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 보고서]② 지도로 본 고액 체납…상속세 ‘강남구 최다’

입력 2020.01.29 (07:01) 수정 2020.01.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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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매매가 평당 1억 원을 기록한 서울 서초구 반포의 고가 아파트.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며 전세가도 다른 지역 매매가를 웃돕니다.

그런데 이 고가 아파트에 고액 체납자(2억 원 이상) 3명이 주소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17억 원의 세금을 20년째 안 내고 버티는 90대 주민이 있습니다. 아파트 전세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5억 원을 체납한 80대도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을 사이에 두고 들어선 아파트 2개 단지. 우리나라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입니다. 1970년대 지어져 외관은 낡았지만, 한강 조망권의 이점과 입지, 재건축 기대감 등으로 20평형대 매매가는 20억 원이 넘습니다.

이곳에도 고액 체납자가 각각 12명씩, 모두 24명이 살고 있습니다. 체납액은 3억 천만 원부터 131억 원까지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대표 부촌인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이 지역에 살면서 2억 원 이상의 세금은 내지 않고 있는 고액 체납자는 천4백 명이 넘습니다. (강남구 828명·서초구 601명)

"사업 부도로 납세할 재산 없어"…과연?

그들은 왜 세금을 내지 않는 걸까요?

이 같은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운영하던 사업체가 부도가 나거나 사업을 하다 빚을 떠안게 되는 등 거의 모든 재산을 잃어 납세할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산이 없으니 세금을 거두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고액 체납자들이 정말로 돈이 없어 세금을 안 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국세청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대국민 소통창구인 트위터, 유튜브 계정에서 ‘체납자를 끝까지 쫓아 징수하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세청 트위터 이미지국세청 트위터 이미지

그렇다면 우리 동네에는 얼마나 많은 체납자가 있을까, 궁금증이 들 수 있는데 데이터저널리즘팀이 풀어드립니다.

우리 동네 고액 체납자는 몇 명?…2억 이상 체납자 지도 제작 공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 상습 체납자 3만 8,155명(2019년 12월 31일 기준)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인터랙티브 페이지 ‘2억 이상 고액 체납자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체납자들의 체납 요지와 그들이 어디 사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체납자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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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체납자의 거주지는 수도권에 집중됐습니다. 체납자의 62.8%(2만 3963명)는 수도권에 주소를 두고 있습니다. 경기도가 만 2천 명이 넘고, 서울 8천여 명, 인천 2천여 명입니다.

기초자치단체(시군구)별로 따지니, 용인시(1,205명)와 고양시(1,099명), 수원시(963명), 성남시(842명) 순으로 체납자가 많습니다. 모두 인구 1백만 명이 넘거나 그에 육박하는 큰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어 서울 강남구(828명)에 많은 체납자가 있었습니다. 강남구의 인구는 54만 명 수준으로 앞서 언급된 도시들의 절반 정도 됩니다. 상대적으로 체납자 수는 적지만 그 밀집도는 2배 정도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 명당 고액 체납자 0.74명…서울 종로 1.59명

실제로 주민등록인구(2019년 12월 기준)를 토대로 인구 천 명당 체납자 수를 따져봤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체 인구 기준 천 명당 체납자는 0.74명이었습니다.

인구 10만 명 이상의 시군구 가운데는, 서울 종로구의 천 명당 체납자가 1.59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경기 양평군(1.58명), 경기 포천시(1.52명), 서울 강남구 순(1.52명)입니다. 서울 서초구(1.39명)와 용산구(1.34명)도 천 명당 체납자가 비교적 많았습니다. 체납자가 많았던 경기 지역 인구 백만 명 이상 도시들의 천 명당 체납자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상속받고도 세금 안 낸 체납자들…'강남구 최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체납 세목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을 대표 세목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부모 등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생긴 납세의 의무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속세와 증여세 체납자들입니다.

특히 상속세(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발생)의 경우, 상속 재산 중 5억 원까지는 기본 공제(피상속자의 배우자 생존 시 5억 원 추가 공제)됩니다. 따라서 5억 원이 넘지 않는 상속 재산에 대해서는 납세 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상속세를 체납했다는 것은 적어도 5억 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는 의미입니다.

