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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체납 보고서]③ 업종 불문 고액 체납…‘부동산 임대업만 천 2백 명’
입력 2020.01.29 (07:14) 수정 2020.01.29 (09:24) 데이터룸
[고액체납 보고서]③ 업종 불문 고액 체납…‘부동산 임대업만 천 2백 명’
이른바 월급쟁이로 불리는 근로자들의 급여는 소위 '유리 지갑’이라고 합니다. 무슨 의미인지, 급여명세서를 한번 볼까요. 다양한 항목이 있습니다. 본봉, 직급수당, 근속수당 등은 지갑을 든든하게 채워줍니다. 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과 같이 공제 항목은 근로자 손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고 그대로 사라집니다.

근로자들의 세금, 근로소득세도 비슷합니다. 근로자가 직접 납세 절차를 밟아 내지 않아도, 저절로 월급봉투에서 빠집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근로자는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받습니다.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근로소득세를 제외하고 급여를 주는 겁니다. 체납을 하려야 할 수도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3만 8천 명 고액체납자 중 ‘월급쟁이’ 비중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고액 체납자 3만 8천 1백 55명 중 근로소득세를 체납한 경우는 0.3%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체납자들도 알고 보면 근로자가 아닙니다. 이들은 바로 근로자의 급여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사업주입니다. 사업주는 근로자로부터 거둔 소득세를 국세청에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자들은 결국 체납자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도가 나거나 자금이 경색돼 급한 사정이 생기면 일부 사업주는 근로소득세를 끌어다 써 체납자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근로소득세 체납자 가운데 직업(업종)란에 대표자로 명시된 사람만 4분의 1가량 됐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고액 체납자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세무사·변호사·의사도’…업종 안 가리고 고액 체납

국세청은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며 직업(업종)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전문직종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세금 전문가인 세무사들은 5명 있습니다. 종합소득세를 포함해 31억 원을 체납한 세무사도 있고, 10년째 체납 중인 세무사도 있습니다.

납세 의무를 안 지키는 변호사들은 33명 있습니다. 한 60대 변호사는 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아 고액 체납자가 됐습니다. 의사 83명, 한의사 20명도 세금을 안 내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게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는 체납자가 가장 많을까요?

고액 체납자 3만 8천 백55명 가운데 직업(업종) 데이터가 확보된 사람들은 70.1%입니다. 이 직업(업종) 데이터를 한국표준산업분류(10차)의 대분류를 토대로 20여 개 업종으로 나눠봤습니다.

그 결과,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자가 6천 3백 67명(16.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제조업자가 4천 5백 91명(12.0%)이었습니다. 부동산업자는 3천 2백 74명(8.6%)입니다.


도소매업(325만 명)과 제조업(410만 명)은 국내에서 종사자가 가장 많은 업종입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납자도 많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대로 부동산업 종사자는 52만 명 수준에 그치지만, 체납자 수는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이들 가운데 부동산 임대업자는 천 2백 67명으로 확인됐습니다.

부동산 임대업은 통상 건물 등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들이 영위하는 사업입니다. 실제로 고액 체납자 명단에는 상호 입력란에 아예 '건물주’로 입력된 체납자가 17명 있는데,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부동산(임대)업을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임대업자의 경우 임대 건물 신축이나 매입과 관련해 대부분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관련 비용을 충당하고, 부동산 임대업과 함께 다른 사업을 영위하면서 소유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국세청은 설명합니다.

이후 다른 사업의 부도 발생이나 임대 건물 공실 등으로 자금 경색이 발생한 경우 공매 등 강제매각 절차에 의해 부동산이 매각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가 되고 이게 체납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 이유는 다양하지만 부동산 임대업의 경우 일반 점포에 비해 규모가 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부도 시 고액 체납의 위험이 더 큰 점도 있다”며 “사업이 부도가 나면 보유 자산을 매각해 소유권을 넘겨야 폐업할 수 있는데, 부동산 자산 매각에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업종 유지 기간이 긴 것도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 순…부가가치세 체납도 20%

전체 고액 체납자의 대표 체납세목을 분석하면, 종합소득세가 39.4%로 가장 많습니다. 종합소득세는 사업·근로·이자·배당·연금·기타 등 6개 소득을 종합해 과세하는 세금입니다. 모든 개인사업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득원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과세하는 만큼, 체납 세목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국세청이 발간한 2019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종합소득세는 납세 인원이 가장 많은 세목(736만 명)입니다.

이어 양도소득세(31.1%), 부가가치세(20.9%) 순으로 높았습니다.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부담하는 세금(물건값의 10%)입니다.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은 사업주이지만, 이미 물건값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세금을 부담하는 건 최종 소비자입니다. 그럼에도 약 8천 명의 사업주들은 소비자로부터 받은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 체납자가 됐습니다.

최진관 세무사는 "본인 소득에 대한 세금을 체납한 것보다 소비자가 이미 부담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며 "세법으로 볼 때 같은 세금이라 할 순 있지만, 윤리적 측면에서는 부가가치세 체납이 더 나쁘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세청이 공개한 명단에는 단 한 건의 세금을 체납한 체납자가 있는 반면, 무려 321건의 세금을 내지 않은 50대 남 모 씨도 있습니다. 2008년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공개됐지만, 15년 넘게 납세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장기 체납, 남 씨만의 일일까요. 아닙니다. 고액 체납자 4명 중 1명은 10년 이상 장기 체납자입니다. 만성이 된 체납, 그 실태를 다음 기사에서 짚어봅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 [고액체납 보고서]③ 업종 불문 고액 체납…‘부동산 임대업만 천 2백 명’
    • 입력 2020.01.29 (07:14)
    • 수정 2020.01.29 (09:24)
    데이터룸
[고액체납 보고서]③ 업종 불문 고액 체납…‘부동산 임대업만 천 2백 명’
이른바 월급쟁이로 불리는 근로자들의 급여는 소위 '유리 지갑’이라고 합니다. 무슨 의미인지, 급여명세서를 한번 볼까요. 다양한 항목이 있습니다. 본봉, 직급수당, 근속수당 등은 지갑을 든든하게 채워줍니다. 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과 같이 공제 항목은 근로자 손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고 그대로 사라집니다.

