 2막
    • 입력 2020-01-28 08:35:52
    • 수정2020-01-28 09: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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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욜드, 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젊게 사는 어르신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런 어르신들, 이른바 '신 노년층'은 좋아하고 또 원하는 것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리포트]

주말 오후, 8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한 번에 모인 특별한 모임이 열렸습니다.

단체로 분홍색 옷을 입은 범상지 않은 차림에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 대체 어떤 모임일까요.

[송윤호/59 : "연령대가 40대 후반부터 해서 60대 후반까지 나오죠."]

이 모임, 50대와 60대가 주축인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인터넷 팬카페 회원들입니다.

[안성남/54 : "저희가 1년에 두 달에 한 번씩 정모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 모임이에요.(팬카페) 상징 색깔이에요. 분홍색이. 그래서 손수건이라든지 티셔츠라든지 모자라든지 다 분홍이에요."]

열혈 팬문화를 주도하는 건 10대 만이 아니란 걸, 여기 모인 분들이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팬카페 회원 4만 8천여 명 가운데 70%가 50대 이상입니다.

[김용현/59 : "저 7월에 가입했어요. 5개월 차죠."]

[김칠성/68 : "68살. 가수 아버지보다 한 살 아래. 내 이름이 세븐스타. 닉네임이 세븐스타. 내가 가입을 할 때가 6번 째로 가입을 했어요."]

오늘은 일흔 일곱 살, 신입 회원까지 참석했습니다.

[박양임/77 : "송가인 좋아 보고 싶어서 왔지. 여기 송가인 팬클럽에 들어오면 송가인 보고 콘서트 같은데 가고 그래서. 이거 휴대전화도 새로 샀어. 유튜브에서 받아서 송가인노래 그거만 틀어놓고 보려고."]

머리카락 희끗한 어르신 팬들이지만 열정만큼은 젊은 팬 못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음원사이트를 방문하고, 또 열심히 듣습니다.

[최남호/61 : "끝이 없습니다, 끝이. 다 돈 주고 이거 받은 거예요. 다운로드 한 거예요."]

연예인 사진을 넣어 만든 기념상품인 '굿즈'도 안 가진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데요.

나만의 굿즈 제작을 위해 사비를 들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송윤호/59 : "이게 판매용이 아니고 우리 회원들이 각자 개인 사비로 해서 만들어 놓은 거예요. 오늘 오신 회원분들이 각자 직접 만든 거예요. 가수님 얼굴이라든지 이런 걸 스티커를 넣어서 만들어 놓은 거고."]

어르신 팬들의 열정은 가수의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더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공연 시작 다섯 시간 전, 이미 공연장 앞은 분홍색 물결인데요.

공연장 앞에선 팬들이 공연의 성공을 바라는 미니 공연까지 펼치며 분위기를 띄웁니다.

["홍도야~ 울지마라~"]

[박재문/73 : "가인님이 좋아서 우리는 사비 아깝게 생각 안 해요. 행사도 찾아다니고 어느 지역 관계없이 하여튼 얼굴 볼 수 있으면 거의 갑니다. 노래 듣고 팬카페 분들하고 같이 호응하면서 즐기는 거죠. 아주 인생의 큰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 관객들을 위해 응원도구까지 직접 준비해 나눠주는 팬들.

이렇게 열정적인 건 시간도, 경제력도 여유가 생긴 지금의 나이가 됐기 때문입니다.

[김수애/55 : "갱년기 우울증도 오고 사는 게 약간 짜증도 나고 감정기복도 심하고 이랬는데 너무 행복해요. 가수님 덕분에. 이렇게 나와서 스트레스도 풀고 춤도 추고 같이 음식도 먹고 같이 공연 보러 오신 분들한테 소통도 하고 너무 행복해요. 제가 만 원을 주고 백만 원어치를 얻어가요. 그게 행복인 거 같아요."]

[최남호/61 : "제2의 인생을 사는 거 같아 기분이. 활력소가 있고 토요일 일요일 쉬는 날 무기력하게 집에 있다가 여러 모임 송가인 공연 그런 거 가면 활력이 있는 거예요. 인생을 새로 산 것 같다니까 기분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른신들, 또 있습니다.

수업이 한창인 한 모델학원입니다.

당당한 걸음걸이로 워킹을 하는 수강생들은 모두 50대 이상의 시니어모델 지망생들입니다.

["좋습니다. 워킹 조금 더 강하게.. 바닥 보지 마시고 정면 보고 나올게요."]

은퇴 후 잊고 지내던 진짜 꿈에 도전한 어르신들. 먼 길을 돌아온 만큼 더 열정을 쏟습니다.

[김정윤/71 : "정년퇴직하니까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볼까? 그래서 패션모델 쪽을 생각해서 여기에 오게 됐어요."]

호텔리어로 평생을 살다 시니어모델로 인생2막에 도전한 예순 아홉살의 이길우 씨.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듣기 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것도, 또 하루 두 시간씩 운동하며 몸매를 가꾸는 것도 즐겁기만 합니다.

[이길우/69 : "작년에는 16kg을 뺐어요. 모델이 되기 위해서. 몸도 되고 정신도 되고 또 교양도 되는 그런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젊은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분야에 당당히 도전한 뒤 삶의 의지가 더 생겼습니다.

[이길우/69 : "변화는 일단 즐거움이라고 할까? 뭔가 흥분되고 활동적인 힘이 넘치고 내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모델이라는 변명 아래 내가 하고 싶은 옷차림으로 입고 다닐 수도 있고. 그러니 좋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걸 제대로 보여준 어르신들.

몸도 마음도 청춘인 어르신들이 즐거운, 그래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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