박용대 변호사는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과세로서, 통상 서민이 아닌 자산가들에 해당하는 세목”이라며 “과세 과정에서 다툼이 생겨 상속세를 체납할 수 있지만, 명확한 납세 의무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강하게 비난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상속세를 체납한 고액 체납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로, 19명이 상속을 받고도 그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어 서울 서초구, 용인시에 16명의 상속세 체납자가 주소를 두고 있었습니다. 고양시와 서울 성북구, 영등포구, 송파구에도 10명 이상의 상속세 체납자가 있었습니다.

최다 지역은 아니지만, 강남구에는 증여세 체납자도 많았습니다. 증여세 체납자가 가장 많이 주소를 둔 지역은 용인시(62명)였습니다. 고양시에도 증여세 체납자(52명)가 많았습니다. 이어서 서울 강남구(46명)와 송파구(30명), 서초구(29명) 등 이른바 강남3구가 증여세 체납자 다수 지역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홍정훈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우리나라에서 극히 일부만 대상이 되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로 작용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부유한 자들이 사는 지역에서 상속세 체납자가 많은 것은 결국 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세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세청은 체납자 명단 공개 시 체납액과 함께 대표 세목도 밝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 등 3'이라고 해놓은 경우는 부가가치세를 가장 많이 체납했고, 이와 함께 종합소득세나 상속세 등 다른 종류의 세목 두가지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3만 8천여 명인 고액체납자 각각의 체납 세목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요청했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본청에서 이들 자료를 함께 취합·관리하지 않기에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고액 체납자의 세목을 따질 때 대표 세목만을 대상으로 분석을 했습니다. 따라서 실제 상속세를 체납한 사람들의 수는 분석 결과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세금 피해 도망간 자 '강남구 최다'

서울 강남 지역은 증여세와 상속세 체납 비율이 높은 데다 주소지를 특정할 수 없는, 다시 말해 세금을 피해 몸을 숨긴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바로 주민센터와 같은 행정시설에 주소를 둔 자들입니다. 국세청은 정확한 체납자 재산신고를 위해 매년 체납자 주소를 갱신합니다. 징세를 피해 몸을 숨긴 자들의 경우, 주소지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직전 주소의 주민센터로 주소를 올려놓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거주지를 특정할 수 없는 체납자는 전체의 3.3%(1,248명)에 해당합니다. 시군구별로 볼 때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로, 57명의 거주지가 주민센터로 나왔습니다. 이어 용인시(47명), 고양시(43명), 서울 서초구(42명) 순이었습니다.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 체납자 중 주소 불특정 자의 비율은 각각 6.9%, 7.0%로 용인시·고양시보다 높았습니다.


1인 평균 체납액, 서초구가 가장 많아

총 체납액이 가장 많은 지역은, 고액 체납자가 가장 많은 경기(12조1026억 원)로 분석됐습니다. 이어 서울(10조5064억 원)과 인천(2조3663억 원), 부산(2조975억 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군구별로 봐도 고액 체납자가 가장 많은 지역에 가장 많은 체납액이 쌓였습니다. 용인시의 총 체납액이 1조 3천 9백 8십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남구(1조3232억 원), 고양시(1조2836억 원), 서초구(1조760억 원) 등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고액 체납자 1인 평균 체납액을 보면 결과가 다소 달라집니다. 서울에 주소를 둔 고액 체납자 1인 평균 체납액은 12억 4천 백만 원으로 다른 지역(부산 10억 900만 원·경기 9억 4400만 원)에 비해 유난히 많았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인구 10만 명 이상 기초단체 기준), 서초구(17억 9000만 원)와 중구(17억 3800만 원), 강남구(15억 9800만 원) 거주 체납자의 평균 체납액이 가장 많았습니다. 양천구(15억 3500만 원)를 포함해 평균 체납액이 15억 원 이상인 동네는 모두 서울 지역이었습니다.


더욱이 서울에 거주하는 체납자의 평균 체납 기간(2004~2018년 명단 등록 체납자 최종 체납일 기준)은 만 8년으로 광주광역시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세금을 내지 않은 지역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 거주 체납자는 평균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많은 세금을 더 오랫동안 내지 않고 버틴다고, 데이터는 말하고 있습니다.