근로자들의 세금, 근로소득세도 비슷합니다. 근로자가 직접 납세 절차를 밟아 내지 않아도, 저절로 월급봉투에서 빠집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근로자는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받습니다.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근로소득세를 제외하고 급여를 주는 겁니다. 체납을 하려야 할 수도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3만 8천 명 고액체납자 중 ‘월급쟁이’ 비중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고액 체납자 3만 8천 1백 55명 중 근로소득세를 체납한 경우는 0.3%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체납자들도 알고 보면 근로자가 아닙니다. 이들은 바로 근로자의 급여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사업주입니다. 사업주는 근로자로부터 거둔 소득세를 국세청에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자들은 결국 체납자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도가 나거나 자금이 경색돼 급한 사정이 생기면 일부 사업주는 근로소득세를 끌어다 써 체납자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근로소득세 체납자 가운데 직업(업종)란에 대표자로 명시된 사람만 4분의 1가량 됐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고액 체납자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세무사·변호사·의사도’…업종 안 가리고 고액 체납

국세청은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며 직업(업종)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전문직종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세금 전문가인 세무사들은 5명 있습니다. 종합소득세를 포함해 31억 원을 체납한 세무사도 있고, 10년째 체납 중인 세무사도 있습니다.

납세 의무를 안 지키는 변호사들은 33명 있습니다. 한 60대 변호사는 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아 고액 체납자가 됐습니다. 의사 83명, 한의사 20명도 세금을 안 내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게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는 체납자가 가장 많을까요?

고액 체납자 3만 8천 백55명 가운데 직업(업종) 데이터가 확보된 사람들은 70.1%입니다. 이 직업(업종) 데이터를 한국표준산업분류(10차)의 대분류를 토대로 20여 개 업종으로 나눠봤습니다.

그 결과,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자가 6천 3백 67명(16.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제조업자가 4천 5백 91명(12.0%)이었습니다. 부동산업자는 3천 2백 74명(8.6%)입니다.


도소매업(325만 명)과 제조업(410만 명)은 국내에서 종사자가 가장 많은 업종입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납자도 많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대로 부동산업 종사자는 52만 명 수준에 그치지만, 체납자 수는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이들 가운데 부동산 임대업자는 천 2백 67명으로 확인됐습니다.

부동산 임대업은 통상 건물 등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들이 영위하는 사업입니다. 실제로 고액 체납자 명단에는 상호 입력란에 아예 '건물주’로 입력된 체납자가 17명 있는데,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부동산(임대)업을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임대업자의 경우 임대 건물 신축이나 매입과 관련해 대부분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관련 비용을 충당하고, 부동산 임대업과 함께 다른 사업을 영위하면서 소유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국세청은 설명합니다.

이후 다른 사업의 부도 발생이나 임대 건물 공실 등으로 자금 경색이 발생한 경우 공매 등 강제매각 절차에 의해 부동산이 매각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가 되고 이게 체납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 이유는 다양하지만 부동산 임대업의 경우 일반 점포에 비해 규모가 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부도 시 고액 체납의 위험이 더 큰 점도 있다”며 “사업이 부도가 나면 보유 자산을 매각해 소유권을 넘겨야 폐업할 수 있는데, 부동산 자산 매각에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업종 유지 기간이 긴 것도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 순…부가가치세 체납도 20%

전체 고액 체납자의 대표 체납세목을 분석하면, 종합소득세가 39.4%로 가장 많습니다. 종합소득세는 사업·근로·이자·배당·연금·기타 등 6개 소득을 종합해 과세하는 세금입니다. 모든 개인사업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득원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과세하는 만큼, 체납 세목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국세청이 발간한 2019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종합소득세는 납세 인원이 가장 많은 세목(736만 명)입니다.

이어 양도소득세(31.1%), 부가가치세(20.9%) 순으로 높았습니다.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부담하는 세금(물건값의 10%)입니다.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은 사업주이지만, 이미 물건값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세금을 부담하는 건 최종 소비자입니다. 그럼에도 약 8천 명의 사업주들은 소비자로부터 받은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 체납자가 됐습니다.

최진관 세무사는 "본인 소득에 대한 세금을 체납한 것보다 소비자가 이미 부담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며 "세법으로 볼 때 같은 세금이라 할 순 있지만, 윤리적 측면에서는 부가가치세 체납이 더 나쁘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세청이 공개한 명단에는 단 한 건의 세금을 체납한 체납자가 있는 반면, 무려 321건의 세금을 내지 않은 50대 남 모 씨도 있습니다. 2008년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공개됐지만, 15년 넘게 납세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장기 체납, 남 씨만의 일일까요. 아닙니다. 고액 체납자 4명 중 1명은 10년 이상 장기 체납자입니다. 만성이 된 체납, 그 실태를 다음 기사에서 짚어봅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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