세금은 소득을 따라다니게 마련입니다. 수억 원을 체납했다는 것은 그보다 더 많은 소득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고액을 체납하는 이들,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요.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체납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체납자들의 민낯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기사가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인터랙티브 UI/UX 디자인 & 개발 : 김명윤 공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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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액체납 보고서]② 지도로 본 고액 체납…상속세 ‘강남구 최다’
    • 입력 2020-01-29 07: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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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매매가 평당 1억 원을 기록한 서울 서초구 반포의 고가 아파트.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며 전세가도 다른 지역 매매가를 웃돕니다.

그런데 이 고가 아파트에 고액 체납자(2억 원 이상) 3명이 주소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17억 원의 세금을 20년째 안 내고 버티는 90대 주민이 있습니다. 아파트 전세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5억 원을 체납한 80대도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을 사이에 두고 들어선 아파트 2개 단지. 우리나라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입니다. 1970년대 지어져 외관은 낡았지만, 한강 조망권의 이점과 입지, 재건축 기대감 등으로 20평형대 매매가는 20억 원이 넘습니다.

이곳에도 고액 체납자가 각각 12명씩, 모두 24명이 살고 있습니다. 체납액은 3억 천만 원부터 131억 원까지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대표 부촌인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이 지역에 살면서 2억 원 이상의 세금은 내지 않고 있는 고액 체납자는 천4백 명이 넘습니다. (강남구 828명·서초구 601명)

"사업 부도로 납세할 재산 없어"…과연?

그들은 왜 세금을 내지 않는 걸까요?

이 같은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운영하던 사업체가 부도가 나거나 사업을 하다 빚을 떠안게 되는 등 거의 모든 재산을 잃어 납세할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산이 없으니 세금을 거두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고액 체납자들이 정말로 돈이 없어 세금을 안 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국세청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대국민 소통창구인 트위터, 유튜브 계정에서 ‘체납자를 끝까지 쫓아 징수하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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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 동네에는 얼마나 많은 체납자가 있을까, 궁금증이 들 수 있는데 데이터저널리즘팀이 풀어드립니다.

우리 동네 고액 체납자는 몇 명?…2억 이상 체납자 지도 제작 공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 상습 체납자 3만 8,155명(2019년 12월 31일 기준)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인터랙티브 페이지 ‘2억 이상 고액 체납자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체납자들의 체납 요지와 그들이 어디 사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체납자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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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체납자의 거주지는 수도권에 집중됐습니다. 체납자의 62.8%(2만 3963명)는 수도권에 주소를 두고 있습니다. 경기도가 만 2천 명이 넘고, 서울 8천여 명, 인천 2천여 명입니다.

기초자치단체(시군구)별로 따지니, 용인시(1,205명)와 고양시(1,099명), 수원시(963명), 성남시(842명) 순으로 체납자가 많습니다. 모두 인구 1백만 명이 넘거나 그에 육박하는 큰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어 서울 강남구(828명)에 많은 체납자가 있었습니다. 강남구의 인구는 54만 명 수준으로 앞서 언급된 도시들의 절반 정도 됩니다. 상대적으로 체납자 수는 적지만 그 밀집도는 2배 정도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 명당 고액 체납자 0.74명…서울 종로 1.59명

실제로 주민등록인구(2019년 12월 기준)를 토대로 인구 천 명당 체납자 수를 따져봤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체 인구 기준 천 명당 체납자는 0.74명이었습니다.

인구 10만 명 이상의 시군구 가운데는, 서울 종로구의 천 명당 체납자가 1.59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경기 양평군(1.58명), 경기 포천시(1.52명), 서울 강남구 순(1.52명)입니다. 서울 서초구(1.39명)와 용산구(1.34명)도 천 명당 체납자가 비교적 많았습니다. 체납자가 많았던 경기 지역 인구 백만 명 이상 도시들의 천 명당 체납자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상속받고도 세금 안 낸 체납자들…'강남구 최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체납 세목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을 대표 세목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부모 등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생긴 납세의 의무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속세와 증여세 체납자들입니다.

특히 상속세(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발생)의 경우, 상속 재산 중 5억 원까지는 기본 공제(피상속자의 배우자 생존 시 5억 원 추가 공제)됩니다. 따라서 5억 원이 넘지 않는 상속 재산에 대해서는 납세 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상속세를 체납했다는 것은 적어도 5억 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는 의미입니다.

박용대 변호사는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과세로서, 통상 서민이 아닌 자산가들에 해당하는 세목”이라며 “과세 과정에서 다툼이 생겨 상속세를 체납할 수 있지만, 명확한 납세 의무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강하게 비난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상속세를 체납한 고액 체납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로, 19명이 상속을 받고도 그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어 서울 서초구, 용인시에 16명의 상속세 체납자가 주소를 두고 있었습니다. 고양시와 서울 성북구, 영등포구, 송파구에도 10명 이상의 상속세 체납자가 있었습니다.

최다 지역은 아니지만, 강남구에는 증여세 체납자도 많았습니다. 증여세 체납자가 가장 많이 주소를 둔 지역은 용인시(62명)였습니다. 고양시에도 증여세 체납자(52명)가 많았습니다. 이어서 서울 강남구(46명)와 송파구(30명), 서초구(29명) 등 이른바 강남3구가 증여세 체납자 다수 지역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홍정훈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우리나라에서 극히 일부만 대상이 되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로 작용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부유한 자들이 사는 지역에서 상속세 체납자가 많은 것은 결국 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세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세청은 체납자 명단 공개 시 체납액과 함께 대표 세목도 밝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 등 3'이라고 해놓은 경우는 부가가치세를 가장 많이 체납했고, 이와 함께 종합소득세나 상속세 등 다른 종류의 세목 두가지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3만 8천여 명인 고액체납자 각각의 체납 세목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요청했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본청에서 이들 자료를 함께 취합·관리하지 않기에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고액 체납자의 세목을 따질 때 대표 세목만을 대상으로 분석을 했습니다. 따라서 실제 상속세를 체납한 사람들의 수는 분석 결과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세금 피해 도망간 자 '강남구 최다'

서울 강남 지역은 증여세와 상속세 체납 비율이 높은 데다 주소지를 특정할 수 없는, 다시 말해 세금을 피해 몸을 숨긴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바로 주민센터와 같은 행정시설에 주소를 둔 자들입니다. 국세청은 정확한 체납자 재산신고를 위해 매년 체납자 주소를 갱신합니다. 징세를 피해 몸을 숨긴 자들의 경우, 주소지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직전 주소의 주민센터로 주소를 올려놓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거주지를 특정할 수 없는 체납자는 전체의 3.3%(1,248명)에 해당합니다. 시군구별로 볼 때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로, 57명의 거주지가 주민센터로 나왔습니다. 이어 용인시(47명), 고양시(43명), 서울 서초구(42명) 순이었습니다.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 체납자 중 주소 불특정 자의 비율은 각각 6.9%, 7.0%로 용인시·고양시보다 높았습니다.


1인 평균 체납액, 서초구가 가장 많아

총 체납액이 가장 많은 지역은, 고액 체납자가 가장 많은 경기(12조1026억 원)로 분석됐습니다. 이어 서울(10조5064억 원)과 인천(2조3663억 원), 부산(2조975억 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군구별로 봐도 고액 체납자가 가장 많은 지역에 가장 많은 체납액이 쌓였습니다. 용인시의 총 체납액이 1조 3천 9백 8십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남구(1조3232억 원), 고양시(1조2836억 원), 서초구(1조760억 원) 등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고액 체납자 1인 평균 체납액을 보면 결과가 다소 달라집니다. 서울에 주소를 둔 고액 체납자 1인 평균 체납액은 12억 4천 백만 원으로 다른 지역(부산 10억 900만 원·경기 9억 4400만 원)에 비해 유난히 많았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인구 10만 명 이상 기초단체 기준), 서초구(17억 9000만 원)와 중구(17억 3800만 원), 강남구(15억 9800만 원) 거주 체납자의 평균 체납액이 가장 많았습니다. 양천구(15억 3500만 원)를 포함해 평균 체납액이 15억 원 이상인 동네는 모두 서울 지역이었습니다.


더욱이 서울에 거주하는 체납자의 평균 체납 기간(2004~2018년 명단 등록 체납자 최종 체납일 기준)은 만 8년으로 광주광역시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세금을 내지 않은 지역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 거주 체납자는 평균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많은 세금을 더 오랫동안 내지 않고 버틴다고, 데이터는 말하고 있습니다.

세금은 소득을 따라다니게 마련입니다. 수억 원을 체납했다는 것은 그보다 더 많은 소득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고액을 체납하는 이들,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요.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체납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체납자들의 민낯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기사가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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